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대전차 로켓을 대체할 근거리용으로 개발된 2세대 대전차 미사일
  • 최현호
  • 입력 : 2021.12.02 08:50
    미라벨 열상 조준장치를 장착한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출처 : MBDA>
    미라벨 열상 조준장치를 장착한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출처 : MBDA>


    개발의 역사

    지상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전차를 막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공중에서는 전투기나 공격헬기를, 지상에서는 전차를 사용한다. 보병들도 대전차 미사일이나 휴대용 로켓 무기로 전차를 막는다. 그러나, 보병이 운용하는 무기들은 이동성 문제로 중량의 제약이 있고,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프랑스 육군이 1970년대까지 운용한 M20A1 슈퍼 바주카 로켓포 <출처 : modernfirearms.net>
    프랑스 육군이 1970년대까지 운용한 M20A1 슈퍼 바주카 로켓포 <출처 : modernfirearms.net>

    보병용 대전차 무기 가운데 무반동포나 로켓포 같은 휴대용 직사 무기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하면서 현재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 육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공여하거나 판매한 M20A1 슈퍼 바주카(Super Bazooka) 로켓포를 운용했다. M20A1의 기본 모델인 M20은 1944년 등장한 모델인 만큼 냉전기에 발전해가는 바르샤바 조약군 전차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프랑스군은 1960년대 중반부터 M20A1을 대체할 새로운 로켓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초반부터 LRAC F1 89mm 로켓포를 생산하여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소련이 125mm 활강포를 탑재한 T-72 전차 같은 강력한 전차를 개발하자 LRAC F1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M20A1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LRAC F1 로켓포 <출처 (cc) Gkrpng at wikimedia.org>
    M20A1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LRAC F1 로켓포 <출처 (cc) Gkrpng at wikimedia.org>

    프랑스군은 1970년대 말부터 이를 대체할 최대 사거리 600m, 현재와 미래의 전차를 상당한 정확도로 파괴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대전차 무기 개발을 요구했다. 요구 조건은 2000년대 등장할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으면서, 자이로스코프와 와이어 링크가 없는 첨단 조준장비를 갖춘 간단한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높은 정밀도를 가지며, 밀폐된 곳에서도 발사가 가능해야 했고, 중량은 12kg 미만, 그리고 낮은 비용을 가져야 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군이 보유했던 밀란(MILAN)과 밀란 2 대전차 미사일보다 뛰어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ACCP 프로토타입 <출처 : stringfixer.com>
    ACCP 프로토타입 <출처 : stringfixer.com>

    하지만, 프랑스 방산 및 항공우주회사 에어로스파시알-마트라(Aerospatiale-Matra, 현재 MBDA)는 당시 군의 요구 조건이 기술 수준 등을 따져볼 때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회사는 군의 요구 조건보다는 약간 낮은 성능의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 ACCP(Anti Char Courte Portée, 영어 Short Range Anti-tank Weapon System)를 제안했다.

    ACCP는 45km/h로 움직이는 목표를 최대 600m에서 안정적으로 타격하고, 도시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의 제한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을 목표로 했다. 교란과 능동방어 장치에 대응하기 위해 밀란과 같은 유선 반자동시선유도(SACLOS, 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 방식을 유지했다.

    밀폐된 실내에서 발사된 에릭스 미사일 <출처 : strategic-bureau.com>
    밀폐된 실내에서 발사된 에릭스 미사일 <출처 : strategic-bureau.com>

    회사는 군에서 수용 가능한 비용을 맞추기 위해 밀란에 사용된 부품과 장치를 사용하고 최적화시킴으로써 비용 목표를 달성했다. 사거리가 600m인 미사일은 사거리 2,000m인 밀란의 것보다 1/3 가격이었고, 발사 장치는 1/7 정도로 저렴했다.

    ACCP의 첫 시제품은 1982년 시험을 위해 프랑스 국방부에 납품되었다. 하지만, ACCP를 평가한 프랑스군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잠시 보류 상태에 들어간 프로그램은 1989년, 프랑스와 캐나다는 신형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 공동 생산에 합의하면서 다시 본격화되었고, 에릭스(Eryx)라는 명칭이 붙었다.

    에릭스는 1인 운용이 가능한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이다. <출처 : strategic-bureau.com>
    에릭스는 1인 운용이 가능한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이다. <출처 : strategic-bureau.com>

    에릭스는 1994년부터 프랑스 육군에 도입이 시작되었고, 공동 생산국인 캐나다 육군도 도입했다. 에릭스는 몇 개 국가에 수출도 이루어졌지만, 밀란 대전차미사일 정도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MBDA는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을 1,000발 시험 발사하여 95%의 명중률을 가진다고 홍보했다.


