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뱀파이어 전투기
드 하빌랜드의 쌍동체 제트전투기 역사를 열다
  • 남도현
  • 입력 : 2021.10.29 09:52
    영국의 대표적인 1세대 전투기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 하빌랜드 뱀파이어. < 출처 : (cc) Tony Hisgett at Wikimedia.org >
    영국의 대표적인 1세대 전투기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 하빌랜드 뱀파이어. < 출처 : (cc) Tony Hisgett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무기를 개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전작을 기반으로 성능이 향상된 후속작을 만드는 방식은 흔하다. 1990년 이전에 미국과 소련이 만든 주력 전차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M46, M47, M48, M60과 소련의 T-55, T-62, T-72, T-90은 전작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후속작을 만들었다. 이처럼 외형에서부터 일관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초도시험비행 직전의 DH100 시제기의 모습 < 출처 : BAE Systems >
    초도시험비행 직전의 DH100 시제기의 모습 < 출처 : BAE Systems >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미 해군의 주력기이었던 F4F, F6F, F8F는 전작의 개발 사상을 상당히 승계했다. 경우에 따라 이러한 흐름은 특정 제작사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항공기 제작사인 영국의 드 하빌랜드(de Havilland)는 1964년 매각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특유의 쌍동체(Twin Bomm)로 유명한 제트전투기 시리즈를 연이어 만들어내면서 무기사에 인상적인 흔적을 남겼다.

    드 하빌랜드 사주인 제프리 드하빌랜드의 아들이자 수석시험조종사였던 제프리 드하빌랜드 2세가 1943년 9월 20일 DH100 시제기의 초도비행을 마치고 기체에서 내리고 있다. < 출처 : Neil Corbett collection >
    드 하빌랜드 사주인 제프리 드하빌랜드의 아들이자 수석시험조종사였던 제프리 드하빌랜드 2세가 1943년 9월 20일 DH100 시제기의 초도비행을 마치고 기체에서 내리고 있다. < 출처 : Neil Corbett collection >

    영국의 초창기 제트전투기 중 하나인 드 하빌랜드 뱀파이어(de Havilland Vampire, 이하 뱀파이어)는 글로스터 미티어와 더불어 영국의 1세대 전투기 시대를 개막했고 이후 동일 방식의 쌍동체 구조인 베놈(Venom), 시 빅슨(Sea Vixen)으로 이어지는 후속작의 등장을 이끌었다. 또한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한마디로 영국식 쌍동체 제트전투기의 역사를 개막한 기념비적 전투기다.

    뱀파이어는 드 하빌랜드의 후속기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특이한 쌍동체 구조로 유명하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뱀파이어는 드 하빌랜드의 후속기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특이한 쌍동체 구조로 유명하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최초로 실전 투입된 독일의 Me 262의 명성 때문에 오해하는 경향이 많은데 초창기 제트전투기 역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던 국가는 영국이다. 1937년에 세계 최초로 제트 엔진을 만든 나라답게 특히 엔진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했다. 당연히 제트전투기의 개발도 일찍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실패를 대비해서 여러 제작사에 신예기 제작을 의뢰했다. 한창 전쟁 중이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1945년 실험 중인 뱀파이어 F.1 < 출처: Public Domain >
    1945년 실험 중인 뱀파이어 F.1 < 출처: Public Domain >

    초창기 제트전투기를 개발했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엔진의 위치였다. 구조적으로 흡기구와 배기구가 일직선이 되어야 하니 어디에 엔진을 놓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다음 부분을 신경 써야 했다. 이때 Me 262나 글로스터 미티어는 주익 양측에 엔진을 장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무게가 늘어난 데다 엔진의 성능도 좋지 않아서 쌍발이어도 비행 성능이 그다지 향상되지 않았다.

    뱀파이어와 글로스터 미티어에 탑재된 드 하빌랜드의 고블린 엔진. Me 262에 탑재된 Jumo 004 엔진보다 추력이 60퍼센트가 더 나갔을 만큼 해당 분야에서 영국의 기술력은 상당했다. < 출처 : (cc) Rept0n1x at Wikimedia.org >
    뱀파이어와 글로스터 미티어에 탑재된 드 하빌랜드의 고블린 엔진. Me 262에 탑재된 Jumo 004 엔진보다 추력이 60퍼센트가 더 나갔을 만큼 해당 분야에서 영국의 기술력은 상당했다. < 출처 : (cc) Rept0n1x at Wikimedia.org >

    반면 드 하빌랜드에서 DH.100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를 이끈 로널드 비숍(Ronald Bishop)은 커다란 주익과 자세 제어를 위한 수평 미익을 쌍동체로 든든하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기체를 짧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엔진을 하나만 장착해도 되므로 그만큼 중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작인 모스키토 전투기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서 조종석 주변도 목제를 많이 사용했다.

