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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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개닛 대잠공격기

대잠기에서 조기경보기까지 다양하게 활약한 영국 해군 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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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 대잠기로 운영되었던 페어리 개닛. 동체 하부의 무장창을 열고 있는 모습. <출처 : historynet.com>


개발의 역사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많은 해외 식민지 경영을 위해 일찍부터 해군력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특히, 항공모함은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가졌다. 1916년 경순양함 HMS 퓨리어스(Furious)를 개조하여 최초의 항공모함을 만들었고, 1918년에는 처음부터 항공모함으로 설계된 HMS 허미즈(Hermes)를 건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조가 늦어져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항공모함이라는 타이틀은 1919년 건조에 들어가 1922년 완공된 일본의 호쇼가 가져갔다.

처음부터 항모로 설계되어 건조된 HMS 허미즈 <출처 : Public Domain>

항공모함의 등장으로 육상에서 발진하여 제한된 거리만 바다 위에서 비행할 수 있었던 비행기가 배가 가는 곳 어디라도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육상 기지보다 짧은 갑판의 활주로는 이착함에 많은 기술을 필요로 했고, 조종사에게 숙련도를 요구하게 되었다. 항공기에도 견고한 랜딩기어, 공간 절약을 위한 접이식 날개 등은 항공모함 운용을 위한 기술들이 되었다.

영국 해군은 숍위드 에비에이션 컴퍼니(Sopwith Aviation Company), 글로스터 에어크래프트 컴퍼니(Gloster Aircraft Company), 슈퍼마린(Supermarine), 블랙번 에어크래프트(Blackburn Aircraft), 호커 에어크래프트(Hawker Aircraft) 같은 항공기 제작사들이 제작한 다양한 항공기를 함재기로 운용했다.

페어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드피쉬 뇌격기 <출처 : Public Domain>

이들과 함께 1915년 창업한 페어리 에비에이션(Fairey Avaiation, 이하 페어리)은 1950년대까지 어느 업체보다 다양한 함재기를 개발하여 납품했다. 대표적 기체로는 1917년 수상정찰기 캄파니아(Campania), 1934년 소드피쉬(Swordfish), 1941년 파이어플라이(Firefly) 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영국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새로운 함재기, 특히 잠수함을 찾고 타격할 대잠수함전(Anti Submarine Warfare) 항공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1945년 영국 해군성은 GR.17/45라는 요구 조건을 발표했다. 새로운 함재기는 1943년부터 함재 공격기와 대잠전 기체로 운용했던 페어리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대체할 예정이었다.

블랙번 에어크래프트의 B-54 <출처 : inf.news>

요청에 Type Q라는 시제기를 제안한 페어리와 블랙번 B-54를 제안한 블랙번 에어크래프트가 경쟁했다. 페어리는 Type Q에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트위드(Tweed) 터보프롭 엔진을 고려했으나 암스트롱 시들레이(Amstrong Siddeley)의 맘바(Mamba) 터보프롭 엔진 두 개를 사용한 더블 맘바(Double Mamba)를 채택했다.

영국 해군은 전시 항공모함 운용에서 얻은 경험을 반영하여 휘발성이 강한 고옥탄가의 석유를 사용하는 피스톤 엔진 대신 디젤 연료도 사용할 수 있는 터보프롭 엔진을 채택했다. 강한 휘발성의 연료는 피탄이나 항공기 사고 시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

페어리의 타입 Q 시제기 VR546 <출처 : inf.news>

영국 해군성에 의해 채택된 페어리의 시제품은 1949년 9월 19일 처음 비행에 성공했고, 1950년 6월 19일에는 항모 HMS 일러스트리우스(Illustrious) 갑판에 착함하여 터보프롭기로서는 최초의 착함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후 영국 해군의 요구 조건에 레이더와 이를 운용할 승무원이 더해지면서 설계 변경에 들어갔다.

생산 지연에는 설계 변경도 있지만, 미들섹스주 헤이즈와 맨체스터주 스톡포트의 두 군데 공장에서 생산하려던 계획에 더해 부품 생산 기지가 추가된 것도 이유다. 생산 기지 추가는 당시 영국 정부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동체 아래 Mk.19 레이더를 내놓고 있는 첫 양산기인 대잠형 모델 AS.1. 기체는 호주 해군 소속 개닛. <출처 : inf.news>

영국 해군은 페어리의 설계에 개닛(Ganne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53년부터 공장 출고가 시작되었고, 1954년 4월 영국 해군항공기지(RNAS) 포드(Ford)에서 AS.1으로 지정된 첫 양산형 모델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1958년에는 페어리 개닛이 그동안 함재 공중조기경보(AEW)를 담당하던 미국 더글라스(Douglas)의 스카이레이더(Skyraider)기를 대체할 항공기로 선정되었다. 개닛은 필요한 시스템을 수용하기 위해 더블맘바의 새로운 버전을 설치하고 항공기 아래에 새로운 레이돔을 설치했으며, 꼬리지느러미의 면적이 증가했으며, 내부 무장창이 제거되는 중요한 재설계를 거쳤다.

