무기백과
75mm 야포 modèle 1897
모든 현대 야포의 아버지
  • 남도현
  • 입력 : 2021.12.16 08:05
    75mm 야포 modèle 1897은 이후 등장한 모든 후속작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기에 흔히 현대 야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 출처 : (cc) Jean-Pol GRANDMONT at Wikimedia.org >
    75mm 야포 modèle 1897은 이후 등장한 모든 후속작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기에 흔히 현대 야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 출처 : (cc) Jean-Pol GRANDMONT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세기에 멀리 떨어진 사람과 음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전화가 등장하면서 통신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최초의 전화교환국이 설립된 지 약 15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컴퓨터, 카메라와 결합된 스마트폰을 대부분이 휴대하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전화의 역사 중에서도 자동교환기, 휴대폰, 스마트폰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순간은 별도로 있었다.

    무기도 마찬가지다. 무기는 성능이 승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에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급격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된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제트전투기가 등장하면서 이전에 존재하던 레스프로 전투기들이 순식간 과거의 유물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쉽게 말해 제2차 대전 당시에 활약한 최고의 전투기라도 오늘날은 무기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견인하기 위해 카트와 연결된 M1897. 20세기 초반까지도 보병을 지원하는 야포는 기동을 고려해서 무턱대고 크게 만들기 어려웠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견인하기 위해 카트와 연결된 M1897. 20세기 초반까지도 보병을 지원하는 야포는 기동을 고려해서 무턱대고 크게 만들기 어려웠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인류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무기인 포(砲)에서도 그런 사례는 흔하다. 포의 등장으로 전쟁의 방법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병력이 적더라도 화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또한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기던 방어물도 쉽게 격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포는 화약을 이용한 무기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꾸준히 성능이 향상되어왔기에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의 성능이 비슷하다면 전투에서 양이 많은 쪽이 유리하나 포를 많이 보유하고 운용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그래서 같은 포를 가지고 더 많이 그리고 정확히 사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었다. 포는 탄생 이후 지금까지 화약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탄두를 날린다. 때문에 이로 인한 충격과 반동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때문에 사격 후 매번 다시 위치를 잡고 조준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M1897 등장 이전에 주력으로 사용한 80mm 야포 modèle 1877. 주퇴복좌기가 없어 사격 후 자세를 다시 잡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1897 등장 이전에 주력으로 사용한 80mm 야포 modèle 1877. 주퇴복좌기가 없어 사격 후 자세를 다시 잡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세기 말까지 사용된 야포들은 평균적으로 1분에 2발 정도를 발사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반동을 잡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요새포나 함포처럼 무게를 늘리는 것인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기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아직은 야포를 가축이나 인력으로 견인하던 시기였기에 이는 사용하기 곤란했다. 특히 공격에 나설 때 포의 무게는 상당히 중요했다.

    이러한 오래된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주퇴복좌기(Recoil buffer)다. 이를 이용하면 사격 시 포가는 방렬 상태로 고정되어 있고 포신만 전후로 왕복하며 반동을 상쇄해 버리므로 목표를 변경하지 않는 한 조준을 다시 할 필요가 없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개발된 ‘75mm 야포 modèle 1897(이하 M1897)’는 이처럼 중요한 주퇴복좌기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그래서 최초의 현대식 야포라고 불린다.

    M1897은 최초로 주퇴복좌기를 장착해 현대식 야포의 기원이 되었다. 연사력과 정확도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향상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1897은 최초로 주퇴복좌기를 장착해 현대식 야포의 기원이 되었다. 연사력과 정확도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향상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1890년 독일이 주퇴복좌기를 탑재한 야포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보불전쟁에서 패전의 수모를 당한 후 복수의 칼날을 갈아 오던 프랑스에게 심각한 위기였다. 즉시 대항마 개발에 착수했는데 시간을 단축하려고 브루주(Bourges) 조병창에서 무연 화약, 청동 탄피를 이용해 탄두와 장약을 일체화한 포탄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험용으로 제작한 57mm 포를 기반으로 했다.

    주퇴복좌기의 핵심은 유압 관련 기술이었는데 흥미롭게도 프랑스는 독일의 엔지니어인 하우스너(Konrad Haussner)로부터 관련 특허를 확보한 상태여서 개발을 먼저 시작한 독일보다 한걸음 먼저 나갔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는 독일보다 5년 정도 빠른 1897년에 세계 최초로 주퇴복좌기를 장착한 75mm 구경의 야포 개발에 성공했다. 분당 15발이라는 경이로운 연사력을 선보였고 사격 후에도 위치가 흔들리지 않아 명중률도 대폭 향상되었다.

    M1897의 주퇴복좌기. 단순해 보이는 구조지만 포 역사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불러온 장치다. < (cc) PHGCOM at Wikimedia.org >
    M1897의 주퇴복좌기. 단순해 보이는 구조지만 포 역사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불러온 장치다. < (cc) PHGCOM at Wikimedia.org >

    결과에 고무된 군은 M1897이라는 제식명을 부여한 후 양산을 지시했고 이듬해부터 배치와 동시에 프랑스군의 주력이 되었다. M1897이 기존 야포들을 5~10배 정도 앞서는 성능을 발휘하자 열강들이 앞다투어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야포의 도입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야포는 20세기 초가 되었을 때 당연한 대세가 되었다. 이처럼 M1897은 오늘날까지 패러다임을 따르는 새로운 야포의 시대를 개막한 선구자였다.


