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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문대통령은 왜 그토록 종전선언에 집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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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2 00:00

2020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지난 수개월 동안 한미 외교접촉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종전선언인데요, 현정부의 종전선언 집착은 정말 집요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인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미국 간 법무장관까지 종전선언 지원 사격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후 우리 외교부는 “최종건 차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은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종료 직후 각각 현재 진행 중인 종전선언 관련 협의에 대해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셔먼 부장관은 “종전에 대해 나는 이미 동료 기자에게 우리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좋은 협의(good consultations)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좋은지 여부는 답하지 않았고, 미 국무부 공식 발표문에도 ‘종전선언’이란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북핵 실무 협상을 맡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0월2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원이 '한반도 종전 선언과 2030 미래구상'을 주제로 개최한 2021년 4차 NK 포럼에서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종전선언에 대한 미 정부 관계자들의 공식 반응은 대놓고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지난 17일 미국을 방문한 박범계 법무장관까지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 문제”라며 종전선언 지원사격에 나섰더군요.
◇내년 베이징 올림픽 남.북.미.중 종전선언도 힘들어진 듯
하지만 이렇게 ‘간절한’ 우리 정부의 염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조차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광물 해외 수출 허용 등을 내걸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습니다. 여당의원(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조차도 “(이런) 선결조건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지요.
중국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또는 남·북·미의 손뼉이 다 맞아야 성사될 수 있는 일입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남·북·미·중 정상들이 모여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강력 시사함에 따라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11월17일(현지시간) 한미일 차관협의회가 끝난 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종전선언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종전선언에 대한 현정부의 집착은 조금도 약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왜 그렇게 종전선언에 집착할까요? 뭔가에 한번 꽂히면 누가 뭐래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문 대통령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상황은 그런 설명도 부족해 보입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문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임기말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집요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외에 제가 알 수 없는 또다른 ‘깊은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실제 종전선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문 대통령과 정부의 자세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북한의 전제조건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계속 대북 저자세를 유지해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무리한 종전선언시 북한의 안보 위협 상황 초래 우려
또 무리하게 종전선언이 실현될 경우에도 우리 안보를 위협할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선언으로 주한미군 주둔과는 별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북한 행태에 비춰보면 종전선언을 빌미로 북한이 각종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우리 첨단무기 전력증강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겠지요.
물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평화체제는 우리가 언젠가는 가야할 길입니다. 하지만 북핵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희망적 사고’에 빠진 대통령과 정권이 무리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큰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