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에식스급 항공모함
거대한 미국의 힘을 상징하다
  • 남도현
  • 입력 : 2021.12.14 09:10
    에식스급 항공모함은 32척 획득을 목표로 했으나 일본의 항복으로 24척만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정규 항모로는 최대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에식스급 항공모함은 32척 획득을 목표로 했으나 일본의 항복으로 24척만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정규 항모로는 최대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22년 타결된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과 이를 보완한 후속 조약들은 가장 많은 주력함을 지구상에서 일거에 사라지도록 만든 인류사에서 보기 드문 긍정적 사례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국, 영국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해 불만이 많던 일본은 1936년 조약에서 탈퇴하며 전력 증강에 나섰다. 3위 해군국이 이렇게 행동하자 여타 참여국들이 조약을 준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었다.

    요크타운급 3번 함 CV-8 호네트. 이를 운용한 경험을 기반으로 크기가 좀 더 커지고 성능이 개량된 에식스급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요크타운급 3번 함 CV-8 호네트. 이를 운용한 경험을 기반으로 크기가 좀 더 커지고 성능이 개량된 에식스급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일본은 물론 독일도 행동이 심상치 않자 1938년 미 의회는 해군법(Naval Act of 1938)을 가결했다. 세부 조항에 새롭게 위상이 부각 중인 항공모함(이하 항모)은 총 17만 5천 톤, 그리고 척당 최대 4만 톤까지 획득할 수 있게끔 허락되었다. 그러다가 이듬해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대전이 발발한 것이었다. 아직 중립이었지만 지난 제1차 대전에서처럼 언제 어디서 미국으로 불똥이 튈지 몰랐다.

    1940년 상반기에 미 해군은 조약형 항모인 렉싱턴급과 요크타운급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설계된 3척의 신예 항모를 발주했다. 항모 역사의 전설인 에식스급(Essex class)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만 해군법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정도의 의의가 있었고 아직은 거함거포주의를 숭상하던 이들이 많아 항모보다 전함, 중순양함 같은 수상함 확보를 우선시했기에 발주와 별개로 건조는 뒤로 밀렸다.

    작전 중 해상에 도열한 에식스급 항공모함들. 미국의 이런 물량 공세에 일본은 경쟁할 수 없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작전 중 해상에 도열한 에식스급 항공모함들. 미국의 이런 물량 공세에 일본은 경쟁할 수 없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그해 6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고 태평양을 두고 마주하는 일본이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은 7월 19일 양대양 해군법(Two Ocean Navy Act)을 제정해 본격적인 전력 증강에 나섰다.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전략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향후 5년 동안 총 132만 5천 톤의 군함을 추가로 획득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이었다. 에식스급 항모도 총 20만 톤에 8척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곧바로 발주가 이루어졌다.

    이런 준비를 거쳐 1941년 4월 28일 초도함 에식스(Essex)를 시작으로 12월 1일까지 총 5척의 동급 항모(순서대로 CV-9, CV-16, CV-17, CV-10, CV-11)가 순차적으로 건조에 들어갔다. 덕분에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은 나름대로 대비를 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전시 체제로 전환해도 항모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43년 4월 15일에 있었던 2번 함 CV-10 요크타운의 취역식.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전설을 쓰고 산화한 CV-5의 이름을 승계한 것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3년 4월 15일에 있었던 2번 함 CV-10 요크타운의 취역식.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전설을 쓰고 산화한 CV-5의 이름을 승계한 것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1942년 초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5월의 산호해 해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을 거치면서 항모가 전함을 밀어내고 바다의 주인공으로 등극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항모의 소모가 커졌고 누가 더 많은 항모를 투입하냐에 따라 전쟁의 방향이 바뀔 것은 분명했기에 대규모 추가 발주가 이루어졌다. 직후인 10월에 벌어진 산타크루즈 해전은 태평양전쟁의 명운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틀간의 격전 끝에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의 참패를 부분적으로 복수하는 데 성공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이를 기점으로 쇠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CV-8 호넷을 잃고 CV-6 엔터프라이즈가 대파 당하면서 순식간 태평양에서 항모 전력이 사라져 버렸다. 반면 일본은 이 전투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팽창을 선두에서 이끌어오던 고급 조종사 인력이 소모되어 항모를 제대로 운용하기가 곤란해졌다.

    에섹스급은 미국이 가장 항모전력이 절실할 때 양산되었던 항모전력의 중핵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에섹스급은 미국이 가장 항모전력이 절실할 때 양산되었던 항모전력의 중핵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처럼 양측 모두가 항모 전력이 고갈된 직후부터 미국은 초도함 에식스를 필두로 동급 항모들을 무서운 속도로 쏟아냈다. 가장 절실히 원하던 시점에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등장했던 것이었다. 전작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훈이 반영되어 탄생한 에식스급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종횡무진 바다를 누볐다. 그렇게 1943년이 지나가자 일본은 승전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아야 했다.


