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SU-100 자주포
소련이 유일하게 운용했던 구축전차
  • 남도현
  • 입력 : 2021.11.02 08:02
    SU-100 자주포는 성능이 활약상으로 고려할 때 제2차 대전 당시 소련이 운용한 유일한 구축전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1970년대 SU-100의 훈련 장면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00 자주포는 성능이 활약상으로 고려할 때 제2차 대전 당시 소련이 운용한 유일한 구축전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1970년대 SU-100의 훈련 장면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43년 초부터 SU-152, SU-122 자주포가 순차적으로 배치에 들어갔다. 이들은 제대로 된 소련군 최초의 자주포였기에 일선에서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격언처럼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시설물을 격파하는 것이 목적인 SU-152는 연사력이 떨어져도 화력이 강해서 그럭저럭 쓸만했지만, SU-122는 목표로 했던 적 전차 요격은 물론 화력 지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ISU-122 자주포에 장착된 122mm D-25 포. 개량을 해도 T-34 전차 차체에 탑재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소련은 화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ISU-122 자주포에 장착된 122mm D-25 포. 개량을 해도 T-34 전차 차체에 탑재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소련은 화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독일의 돌격포를 벤치마킹해서 122mm 주포를 T-34-76 차체에 탑재했으나 궁합이 맞지 않았다. 두 개의 장비가 성능이 검증된 것들이라고 해도 별다른 개조 없이 단순히 결합하다 보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드러난 데다 기본적으로 주포를 감당하기에 차체가 작았던 것이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고 소련은 SU-122를 후속할 자주포 개발에 착수했다. 싸우면서 닮는다고 소련도 독일처럼 공세를 위해 자주포의 배치가 필연이었다.

    소련 해군의 100mm B-34 함포. 이를 기반으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전차포인 D-10S 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 해군의 100mm B-34 함포. 이를 기반으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전차포인 D-10S 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군부는 물론 SU-122를 개발한 UZTM 모두 122mm 포의 강력한 화력을 포기하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M-30 포를 개량한 D-25 포의 탑재를 시도했으나 발사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중량이 늘어나서 기동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보다 조금 작은 주포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후보가 된 것이 100mm 구경의 B-34 함포와 107mm 구경의 M-60 사단포였다. 이를 기반으로 곧바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SU-85는 SU-100이 등장할때까지 임시로 투입될 요량이었지만, 정작 SU-100의 생산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연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SU-85는 SU-100이 등장할때까지 임시로 투입될 요량이었지만, 정작 SU-100의 생산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연되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그러는 사이에 당장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막고자 85mm D-5 포를 장착한 SU-85를 먼저 만들어 쿠르스크 전투가 끝난 직후인 1943년 8월부터 배치에 들어갔다. 즉, SU-85는 SU-100이 등장할 때까지만 활약할 임시 대타였던 셈이었다. SU-100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T-34-76 차체를 기반으로 하니 주포가 만들어지면 즉시 전력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며 개발이 지체되었다.

    S-34 대전차포의 크기를 줄인 D-10S 전차포가 장착되고나서 SU-100은 본격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다.< 출처 : Public Domain >
    S-34 대전차포의 크기를 줄인 D-10S 전차포가 장착되고나서 SU-100은 본격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다.< 출처 : Public Domain >

    B-34를 기반으로 100mm S-34 대전차포가 경쟁 끝에 선정되었으나 폭이 커서 차체 전방에 승무원 출입용 해치를 설치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S-34의 경량화에 착수해 1944년 2월, 초당 895m 고속 발사가 가능한 100mm 포가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SU-100은 물론 전후 소련의 제1세대 전차인 T-54, T-55에도 탑재된 D-10S 전차포다. 곧바로 SU-100의 프로토타입인 Object 138에 장착되어 실험에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로 SU-100의 개발은 지체되었다. 때문에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제2차 대전 중에 4개월 정도만 활약할 수 있었다. < (cc) Oleg Bor at Wikimedia.org >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로 SU-100의 개발은 지체되었다. 때문에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제2차 대전 중에 4개월 정도만 활약할 수 있었다. < (cc) Oleg Bor at Wikimedia.org >

    당시는 공교롭게도 독일의 다양한 구축전차들이 맹위를 떨치던 중이었다. 사실 구축전차는 패전 위기에 몰린 독일에는 하나의 대안이었을 뿐이지만 소련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때문에 소련 군부는 같은 목적으로 제작된 SU-100에 대한 기대가 컸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가 좋게 나왔음에도 정작 대전차전을 수행할 수 있는 D-10S용 철갑탄의 생산이 지체되면서 SU-100의 채택은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SU-100은 생산지연으로 대전에서 불과 4개월만 활약했지만 구축전차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00은 생산지연으로 대전에서 불과 4개월만 활약했지만 구축전차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결국 7월 3일, SU-100은 소련군의 제식 무기로 선정되고 생산에 들어갔다. 그런데 바로 이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SU-100이 개발될 때까지 잠시 간극을 메워주기로 예정된 SU-85가 일선에서 예상외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SU-100 대신에 그냥 SU-85를 개량해서 사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고 실제로 개량된 85mm D-5S-85 주포를 장착한 SU-85M가 개발되기도 했다.

