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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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Ba 349 요격기

실패로 끝난 유인 지대공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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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박물관에 전시 중인 Ba 349 나터르 요격기 복제품.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개발의 역사

일본의 진주만 급습은 제2차 대전의 엄청난 전환점이었다. 그동안 중립을 유지하던 미국이 단순히 연합국에 가담하는 것을 넘어 전쟁을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동안 방어에만 급급하던 영국 본토는 순식간 유럽 해방을 위한 거점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전쟁을 치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독일과 교전 상대가 된 이상 그냥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일단 영국에 전개한 미 육군 항공대의 선도 부대가 1942년부터 프랑스에 주둔한 독일군 기지를 공격했다. 비록 시작은 그동안 고군분투해 온 영국 공군처럼 단말마적인 수준에 그쳤고 아직 전성기였던 독일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전략 폭격의 전초전이었다. 그리고 1943년 이후부터 독일 본토는 연합군 폭격기들이 토해내는 엄청난 폭탄의 비를 맞고 불바다로 변해갔다.

연일 독일 본토를 맹타하는 미 육군 항공대의 B-17 폭격기 편대. 독일이 이를 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독일은 동부전선에서 활약하던 전력까지 돌려서 방어에 나섰을 만큼 다급했다. 분주히 전투기들이 날아올라 폭격기 요격에 나섰으나 갈수록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물량 대결에서 확연히 밀렸다. 연합군은 폭격기가 격추되면 다음 날 더 많은 폭격기를 동원할 수 있었으나 독일은 작전 중 전투기가 사라지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든 메워야 했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흔히 나치의 비밀 병기라고 회자되는 요격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제트전투기인 Me 262,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유인기로 가장 빠른 속도를 내었던 Me 163, 국민 전투기라고 불린 He 162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처음 등장했을 때 연합군을 당황하게 만든 전투기임에는 틀림없다. 기술적으로 항공 무기사에 상당히 인상적인 흔적들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뮌헨 박물관의 Ba 349와 발사대 모형. 수직으로 발사하는 요격기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인 지대공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cc) Baier at Wikipedia.org >

그런데 이들은 정작 독일 조종사들도 탑승을 꺼렸을 만큼 성능에 문제가 많았다. 사실 연합국도 비슷한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던 중이었으나 전황이 우세해서 서둘지 않았던 반면 독일은 드러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도 못하고 조급하게 데뷔시켰을 만큼 상황이 나빴다. 완성되지 못하고 서류 상이나 실험만으로 그친 경우가 더 많았을 정도였다. 오로지 폭격기만을 상대하려던 Ba 349도 그러했던, 미완으로 끝난 인상적인 요격기 중 하나다.

Ba 349는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목표가 포착되면 고고도까지 신속히 치고 올라가 강력한 무장으로 타격을 가하는 개념의 요격기였다. 한마디로 지대공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 로켓은 실용화되었으나 목표까지 정확히 유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대신 조종사가 조종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미 비슷한 개념의 Me 163의 배치가 목전에 있었으므로 생소한 방식은 아니었다.

유명한 여성 비행사로 나치의 선전에 이용된 하나 라이치와 함께 한 Ba 349 개발자 에리히 바흠. < 출처 : Public Domain >

다만 물자가 부족한 당시 독일의 상황을 철저히 반영해야 했다. 자재의 수급이 가능하고 생산도 쉽도록 구조가 간단해야 했다. 1944년 공군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을 시작하자 피젤러(Fieseler)의 엔지니어인 바흠(Erich Bachem)은 이전에 개념 연구를 해두었던 Fi 166을 기반으로 BP-20을 즉시 설계해서 제출했다. 개념은 로켓에 비행의 편의를 위한 날개를 부착한 단순한 형태였다.

20m의 레일에 거치한 후 수직으로 발사했는데, 이는 대다수의 비행장이 파괴된 당시 독일의 현실과 이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구조가 간단한 만큼 운용 프로세스도 단순했다. 자동으로 목표 인근까지 다가가면 조종사가 집중 공격을 가한 후 이탈하는 방식이었다. Me 163과 달리 자력 복귀가 불가능해서 탈출한 조종사와 기체는 낙하산으로 회수해서 재사용할 예정이었다.