    특징

    에식스급의 구조와 형태는 군축조약과 전쟁이라는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조약 때문에 2만 톤 정도의 크기로 건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필연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기 어려웠으나 처음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폭주와 조약의 와해로 말미암아 기준 배수량 2만 7,000톤의 대형 항모로서 건조가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존재한 항모의 운용 결과가 반영되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4년 11월 필리핀해 인근을 항해 중인 CV-11 인트레피드. 에식스급은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최고의 항공모함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4년 11월 필리핀해 인근을 항해 중인 CV-11 인트레피드. 에식스급은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최고의 항공모함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사실 의회로부터 최대 4만 톤까지 제작을 허락받은 상태였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항모는, 특히 정규 항모는 클수록 좋다는 경험을 얻었다. 그 결과 제트시대의 도래 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SCB-27, SCB-125 같은 현대화 개장을 실시해서 수명을 연장하거나 헬기를 운용하는 상륙강습함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후속함인 미드웨이급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개장을 통한 변화를 알 수 있는 비교 사진. < 출처 : Public Domain >
    개장을 통한 변화를 알 수 있는 비교 사진. < 출처 : Public Domain >

    비행갑판, 격납고 등이 요크타운급보다 커서 함재기를 10퍼센트 정도 많은 100기 정도를 탑재할 수 있었고 선미, 선수 중앙과 좌현에 승강기가 설치되어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화재 발생 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롤러 커튼식의 방화벽 등이 설치되어 안정성이 향상되었다. 전함처럼 중장갑을 두르지는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방어력이 향상되었다. 가장 많이 활약했으면서도 격침된 사례가 없다는 점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운용 현황

    에식스급은 총 32척 획득을 예정으로 전통의 뉴포트 뉴스 조선소(Newport News Shipbuilding)를 비롯한 5곳의 조선소에서 제작되어 전쟁 중 17척이 전선에 투입되었고 그때까지 완공을 보지 못한 7척은 종전 후에 배치가 이루어졌다. 정규 항모로 24척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재현되기 어려운 규모로 평가된다. 전시라는 상황 때문이기는 하나 미국의 엄청난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한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1945년 5월 11일 카미카제로부터 직격을 당해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CV-17 벙커힐. 에식스급이 전쟁 후반기에 투입되었다고 결코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 Public Domain >
    1945년 5월 11일 카미카제로부터 직격을 당해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CV-17 벙커힐. 에식스급이 전쟁 후반기에 투입되었다고 결코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 Public Domain >

    전쟁 중이어서 배치와 동시에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산타크루즈 해전 이후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1944년 6월 필리핀해 해전까지 항공모함 함대 간의 대결은 없었다. 때문에 에식스급은 상륙전 등에서 항공 지원을 주로 담당했다. 그렇다고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잠수함이나 카미카제의 공격 등으로 CV-13 프랭클린과 CV-17 벙커힐은 함의 포기를 고민했을 정도로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동급 함 중 가장 마지막으로 1991년에 퇴역한 후 코퍼스 크리스티 해안에 정박해 박물관으로 이용 중인 CV-16 렉싱턴. < 출처 : (cc) Matthew T Rader at Wikimedia.org >
    동급 함 중 가장 마지막으로 1991년에 퇴역한 후 코퍼스 크리스티 해안에 정박해 박물관으로 이용 중인 CV-16 렉싱턴. < 출처 : (cc) Matthew T Rader at Wikimedia.org >

    에식스급은 단기간에 제작되었어도 호위항공모함처럼 성능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많이 만들어졌기에 제2차 대전 종전 직후 1949년까지 17척이 퇴역했다. 이후 냉전이 격화되고 여러 차례의 현대화 개량을 하면서 재취역과 퇴역을 반복했다. 6.25전쟁 중에도 십여 척이 한반도에 순환 배치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많은 전쟁, 분쟁에 참여했다. 1991년 CV-16 렉싱턴이 퇴역하면서 에식스급은 모든 활약을 종료했다.


    변형 및 파생형

    CV-9 Essex
    취역 1942년 12월
    퇴역 1947년 1월
    재취역 1951년 1월
    재퇴역 1969년 6월

    CV-9 Essex < 출처 : Public Domain >
    CV-9 Essex < 출처 : Public Domain >

    CV-10 Yorktown
    취역 1943년 4월
    퇴역 1947년 1월
    재취역 1953년 1월
    재퇴역 1970년 6월
     
    CV-11 Intrepid
    취역 1943년 8월
    퇴역 1947년 3월
    재취역 1952년 2월
    재퇴역 1974년 3월

    CV-11 Intrepid < 출처 : US Navy >
    CV-11 Intrepid < 출처 : US Navy >

    CV-12 Hornet
    취역 1943년 11월
    퇴역 1947년 1월
    재취역 1951년 3월
    재퇴역 1970년 6월
     
    CV-13 Franklin
    취역 1944년 1월
    퇴역 1947년 2월

    CV-13 Franklin < 출처 : Public Domain >
    CV-13 Franklin < 출처 : Public Domain >

    CV-14 Ticonderoga
    취역 1944년 5월
    퇴역 1947년 1월
    재취역 1954년 10월
    재퇴역 1973년 9월
     
