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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주변 4强 우주 군비경쟁 '熱戰' 돌입… 우리도 국방 우주개발 총력전을
입력 : 2021.11.02 23:29
[유용원의 군사세계] 주변 4强 우주 군비경쟁 '熱戰' 돌입… 우리도 국방 우주개발 총력전을

지난 5월 중국이 발사한 창정(長征) 5B 로켓의 잔해가 지구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 세계 각국이 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창정 5B는 지난 4월 말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구성품)인 '톈허(天和)'를 싣고 발사된 뒤 지상에 추락하게 됐지만 위치를 몰라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가 한때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다행히 창정 로켓 잔해는 아라비아해에 추락해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다.

창정 5B처럼 공개된 우주 물체가 아니라 비밀 군용위성 등이 한반도를 지날 경우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우주 공간을 감시할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궤도상에 떠있는 5000여 기의 인공위성 중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것은 600여 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군 당국은 이들 위성 중 어느 것이 중·러·일의 정찰위성인지, 무슨 위성인지 미국의 지원 없이는 알 수 없다.

그런 우리 군에 다음 달 말 처음으로 '우주 천리안'이 생긴다. 카메라로 위성을 추적·감시할 수 있는 전자광학 위성 감시 체계가 가동되는 것이다. 전자광학 위성 감시 체계는 수백㎞ 상공을 도는 저궤도 위성을 주로 감시하게 된다. 앞서 공군은 지난달 참모총장 직속으로 '공군본부 우주센터'를 신설, 우주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공군은 여러 해 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50'으로 불리는 2050년까지의 야심 찬 우주 전력 건설 청사진도 만들었다. 여기엔 고출력 레이저 위성 추적 장비부터 공중 발사 위성 요격 미사일,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우주 배치 레이저 무기 같은 것들도 포함돼 있다.

군 당국은 앞으로 10년간 국방 분야 우주 개발에 1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 정찰위성 5기로 북한 핵미사일 등을 감시하는 425사업을 비롯, 대형 위성 30분의 1 가격으로 북한 목표물을 감시하는 초소형 정찰위성, '한국형 GPS'로 불리는 KPS(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 위성, 조기경보위성, 통신위성 등이 203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군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국방 우주 분야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1'의 화두(話頭)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우주였다. 강한 우주 사업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화 방산그룹은 대규모 '스페이스 허브 존'(Space Hub Zone)을 만들어 발사체, 광학·통신위성 등 우주 기술을 총망라해 전시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누리호에 장착돼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75톤 액체로켓 엔진 실물도 등장했다. 미사일 전문 업체인 LIG넥스원은 KPS 위성 체계를 공개했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우주 사업 참여는 지난 5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돼 민간 고체 연료 로켓 개발의 족쇄가 풀리는 등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게 된 것도 기폭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미·중·러·일 등 주변 4강의 우주 군비경쟁이 이미 '열전'(熱戰) 단계에 들어선 데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9년 우주군을 공식 창설한 미국은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기술과 최강의 우주 전력(戰力)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45년까지 우주 최강국이 되겠다며 '우주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미 언론은 중국이 지난달 말 미 위성을 파괴할 용도로 보이는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발사된 쉬지안-21 위성이 외형상 우주 파편들을 청소하는 용도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로봇 팔로 미 위성을 포획하는 등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우주사령관 제임스 디킨슨 중장은 미 의회에서 "로봇 팔이 달린 우주선(위성)은 중국 군부가 추진하는 우주 무기 개발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06년엔 지상에서 발사한 레이저로 미 정찰위성 센서를 마비시킨 데 이어 이듬해엔 탄도미사일로 자국(自國)의 노후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항공우주군을 창설한 러시아는 전투기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저궤도 위성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지난해 우주작전대를 창설한 일본은 독자 항법 위성과 초보적 '킬러 위성'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대국들이 상대국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찰·항법·통신위성 등을 무력화할 경우 적국의 눈과 귀, 중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띄울 독자 정찰·항법·조기경보위성 등이 유사시 순식간에 적국의 레이저 무기나 미사일, 킬러 위성 등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

그러면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정부와 군 수뇌부가 "앞으로 모든 분쟁(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는 인식을 갖고 국방 우주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주 군사력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육·해·공 전장(戰場) 기능이 약화되고 모든 영역에서 우세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성 요격에 대비한 방어 수단은 물론 레이저 무기 등 공격 수단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방 우주 개발을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국가 우주 개발 최상위법인 '우주개발진흥법'은 민간 활용 중심으로 돼 있어 국방 분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방 우주 개발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방우주사업관리법'(가칭)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민군(民軍) 협력 차원을 넘어 민·관·군·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총력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주변 강국의 잠재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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