조기경보 모델 AEW.3 <출처 : inf.news>


특징

개닛은 항공모함에서 운용되는 대잠수함 타격기로 개발되었다. 탑승 인원은 조종사, 그 뒤로 관측관, 제일 뒤에는 뒤로 돌아앉는 레이더 관제사의 3명이 탑승한다. 개닛 대잠 모델은 승무원들이 모두 각각의 캐노피를 가지지만, AEW 모델은 조종사 외에 레이더 조작 및 통제 인원 두 명이 동체 내부로 들어가 외부에 드러나는 캐노피는 1개다.

대잠형(위)과 조기경보형(아래) 측면 비교도 <출처 (cc) Hammersfan at wikimedia.org>
기체는 엔진 위에 조종석이 위치하고, 엔진과 배기관 아래 내부 무장창 등이 위치하는 관계로 전면에서 보면 아래 위로 갸름한 형태다. 동체 아랫부분에는 어뢰 등을 장착하는 내부 무장창이 위치하고, 그 뒤로 인입식 레이돔이 위치한다. 레이더는 Ekco ASV Mk. 19(ARI 5838)를 장착했다. 기체는 길이 13.11m, 날개 폭 16.56m, 높이 4.19m, 공허 중량 6,835kg, 최대 이륙 중량 8,890kg의 제원을 가졌다.
대잠형 내부 구조도 <출처 : conceptbunny.com>
개량형인 AEW 모델은 동체 하부 내부 무장창과 후방 레이돔을 없애고, 동체 하부 앞쪽에 AN/APS-20 레이더를 탑재한 대형 벌브형 레이돔을 장착했다. AN/APS-20 레이더는 1945년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 헤젤타인(General Electric Hazeltine)이 생산한 레이더로 세부 모델에 따라 S 밴드 또는 X 밴드 대역을 사용한다. 분당 3~6회전하며, 대형 수상함은 370km 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하다.
Z자로 접히는 주익 <출처 (cc) David Merrett at wikimedia.org>
함재기는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의 좁은 격납고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간 절약을 위해 날개를 접는다. 개닛은 접으면 Z자 형태가 되는 3단으로 접었는데, 이런 방식을 더블 윙 폴드(Double Wing Fold)라고 부른다. 주익이 펼쳐졌을 때는 직선이 아닌 날개 뿌리에서 아래로 향하다가 다시 위로 향하는 걸윙(gullwing) 형태를 가진다. 개닛의 수평 미익은 양산 이전에 레이더 관제사 탑승 문제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기 흐름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평 미익에 작은 핀릿(finlet)이 장착되었다.
더블 맘바 엔진 <출처 : gracesguide.co.uk>
개닛은 트윈 맘바(Twin Mamba)로도 불리는 암스트롱 시들레이의 더블 맘바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했다. 더블 맘바는 맘바 터보프롭 엔진을 나란히 장착한 것으로 하나의 변속기를 통해 4개의 날개를 가진 2개의 동축 반전 프로펠러를 움직였다.
더블 맘바 엔진의 구동축 연결도 <출처 : alverstokeaviation.blogspot.com>
각 엔진은 원래 자신이 담당하는 프로펠러를 구동하는데, 좌우 어느 하나만으로도 비행이 가능했다. 2개의 엔진 중 하나만 가동할 경우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쌍발기는 한쪽 엔진으로만 비행하면 좌우 추력이 비대칭이 되어 비행이 어렵지만, 개닛은 두 개가 하나의 축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이런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다.
페어리 개닛 다큐멘터리
초기 양산형인 AS.1은 2,950마력의 ASMD. 1엔진을 장착했고, 개량형 AS.4는 3,145마력의 ASMD.3엔진을, AEW 모델인 AW.3은 3,875마력의 ASMD.4 엔진을 장착했다. 개닛에 장착한 더블 맘바 엔진의 배기가스는 동체 양측면 날개 끝 뿌리 부분의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었다.
조기경보형에 장착되는 AN/APS-20 레이더 <출처 (cc) Hammersfan at wikimedia.org>
그러나, 재설계된 AEW 모델은 레이돔과 날개 사이에 배기구가 위치하도록 변경되었다. 조기경보레이더 운용 요원들이 동체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 확보를 위해 배기구 위치를 조정했다. 개닛은 AS.1 모델 기준으로 최고 속도 500km/h, 비행시간 최대 6시간, 운용 고도 7,600m로 비행했다.
개닛의 내 부무장창 <출처 : inf.news>
적 잠수함 발견 시 공격을 위한 무장도 갖추고 있다. 최대 2,000 파운드(907kg)의 어뢰, 폭탄, 폭뢰 등을 탑재하며, 날개 아래에는 로켓도 장착한다.


