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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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SU-85 자주포

대타로 탄생해 주력을 담당했던 소련의 자주대전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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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85 자주포는 원래 대타였으나 예정했던 SU-100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실질적인 소련군의 주력 자주대전차포 역할을 담당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독소전쟁 초기에 소련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 독일의 돌격포, 자주대전차포 등은 타도해야 할 목표였지만 그러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포탑을 제거한 차체에 원판 전차보다 강력한 주포를 장착해서 공격력을 극대화한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벤치마킹에 나섰다. 적의 무기를 베낀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제2차 대전처럼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와중에 그러한 사치를 부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기갑전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한 소련 최초의 자주포인 SU-152와 SU-122가 1943년 초부터 배치에 들어갔다. 그런데 실전에 투입해 운용해 본 결과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많았다. KV-1 전차 차체에 152mm 곡사포를 장착한 SU-152는 그럭저럭 활약했던 반면 T-34-76 전차 차체에 122mm 곡사포를 장착한 SU-122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간이 작아서 직사도 곡사도 아닌 어중간한 사격만 가능했고 정확도도 떨어졌다.

SU-85는 실패작인 SU-122처럼 T-34-76 전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22mm 곡사포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에는 T-34-76 차체가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연구에 들어간 결과 100mm 정도의 주포가 적합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S-34 함포를 기반으로 하는 100mm 구경 대전차포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1944년 탄생한 걸작이 SU-100 자주포는 물론 전후 등장한 제1세대 전차의 대명사와 다름없는 T-54, T-55 전차의 주포로도 사용된 D-10 시리즈 전차포다.
M1939 85mm 고사포를 기반으로 SU-85, T-34-85의 주포인 D-5 대전차포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소련과 독일이 팽팽하게 대치 중이던 1943년 초반 시점으로는 지금 당장이 문제였다. 독일이 6호 전차 티거를 본격 투입한 데다 5호 전차 판터의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기에 이제 막 개발에 착수한 100mm 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고심 끝에 소련은 포구 속도가 빠른 M1939 85mm 대공포를 개조해 SU-122 차체와 결합한 대타를 먼저 만들어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1943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최초로 조립된 SU-85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구경에 따라 제식 부호가 결정된 전작들처럼 SU-85로 명명된 새로운 자주포 사업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85mm 대전차포를 장착한 모델들을 동시에 만들어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S-18 포를 장착한 SU-85-I, SU-85-IV는 탈락하고 장거리에서 독일군의 양적 주력인 3호, 4호 전차를, 단거리에서 중전차인 6호 전차 티거의 정면 장갑을 관통하는 결과를 보인 D-5S 포를 탑재한 SU-85-II가 양산형으로 채택되었다.
SU-85 양산 1호차의 공장 출고 직후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D-5 포가 1943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T-34-85의 주포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SU-85의 공격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T-34-85로 임무를 수행했어도 크게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전고가 낮아 매복에 편리한 점 등은 분명히 장점이었다. 거기에다 도태가 예정된 T-34-76의 차체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재활용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
주변에 함께 전시된 T-34와 비교하면 전고가 낮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매복 등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 출처 : (cc) Navigator-avia at Wikimedia.org >
특히 실패로 판명난 SU-122의 상당수가 SU-85로 개조되었다. 아무리 소련의 전차 생산량이 무지막지해도 일선에서는 항상 부족했다. 소련이 SU 시리즈 자주포를 만든 이유도 좀 더 많은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소련의 동원 능력이 워낙 대단해서 각종 장비를 마구 사용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구형 장비라도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면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SU-85는 대타로 등장했지만 소련군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활약했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개발이 완료된 SU-85는 8월부터 일선 부대에 공급되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역사적인 쿠르스크 전투에는 투입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임시 대타였어도 100mm 포의 개발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SU-100의 데뷔가 전쟁의 승패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는 1944년 10월에서야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SU-85는 가장 필요할 때 등장해서 훌륭히 활약했다고 볼 수 있다.


특징

SU-85는 기본적으로 SU-122의 122mm M-30S 곡사포를 D-5T 고속 85mm 대전차포로 대체한 것이다. 때문에 공격력이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기동력, 방어력 등은 기본적으로 전작과 동일하다. 그러나 급조한 장비라는 생각이 들 만큼 투박한 SU-122와 비교하면 외형이 상당히 세련되었다. 주포가 작아지면서 차체 내부 공간도 좀 더 넓게 쓸 수 있었고 고질적인 밸런스 불균형 문제도 해결되었다.

SU-85는 균형이 맞지 않았던 SU-122와 달리 상당히 세련된 외형을 가졌다. 당연히 전투력도 뛰어났다. < 출처 : (cc) SuperTank17 at Wikimedia.org >
핵심은 공격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D-5T 포는 포구 속도가 빨라 1,000m 거리에서 티거 전차를 관통할 수 있을 만큼 화력이 뛰어났다. T-34-76과 동일한 프리즘 관측 조준경에 더해서 지휘관용 큐폴라를 장착해 사격의 정확도 개선되었고 연사력도 양호했다. 그러나 배치 시기를 기준으로 볼 때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구축전차들과 비교하면 공격력, 방어력이 모두 뒤졌다. 결국 SU-100이 등장하면서 주력에서 물러났다.
2018년 러시아 군사사 박물관에서 최초로 복원된 SU-85 전차의 시험기동장면 <출처: 유튜브 Yuri Pasholok 채널>


운용 현황

SU-85는 1943년 8월부터 SU-100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후인 이듬해 10월까지 약 1년 동안 2,650문이 생산되었다. SU-100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기는 하나 활약 기간이나 전선에서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소련군 대전차 자주포의 주력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격 배치가 시작된 시점에 등장한 독일의 전차들과 대결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44년 7월 해방된 민스크 도심을 주행하는 SU-85 자주포대.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군은 제2차 대전 종전 시점까지 운용했으나 1944년 말부터 2선급 무기로 빠졌고 1950년대 중반까지 치장 물자로 보관하다가 도태시켰다. 상당량이 전후 바르샤바 조약국인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친소 중립국인 유고슬라비아에 공급되었는데 일부는 현지에서 개조되어 구난 차량 등으로 이용되었다. 북한과 베트남도 주요 사용자 중 하나였다.


변형 및 파생형

SU-85: 양산형. 2,650문.

SU-85 < 출처 : Public Domain >
SU-85M: SU-100용 큐폴라를 채택한 별도 양산형. 315문.
SU-85M < 출처 : Public Domain >
WPT-34: 1960년대에 폴란드에서 SU-85M을 개조한 구난 차량
WPT-34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생산업체: UZTM
도입 연도: 1943년
생산 대수: 2,650문
중량: 29.6톤
전장: 8.15m
전폭: 3m
전고: 2.45m
무장: 1×85mm D-5T 전차포
엔진: 하르코프 V-2 12기통 디젤 엔진 493마력(368kW)
추력 대비 중량: 16.7마력/톤
항속 거리: 250km
최고 속도: 55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