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비스마르크급 전함
부활한 독일 해군의 자랑이 되고 싶었으나
  • 남도현
  • 입력 : 2021.12.03 08:48
    한때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던 비스마르크의 취역 당시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한때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던 비스마르크의 취역 당시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14년 제1차 대전이 발발했을 당시에 독일은 세계 2위의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400여 년간 바다의 패권을 잡아 온 영국도 상당히 신경 쓰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한 후 운명이 바뀌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연합국에게 난도질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독일은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치욕을 피하고자 수많은 주력함을 자침 시켰다. 순식간 8할의 전력이 사라지면서 독일 해군은 몰락했다.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건조된 순양함 어드미럴 쉬어. 배수량 제한 때문에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방어력이 상당히 취약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영국에서는 포켓 전함이라 불렀다. < 출처 : Public Domain >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건조된 순양함 어드미럴 쉬어. 배수량 제한 때문에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방어력이 상당히 취약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영국에서는 포켓 전함이라 불렀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나마 나머지 전력도 노후 함을 대체할 경우에만 신규 건조가 가능했고 배수량의 제한을 받았다. 그러던 1935년 3월 히틀러가 독일의 재무장을 전격 선언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전차, 전투기처럼 그동안 개발과 보유에 제한을 받아오던 무기들을 대놓고 만들어내면서 육군과 공군은 괄목상대할 만큼 증강되었다. 하지만 해군은 상황이 달랐다. 의지가 있다고 쉽게 전력을 늘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해군은 보유한 함정의 질과 양으로 전력이 결정되나 이를 달성하려면 여타 무기에 비해 막대한 비용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과거의 영화를 복구하려는 해군의 의지는 강력했다. 비록 히틀러의 호전성으로 말미암아 전쟁이 일찍 시작되면서 단지 서류 상의 구상으로 끝나게 되지만 ‘Z 계획’에 따라 영국 해군을 만나면 도망가지 않을 정도의 전력을 1940년대 중반까지 구축하려고 했다.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한 후 건조된 중순양함 블뤼허. 영독해군조약에 순양함은 배수량이 10,000톤 이하여야 하나 독일은 17,000톤 규모로 제작했다. 이처럼 연합국을 속이는 방법은 비스마르크에도 적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한 후 건조된 중순양함 블뤼허. 영독해군조약에 순양함은 배수량이 10,000톤 이하여야 하나 독일은 17,000톤 규모로 제작했다. 이처럼 연합국을 속이는 방법은 비스마르크에도 적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독일의 재무장은 주변국들에게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그러자 20세기 초에 있었던 건함 경쟁을 끔찍한 기억으로 생각하던 영국은 철퇴 대신에 당근을 주어 독일을 달래려 했다. 1935년 6월 18일, 독일 해군의 재무장을 인정하되 보유 주력함 총 톤수를 영국의 35퍼센트까지 그리고 척당 최대 배수량은 35,000톤 이하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해군조약을 체결했다.

    족쇄가 풀렸으나 지난 20년간 건조 경험이 없었기에 독일은 제1차 대전 이전에 확보한 기술로 전함을 만들어야 했다. 이에 1936년 6월부터 기존 바이에른급 전함을 기초로 2척의 새로운 전함 건조에 착수했다. 조약을 체결한 지 불과 1년 만이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는 의미였다. 사실 전력 증강에 대한 준비는 히틀러의 재군비 선언 전부터 비밀리에 차근차근 진행해 오고 있었다.

    1940년 취역 직후의 비스마르크. 이듬해 야마토가 배치되면서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0년 취역 직후의 비스마르크. 이듬해 야마토가 배치되면서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표면적으로는 35,000톤급 전함이라고 공표했지만 처음부터 이를 따를 생각은 없었다. 사실 영국의 주력 함과 대결을 벌이려면 15인치급 함포를 장착해야 했는데 독일의 부족한 기술력으로는 35,000톤 선체에 이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결국 배수량이 늘어나야 했는데 이왕 그렇게 된 이상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크기가 더욱 늘어나 영국이 보유한 순양전함 후드보다 더 큰 만재 배수량 50,300톤의 세계 최대의 전함이 되었다.

    독일은 어차피 양으로 영국을 넘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질로써 최대한 격차를 줄이고자 했던 것이다. 초도함에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이름을 부여했고 2번 함에는 독일 해군을 한때 세계 2위까지 끌어올렸던 티르피츠 전 해군성 장관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를 정복하면서 독일이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하던 1940년 8월 24일, 초도함 비스마르크가, 이듬해 2월에 티르피츠가 각각 취역했다.

    건조 당시 비스마르크의 하부 모습. 독일은 부활한 해군의 희망이 되기를 원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건조 당시 비스마르크의 하부 모습. 독일은 부활한 해군의 희망이 되기를 원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비스마르크급은 1941년 등장한 일본의 야마토에 밀려 1년 만에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았지만 제2차 대전 당시에 유럽 전역에서 활약한 가장 큰 전함이었다. 특히 실전에서 입증된 강력한 화력은 비스마르크급의 상징이었다. 당연히 독일이 걸었던 기대는 상당했다. 현실적으로 독일 해군이 연합국 해군을 앞설 수는 없어도 무기력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부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아무리 전략적으로 전쟁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어도 해군의 경우는 오히려 제1차 대전 발발 당시보다 전력 격차가 더욱 컸으니 영국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오히려 약소국 노르웨이를 침공하다가 취역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최신 중순양함 블뤼허가 격침당해 선저를 하늘로 드러내는 망신을 당했을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티르피츠의 진수식. 별다른 활약 없이 거함거포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사라진 공룡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티르피츠의 진수식. 별다른 활약 없이 거함거포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사라진 공룡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비스마르크급을 앞세워 뭔가 시도했으나 결과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함대함 대결에서는 밀리지 않는 성능을 발휘했어도 독불장군이었다. 결국 비스마르크는 취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격침당했고 티르피츠는 단지 위용만 자랑하다 1944년이 끝나가던 무렵에 생을 마감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많았던 일생을 산 거함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징

