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루거 P08 권총
성능보다 멋진 외형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은 권총
  • 남도현
  • 입력 : 2021.12.09 08:48
    루거 P08 권총. 특유한 외형 때문에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권총 중 하나다. < (cc) Luger_IMG_6768.jpg: Rama at Wikimedia.org >
    루거 P08 권총. 특유한 외형 때문에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권총 중 하나다. < (cc) Luger_IMG_6768.jpg: Rama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리볼버는 지금도 사용되기는 하나 자동권총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져서 군이나 특수 목적용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권총이 원래 용도가 한정적인 무기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동권총은 휴대용 무기의 역사를 크게 바꾸었을 만큼 획기적이었다. 최초의 자동권총이 무엇이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편이나 19세기가 끝날 무렵에 탄생해 20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본격적인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크게 이견이 없다.

    최초로 양산된 자동권총인 보어하르트 C-93. 특유의 토글 액션 방식이 P08에게 영향을 주었다. < 출처 : (cc) Amendola90 at Wikimedia.org >
    최초로 양산된 자동권총인 보어하르트 C-93. 특유의 토글 액션 방식이 P08에게 영향을 주었다. < 출처 : (cc) Amendola90 at Wikimedia.org >

    1893년에 독일 DWM(Deutsche Waffen und Munitions Fabriken)의 엔지니어인 후고 보르하르트(Hugo Borchardt)가 개발한 C-93은 맥심 기관총에 사용된 토글 액션(Toggle action) 방식으로 작동되는 자동권총이다. 최초로 양산이 이루어진 자동권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나 약 3,000여 정만 제작되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구조가 복잡해서 툭하면 고장이 발생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서 휴대가 어렵다는 단점 때문이었다.

    게오르그 루거(Georg Luger)는 C-93을 판매하기 위해 1894년 미 해군과 접촉해서 시연회까지 열었으나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납품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C-93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동권총 개발에 착수했다. 일단 권총답게 크기를 줄이는 일이 문제였다. 단순한 것 같아도 성능은 더 좋으면서 반대로 크기는 줄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게오르그 루거는 C-93의 한계를 인식하고 토글액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권총을 개발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게오르그 루거는 C-93의 한계를 인식하고 토글액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권총을 개발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루거는 시행착오 끝에 토글 액션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C-93과 전혀 다른 루거 Model 1900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오스트리아, 브라질, 불가리아, 캐나다, 칠레,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러시아,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등이 테스트용으로 구매했을 만큼 주목을 받았고 1900년에 7.65mm 파라벨럼탄을 사용하는 모델 3,000정을 스위스 육군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스위스 루거(Swiss Luger)로도 불리는 루거 P1900이다.

    루거 Model 1900. 스위스에 루거 P1900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루거 Model 1900. 스위스에 루거 P1900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같은 시기에 루마니아에 민수용으로 판매도 성공했다. 비록 콜트 .45에 패했지만 1907년에 DWM는 미 육군이 실시한 제식 권총 사업에 .45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루거 Model 1907을 내세워 경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인기도 끌고 적극적인 판촉을 실시했음에도 정작 독일군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904년 해군이 루거 P04라는 이름으로 납품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문을 뚫었다.

    1907년 실시된 미 육군 제식 권총 사업에서 콜트 .45 구경(위)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루거 .45(아래) < 출처 : Public Domain >
    1907년 실시된 미 육군 제식 권총 사업에서 콜트 .45 구경(위)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루거 .45(아래)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러나 핵심인 육군에서는 1908년에서야 채택했고 이때 비로소 루거 P08이라는 제식 부호를 얻었다. 나중에 성능에 비해 과할 정도의 명성을 얻게 되나 이처럼 P08은 자국 내에서 관심을 얻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당시 독일은 국력을 쏟아부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군비의 상당 부분이 건함 경쟁을 벌이던 해군에 지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호신용으로나 사용하는 권총이 급한 무기가 아니었다.

    P08은 참호전에서 유용한 무기로 평가되며 병사들에게 애용되게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P08은 참호전에서 유용한 무기로 평가되며 병사들에게 애용되게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많은 어려움 끝에 납품이 되었어도 장교들에게 지급되는 단순한 무기로 취급되던 P08은 제1차 대전이 발발한 후 입지가 달라졌다. 참호전이 일상화되면서 속사가 가능한 권총이 좁은 곳에서 전투를 벌일 때 사용하기 편리한 무기로 등장하면서 P08을 병사들도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기계적인 신뢰성이 좋지 않아 활약상이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나 당시 독일로서는 대안이 없었다. 그렇게 P08은 유명한 권총의 반열에 올랐다.


    특징

    P08의 가장 큰 특징은 쇼트리코일 방식의 일종인 토글 액션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C-93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사격 시 발생하는 반동으로 토글이 뒤로 젖혀지면서 탄피를 배출하고 원위치하면서 다음 탄환을 장전하는 구조다. 둥그런 모양과 커다란 작동 범위가 인상적이어서 토글은 P08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이 많아 제작이 어렵고 그만큼 비쌌다.

