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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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흑표 전차

질주하기 시작한 상처 입은 검은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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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훈련 중인 K2 전차. (출처: 현대로템)


개발의 역사

1980년대부터 국내 방산 사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전차(K1 시리즈), 항공기(KT-1 웅비 및 T-50 골든이글), 장갑차(K200) 개발에 성공한 대한민국 정부는 그간 전차 운용을 통해 충분한 개발 능력이 축적됐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설계를 사 온 K1 전차와 달리 처음부터 국내 기술 위주로 개발한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기존 K1 전차는 미제 부품을 상당 부분 사용했기 때문에 미 정부의 수출통제(E/L: Export License)가 항상 수출 시 부담으로 작용했으므로 이 기회에 순수 국내 기술로만 전차를 개발한다면 해외 수출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게 고려됐다. 이 시기의 북한 역시 지상 전력 확충과 현대화에 집중하면서 기존 K1 전차의 맞상대였던 T-55와 T-59 전차의 성능을 상회하는 차기 전차 개발에 돌입했으므로 이들 전차를 상회할 능력을 갖춘 신형 전차의 도입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95년 차기 전차 개발 사업인 ‘XK2’ 사업 추진을 발표한 후 기본 설계에 착수했으며, 2003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2007년 XK-2 전차 출고식의 모습 <출처: Dr. Minki Kim>
국방부는 도태 시기가 도래한 초기형 K1 전차와 M47/48 패튼(Patton) 전차 수량을 근거로 잡아 K2의 최대 양산 수량을 680대로 잡았다. 최초 개발 당시 국방과학연구소는 독일 MTU(Motoren- und Turbinen-Union Friedrichshafen GmbH)사의 1500마력 유로파워팩(Europowerpack)을 장착하고,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된 120mm 신형 활강포(滑腔砲)를 채택하기로 했다. 특히 첨단 복합재를 사용한 장갑과 최첨단 센서 체계가 사용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으므로 K2는 미제 M1A2 에이브럼스(Abrams) 전차나 프랑스제 르끌레르(LeClerc) 전차의 능력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KX2 사업으로 완성된 전차는 두 번째 한국형 주력 전차라는 의미를 담아 정식 제식 번호로 “K2”를 붙였으며, 별칭은 검은 표범을 뜻하는 “흑표(黑豹)”로 명명했다. K2의 시제 차는 총 3대가 제작되었으며, 2007년 3월 2일 창원공장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선보인 뒤 2008년에 운용 시험을 종료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약 20개의 하도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로템을 양산 업체로 선정했으며, 12년간 전차 개발을 위해 총 2천억 원을 공동 투자했다. “XK2”로 명명된 시제 차량은 2008년 9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이듬해인 2009년 10월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방산전시회(ADEX) 때 처음 일반에 공개되었다. 당시 공개된 제원으로 보면 K2 전차는 현존하는 대표적인 3세대 전차보다 뛰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K2 흑표 초도양산 1호차량의 2015년 모습 <출처: 국방기술품질원>