    특징

    삼각대를 사용하여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한 에릭스 미사일 <출처 : strategic-bureau.com>
    삼각대를 사용하여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한 에릭스 미사일 <출처 : strategic-bureau.com>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삼각대를 쓰지 않고도 운용이 가능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다. 유선 반자동시선유도(SACLOS) 방식으로 사수가 조준장치로 이동하는 표적을 따라 조준하면 조준장치와 케이블로 연결된 미사일이 조종 신호를 받아 목표를 향하게 된다.

    에릭스 미사일 시스템 설명도 <출처 : defense.gouv.fr>
    에릭스 미사일 시스템 설명도 <출처 : defense.gouv.fr>

    이 방식은 사수가 표적에 명중할 때까지 조준을 유지해야 하고, 유선 유도의 경우 케이블이 끊어지면 미사일이 목표를 찾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미사일에 탐색기를 장착하지 않아도 되기에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교란에 비교적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발사관과 미사일 치수 <출처 : weaponsystems.net>
    발사관과 미사일 치수 <출처 : weaponsystems.net>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크게 미사일이 들어 있는 발사관과 조준 및 발사 장치(이하 조준장치)로 이루어진다. 복합재로 만들어진 직경 160mm, 길이 920mm인 발사관 안에 들어 있는 미사일은 직경 136mm, 길이 905m, 중량 13.8kg이다. 미사일 속도는 발사관을 벗어났을 때 18m/s지만 가속하여 600M에 이르면 245m/s에 이르게 된다. 최대 사거리 600m를 비행하는데 4.3초 정도가 걸린다.

    왼손으로 조준장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발사용 손잡이를 잡은 모습 <출처 : weaponsystems.net>
    왼손으로 조준장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발사용 손잡이를 잡은 모습 <출처 : weaponsystems.net>

    미사일은 전면에 보호용 캡이 있고, 그 뒤로 선단 탄두가 위치하고, 그 뒤로 추진용 고체 로켓연료와 2개의 측면 노즐이 있다. 그 뒤로는 본 탄두가 위치하며 마지막에 발사관 안에서는 접혀 있는 네 개의 핀, 비행조종장치, 그리고 발사관과 연결된 케이블 뭉치가 있다.

    몸체 양옆으로 추진 로켓이 분사되는 미사일. 뒤로 가느다란 유도선이 보인다. <출처 : MBDA / Michel Hans>
    몸체 양옆으로 추진 로켓이 분사되는 미사일. 뒤로 가느다란 유도선이 보인다. <출처 : MBDA / Michel Hans>

    탄두는 이중 성형작약 탄두를 갖추고 있는데, 선단부 탄두가 폭발반응장갑(ERA)을 제거하면 후방의 본 탄두가 드러난 전차의 장갑을 관통하게 된다. 미사일은 900mm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으며, 콘크리트는 2.5m를 뚫을 수 있다.

    기본적인 조준장치의 모습 <출처 : MBDA / Isabelle Chapuis>
    기본적인 조준장치의 모습 <출처 : MBDA / Isabelle Chapuis>

    발사관은 미사일을 담은 케이스 외에도 밑에 조준장치와 연결되는 부분과 미사일 모터 구동용 배터리, 그리고 미사일 뒤에 위치하고 미사일 발사 시 가스압에 의해 뒤로 튀어 나가 화염과 폭풍을 줄이는 카운터매스(counter mass)가 있다.

    기본 조준장치 위에 미라벨 열상 조준기를 올린 모습 <출처 : MBDA / Isabelle Chapuis>
    기본 조준장치 위에 미라벨 열상 조준기를 올린 모습 <출처 : MBDA / Isabelle Chapuis>

    조준장치는 중량 4.7kg이며,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삼각대는 4.2kg이다. 조준장치는 주간용으로 3배율 광학 줌을 지원한다. 조준장치는 발사된 미사일 후미에 달린 레이저 다이오드가 발광하는 신호로 미사일 위치를 추적한다. 야간용 조준 장비는 프랑스의 톰슨-CSF(Thomson-CSF, 현재 탈레스 옵트로닉스)가 개발한 미라벨(Mirabel) 열상 조준기를 사용했다. 미라벨 조준기는 기존 조준기 위에 장착되며, 중량 3.5kg, 시야각 8 x 6°이며 8~12마이크로미터의 장파 적외선을 탐지한다.