    일사천리로 개발이 진행되어 1943년 9월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테스트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고 당국이 뱀파이어라는 이름까지 부여했으나 정작 양산과 배치는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제식화 전까지 실험을 거치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고칠 필요도 있었지만 1944년이 되었을 때는 기존 전력만으로 독일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연합국이 제공권을 확고하게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드 하빌랜드 DH100 뱀파이어 F1의 비행장면 < 출처 : BAE Systems >
    드 하빌랜드 DH100 뱀파이어 F1의 비행장면 < 출처 : BAE Systems >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Me 262를 투입한 독일처럼 서둘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뱀파이어의 배치는 전쟁이 끝난 후인 1946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시간을 충분히 두고 개발한 덕분에 추력이 대폭 강화된 고블린(Goblin) 엔진을 장착한 것처럼 성능이 더욱 향상된 상태로 데뷔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영국 최초의 제트전투기라는 타이틀을 글로스터 미티어에게 내주었다.


    특징

    뱀파이어는 당시 등장한 여타 1세대 전투기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쌍동체를 길게 뒤로 빼서 미익과 연결한 형태는 오로지 비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만일 컴퓨터와 플라이바이와이어를 이용하는 오늘날처럼 자동으로 자세 제어가 가능했다면 굳이 쌍동체와 미익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므로 뱀파이어는 쌍동체가 아니라 전익기로 탄생했을지 모른다.

    개발 당시 비행 실험 중인 뱀파이어. 만일 오늘날 같은 정밀한 제어 장치가 있었다면 전익기로 탄생했을지 모른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 당시 비행 실험 중인 뱀파이어. 만일 오늘날 같은 정밀한 제어 장치가 있었다면 전익기로 탄생했을지 모른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88년에 B-2 폭격기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전익기 구조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를 최첨단의 상징처럼 여기는 경향이 많지만 이미 1930년대에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었을 만큼 전익기는 엔지니어들에게 결코 낯선 방식이 아니다. 뱀파이어도 사실 그러했던 연구들을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뱀파이어는 쌍발인 글로스터 미티어에 비해 속도는 조금 뒤졌지만 기동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뱀파이어는 유명세가 많지 않으나 무기사에서 중요한 흔적들을 남긴 전투기다. < 출처 : Public Domain >
    뱀파이어는 유명세가 많지 않으나 무기사에서 중요한 흔적들을 남긴 전투기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뱀파이어는 데뷔전인 1945년 12월 3일, 항공모함 오션(HMS Ocean)에서 실시된 실험에서 제트기로는 최초로 이착함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함재기형인 시 뱀파이어는 착함이 어렵다는 이유로 단 20기만 만들어져 훈련용으로 사용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제트 함재기라는 명예를 얻으면서 무기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한마디로 소리 소문 없이 강했던 1세대 전투기의 숨은 강자였다.


    운용 현황

    뱀파이어는 F-86이나 MiG-15처럼 당대를 대표한 유명 경쟁기와 비교한다면 명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면허 생산분을 포함해서 총 3,268기가 생산되어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전통적인 영국산 무기 도입국인 영연방 국가들을 포함해 30여 개국 이상에서 주력기로 활약했다. 특히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프랑스도 국산 전투기의 배치 전까지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1945년 12월 3일 오션 항모에 착륙중인 DH100 시 뱀파이어 F1의 모습. < 출처 : BAE Systems >
    1945년 12월 3일 오션 항모에 착륙중인 DH100 시 뱀파이어 F1의 모습. < 출처 : BAE Systems >

    많이 만들어지고 여러 나라에서 사용된 만큼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말레이시아 사태, 도미니카 내전, 이집트-이스라엘 충돌, 인도-파키스탄 충돌, 로디지아 내전에서 사용되었다. 말레이시아 사태 당시에 무더운 날씨로 어려움을 많이 겪자 에어컨을 탑재한 열대 지방 작전용 개량형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처럼 현지 사정이나 전훈을 바탕으로 수시로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뱀파이어는 변형이나 파생형이 많은 기종이기도 하다.

    1955년 9월 1일 벌어진 이집트와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전에서는 양측 모두 영국산 전투기를 사용했다. 이집트의 뱀파이어가 이스라엘의 미티어에게 격추를 당했는데 성능보다는 조종사 역량의 차이 때문이었다. 1965년 9월에 벌어진 인도-파키스탄의 국경 충돌 당시에 인도의 뱀파이어가 성능과 무장이 우세한 파키스탄의 F-86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를 기화로 퇴출이 본격 시작되었다.
    1955년 9월 1일 벌어진 이집트와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전에서는 양측 모두 영국산 전투기를 사용했다. 이집트의 뱀파이어가 이스라엘의 미티어에게 격추를 당했는데 성능보다는 조종사 역량의 차이 때문이었다. 1965년 9월에 벌어진 인도-파키스탄의 국경 충돌 당시에 인도의 뱀파이어가 성능과 무장이 우세한 파키스탄의 F-86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를 기화로 퇴출이 본격 시작되었다.