당초 국방부의 계획은 2009년부터 K2의 체계종합작업을 거친 후 양산에 들어가 2011년까지 실전 배치를 완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 파워팩(Powerpack: 엔진과 변속기 조합)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정적으로 배치 일정이 틀어졌다. 당초 K2는 전술했듯 독일제 엔진과 변속장치로 구성된 파워팩을 장착할 계획이었으나, 2005년경 국방부는 해외 업체의 파워팩을 장착할 경우 수출 시 수출승인(E/L)을 따로 받아야 하는 문제점, 그리고 매 수출 시마다 적지 않은 금액이 해외 업체에 로열티 명목으로 흘러 나간다는 점을 들어 파워팩의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해외 기술 협력을 통해 파워팩을 개발하겠다는 다수 업체의 제안서를 받았지만 자체 개발 계획을 제출한 업체를 선정하면서 엔진 개발 업체로 두산 인프라코어(現 현대두산 인프라코어)와 변속기 개발 업체로 S&T 중공업을 선정했다. 이들 업체에게는 개발 기간으로 5년이 주어져 2010년까지 완성품을 납품하도록 했다. 처음부터 기술 축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5년 만에 개발을 완료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일정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개발은 계속 강행됐다.
제11기계화보병사단(현 기동사단)에 배치된 K2 흑표 전차의 중대전투훈련 장면 <출처: 대한민국 육군>
결국 방위사업청은 파워팩 개발 시작부터 6년 뒤인 2011년 3월, 엔진과 변속기 시험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최초 예정했던 K2의 2012년 실전 배치를 2013년 12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2년 4월에도 국산 파워팩의 안정성과 내구도 문제가 발견됨에 따라 우선 1차 양산 분 100대에 대해서는 최초 계획대로 독일 MTU제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결정했으며, 국산 변속기는 추가 개발 기간을 6개월가량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2015년에 양산된 K2 1차 양산 분은 MTU사의 MT-883 Ka501 엔진과 독일 렝크(RENK)사의 HSWL 295TM 변속기를 장착했으며, 실전 배치 일자도 다시 한번 밀려 2014년 3월로 연기됐다. 이 시점에서 이미 변속기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9년간 정부 예산 396억 원과 업체 자체 개발비 269억 원이 투입되어 개발이 진행됐지만 파워팩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여 실전 배치에 들어간 1차 양산분 K2 전차 역시 5대 중 4대 꼴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독일제만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기존 파워팩의 대체품 확보가 계속 필요했으므로 국산 엔진과 변속기의 개발은 취소되지 않고 계속 진행됐다. 따라서 2차 양산분 106대의 도입 시기가 됐을 때는 요구도를 약간 하향하여 엔진에 대해서는 개발 완료 판정을 내렸으나, 변속기는 여전히 요구도 기준에 미달했으므로 두산 DV27K 엔진과 렝크 HSWL 295TM 변속기를 혼합시킨 '하이브리드'형으로 장착해 2019년부터 납품에 들어갔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납품 계획이던 3차 양산 분 54대를 사실상 최종 도입 분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국산 변속기(S&T 중공업의 EST15K) 도입을 마지막으로 추진했으나, 시험 평가 기준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업체가 이견을 보이다가 결국 2차와 마찬가지인 국산 엔진-독일제 변속기 조합으로 납품이 결정됐다. K2 3차 배치분은 2023년까지 납품될 예정이며, 납품이 완료되면 총 260대의 K2가 실전 배치를 완료한다. K2 전차는 2014년 7월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가면서 초기형 K1 전차와 교대 중에 있다.


