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ISU-152 자주포
모든 임무를 수행한 소련군의 만능 기갑장비
  • 남도현
  • 입력 : 2021.11.11 08:31
    ISU-152는 IS-2 전차 차체에 152mm ML-20S 곡사포를 탑재한 자주포로 일선에서 선호도가 높아 소련은 1970년대 초까지 운용했다. < 출처 : (cc) Tacintop at Wikimedia.org >
    ISU-152는 IS-2 전차 차체에 152mm ML-20S 곡사포를 탑재한 자주포로 일선에서 선호도가 높아 소련은 1970년대 초까지 운용했다. < 출처 : (cc) Tacintop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43년 7월부터 배치가 시작된 SU-152 자주포는 일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152mm 구경의 ML-20S 주포는 맞추기만 하면 인마살상용 고폭탄으로도 골칫거리인 6호 전차 티거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다만 명중률이 떨어지고 발사 속도가 느려서 소련군은 대전차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고 주로 보병과 함께 작전을 벌이며 벙커나 참호 같은 방어 시설을 격파하는 화력 지원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당국의 지시가 떨어진 후 불과 25일 만에 개발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전쟁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이 있어도 도태가 결정된 KV 중전차의 차체를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툭하면 고장이 발생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독일의 돌격포를 겉으로 흉내 내서 만들다 보니 운용하면서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도 드러났다.

    SU-152 자주포는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으나 KV 전차를 기반으로 하여 주행계통에 문제가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52 자주포는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으나 KV 전차를 기반으로 하여 주행계통에 문제가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은 개선 대신 제작을 조기에 종료하고 양산을 목전에 둔 IS 중전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후속작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조만간 IS-2가 생산될 예정이었음에도 문제가 많아 도태될 KV 자체를 기반으로 서둘러 SU-152를 만들고 전선에 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1943년 전선의 상황이 혼란했다는 의미다. 그렇게 SU-152가 양산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후속 자주포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ISU-152로 명명된 새로운 자주포의 개발 방식도 전작과 차이가 없었다. 제식 부호가 달라도 IS-2 차체가 KV 차체를 개량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외형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ISU-152의 레이아웃은 SU-152를 그대로 계승하다시피 했다. 차체가 약간 커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부 구조도 거의 같았다. 핵심인 주포도 바뀐 것은 없으니 ISU-152는 결론적으로 주행력이 향상된 SU-152의 개량형이라 할 수 있다.

    ISU-152의 기반이 된 IS-2. KV의 고질적인 주행 계통 문제를 해결하고 화력을 강화한 중전차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ISU-152의 기반이 된 IS-2. KV의 고질적인 주행 계통 문제를 해결하고 화력을 강화한 중전차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이미 차체와 주포가 정해진 상태였고 구조도 전작과 동일하다시피 해서 ISU-152를 개발하는 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1943년 11월 6일에 제식 화기로 채택되었고 12월부터 양산에 들어갔으며 2월부터 순차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개발부터 실전 투입까지의 진행 속도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SU-152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개선한 것이기에 새롭게 전술이나 작전을 연구하고 구상할 필요도 없었다.

    기존 SU-152처럼 보병을 지원하며 전선을 돌파하는 임무에 우선 투입되었다. 당시만 해도 소련은 보병 배후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자주곡사포가 없었기에 해당 임무도 수행했다. 한마디로 최전선에서 직사, 배후에서 곡사 사격도 모두 가능한 만능 자주포였던 셈이었다. 거기에다 5호 전차 판터, 6호 전차 티거도 쉽게 격파할 수 있는 강력한 화력을 발판으로 종종 대전차전에도 투입되었다.

    구조 상 전작인 SU-152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개발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 출처 : (cc) Ieee5392 at Wikimedia.org >
    구조 상 전작인 SU-152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개발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 출처 : (cc) Ieee5392 at Wikimedia.org >

    상대적으로 공급에 여유가 있던 전쟁 말기에 소련이 만들고 사용한 장비였음에도 ISU-152는 독일의 기준에 따르면 자주포, 자주대전차포, 돌격포, 구축전차의 임무를 모두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만능 기갑장비였다. 당연히 일선의 신뢰가 좋아 제2차 대전 중 사용된 기갑장비였음에도 다양한 형태로 종전 후에도 계속 생산이 이루어졌고 개수를 거쳐 1970년대까지도 일선에서 활약했다.


    특징

    ISU-152는 소련에서 이전에 개발한 여타 자주포와 동일하게 전면에 승무원이 탑승하는 전투 구역이 자리 잡고 후면에 엔진과 변속기가 탑재된 구조다. IS-2 차체를 사용하면서 내부 공간이 조금 넓어진 덕분에 전투 효율이 향상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주포의 성능이 특별히 변한 것이 없었고 무거운 탄과 장약을 수동으로 장전하다 보니 연사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강력한 화력 덕분에 일선에서 애용되었다.