    CV-15 Randolph
    취역 1944년 10월
    퇴역 1948년 2월
    재취역 1953년 7월
    재퇴역 1969년 2월

    CVS-15 Randolph로 재취역후 1969년 퇴역 직전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CVS-15 Randolph로 재취역후 1969년 퇴역 직전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CV-16 Lexington
    취역 1943년 2월
    퇴역 1947년 4월
    재취역 1955년 8월
    재퇴역 1991년 11월
     
    CV-17 Bunker Hill
    취역 1943년 5월
    퇴역 1947년 1월

    CV-17 Bunker Hill < Public Domain >
    CV-17 Bunker Hill < Public Domain >

    CV-18 Wasp
    취역 1943년 11월
    퇴역 1947년 2월
    재취역 1951년 9월
    재퇴역 1972년 7월
     
    CV-19 Hancock
    취역 1944년 4월
    퇴역 1947년 5월
    재취역 1954년 2월
    재퇴역 1976년 1월

    CV-19 Hancock, 1968년 진주만 근해의 모습 < 출처 : US Navy >
    CV-19 Hancock, 1968년 진주만 근해의 모습 < 출처 : US Navy >

    CV-20 Bennington
    취역 1944년 8월
    퇴역 1946년 11월
    재취역 1952년 11월
    재퇴역 1970년 1월
     
    CV-21 Boxer
    취역 1945년 4월
    퇴역 1969년 12월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CV-31 Bon Homme Richard
    취역 1944년 11월
    퇴역 1947년 1월
    재취역 1951년 1월
    재퇴역 1971년 7월
     
    CV-32 Leyte
    취역 1946년 4월
    퇴역 1959년 2월

    CV-32 Leyte < 출처 : Public Domain >
    CV-32 Leyte < 출처 : Public Domain >

    CV-33 Kearsarge
    취역 1946년 3월
    퇴역 1950년 6월
    재취역 1952년 2월
    재퇴역 1970년 2월
     
    CV-34 Oriskany
    취역 1950년 9월
    퇴역 1957년 1월
    재취역 1959년 3월
    재퇴역 1976년 9월

    CV-34 Oriskany < 출처 : Public Domain >
    CV-34 Oriskany < 출처 : Public Domain >

    CV-35 Reprisal
    건조 중 취소
     
    CV-36 Antietam
    취역 1945년 1월
    퇴역 1949년 1월
    재취역 1951년 1월
    재퇴역 1963년 5월

    CV-36 Antietam < 출처 : US Navy >
    CV-36 Antietam < 출처 : US Navy >

    CV-37 Princeton
    취역 1945년 11월
    퇴역 1949년 6월
    재취역 1950년 8월
    재퇴역 1970년 1월
     
    CV-38 Shangri-La
    취역 1944년 9월
    퇴역 1947년 11월
    재취역 1951년 5월
    재퇴역 1971년 7월

    1970년 퇴역직전 베트남전에 마지막으로 투입된 CVS-38 Shangri-La< 출처 : Public Domain >
    1970년 퇴역직전 베트남전에 마지막으로 투입된 CVS-38 Shangri-La< 출처 : Public Domain >

    CV-39 Lake Champlain
    취역 1945년 6월
    퇴역 1947년 2월
    재취역 1952년 9월
    재퇴역 1966년 5월
     
    CV-40 Tarawa
    취역 1945년 12월
    퇴역 1949년 6월
    재취역 1951년 2월
    재퇴역 1960년 5월

    CV-40 Tarawa < 출처 : US Navy >
    CV-40 Tarawa < 출처 : US Navy >

    CV-45 Valley Forge
    취역 1946년 11월
    퇴역 1970년 1월
     
    CV-46 Iwo Jima
    건조 중 취소
     
    CV-47 Philippine Sea
    취역 1946년 5월
    퇴역 1958년 12월

    CV-47 Philippine Sea < 출처 : Public Domain >
    CV-47 Philippine Sea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경하 배수량: 27,100톤 / 33,000톤(SCB-27 개장 후)
    만재 배수량: 34,500톤 / 43,000톤(SCB-27 개장 후)
    전장: 270.7m
    선폭: 28.4m
    흘수: 7m
    추진기관: 8×밥콕 윌콕스 보일러(110,000kW)
                   4×웨스팅 하우스 터빈
    속력: 33노트
    무장: 12×5인치 함포
             32~72×40mm 보포스 대공포
             55~76×20mm 오리컨 대공포
    함재기: 90~100기 탑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에식스급 항공모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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