특징

K2 전차는 첨단 센서와 복합장갑, APS 등 다양한 최첨단 시스템이 적용됐다. (출처: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는 3.5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전차로, 통상 ‘3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기준은 복합 장갑 적용, 컴퓨터화된 사격 안정 및 화력통제체계의 장착 여부로 판단한다. 일반적인 3세대 전차는 주포로 활강포를 기본 채택하고 있으나, 강선포(鋼線砲: Rifled Gun)를 채택한 영국의 FV4034 챌린저(Challenger) 2 전차 같은 예외가 있으므로 필수 조건으로 보지는 않는다.
K2 전차는 밀리미터 밴드의 EHF 레이더를 채용하여 이동간 안정적인 포사격능력을 확보했다. <출처: 국방기술품질원>

K2는 현대위아(WIA)에서 제작한 55구경장 120mm 활강포를 채택했으며, 분당 15발을 발사한다. K2에는 르끌레르 전차와 유사한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예비 포탄 16발은 자동급탄장치 내에 장전되고 24발은 차체 내부 공간에 적재된다. K2의 주포는 고폭탄(HEAT)이나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비롯한 NATO 스탠더드 포탄 외에도 위에서 아래로 표적을 관통하는 파이어-앤-포겟(Fire-and-Forget) 방식의 한국형 상부공격지능탄(KSTAM-II: Korean Smart Top-Attack Munition-II)을 운용할 수 있다. KSTAM-II는 통상 전차의 장갑이 가장 두터운 전면부를 피해 상대적으로 장갑이 얇은 상부에 포탄을 내리꽂는다는 개념이며, 사격 자체도 포물선을 그리며 발사해 야포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KSTAM-II는 최대 8km 이내의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KSTAM-II는 대전차 유도미사일과 달리 자체 유도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며, 4개의 비행용 핀(fin)이 있어 목표까지 스스로 유도해 간 뒤 마지막 단계에서 소형 낙하산을 개방해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하도록 좌표를 수정한다. 특히 KSATAM-II는 전차가 은폐된 상태에서도 표적을 격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2 전차는 밀리미터 밴드 레이더인 EHF(Extreme High Frequency) 레이더를 채택한 점도 독특하다. K2는 사격통제장치와 연동된 레이더를 통해 주행 간 지형 층고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동 간 포사격 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EHF 레이더는 포탑 전면부에 설치되어 있으며,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측풍(測風)센서와 함께 장착되어 있다. EHF 레이더는 현수장치와도 연동되어 있어 차량이 주행을 정지하고 최대한 높이를 낮추면 KSTAM-II 포사격을 실시할 것으로 간주하여 목표물까지 필요한 각도를 계산한다. K2의 고급 사격통제장치는 지상 위의 차량뿐 아니라 저고도로 비행하는 헬기 같은 물체도 포착할 수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10km에 달한다. K2의 사격통제장치는 자동으로 차량 크기의 물체를 포착 및 추적하여 격멸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지원한다.
K2는 부무장으로 K-6 12.7mm 기관총 한 정과 7.62mm 공축기관총이 장착되어 있다. K2는 복합장갑을 적용했지만 복합장갑을 적용한 대부분의 전차들과 마찬가지로 장갑에 적용한 소재의 종류나 비율은 기밀로 분류하고 있다. 수출용 형상은 로켓 공격이나 대구경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측면에 복합장갑을 추가했으며, 포탑 후면과 차체 후면에는 대전차 방호용 네트를 설치했다. 차체 외부에는 조립(모듈)식 반응장갑(ERA: Explosive Reactive Armor)을 블록 형태로 추가하여 붙일 수 있다. K2의 장갑은 차체 전면부의 경우 55구경장 120mm 전차포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능동방어체계(APS: Active Protection System) 및 대응체계, 그리고 화생방(NBC) 방호체계가 설치되어 있어 승무원의 생존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K2 전차에 적재되는 포탄과 기관총 탄약. (출처: 정승익/대한민국 국군)
K2는 기동성에 중점을 둔 전차로, 기본 중량은 대부분의 3세대 전차보다 가벼운 편인 약 55톤 정도이다. K2 전차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반도 지형에 맞춰 기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현수장치(suspension)이다. 한반도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험준한 산지가 많은 편이므로 어떤 지형에서도 차축의 높낮이를 조정하여 안정적인 자세를 잡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K2에 채택된 암 내장형(In-arm) 유기압 현수장치는 차체의 앞뒤 높이를 위아래로 조정함으로써 주포가 표적을 향해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도록 해주며, 차체를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낮출 수 있어 언덕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면서 사격을 하거나 최대한 높이를 낮춰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K2는 도하장비 없이 1.2m까지 도하가 가능하며, 타워 형태로 설계된 스노켈(snorkel)을 장착할 경우 최대 4.2m까지 잠수 도하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1990년대 말 불곰사업으로 국군에 도입된 T-80U 전차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잠수도하장비를 장착한 K2 전차. (출처: 현대로템)
K2는 해외 고객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관심 고객이 늘어감에 따라 사막용 형상도 개발 중이며, 혹서 환경에 대비해 기온이 43도까지 오르는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에어컨 용량을 늘리고 파워팩의 냉각 능력도 개선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간 전쟁에서 확인됐듯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 방호 문제도 중요하므로 STAGNAG 레벨 4 수준으로 대전차 지뢰 방호 능력을 강화했으며 차체 하부 방어 능력도 보강했다. 또한 승무원 생존성을 위해 좌석에 내폭 설계가 적용됐다.