    1955년 9월 1일 벌어진 이집트와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전에서는 양측 모두 영국산 전투기를 사용했다. 이집트의 뱀파이어가 이스라엘의 미티어에게 격추를 당했는데 성능보다는 조종사 역량의 차이 때문이었다. 1965년 9월에 벌어진 인도-파키스탄의 국경 충돌 당시에 인도의 뱀파이어가 성능과 무장이 우세한 파키스탄의 F-86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를 기화로 퇴출이 본격 시작되었다.

    이집트에 공급된 뱀파이어. 이스라엘군의 영국산 미티어와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다. < 출처 : (cc) Oren Rozen at Wikimedia.org >
    이집트에 공급된 뱀파이어. 이스라엘군의 영국산 미티어와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다. < 출처 : (cc) Oren Rozen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뱀파이어

    F.1: 초기 양산형.

    DH100 뱀파이어 F1. 1945년 8월 31일 촬영된 모습이다. < 출처 : © 2021 BAE Systems >
    DH100 뱀파이어 F1. 1945년 8월 31일 촬영된 모습이다. < 출처 : © 2021 BAE Systems >

    F.2: 롤스로이스 넨 엔진 탑재 프로토타입.
     
    F.3: 주익을 단축하고 강도를 보강한 개량형.

    DH100 뱀파이어 F.3 < 출처 : © 2021 BAE Systems >
    DH100 뱀파이어 F.3 < 출처 : © 2021 BAE Systems >

    FB.5: 고블린 2엔진을 장착한 전폭기형.

    DH100 뱀파이어 FB.5 전폭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DH100 뱀파이어 FB.5 전폭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FB.6: 고블린 3엔진을 장착한 전폭기형.

    DH100 뱀파이어 FB.6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DH100 뱀파이어 FB.6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F.8: 주익과 엔진을 개량한 베놈(Venom) 프로토타입.
     
    FB.9: FB.5 기반 열대 지역 작전용.

    DH100 뱀파이어 FB.9 < 출처 : Public Domain >
    DH100 뱀파이어 FB.9 < 출처 : Public Domain >

    NF.10: 복좌 야간 전투기형.

    DH113 뱀파이어 NF.10 복좌 야간전투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DH113 뱀파이어 NF.10 복좌 야간전투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T.11: NF.10 기반 훈련기.

    DH115 뱀파이어 T.11 훈련기 < 출처 : (cc) Marcelloo at Wikimedia.org >
    DH115 뱀파이어 T.11 훈련기 < 출처 : (cc) Marcelloo at Wikimedia.org >

    F.30/ FB.31/ F.32/ T.35: 오스트레일리아 면허 생산형.

    뱀파이어 F.30 < 출처 : © 2021 BAE Systems >
    뱀파이어 F.30 < 출처 : © 2021 BAE Systems >

    FB.50: 스웨덴 면허 생산형.
     
    FB.52: 해외 수출형.

    인도공군의 뱀파이어 FB.52 전폭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인도공군의 뱀파이어 FB.52 전폭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FB.52A: 이탈리아 면허 생산형.
     
    FB.53: 프랑스 면허 생산형.
     
    NF.54: NF.10. 수출형.

    뱀파이어 NF.54 < 출처 : (cc) Aeroprints.com at Wikimedia.org >
    뱀파이어 NF.54 < 출처 : (cc) Aeroprints.com at Wikimedia.org >

    T.55: 훈련기 수출형.

    이집트 공군의 DH115 뱀파이어 T.55 훈련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이집트 공군의 DH115 뱀파이어 T.55 훈련기 < 출처 : © 2021 BAE Systems >


    시 뱀파이어

    F.20: FB.5 기반 해군형.

    시 뱀파이어 F.20 < 출처 : Public Domain >
    시 뱀파이어 F.20 < 출처 : Public Domain >

    F.21: F.3 개조 훈련기.
     
    T.22: T.11 기반 해군형 훈련기.


    제원(FB.6)

    전폭: 12m
    전장: 9.37m
    전고: 2.69m
    주익 면적: 24.3㎡
    최대 이륙 중량: 5,620kg
    엔진: 드 하빌랜드 고블린 3 원심형 터보제트(3,350파운드) X 1
    최고 속도: 882km/h
    실용 상승 한도: 13,000m
    전투 행동 반경: 1,960km
    무장: 20mm 기관포 X 4
            3인치 로켓 X 8
            500파운드 폭탄 X 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뱀파이어 전투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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