    ISU-152에 탑재된 ML-20S 주포는 고폭탄으로도 독일의 중전차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ISU-152에 탑재된 ML-20S 주포는 고폭탄으로도 독일의 중전차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52와 달리 모든 지붕 해치에 잠망경이 부착되어 관측 능력이 개선되었고 ST-10 망원경과 파노라마 방식의 두 가지 조준경이 장착되어 사격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IS 전차가 기반이기에 방어력은 좋은 편이다. 특히 전면 장갑이 두꺼운 데다 밀폐식이어서 적 보병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피탄이나 유폭 시에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전투실 천장이 용접이 아닌 볼트로 연결되어 있다.

    ISU-152의 전투실 구조도. 5명의 승무원이 팀을 구성해 작전을 펼친다. 번호 순서대로 조종수, 포반장, 사수, 포미조작수, 장전수. < 출처 : (cc) Alexpl at Wikimedia.org >
    ISU-152의 전투실 구조도. 5명의 승무원이 팀을 구성해 작전을 펼친다. 번호 순서대로 조종수, 포반장, 사수, 포미조작수, 장전수. < 출처 : (cc) Alexpl at Wikimedia.org >

    ISU-152가 제2차 대전이 끝나고도 장기간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계적 안정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련 중전차에게 극복할 수 없는 만성 질환처럼 여겨지던 주행 성능이 개선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엔진의 힘이나 항속 거리, 최고 속도는 그다지 차이가 없으나 고장을 걱정할 필요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이는 ISU-152가 최전선에서 돌파의 주역은 물론 기갑전에서도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ISU-152는 안정적인 주행성능으로 최전선에서 돌파의 주역으로 활약함은 물론 기갑전에서도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ISU-152는 안정적인 주행성능으로 최전선에서 돌파의 주역으로 활약함은 물론 기갑전에서도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ISU-152는 1943년 12월부터 1947년까지 3,242대가 양산되었고 이후 개량과 파생형을 포함해 1959년까지 총 4,635문이 제작되었다. 제2차 대전 중에 생산된 물량이 1,885문이었고 전작인 SU-152가 700여 대만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후에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돌격포, 구축전차의 운용을 놓고 갈등이 많았던 독일과 달리 전차의 공급량이 충분했던 소련은 ISU-152를 포병에서 운용했다.

    하천을 도섭 중인 ISU-152 포대. 바그라티온 작전 때 많은 공을 세웠다.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하천을 도섭 중인 ISU-152 포대. 바그라티온 작전 때 많은 공을 세웠다.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1944년 2월부터 군 또는 방면군 직할 독립중자주포연대에 21문씩 배치되었다. 당시는 동부전선이 소강상태여서 6월 22일 개시된 바그라티온 작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1944년 말부터는 전차군 직할의 기계화 포병여단에 65문씩이 배치되어 전선 돌파의 중핵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베를린 전투 같은 시가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다. 사실 전작인 SU-152의 탄생 이유가 시가전을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민주화 운동 진압에 투입된 ISU-152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민주화 운동 진압에 투입된 ISU-152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중에 노획이나 지원을 통해 핀란드. 폴란드가 사용했고 종전 후에는 일부 친소 국가에 공급되었다. 자료에는 북한에도 지원되어 6.25전쟁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제3차, 4차 중동전쟁 당시에 이집트군이,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사용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당시에 방사능 오염 지대 개척을 위해 박물관 전시품을 수리해 투입한 사례도 있다.

    중동전쟁 당시에 이스라엘이 노획한 ISU-152.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중동전쟁 당시에 이스라엘이 노획한 ISU-152.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변형 및 파생형

    ISU-152: 양산형

    ISU-152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ISU-152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Object 704: IS-3 차체를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

    Object 704 < 출처 : (cc) Oblivion Lost at Wikimedia.org >
    Object 704 < 출처 : (cc) Oblivion Lost at Wikimedia.org >

    ISU-152K: T-54 엔진으로 환장하고 차장 큐폴라 등을 추가한 개량형.

    ISU-152K < 출처 : Public Domain >
    ISU-152K < 출처 : Public Domain >

    ISU-152M: 야시 장비 등을 추가한 최종 개량형.

    ISU-152M < 출처 : (cc) Mike1979 Russia at Wikimedia.org >
    ISU-152M < 출처 : (cc) Mike1979 Russia at Wikimedia.org >



    제원

    생산 업체: 키로프 설계국
    도입 연도: 1943년
    생산 대수: 4,635문
    중량: 47.3톤
    전장: 9.18m
    전폭: 3.07m
    전고: 2.48m
    무장: 1×152mm ML-20S 곡사포
            1×12.7mm DShK 기관포
    엔진: V-2IS 디젤 엔진 520마력(382kW)
    추력 대비 중량: 11마력/톤
    항속 거리: 320km
    최고 속도: 40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ISU-152 자주포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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