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카노넨야크트판처
성공작이 아니었던 독일의 마지막 구축전차
  • 남도현
  • 입력 : 2021.08.23 08:38
    독일의 마지막 구축전차인 카노넨야크트판처.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대포 탑재 구축전차라는 단순한 의미다. < 출처 : Bundesarchiv >
    독일의 마지막 구축전차인 카노넨야크트판처.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대포 탑재 구축전차라는 단순한 의미다. < 출처 : Bundesarchiv >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이 운용했던 구축전차(驅逐戰車)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갑장비다. 돌격포, 자주대전차포와 혼동될 정도로 유사한 점이 있으나 기갑전까지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편법적인 전차다. 많이 알려진 것 같아도 정작 Jagdpanzer라는 단어가 사용된 기간이 전쟁 말기 8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도 Tank destroyer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목적의 장비를 운용했으나 기능상 자주대전차포여서 차이가 있다.

    헤처(Hetzer)는 전후 스위스가 G-13이라는 이름으로 운용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던 구축전차다. < 출처 : (cc) Sandstein at Wikimedia.org >
    헤처(Hetzer)는 전후 스위스가 G-13이라는 이름으로 운용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던 구축전차다. < 출처 : (cc) Sandstein at Wikimedia.org >

    형태가 정의된 것은 아니나 기존 전차의 포탑을 제거하고 차체에 직접 주포를 결합한 방식이다. 전고가 낮아 매복에 유리하고 기반이 되었던 전차보다 큰 주포를 탑재해서 공격력이 강하다. 반면 좌우 조준은 차체를 움직여야 하므로 주행 계통에 무리가 많이 가고 근접전에서는 그만큼 불리하다. 한때는 전쟁 말기에 전차의 공급량이 부족한 독일의 여건 때문에 등장한 고육책 성격의 무기라고 인식되었다.

    하지만 기존 유휴 장비를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별도로 생산 라인을 유지했고 제작비가 저렴하거나 제작 시간이 단축된 것도 아니어서 전쟁 자원 분배 차원에서 보자면 구축전차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4호 전차 후기형, 4호 돌격포, 4호 구축전차의 성능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는데 병과 간의 알력으로 모두 만들어 사용했다. 선택과 집중에 신경 쓸 전쟁 말기에 당연히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제2차 대전 후 등장한 무포탑 기갑장비 중에서 Strv 103을 제외하면 성공작은 없다. 그 정도로 포탑을 제거한 대가를 충분히 누리기가 힘들다. < 출처 : (cc) Jorchr at Wikimedia.org >
    제2차 대전 후 등장한 무포탑 기갑장비 중에서 Strv 103을 제외하면 성공작은 없다. 그 정도로 포탑을 제거한 대가를 충분히 누리기가 힘들다. < 출처 : (cc) Jorchr at Wikimedia.org >

    현재 비슷한 구조의 기갑장비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제2차 대전 후 스웨덴에서 탄생한 Strv 103이 모양이 구축전차와 유사하나 보조 전력이 아닌 MBT였다. 1997년까지 운용된 후 임무를 레오파르트 2가 물려받았을 만큼 좋은 전차였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다면 전후 성공한 무포탑 기갑장비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1960년대에 독일에서 개발된 카노넨야크트판처(Kanonenjagdpanzer)는 그러한 변화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패전국에다 분단까지 되었지만 곧바로 냉전이 시작되면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가장 앞에서 막는 방패가 되었다. 결국 1955년 재무장이 이루어졌고 동시에 NATO에 가입했다. 이때부터 NATO 지상군의 핵심은 독일연방군(이하 독일군)이 담당하게 되었고 기갑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카노넨야크트판처는 소련 기갑전력과의 고질적인 양적 격차를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탄생했다. 이는 제2차 대전 중에 시도한 방법이기도 했다. < 출처 : Bundesarchiv >
    카노넨야크트판처는 소련 기갑전력과의 고질적인 양적 격차를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탄생했다. 이는 제2차 대전 중에 시도한 방법이기도 했다. < 출처 : Bundesarchiv >

    일단 미국으로부터 대량 공여 받은 M47, M48로 무장했으나 이는 불과 10년 전을 생각한다면 독일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기에 동시에 MBT의 개발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걸작 제2세대 전차가 레오파르트 1(Leopard 1)이다. 덕분에 독일군은 순식간 NATO 최강의 기갑부대를 편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동구권 기갑전력의 위협은 대단했다. 특히 양적 격차가 심각했다.

