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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사과하겠다며 불러내, 술 따르게 했다”
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2차 가해까지 당해… 석달간 무슨 일이
입력 : 2021.08.14 03:00

성추행 신고를 한 해군 여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 사건 발생부터 부대 정식 보고까지 70여 일이 걸린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유족들은 “가해자가 성추행을 사과하겠다며 불러 술을 따르게 했다”며 2차·3차 가해를 주장했다. 군의 늑장 대응과 2차 가해 양상이 석 달 전 발생한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 군 당국은 피해자가 ‘외부 유출’을 원치 않아 상부 보고가 늦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중사의 빈소가 마련되는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 도로를 군사경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이번 성추행 사건 1차 보고를 받은 뒤 12일 여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2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사건이 상급 부대에 정식 신고된 지난 9일을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지만, 성추행 발생일(5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76일 만에 최초 보고를 받은 것이다.

해군은 피해자가 처음엔 신고를 원하지 않다가 2개월여 만인 지난 7일 부대 지휘관 면담을 요청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이틀 뒤인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인천 도서 지역에 주둔하는 피해자 소속 부대 지휘관(부대장)은 9일 평택 2함대에 보고했고, 같은 날 함대 군사경찰과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양성평등센터에도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어 지난 11일 해군본부 군사경찰은 부석종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보고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후 서욱 장관에게 1차 보고를 했고, 12일 A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부 총장이 서 장관에게 2차 보고를 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그런데 피해자 A 중사가 처음엔 피해 사실 노출을 꺼리다가 왜 70여 일 만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정식 보고를 하게 됐는지, 그리고 정식 보고 뒤 사흘 만에 사망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사건 당일 A 중사는 주임상사에게만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주임상사에게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자 요청이 있더라도 상부에 보고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법령은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지만, 훈령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게 돼 있어 일선 부대 대응에서 혼선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과 면담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해자는 피해 여중사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는 직속 상사로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며 “성추행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인 따돌림이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성추행을 당한 다음 날 가해자가 성추행을 사과하겠다면서 밥을 먹자고 했다고 한다”며 “그 식사 자리에서 가해자가 술을 따르게 했고, 이를 피해자가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다’라는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해당 부대에선 한 위관 장교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여성 부사관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고, 고양이 먹이를 준다면서 여성 간부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간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부대 측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합동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중앙수사대는 성추행 가해자 B 상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격노하며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국방부는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군 수뇌부 문책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서욱 장관은 이날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서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7번째 공식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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