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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항공기는 값비싼 재화에 속하므로 충분한 소요가 제기되어야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 설령 군용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또한 실용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전시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 작전기를 보유한 쪽에서 이길 확률이 높기에 최대한 개발부터 배치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다. 그 와중에 경제적 고려가 무시되기도 한다.

그래서 성능이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정도로 항공기를 단기간 내에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반면 드문 경우지만 순식간 만들어졌음에도 그럭저럭 좋은 효과를 발휘한 군용기도 존재한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운용한 최대 규모의 수송기였던 Me 323 기간트(Gigant)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Me 323의 탄생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독일의 대승과 관련이 많다. 1939년 9월, 폴란드를 점령한 직후에 히틀러는 프랑스를 침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군부의 반대에 막혀 9차례나 작전을 연기했을 만큼 프랑스는 막강했다. 그러다가 1940년 5월 10일, 독일군이 진격을 개시하면서 마침내 서부전선은 불타올랐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불과 6주 만에 독일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다음 상대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워낙 프랑스를 빠르게 제압하다 보니 즉각 영국을 공격할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영국이 수세로 전환한 이상 독일이 바다를 건너가야 했다. 독일은 전초 부대를 신속 전개 시켜 해안에 본대가 진입할 수 있는 안전한 교두보 확보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불해협은 작은 바다여도 세계 최강의 영국 해군이 지키고 있어서 건너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공군의 주도로 하늘을 통한 침투 방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10명 정도 병력이 탑승하는 기존 수송기와 글라이더로는 거대한 공수작전이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에 한 번에 100여 명의 병력 혹은 20여 톤의 화물을 공수할 수 있는 초대형 글라이더 사업이 시작되었다. 업체들은 불과 3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제출했는데 아무리 글라이더가 비행기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더라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치열한 경쟁 끝에 매셔슈미트가 제출한 Me 321이 채택되었다. 130여 명의 중무장한 중대 규모의 병력이나 22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독일의 주력 수송기인 Ju 52의 8배 정도되는 수준이었다. 즉각 양산이 개시되었지만 정작 영국본토항공전에서 패하면서 독일은 영국 침공을 포기했다. 그러나 1941년 6월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Me 321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실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Me 321은 다량의 긴급 물자 수송에 효과가 좋았으나 글라이더여서 이륙에 제약 사항이 많았고 항속 거리도 짧았다. 원래 영국 침공을 위한 1회용 침투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이리저리 이동하며 병력이나 물자를 수송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Me 321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려 하자 매셔슈미트는 수송기로 개조에 나섰다. 기본적으로 기체 구조가 비행에는 문제가 없으니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골격을 보강하고 프랑스에서 노획한 그놈-론(Gnome-Rhône) 14N 엔진을 장착한 후 1942년 1월 20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을 만큼 일사천리였다. 최대 적재량이 12톤 정도로 줄었지만 이 또한 다른 수송기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글라이더와 달리 이착륙이 자유롭고 최대 1,100km를 운항할 수 있어서 범용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각종 실험 결과에 만족한 독일 공군은 이를 Me 323으로 명명했다.

200여 기의 Me 321가 즉각 개조되었다. 이미 기체와 엔진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공급도 곧바로 이루어졌다. Me 323은 최초 소요가 제기된 Me 321부터 따진다면 개조 후 실전 투입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만 걸렸을 뿐이다. 사실 이 정도면 좋은 성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Me 323는 세계 최초로 전차를 수송하는 수송기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로 준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항공기 역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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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e 323의 기체는 글라이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에 비해 경량이다. 하중을 지지하고 기체에 가해지는 항력을 줄이기 위해 반(半)외팔보(Semi-cantilever) 고주익 구조를 택한 점이 인상적이다. 골격과 화물을 탑재하는 페이로드를 제외하고 동체와 날개의 대부분이 목재와 천으로 제작되었다. 덕분에 해당 부분이 공격을 받고 관통당해도 비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고 유지 보수도 쉬웠다.

개발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Me 323은 재활용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인 엔진, 프로펠러를 비롯한 주요 동력 계통을 프랑스에서 노획한 물자로 충당했기에 독일의 전시 항공기 생산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Me 323은 생산량이 많은 편이 아님에도 탑재된 프랑스제 부품 때문에 다양한 형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다지 성능 차이는 없고 후기에 독일산 부품을 사용하려 했으나 단지 시도로만 끝났다.

Me 323은 화물을 최대 중량에서 이륙하려면 주익 아래에 발터 HWK 109-500 로켓을 장착해서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핵심인 화물창은 길이 11m, 폭 3m, 높이 3.4m의 크기로 3호 전차 이하 기갑 장비의 탑재가 가능했다. 병력을 수송할 경우에는 2단 구조로 난간을 설치해 중대 규모의 130여 명을 탑승시킬 수 있었으나 그야말로 꾸겨 넣는 수준이어서 장거리 이동에는 부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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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e 323은 1944년까지 총 198기가 제작되었다. 기반인 Me 321의 제작 수량이 200기였으므로 전량 개조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최초 데뷔는 동부전선에서 이루어졌다. 전선의 규모가 워낙 커서 전쟁 내내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지중해가 연합군에게 완전히 장악된 이후 고립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독일 아프리카군단의 생명선 노릇을 담당하기도 했다.

Me 323의 가장 큰 단점은 해수면에서 최고 시속 219km에 불과한 느린 속도였다. 때문에 아무리 자위용 무장을 갖추었어도 적기에게 포착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지금도 수송기는 제공권이 확보된 지역에서 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속도는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 위험 지역으로 비행하게 되면 당연히 호위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Me 323이 연합군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은 제2차 대전 말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출격을 감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승무원들이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선 것이었다. 결국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어렵게 된 1944년 여름 이후에 Me 323은 하늘을 날 수 없게 되었다. 순식간 등장해 엄청난 공수 능력을 실현한 거대 수송기의 안타까운 마지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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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e 323 V1: 그놈-론 14N 엔진 4기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C: V1 프로토타입 선행 양산형.
 
Me 323 V2: Bloch 175용 그놈-론 14N 엔진 6기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D-1: V2 프로토타입 기반 1차 양산형.

Me 323D-2: LeO 451용 그놈-론 14N 엔진과 2엽 프로펠러 장착형.
 
Me 323D-6: LeO 451용 그놈-론 14N 엔진과 3엽 프로펠러 장착형.
 
Me 323 V13: Me 323 공급용 그놈-론 14N 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 V14: 융커스 Jumo 211F 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E-1: 2차 양산형.

Me 323E-2: 무장 강화형 제안기.
 
Me 323E-2 WT: 무장 강화형 제안기.
 
Me 323 V16: 융커스 Jumo 211R 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F: V16 프로토타입 기반 제안기.
 
Me 323 V17: 그놈-론 14R 엔진 장착 프로토타입.
 
Me 323G: V17 프로토타입 기반 제안기.
 
ZMe 323H: 수송 능력 향상형 제안기.

Me 323Z: 2개의 동체를 병렬 연결한 프로토타입.
 
ZMe 423: 성능 향상형 제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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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