    이는 NATO에게 심각한 고민이었지만 제3차 대전이 발발하면 제일 먼저 전쟁터가 될 독일에게는 두려움이었다. 특히 지난 전쟁에서 물량 대결을 극복하지 못했던 경험은 일종의 트라우마이기도 했다. 그러자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던 구축전차를 대안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최선은 아니나 충분히 만들고 운용해 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보다 쉽게 양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본 것이었다.

    카노넨야크트판처의 기반이 되었던 HS.30 보병전투차. 이외에도 M41 경전차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출처 : (cc) Sandstein at Wikimedia.org >
    카노넨야크트판처의 기반이 되었던 HS.30 보병전투차. 이외에도 M41 경전차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출처 : (cc) Sandstein at Wikimedia.org >

    그렇게 1950년대 말부터 하노마그(Hanomag)와 헨쉘(Henschel)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스위스의 모바크(MOWAG)이 참여하는 형태로 카노넨야크트판처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때 기반이 되었던 것은 이스파노 수이자(Hispano-Suiza)가 설계해서 1958년부터 일선에 배치된 독일군의 IFV(보병전투차)인 HS.30이다. 처음에는 HS30의 차체에 그대로 90mm 포를 탑재할 계획이었지만 차체가 작아서 개조가 필요했다.

    1960년 카노넨야크트판처 시제작이 완성되었는데 배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12개 종류의 프로토타입을 동시에 제작해 평가를 실시했다. 그다지 성능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보기륜의 숫자에 대해 개발자 간에 다른 의견이 나왔다. 하노마그는 5개의 보기륜을, 헨쉘은 6개의 보기륜을 주장했는데 최종적으로 5개로 정해졌다. 덕분에 크기를 줄일 수 있었으나 이는 확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기륜이 6개인 헨셀의 HK 3/2 프로토타입. 만일 해당 모델이 채택되었으면 추후 성능 개선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 출처 : (cc) Baku13 at Wikimedia.org >
    보기륜이 6개인 헨셀의 HK 3/2 프로토타입. 만일 해당 모델이 채택되었으면 추후 성능 개선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 출처 : (cc) Baku13 at Wikimedia.org >

    카노넨야크트판처는 차체의 크기에 비해 대구경의 주포를 장착한 전형적인 구축전차의 모습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특히 4호 구축전차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개발을 마치고 1965년부터 일선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소련이 대구경 활강포를 장착한 T-62, T-64, T-72를 연이어 선보이자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화력, 방어력을 고려할 때 상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기갑전까지 염두에 둔 구축전차의 용도를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제작사는 화력 강화형을 제안했으나 결국 카노넨야크트판처는 돌격포처럼 보병 지원을 위한 2선급 무기로 돌려졌고 1980년대에 와서는 대전차미사일 운반 차량이나 포병관측 차량 등으로 개조되기에 이르렀다. 제2차 대전 당시 당당히 기갑전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던 구축전차에 대한 독일의 미련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보기륜이 6개인 헨셀의 HK 3/2 프로토타입. 만일 해당 모델이 채택되었으면 추후 성능 개선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 출처 : (cc) Baku13 at Wikimedia.org >


    특징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카노넨야크트판처는 공격력에 중점을 두었다. 주포인 라인메탈 40구경장 BK 90포는 이론적으로 NATO의 모든 90mm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 차체가 HS.30 보병전투차나 M41경전차나 보다 약간 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격력을 극대화한 구축전차의 패러다임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치가 시작된 직후의 환경을 고려하면 관통력, 사거리 모두가 새로운 소련 전차들과 대결을 벌이기는 곤란했다.