    SU-100은 이후 중동전까지 활약하면서 능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보빙턴 전차박물관이 보유한 체코슬로비아제 SU-100으로, 이집트군이 보유했던 것을 1956년 수에즈 전쟁에서 노획한 것이다. <출처: The Tank Museum>
    SU-100은 이후 중동전까지 활약하면서 능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보빙턴 전차박물관이 보유한 체코슬로비아제 SU-100으로, 이집트군이 보유했던 것을 1956년 수에즈 전쟁에서 노획한 것이다. <출처: The Tank Museum>

    그래서 SU-100은 8월부터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SU-85M과 함께 만들어지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9월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되었는데 여전히 철갑탄 공급이 지연되어 전선에는 1945년 1월에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늦었던 등장이었고 제2차 대전 당시에 불과 4개월 정도만 활약했으나 기대대로 소련군의 구축전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대단히 좋은 평판을 얻었다.


    특징

    장갑의 두께가 최대 75mm이고 피탄 능력이 좋은 경사각을 이루었으나 차체의 기반이 된 T-36-76이 1944년에 단종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SU-100의 방어력은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최전방에서 활약하면서 소모가 컸기도 했지만 독일의 대전차무기에 쉽게 관통당했다. 다만 포탑이 없는 데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SU-85보다 전고도 20cm 낮아서 평지에서도 효과적으로 매복할 수 있었다.

    SU-100은 전고가 상당히 낮아 매복에 유리하다. 하지만 제2차 대전 이후 무포탑 기갑장비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00은 전고가 상당히 낮아 매복에 유리하다. 하지만 제2차 대전 이후 무포탑 기갑장비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00은 파생형을 포함한 T-34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SU-122가 더 큰 구경의 주포를 달았으나 작전 능력이 SU-100의 56구경장 100mm D-10S 전차포에 미치지 못했다. 주포가 우측에 설치되고 조종석이 좌측으로 옮겨지면서 외형이 독일의 4호 구축전차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T-34나 4호 전차의 차체가 대구경의 포를 장착하기에는 좁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 주포가 차체 전면에 탑재되다 보니 운행 중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 출처 : (cc) Lupishor at Wikimedia.org >
    대구경 주포가 차체 전면에 탑재되다 보니 운행 중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 출처 : (cc) Lupishor at Wikimedia.org >

    SU-100의 엔진과 현가장치는 T-34와 동일하다. 따라서 이미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었기에 야전에서 신뢰성이 좋았고 빠른 기동력을 자랑했다. 포탑이 없어도 대구경 주포를 탑재했기에 무게가 30톤이 넘어 최고 속도는 T-34나 SU-85보다 줄었으나 인지할 정도로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고질적인 변속기 작동 불편 문제와 짧은 가동 수명도 똑같았다. 더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조종이 쉽지 않았다.

    대구경 주포가 차체 전면에 탑재되다 보니 운행 중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 출처 : (cc) Lupishor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SU-100은 소련에서 1947년까지,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1956년까지 생산이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냉전 초기에도 일선에서 주력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성능이었다는 의미다. 다만 생산 수량이 2,335문에 불과하다. 일단 제2차 대전에서 활약한 기간이 짧았던 데다 전후 돌격포, 구축전차 스타일이 퇴조한 데다 성능상으로 T-54, T-55가 더욱 좋았기 때문에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오랫동안 제작된 것에 비해 생산량은 많지 않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오랫동안 제작된 것에 비해 생산량은 많지 않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 외에도 전후 20여 개국의 친소 국가에 공급되었고 앞서 소개한 것처럼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면허 생산도 되었다. 북한은 지금도 100여 문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1945년 1월의 부다페스트 전투에 투입된 것이 최초의 실전이었고 이후 독소전쟁의 대미를 장식한 베를린 전투에서도 활약했다. 그런데 그때쯤 이르러 독일의 기갑부대가 궤멸된 상태와 다름없었기에 기갑전이 아니라 적진 돌파나 시가전에 주로 투입되었다.

    SU-100이 주로 투입되었던 마지막 전쟁은 욤 키푸르 전쟁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SU-100이 주로 투입되었던 마지막 전쟁은 욤 키푸르 전쟁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6.25전쟁 중에도 사용되었다. 다만 전쟁 초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T-34와 달리 후반기에 투입되어 주로 고지전을 펼칠 때 후방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였기에 존재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후 중동전쟁, 베트남전쟁에도 사용되었는데 이때도 자주포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2010년대에 벌어진 예멘 내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적어도 사용 기간으로 보자면 전설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U-100은 최근까지도 활약할 만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SU-100은 최근까지도 활약할 만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 출처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SU-100: 양산형

    사진은 체코슬로바키아 박물관 노천에 전시 중인 SU-100. 체코 면허생산 모델이다. < 출처 : Mikko Virtaperko @ Wikimedia >
    사진은 체코슬로바키아 박물관 노천에 전시 중인 SU-100. 체코 면허생산 모델이다. < 출처 : Mikko Virtaperko @ Wikimedia >

    SU-100M: 중동 지역 공급형

    SU-100M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SU-100M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제원

    생산 업체: UZTM
    도입 연도: 1944년
    생산 대수: 2,335문
    중량: 31.6톤
    전장: 9.45m
    전폭: 3m
    전고: 2.25m
    무장: 1×100mm D-10S 전차포
    엔진: 하르코프 V-2 12기통 디젤 엔진 500마력(370kW)
    추력 대비 중량: 15.8마력/톤
    항속 거리: 250km
    최고 속도: 48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SU-100 자주포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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