1944년 무인 발사 실험 중인 Ba 349 프로토타입. < 출처 : Public Domain >

제안을 높게 평가한 공군은 Ba 349 나터르(Natter, 독사의 일종)로 명명하고 개발을 지시했다. 곧바로 16기의 실험용 프로토타입이 제작되어 각종 테스트를 실시했고 1945년 1월에는 시속 1,100km의 비행에 성공했다. 아직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는 자동화 비행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결과에 고무된 베를린 당국은 실전 배치를 위해 당장 유인 비행 실험을 실시하라고 채근했다.

이에 1945년 3월 1일에 테스트에 나섰으나 발사 후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체는 지면으로 추락했고 시험 조종사 시버(Lothar Sieber)는 순직했다. 그럼에도 50기를 주문한 공군과 별개로 친위대(SS)도 150기를 발주했을 만큼 관심은 여전했다. 하지만 종전으로 프로그램은 그 단계에서 중지되었고 당대에 최고로 빠른 유인비행체가 될 뻔했던 Ba 349는 미완의 인상적인 요격기로 생을 마감했다.

개발자 바흠이 시험 비행사 시버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묘사한 Ba 349 복제품. 하지만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 출처 : (cc) Schakko at Wikipedia.org >


특징

앞서 언급처럼 Ba 349는 독일의 특수한 상황이 철저히 반영되어 설계가 이루어졌다. 엔진, 무장, 조종석 장갑판, 방탄유리 정도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나무로 제작되었고 이를 못으로 연결했다. 기체가 소모품에 가까웠고 당시에 목재로 만든 항공기가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당대 최고의 시속 1,000km의 속도를 목표로 하는 고속의 비행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정성 측면에서 결코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Ba 349의 삼면도. 당시 독일 상황을 고려해 비숙련자도 제작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구조다. < 출처 : (cc) Kaboldy Public at Wikipedia.org >
처음에는 발터(Walter)가 제작한 HWK 109-509A-2 로켓 모터를 탑재했으나 추력이 부족해 개량형인 HWK 109-509D-1 로켓 모터를 장착했는데 3~4분 정도만 가동되었다. 그리고 신속한 발사를 위해 10초간 작동되는 4기의 SG 34 부스터 로켓을 기체 후방 측면에 장착했다. 다시 말해 3분 정도 시간 내에 사거리까지 신속히 접근하는 공격을 가해야 한다. 기체 구조상 급선회 등이 어려워 1~2차례만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Ba 349는 기수 전면에 강력한 로켓탄이나 대구경 기관포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무장은 1회 공격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대구경의 로켓탄이나 기관포를 고려했다. 73mm 헨셸 Hs 297 로켓탄을 비롯해 여러 후보가 거론되었으나 개발이 중도에서 끝나면서 확정되지는 못했다. 이처럼 철저히 화력을 극대화해 폭격기를 요격하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후 미국이 본토 방공용으로 개발해서 배치한 F-89 전투기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운용 현황
Ba 349는 앞서 언급처럼 200기를 선 주문 받았을 만큼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프로토타입과 미완성 기체를 포함해 36기만 제작되었고 일선에 공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패전 직전의 혼란기라서 자료가 많지 않으나 수십 차례의 테스트 발사를 거듭했을 만큼 생산과 개발을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다급함과 초조함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종전으로 프로그램은 중도에 종료되었다.
시험장이 위치한 하센홀츠에 남아 있는 Ba 349 발사대 흔적. < 출처 : (cc) MartinMerinsky at Wikip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Ba 349A: 발터 HWK 109-509A-2 로켓 모터 장착형.

Ba 349A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Ba 349B: 발터 HKW 109-509D-1 로켓 모터 장착형.
Ba 349B < 출처 : (cc) Greg Goebel at Wikipedia.org >


제원(Ba 349B-1)

전폭: 4m
전장: 6m
전고: 2.25m
주익 면적: 4.7㎡
최대 이륙 중량 : 1,769kg
엔진: 발터 HWK 109-509D-1 로켓 모터×1
         슈미딩 SG 34 부스터 로켓×4
가동 시간: 3.15분(9,000m)~4.36분(6,000m)
최고 속도: 1,000km/h
실용 상승 한도: 12,000m
순항 거리: 40km(10,000m)~60km(3,000m)
무장: 73mm 헨셸 Hs 297 로켓탄×24
        또는 55mm R4M 로켓탄×33
        또는 30mm MK 108 기관포×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