    배치 당시 기준으로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빈약했다. 때문에 1선급 무기로 운용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배치 당시 기준으로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빈약했다. 때문에 1선급 무기로 운용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105mm 전차포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했으나 차체가 작아 어려웠다. 거기에다가 좌우 15도를 벗어난 조준은 차체의 방향을 틀어서 하는 문제도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전차보다 대구경 주포를 탑재한 제2차 대전 당시의 방식을 승계했다면 처음부터 서방 제2세대 전차의 주포인 105mm 전차포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좀 더 미래를 내다본 설계가 이루어지지 못해 활동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공격력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방어력이었다. 차체가 작아 엄폐, 은폐 능력은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으나 전면과 측면에 경사장갑을 주었어도 최대 50mm의 장갑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보조 전력이었어도 1970년대에 이 정도 방어력으로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기는 곤란했다. 무게가 26톤에 미치지 못해 500마력의 엔진으로 충분한 힘을 낼 수 있었고 토션바 현가장치 덕분에 주행력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진룸이 열린 후면의 모습. 차체가 작았지만 4명의 승무원이 근무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 출처 : Bundesarchiv >
    엔진룸이 열린 후면의 모습. 차체가 작았지만 4명의 승무원이 근무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 출처 : Bundesarchiv >



    운용 현황

    카노넨야크트판처는 1965년부터 1967년까지 총 770대가 제작되었다. 하노마그와 헨쉘이 정확히 절반씩 생산했고 전량 독일군에 납품되어 기갑사단 예하 수색중대와 기계화보병대대, 산악사단 예하 전차대대 등에 배치되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2선급 부대로 재배치가 이루어졌고 1975년에 80대를 벨기에가 구매했다. 1983년부터는 일부는 예비군용 치장 물자로 일부는 대전차미사일 운반차. 포병관측차로 개조되어 1991년까지 사용되었다.

    1968년 훈련 중인 카노넨야크트판처. 불과 10년 정도만 1선급 무기로 사용되었다. < 출처 : Bundesarchiv >
    1968년 훈련 중인 카노넨야크트판처. 불과 10년 정도만 1선급 무기로 사용되었다. < 출처 : Bundesarchiv >



    변형 및 파생형

    Der Raketenjagdpanzer 2: SS.11 대전차미사일 운용 차량

    라케텐야크트판처 2 < 출처 : The Tank Museum >
    라케텐야크트판처 2 < 출처 : The Tank Museum >

    Raketenjagdpanzer 3 Jaguar 1: 라케텐야크트판저2의 개량형, HOT 대전차 미사일 운용차량

    라케텐야크트판처 2 < 출처 : The Tank Museum >
    라케텐야크트판처 2 < 출처 : The Tank Museum >

    Raketenjagdpanzer 4 Jaguar 2: TOW 대전차미사일 운용 차량

    라케텐야크트판처 4 < 출처 : (cc) Banznerfahrer at Wikimedia.org >
    라케텐야크트판처 4 < 출처 : (cc) Banznerfahrer at Wikimedia.org >

    Beobachtungspanzer: 포병관측 차량

    베오바흐퉁슈판처 < 출처 : Bundesarchiv >
    베오바흐퉁슈판처 < 출처 : Bundesarchiv >



    제원

    생산업체: 헨쉘, 하노마그
    중량: 27.5톤
    전장: 8.75m
    전폭: 2.98m
    전고: 2.09m
    장갑: 10mm~50mm
    무장: 90mm 라인메탈 BK 90/L40 대전차포 ×1
             7.62mm MG3 기관총×2
    엔진: 29.4L MTU MB 837 Aa 8기통 수랭식 디젤 엔진 500마력(368kW)
    추력 대비 중량: 18.2마력/톤
    서스펜션: 토션바
    항속 거리: 385km
    최고 속도: 70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카노넨야크트판처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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