운용 현황

개닛은 총 348대가 제작되었고, 이 가운데 44대는 AEW 모델이다. 개닛의 첫 부대 배치는 1955년 항모 HMS 이글(Eagle)의 제826 항공대(NAS)에서 이루어졌다. 첫 양산형인 AS.1은 총 180대가 생산되었으며, 1954년부터는 훈련기형인 T.2형이 35대 생산되었다. 엔진이 개량된 AS.4는 82대가, 이를 기반으로 한 훈련기형 T.5는 5대가 생산되었다.

영국 해군의 개닛 AS.4 <출처 (cc) RuthAS at wikimedia.org>
1960년대 중반부터 AS.1과 AS.4는 함대 대잠 임무를 웨스트랜드(Westland) 훨윈드(Whirlwind) HAS.7 헬리콥터에게 물려주었다. 일부 기체는 전자전 지원을 위한 ECM.6 모델로 개조되거나, 항모에 편지 등 물자를 운반하는 COD(Carrier onboard delivery).4로 개조되었다.
1960년대 초반 촬영된 호주 해군 HMAS 멜버른 위의 개닛 AS.1/4 <출처 : navy.gov.au>
영국 해군은 1978년 12월 15일 개닛을 퇴역시켰다.
에어쇼에서 기동을 선보이는 개닛 T.5
첫 해외 도입국은 호주 해군으로 AS.1 36대를 도입하여 항모 HMAS 멜버른(Melbourne)과 해안 기지에서 운용했다. 인도네시아도 AS.4와 T.5를 도입하여 운용했으며, 서독도 1958년 AS.4와 T.5 15대를 도입하여 운용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운용했던 개닛(좌)과 독일 해군의 개닛 AS.4(우) <출처 : Public Domain>


변형 및 파생형

타입 Q: 원형기. 기체 번호 VR546만 생산.

원형기인 타입 Q VR546 <출처 : aviadejavu.ru>
AS.1: 첫 양산형 대잠타격기. 180대 생산.
첫 양산형인 AS.1. 호주 해군 기체 <출처 : airhistory.net>
T.2: AS.1의 훈련형. 35대 생산.
1955년 판보로 에어쇼에서 비행중인 개닛 T.2 <출처: RuthAS / Wikipedia>
AEW.3: 강화된 엔진을 장착하고 동체를 대폭 재설계한 조기경보형.  44대 생산.
조기경보 모델인 AEW.3 <출처 : aviationmuseum.eu>
AS.4: AS.1에 강화된 엔진을 탑재한 개량형. 82대 생산.
AS.1의 개량형인 AS.4 기체는 독일 해군 소속 <출처 : net-maquettes.com>
T.5: AS.4의 훈련형. 8대 생산.
AS.4 기반 훈련기형인 T.5 <출처 (cc) Huw Davies at wikimedia.org>
COD.4: AS.4의 내부 장비를 제거하고 항모용 수송기로 개조한 모델.
AS.4를 개조한 항모 물자 전달용 COD.4 <출처 : inf.news>
ECM.6: AS.4를 개조하여 전자전대응(ECM)기로 개조한 모델.
ECM.6 전자지원기 <출처 : skytamer.com>
AEW.7: AEW.3를 대폭 개량한 모델. 제안에 그침.
제안형에 그친 AEW.7 <출처: 네이버무기백과사전>


제원(AS.1 기준)

구분: 대잠타격기
제작사: 페어리 에어크래프트
승무원: 3명
길이: 13.11m
날개 폭: 16.56m
높이: 4.19 m
공허 중량: 6,835 kg
최대 이륙 중량: 8,890 kg
엔진: 암스트롱 시들레이 더블 블랙맘바 엔진 X 1(2,950마력)
프로펠러: 8엽 동축반전 프로펠러
최대 속도: 500 km/h
체공 시간: 6시간
운용 고도: 7,600m
무장: 최대 907kg의 어뢰, 폭탄, 폭뢰 및 로켓탄
레이더: Ekco ASV Mk. 19(ARI 5838)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