운용 현황
사격 테스트 중인 XK2 흑표 시제전차.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2 흑표 전차는 2014년 6월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으며, 초도 양산 분은 독일 MTU사의 파워팩을 장착했다. 1차 배치는 2014년 6월, 총 15대의 전차가 중부 전선에 위치한 7기동군단 예하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됐으며, 2014년 말부터 K2 흑표 전차로만 구성된 전차 대대가 처음 편성됐다.
K2 개발 과정에서 가장 복잡한 난제가 된 파워팩 문제는 결과적으로 군과 업체 모두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정부는 실전 배치 직전이던 전차의 파워팩 국산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업체에게는 무리한 개발 일정을 강요했으며, 군에게는 도태 장비 수명과 연동해서 잡아 놓고 있던 K2의 배치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도록 했기 때문에 파워팩 국산화 시도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이후 파워팩 개발이 지속적으로 지연되자 체계종합업체인 현대로템은 2차 양산부터 3년 넘게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1,100억 원가량 부과 받아 변속장치 제조업체인 S&T 중공업을 상대로 선급금 약 228억 원 등에 대한 구상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3차 양산 분 계약 시기가 도래했을 때까지도 국산 변속기가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고, 1~2차 양산분 변속기 납품 업체인 독일의 렝크사는 2020년 내에 자사와 3차 양산 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제품 생산 라인 유지가 어렵다는 통보를 해옴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국산 엔진과 독일 변속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파워팩을 채택했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12월 21일 자로 체계종합업체인 현대로템과 K2 3차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2차 양산분과 동일한 국산 엔진+독일산 변속기 조합의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다. 현재 K2는 해외 수출이라도 성사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더 이상의 추가 양산 계획이 없는 상태이다. 만약 이대로 추가 양산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추가 양산이 이루어지더라도 국산 변속기 개발이 최종 실패로 끝날 경우에는 연구 개발비로 투입한 306억 원 및 정부 투자비 542억 원도 공중에서 사라지게 될 상황이다.
K2 파워팩 문제는 전체적인 개발 일정과 맞추지 않고 국산화라는 명분 하나만 밀어붙인 결과로 야기된 경향이 크다. 최초 독일제 파워팩 장착이 계획되어 있던 것을 핵심 장비 국산화와 외화 유출 최소화라는 명목으로 개발 일정 후반에 갑자기 국내 개발로 전환됐으며, 해외 업체를 통한 기술 제휴나 기술 이전을 제시한 현실적인 방안 역시 ‘국산화’라는 명분 아래 제외되었다. 파워팩 개발 중 지속적인 국방규격 기준 미달이 발생하자 아예 기준 자체를 변경한 점도 논란이다. 예를 들어 2014년에는 시속 0km에서 32km까지 도달하는 ‘순간 가속력’ 요구도를 8초에서 8.7초로 하향했는데, 기동성에 중점을 K2 같은 전차에게는 중요한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였다. 유사 등급의 프랑스의 르끌레르 전차는 동일 조건을 5~6초, 이탈리아의 아리에떼(Ariete) C1 전차는 6초, 미국의 M1 전차는 6초 이하를 도달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K2는 이들 전차보다 기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볼 때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K2 흑표전차의 2차양산 차량이 영하 32도에서 엔진 시동을 여부를 확인 중이다. <출처: 방위사업청>
내구성 기준 역시 논란이 많았다. 최초 요구도는 320시간 연속 주행 시 내구성에 대한 요구도였는데, 최초 작성된 국방규격에는 엔진 운행 거리 9,600km에 해당하는 320시간 연속 주행을 요구도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초 품질 검사 과정에서는 237시간 만에 문제가 발생하자 기준을 변경해 A 시간 동안 내구도 시험 시행 후 고장으로 인해 교체된 부품은 ‘0시간’으로 세팅하여 320시간 시험을 재실시 하되, 교체되지 않은 부품은 앞서 한 시험 시 320-A로 잡아 고장 미발생 시 합격 처리했다. 즉, 국방규격은 9,600km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74%(7,110km)에서 고장이 발생한 것인데, 이 점 역시 개발 경험이 없다 보니 평가 기준을 처음부터 지나치게 상향하여 잡았다는 반론이 있다.
평가 기준으로 삼을 마땅한 지표가 없으니 이전에 개발한 K-9 자주포의 파워팩을 기준으로 삼다가 발생한 문제인데, 애당초 연속 주행을 할 일이 잘 없는 자주포의 기준을 전차용 1,500마력 파워팩에 대입한 것부터 무리했다는 것이다. K2 파워팩은 이후에도 6차례 시험을 실시하면서 8회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주로 크랙(crack) 발생이나 누유, 변속장치 파손 등이 일어났으나 엔진 쪽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됨에 따라 2차 양산분부터는 국산 엔진이 설치될 수 있었다.
제20기계화보병사단(현 20기갑여단)의 K2 전차 훈련장면 <출처: 대한민국 육군>