    특징

    M1897은 레일 위에 설치된 총신이 유압 실린더로 작동되는 피스톤 로드의 끝단 위와 연결되어 사격 직후 뒤로 미끄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 압축된 압력을 이용해 총신이 다시 원위치하며 다음 사격을 준비한다. 오늘날 사용하는 포들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주퇴복좌기가 보다 정교하게 작동하나 기본적으로는 같은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시대를 선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M1897의 강선 모습. 이후 등장하는 75mm 구경 야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출처 : (cc) Med at Wikimedia.org >
    M1897의 강선 모습. 이후 등장하는 75mm 구경 야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출처 : (cc) Med at Wikimedia.org >

    M1897은 사격 시스템이 상당히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아 2초면 발사와 원위치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분당 최대 30발까지 사격이 가능하나 총열의 냉각이나 자세 보정 등으로 10~15발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 오늘날 기준으로도 대단한 연사력이고 당연히 출현 당대에는 비교 대상이 없었다. 덕분에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군은 훨씬 적은 포와 병력으로 더 많은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제1차 대전 초기에 독일의 진격을 극적으로 막은 마른 전투 당시 사격 준비 중인 M1897. 하지만 이후 참호전으로 바뀌면서 화력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1차 대전 초기에 독일의 진격을 극적으로 막은 마른 전투 당시 사격 준비 중인 M1897. 하지만 이후 참호전으로 바뀌면서 화력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사실 75mm는 야포로는 소구경이어서 화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많다. 하지만 M1897의 탄생 당시에 포병은 나폴레옹 전쟁처럼 돌격하는 보병을 근접에서 직사로 지원하는 군사 교리가 통용되던 시절이어서 나름대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1차 대전이 참호전으로 고착화된 이후에는 구조물을 격파하는 데 심각한 화력 부족이 드러나면서 커다란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운용 현황

    M1897은 1897년부터 1940년까지 약 21,000여 문이 생산되었다. 프랑스 이외에 10개국 이상 나라에서 사용되었다. 프랑스가 식민지 저항 운동 탄압, 의화단 난 제압 등에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수많은 전쟁, 분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처럼 제1차 대전 초기에 전선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지만 도태되지 않고 독가스탄 발사처럼 보조 화기로 꾸준히 사용되었다.

    M1897을 주포로 장착한 생 샤몽 전차.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1897을 주포로 장착한 생 샤몽 전차.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연사력이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워 전차의 주포나 대공포로 개량되기도 했다. 전차, 대공포가 제1차 대전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무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M1897은 다른 무기의 탄생에도 크게 일조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대전이 발발한 후 프랑스가 조기에 항복하자 독일은 노획한 3,500여 문의 M1897을 개조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시점으로는 포구 속도가 느렸기에 대서양 방벽 등에 배치된 2선급 부대에서 운용했다.

    예포로 사용 중인 모습. 프랑스의 M1897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 출처 : (cc) Thesupermat at Wikimedia.org >
    예포로 사용 중인 모습. 프랑스의 M1897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 출처 : (cc) Thesupermat at Wikimedia.org >

    또한 수많은 포들의 탄생을 이끌었는데 미국의 75mm 전차포, 독일의 7,5cm Pak 등이 M1897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은 M1897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제2차 대전 당시에 이들의 활약상을 고려하면 M1897은 가히 모든 현대 야포의 아버지라고 할만하다. 제2차 대전을 기점으로 전투용으로는 도태되었으나 일부가 현재도 의전용 예포로 사용 중이다.


    변형 및 파생형

    Canon de 75 model 1897: 양산형

    Canon de 75 model 1897 < 출처 : (cc) Halibutt at Wikimedia.org >
    Canon de 75 model 1897 < 출처 : (cc) Halibutt at Wikimedia.org >

    Autocanon de 75 mm mle 1913: 1897 기반 대공포

    Autocanon de 75 mm mle 1913 < 출처 : Public Domain >
    Autocanon de 75 mm mle 1913 < 출처 : Public Domain >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3: 1897 기반 대전차포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3 < 출처 : (cc) Ecole d'application d'artillerie at Wikimedia.org >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3 < 출처 : (cc) Ecole d'application d'artillerie at Wikimedia.org >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8: 바퀴, 포방패 개량형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8 < 출처 : (cc) PHGCOM at Wikimedia.org >
    Canon de 75 mm mle 1897 modifié 1938 < 출처 : (cc) PHGCOM at Wikimedia.org >

    7.5 cm Pak 97/38: 1938 기반 독일 개량형 대전차포

    7.5 cm Pak 97/38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7.5 cm Pak 97/38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제원

    무게: 1,544kg
    포신: 2.69m
    전폭: 2.0m
    전고: 1.4m
    구경: 75mm
    앙각: −11°~ +18°
    선회각: 6°
    발사 속도: 분당 15~30발
    유효 사거리: 8.500m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75mm 야포 modèle 1897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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