    에릭스 미사일 실내용 시뮬레이터 <출처 : gdi-simulation.fr>
    에릭스 미사일 실내용 시뮬레이터 <출처 : gdi-simulation.fr>

    실내 훈련 장비는 캐나다의 심트란(Simtran)과 솔라트론 시스템(Solatron Systems)이 개발한 에릭스 인터랙티브 사수 시뮬레이터(Eryx Interactive Gunnery Simulator, EVIGS)를 사용한다. 야외 훈련을 위해서는 록히드마틴 인포메이션 시스템 산하 솔라트론 시스템(Solartron Systems)은 에릭스 정밀 사수 시뮬레이터(Eryx Precision Gunnery Simulator, EPGS)를 사용한다.

    야외 훈련을 위한 EPGS 시뮬레이터 <출처 : strategic-bureau.com>
    야외 훈련을 위한 EPGS 시뮬레이터 <출처 : strategic-bureau.com>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삼각대를 이용하거나 보병이 어깨에 얹고 발사할 수 있다. 무릎 쏴나 서서 쏴의 경우 삼각대 없이 발사관 아래 2개의 손잡이를 사용했는데, 왼손으로 잡는 수평 손잡이는 조준을 위해 균형을 잡고, 발사관 아래 있는 수직 손잡이는 발사용 스위치를 누를 수 있다.

    야외 훈련을 위한 EPGS 시뮬레이터 <출처 : strategic-bureau.com>

    발사된 미사일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시작하고, 후미의 네 개의 안정판이 펼쳐진다. 미사일 후미에서 풀리는 케이블은 발사관과 연결되어 조준장치의 신호를 받게 된다.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발사관을 조준장치에 붙이는 것으로 발사 준비가 끝난다. 숙련된 두 명의 병사가 다섯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정도다.


    운용 현황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1994년 프랑스 육군을 시작으로 캐나다, 노르웨이, 브라질, 차드,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수출되었다. 전체적으로 조준장치 3,200개와 미사일 5만 발 이상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조준장치와 미사일 각각 550개와 4,700발, 캐나다는 435개와 4,500발, 노르웨이는 474개와 7,200발 등을 도입했다. 1998년 터키는 MBDA와 조준장치 1,600개와 미사일 20,000발을 라이선스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와 MBDA 간에 몇 차례 분쟁이 있었고, 그 결과 조준장치 632개와 미사일 3,920발만 도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프랑스 육군의 에릭스 <출처 : MBDA / ECPA D / Caporal Jérôme SALLES>
    프랑스 육군의 에릭스 <출처 : MBDA / ECPA D / Caporal Jérôme SALLES>

    그러나,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미국의 재블린이나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같은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의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빠르게 퇴역하고 있다. 공동 생산국 캐나다는 2016년 모두 퇴역했고, 노르웨이에서도 퇴역했다.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은 1994년부터 배치되었지만, 실전 경험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프랑스군이 알라사이(Alasay) 전투에서 발사한 것이 처음이다. 그 후, 2013년 초반 말리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는 프랑스군이 보유한 것이 목격되었고, 같은 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진 오퍼레이션 상가리스(Sangaris)에서 발사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서 사용한 기록이 있다.

    동계훈련 중 에릭스 사격 훈련 중인 노르웨이군 <출처 : militaryimages.net>
    동계훈련 중 에릭스 사격 훈련 중인 노르웨이군 <출처 : militaryimages.net>

    세르비아는 공식적으로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도입국이 아니지만, 붐바르(Bumbar)라고 불리는 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성 형태가 에릭스와 다르지만, 각 구성품의 모습은 거의 동일하다.

    MBDA는 2005년부터 미사일 사거리와 관통력을 늘리고, 열상 조준경도 비냉각 방식으로 바꾼 개량형을 캐나다 등에 제안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변형 및 파생형

    에릭스: 1994년부터 프랑스 육군을 시작으로 배치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출처 : maquetland.com>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출처 : maquetland.com>

    붐바르: 세르비아의 무단 복제품

    세르비아가 역공학으로 개발한 붐바르 <출처 (cc) Proka89 at wikimedia.org>
    세르비아가 역공학으로 개발한 붐바르 <출처 (cc) Proka89 at wikimedia.org>



    제원

    구분: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개발: 에어로스파시알-마트라(Aerospatiale-Matra, 현재 MBDA)
    유도 방식: 유선 반자동시선유도(SALCOS)
    탄두: 이중 성형 고폭탄두
    미사일 길이: 905mm
    미사일 직경: 136mm
    미사일 중량: 13.8kg
    발사 및 조준장치 중량: 4.7kg
    미사일 사거리: 50~600m
    미사일 비행 속도: 18m/s(최초) / 245m/s(종말)
    관통력: RHA 900mm / 콘크리트 2.5m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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