K2 전차는 약 850만 달러(한화 약 99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전차이다. 이는 370만 달러에 불과한 러시아의 최신형 전차인 T-14 아르마타(Armata)나 400만 달러 수준인 프랑스의 르끌레르 전차, 혹은 약 5~6백만 달러 사이를 호가하는 독일의 레오파르트 2A6 전차보다 비싸고, 실전 검증이 완료된 약 800만 달러 수준의 M1A2 에이브럼스 SEPv2 전차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으므로 현재로서는 수출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이는 개발 지연 과정에서 단가가 올라간 데다 양산 수량 감소 문제 등으로 개발비가 해소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파워팩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면서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발생한 탓이 크다. K2의 기술이 상당 부분 이전된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가 K2보다 늦게 개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개발이 완료됐고, 심지어 2023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갈 상황인 것도 향후 해외 수출 시 K2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부분으로 보인다. 단, 알타이 전차 쪽도 가격 면에서 자유롭지 못해 대당 가격이 1,370만 달러를 호가한다는 점은 K2에겐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K2의 유일한 수출 사례는 터키의 알타이 전차로, 기술 수출 형태로 수출되었다. <출처: Otokar Otomotiv ve Savunma Sanayi>
위에 언급했듯 K2 전차의 현재까지 유일한 수출 사례는 2008년 터키 전차 개발 사업 입찰에 참가하여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를 제치고 기술이전(TOT: Transfer of Technology) 형태로 기술 수출 계약을 수주한 것이다. 당시 터키는 해외 기술 제휴 업체를 선정한 후 최대 1,000대의 전차를 공동 개발 형태로 생산할 계획이었으며, 2008년 7월 현대로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4억 달러로 전차 개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계약 규모는 2001년 터키에 판매된 K-9 자주포의 10억 달러 면허생산계약 다음가는 역대 최고가의 방산 수출 계약이었다. 현대로템은 터키 오토카(Otokar)사와 7월 29일에 기술지원계약을 체결했으며, 사업명은 ‘알타이(ALTAY)’ 사업으로 정해졌다. 기술 이전은 2015년 4월까지 실시하기로 했으며, 기술 이전 대상이 된 기술은 전차체계, 장갑, 주포 부분에 해당됐다. 현대로템은 알타이 전차 사업 전체에서 설계와 생산, 시험 과정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최초 K2 흑표 전차도 터키에 일정 물량 수출한다는 합의 조건은 K2 자체의 파워팩 결함 문제로 양산이 밀렸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2008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는 예산 문제 때문에 K2 전차의 도입 수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2008년 당시 국과연이 전차 도입 물량을 줄이기로 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그리고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이었다. 국과연은 2009년부터 2017년 사이의 도입 수량을 600대에서 400대가량으로 축소했고, 사업비 역시 1조 8천억에서 3조 9천억 원가량을 줄이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과연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차 양산분을 위해 14조 4천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오만 현지에서 시험평가 중인 K2 흑표전차 <출처: 현대 Rotem>
K2는 2013년, 페루 육군이 실시한 차기 전차 도입 사업에 참가해 우크라이나의 T-84, 독일의 레오파르트 2A4/6 전차와 러시아의 T-90S 혹은 T-80, 그리고 미제 M1A1 전차와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이 사업은 2015년 10월, 중국이 대당 490만 달러 수준인 MBT-3000(VT-4) 전차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업 자체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2020년 말에는 아제르바이잔이 약 100대의 K2 전차 도입 의사를 보인 바 있으며, 2020년 1월에는 폴란드 육군이 K2 흑표 전차의 면허 생산 형상(“K2PL”)을 도입해 PT-91 전차 및 T-72 전차와 교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7월, 미국이 폴란드에 M1A2 SEP(System Enhancement Package)v3 전차를 훈련용 차량까지 포함한 262대가량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대로템 또한 터키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폭적인 기술 이전 및 현지 면허 생산을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업의 향방은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그 외에도 K2는 2021년부터 노르웨이와 인도가 발주한 전차 도입 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오만에서도 M60A1/A3 전차 대체 사업에 참가해 독일의 레오파르트 2A6 및 터키의 알타이 전차와 경합 중에 있다. 오만 사업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현지 시험 평가에서 경합 전차들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노르웨이 사업은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와 최종 경합 중이며, 2022년 사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파생형