    비스마르크급은 독일에서 건조된 전함답게 전반적으로 선체가 낮은 편이다. 미국의 군함에게 파나마 운하라는 제약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독일의 군함도 북해와 발트해를 직접 연결하는 킬 운하의 통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비스마르크급도 선폭, 전장, 홀수선이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덕분에 선체가 날렵한 유선형이어서 주행 속도가 당대 전함 중 최고 수준이었다.

    비스마르크급의 전방 포탑 모습. 380mm 대구경 포가 전후방 4개의 포탑에 쌍열로 장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비스마르크급의 전방 포탑 모습. 380mm 대구경 포가 전후방 4개의 포탑에 쌍열로 장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독일 수상함의 특징 중 하나가 체급에 비해 강력한 무장을 갖췄다는 점이다. 비스마르크급도 영국 해군 주력함과의 결전을 염두에 두고 주먹으로 380mm 52구경장 SK C/34 함포를 탑재했다. 이는 배수량을 증가시킨 가장 큰 이유였다. 가장 빠른 속사 능력을 가진 거포였으나 구경에 비해 포탄의 중량이 가벼워 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주포의 가동 폭이 크지 않아 교전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취역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전함답게 육중한 장갑을 장착했고 재질도 최고였다. 그럼에도 방어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차대전 당시에 활약한 바이에른급이 베이스가 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공 전투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것처럼 설계 사상이 시대에 뒤져 가장 중요한 상부와 측면이 오히려 취약했다. 방어력을 선택적으로 집중해 강화하지 못해 단지 배수량만 늘렸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티르피츠의 구조도. 체급이나 장갑의 재질에 비해 방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출처 : Public Domain >
    티르피츠의 구조도. 체급이나 장갑의 재질에 비해 방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1941년 독일 해군은 비스마르크를 위시한 독일 함대가 영국 해군의 시선을 뺏는 틈을 이용해 U보트들이 수송선단을 공격하는 ‘라인연습’ 작전을 수립했다. 하지만 영국의 정보망은 독일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5월 18일 비스마르크가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과 함께 항구를 나서자 이들을 영접하려고 전함 5척, 순양함 14척, 항공모함 2척, 구축함 21척으로 구성된 영국 함대가 출동했다.

    영국 순양함 도르셀쉬어에 의해 구조되는 비스마르크의 승조원들. 2,300여 명중 111명만 생존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영국 순양함 도르셀쉬어에 의해 구조되는 비스마르크의 승조원들. 2,300여 명중 111명만 생존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5월 24일 새벽 05시 37분, 마침내 비스마르크와 이를 추격한 영국 함대가 조우하면서 교전이 시작되었다. 이때 비스마르크가 가한 포격이 영국의 자부심인 후드의 중앙을 정확히 가격해 격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인상적인 전과를 올렸으나 비스마르크는 영국 해군의 맹렬한 추격에 발목이 잡히면서 결국 5월 27일, 취역한 지 8개월 만에, 그리고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지 불과 9일 만에 최후를 맞이했다.

    2번 함 티르피츠는 노르웨이의 트론하임에 배치되어 연합국과 소련의 해상로 견제 임무를 수행했다. 영국 해군은 피오르드 협곡에 숨어 있다가 기습을 가하고 도주하기를 반복하는 티르피츠를 잡으려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1944년에 작전이 공군에게 이관되었다. 결국 수차례의 폭격을 받은 끝에 11월 12일 티르피츠는 전복되어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2척의 비스마르크급은 유럽에서 거함거포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영국 공군의 폭격을 받는 티르피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1944년 11월 12일 생을 마감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영국 공군의 폭격을 받는 티르피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1944년 11월 12일 생을 마감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비스마르크(Bismarck)
    기공 1936년 7월 1일
    진수 1939년 2월 14일
    취역 1940년 8월 24일
    침몰 1941년 5월 27일

    비스마르크 < 출처 : Public Domain >
    비스마르크 < 출처 : Public Domain >

    티르피츠(Tirpitz)
    기공 1936년 11월 2일
    진수 1939년 4월 1일
    취역 1941년 2월 25일
    침몰 1944년 11월 12일

    티르피츠 < 출처 : Public Domain >
    티르피츠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비스마르크)

    경하 배수량: 41,700톤
    만재 배수량: 50,300톤
    전장: 256.1m
    선폭: 36m
    흘수: 10.8m
    추진기관: 12×Wagner 보일러(총 138,000shp)
                    3×Blohm & Voss 기어드 터빈, 3축 추진
    속력: 29노트
    항속 거리: 8,525해리(19노트)
    무장: 4×2연장 38cm L52 SK C/34 주포
            6×2연장 15cm L55 SK C/28 부포
            8×2연장 10.5cm L65 SK C/33 대공포
            8×2연장 3.7cm L83 SK C/30 대공포
    함재기: 4×Ar196 정찰기
    레이더: FuMO 23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비스마르크급 전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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