    토글이 후퇴된 상태의 모습. 사격 시에는 자동으로 후퇴, 전진이 이루어진다. < 출처 : (cc) Real.mrcleaner at Wikimedia.org >
    토글이 후퇴된 상태의 모습. 사격 시에는 자동으로 후퇴, 전진이 이루어진다. < 출처 : (cc) Real.mrcleaner at Wikimedia.org >

    어처구니없게도 한때는 이런 복잡함이 최첨단의 상징처럼 여겨져 인기를 끄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당시 금속 가공 기술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된 것이지 개발자들이 일부러 구조를 복잡하게 하거나 부품을 많이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구경 권총으로는 드물게 격발 방식이 단순한 스트라이커식이라는 점이 증거다. 결국 정비 요소도 많은 데다 쉽게 고장이 발생하고 수리도 어려워 야전에서 불만이 많았다.

    루거 P08의 단면도.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이 많이 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비용도 비쌌다. 해군에 납품된 루거 P04. < 출처 : (cc) Rock Island Auction Co. at Wikimedia.org >
    루거 P08의 단면도.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이 많이 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비용도 비쌌다. 해군에 납품된 루거 P04. < 출처 : (cc) Rock Island Auction Co.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P08은 M1900부터 따진다면 1900년부터 생산되었는데 소량이지만 현재도 미국 등에서 민수용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정확한 제작 수량은 파악되지 않으나 대략 300~400만 정 정도로 추산된다. 제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1922년 9mm탄의 사용이 금지되었고 재무장 후에는 P38이 제식 권총이 되면서 도태될 예정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이 194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루거 08 권총들은 1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 권총으로 사용되었는데, 특히 TM-08 드럼탄창과 개머리판이 장착된 포병모델은 참호전에서 돌격시 기관단총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루거 08 권총들은 1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 권총으로 사용되었는데, 특히 TM-08 드럼탄창과 개머리판이 장착된 포병모델은 참호전에서 돌격시 기관단총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독일 외에도 30여 개국에서 도입했고 수많은 전쟁, 분쟁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권총이라서 전투의 향방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없으나 제1차 대전에서 참호전에 사용되며 명성을 올렸다. 특히 32발을 탑재할 수 있는 트롬멜(Trommel) 탄창과 개머리판을 장착한 변형이 등장하면서 마치 기관단총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호한 정확도, 사거리와는 별개로 기계적 안정성이 떨어져 불만이 많았다.

    해군에 납품된 루거 P04. 육군에 납품된 루거 P08에 비해 총신이 긴 특징이 있다. < 출처 : (cc) Hmaag at Wikimedia.org >
    해군에 납품된 루거 P04. 육군에 납품된 루거 P08에 비해 총신이 긴 특징이 있다. < 출처 : (cc) Hmaag at Wikimedia.org >

    그럼에도 P08은 지금도 인기가 많은 권총이다. P38 채택 후 도태 장비로 분류되었기에 제2차 대전 당시에는 무장이 중요하지 않은 고위 장교들에게나 지급했었다. 때문에 이를 노획했다면 고위 장교를 사살 혹은 포로로 잡았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렸다. 때문에 연합군 병사, 특히 총기 문화에 익숙한 미군 병사들이 가지고 싶어 했다. 더불어 특유의 미려한 모양 때문에 소장가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권총이 되었다.

    P08은 야전에서 운용하는 데 문제점이 많으나 특유의 인상적인 외형과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 고위 장교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처럼 여겨지면서 인기가 많다. 사진은 쿠르트 달루에게 경찰상급대장의 모습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P08은 야전에서 운용하는 데 문제점이 많으나 특유의 인상적인 외형과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 고위 장교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처럼 여겨지면서 인기가 많다. 사진은 쿠르트 달루에게 경찰상급대장의 모습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루거 P08: 3.9인치(100mm) 길이 총열의 기본형 모델

    루거 P08 < 출처 : (cc) P. Mateus at Wikimedia.org >
    루거 P08 < 출처 : (cc) P. Mateus at Wikimedia.org >

    루거 P08 Marine: 전환식 2단 리어사이트, 6인치 총신을 가진 해군용.

    루거 P08 Marine < 출처 : Public Domain >
    루거 P08 Marine < 출처 : Public Domain >

    루거 P08 Artillerie: 드럼식 탄창과 개머리판을 부착한 참호전용 권총.

    루거 P08 Artillerie < 출처 :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
    루거 P08 Artillerie < 출처 :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



    제원

    제작사: DWM 외
    구경: 9mm, 7.65mm
    탄약: 9×19mm 파라벨럼, 7.65×21mm 파라벨럼
    탄창: 8발, 32발
    전장: 222mm
    중량: 871g
    유효 사거리: 50m
    작동 방식: 토글액션, 쇼트리코일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루거 P08 권총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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