XK2: 초기 개발한 시험용 차량.

2007년 차기전차 출고식에서 공개된 XK2 시제전차 1호차량 (출처: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초기 양산 형상. 2013년부터 2022년까지 260대 양산이 계획되어 있다.
2013년 서울 ADEX 전시회 중 야외 전시된 K2 전차. (출처: Simta/Wikimedia Commons)
K2 PIP(Product Improvement Program): 반능동 암 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ISU)를 장착하고, 고해상도 지형 스캔 시스템과 통합한 형상. 이를 통해 차량 주행 시 전방향 50m 지형을 미리 스캔하여 계산한 후 적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를 찾아내므로 험지 운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PIP 형상에는 하드킬(hard-kill) 방식의 미사일 대응체계와 비폭발성 반응장갑(NERA)이 장착됐다.
K2PL: 폴란드 수출용 형상 제안으로, 폴란드 군의 구형 T-72와 PT-91 트바르디 전차를 대체하기 위한 형상안. 상부에 폴란드제 RCWS를 장착할 예정이다.
제28회 국제방위산업 전시회(MSPO)에서 공개된 K2PL 축소모형 <출처: Public Domain>
알타이 T1/T2/T3/AHT 전차: 터키 오토카(Otokar)사가 현대로템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제작한 전차. K2 전차 설계에 기반한 형상으로, $4억 달러로 터키의 오토카에 대한 기술 이전 및 설계 지원 계약이 체결되면서 개발됐다. 2010년 경에는 콜롬비아, 201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관심을 보였으며, 같은 해 터키 IDEF 전시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도입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중동권 국가인 오만과 카타르를 비롯한 걸프해 연안 국가, 그리고 파키스탄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터키 정치권에서도 약 100대 도입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제조사 측은 2021년 3월부터 한국산 파워팩(두산 DV27K 엔진+S&T 중공업 EST15K 변속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험 평가가 완료되면 이들 파워팩을 장착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K2 기술 이전을 통해 터키에서 개발된 '알타이(Altay)' 전차. (출처: SSB, Republic of Turkey Defense industries)


제원

용도: 주력 전차
제조사: 국방과학연구소(ADD-설계), 현대로템(양산)
승무원: 3명(전차장, 포수, 조종수)
전장: 10.8m(포 길이 포함)/7.5m(차체) /6.6m(포신 길이)
전고: 2.4m
전폭: 3.6m
중량: 55톤
최대 연료량: 1,296리터
장갑: POSCO MIL-12560H 강철장갑, 반응장갑(ERA/NERA), 모듈장갑 등
주무장: 현대위아 CN08 120mm L55 활강포(40발 적재)
포구 속도: 1,760m/s(분당 15발)
부무장:
         ㄴ12.7 x 99mm K6 중기관총 x1(3,200발)
         ㄴ7.62 x 51mm NATO 공축기관총 x1(12,000발)
출력체계:
         ㄴ로트(Lot) 1: 1,500 마력 MTU MT-883 Ka-501 4사이클 12기통 수랭식 디젤 엔진
         ㄴ로트 2,3: 1,500마력 두산 DV27K 4사이클 12기통 수랭식 디젤 엔진
출력대비중량: 27.2마력/톤
변속장치: 2,450kg 렝크(RENK) HSWL 295 TM(5단 전진, 3단 후진)
             (로트 3: 2,500kg S&T 중공업 EST15K(6단 전진, 3단 후진/개발 중))
현수장치: 암 내장형 반능동 유기압식 현수장치(ISU: In-Arm Suspension Unit)
항속거리: 430~450km
최고속도: 70km/h(도로), 50km/h(험지)
가속력: 0 km/h에서 32km/h까지 7초
최저지상고: 40cm
포탑 회전각: 360˚
정면 등판력: 60%
횡경사 등판력: 40%
수직 장애물 극복 높이: 1.3m
참호 통과 깊이: ~2.8m
도섭 가능 심도: 1.2m(기본 잠수도하능력), 4m(잠수도하장비 장착 시)
대당 가격: 850만 달러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