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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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Su-75 체크메이트 전투기

게임판을 뒤집기 위한 한 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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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S 2021에서 공개된 수호이 LTS(경량전술항공기) "체크메이트" <출처 : overtdefense.com>


개발의 역사

지난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2021 모스크바 국제 항공 우주 엑스포(MAKS) 첫날, 러시아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로스텍(Rostec)의 자회사인 OAK사가 부스에서 단발 엔진 스텔스 전투기의 목업(mock-up)을 전시하면서 그간 개발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던 전투기가 공개됐다. 제조사는 해당 전투기를 경전술 전투기로 소개했으며, 이날 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부스에 찾아오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자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공개행사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의 모습. <출처 : 러시아 대통령궁 언론홍보실 / Kremlin.ru>
당시 푸틴 대통령의 부스 방문은 코로나 사태에 따라 철통같은 경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언론을 의식한 푸틴 대통령은 마스크도 없이 전시장을 다녔으며, 그의 주변에 다가오는 것이 허용된 이는 러시아 연방보호국(FSO)의 감시 하에 2주간 격리 절차를 거친 뒤 코로나 검사까지 마친 이들뿐이었다. 그 정도로 이번 MAKS 행사에서 신형 전투기의 공개는 철저한 계획과 보안 속에서 이루어졌다.
MAKS 2021 행사를 위해 이동 중인 체크메이트. 목업이지만 철저한 보안과 계획속에 공개가 이뤄졌다. <출처 : @dvinskyaero / Instagram>

OAK는 이번에 공개한 경량형 스텔스 전투기의 이름을 “체크메이트(Checkmate: Шах и мат)”라 발표했으며, 동체 측면에 각인된 “75”라는 숫자와 설계업체(수호이) 명칭에 따라 언론들은 해당 기체의 제식 번호를 Su-75로 소개했다. 러시아 국영 방산 수출업체인 UAC(United Aircraft Corporation)은 해당 전투기 개발을 이제 막 1년 정도 진행했다고 밝혔으며, 현재 단계까지 빠르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던 것은 고급 컴퓨터 기술과 가상 테스트(virtual testing) 덕임을 강조했다. 제조사에 따르면 “체크메이트”는 이미 시험 단계까지 도달한 상태인데, 이는 이미 비행이 가능한 시제기가 완성됐거나 완성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파크파(PAK-FA)"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진 Su-57. (출처 : Anna Zvereva/Wikimedia Commons)
러시아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러시아 언론사는 해당 기체의 초도 비행이 2023년으로 잡혀 있으며 2026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러시아 공군이 해당 기체 구매 계약을 따로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으며, UAC 측 또한 “체크메이트”의 개발은 입찰 경쟁을 통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로스텍(Rostec)사가 자비를 들여 개발을 추진했음을 시사했다.
Su-75 공식 프로모션 비디오 (출처: 유튜브 채널)
특히 MAKS 행사 간 “체크메이트”의 개발 배경에 대해 수많은 소문이 돌았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러시아 군이 보유한 Su-27 계열과 Su-57 전투기는 무거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동성 높은 경량형 전투기를 비밀리에 긴급 개발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 공군은 이 기체를 도입할 계획이 없으므로 러시아 공군이 미국의 F-35나 F-16에 대응할 목적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향후 "체크메이트"와 수출 시장에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웨덴의 JAS-39 그리펜. (출처: Tuomo Salonen/Finnish Aviation Museum)
로스텍은 오히려 이 기체가 인도나 베트남,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시도를 할 것이라 밝혔는데, 최근 중국과 대결이 첨예한 편인 인도와 베트남이 이 기체로 인민해방군 공군을 “견제” 하라는 의미를 담아 기체 명칭을 “체크메이트(체스에서 상대방 왕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로 작명한 것으로 보인다.
새 기종에는 장기판을 뒤엎을 절묘한 한 수라는 뜻에서 '체크메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출처: UAC 홈페이지>
향후 “체크메이트”가 국제 수출 시장에 데뷔하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충돌할 경쟁 기종은 프랑스 다쏘(Dassault)의 라팔(Rafale) 전투기와 스웨덴 사브(Saab)의 JAS-39 그리펜(Gripen) 전투기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향후 최대 300대가량의 “체크메이트”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결국 향후 개발될 양산 기체의 성능과 가격 조건에 달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AKS 2021에 출품된 Su-75. (출처: Чінгіс Дамбієв / Wikimedia Commons)


특징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체크메이트”는 단발 엔진을 장착한 초음속 전투기이며, 스텔스 설계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대형 내부 무장창이 설치됐으며, 최고 속도는 마하 1.8에 육박하는 데다 항속 거리는 2,800km에 달할 예정이다. 탑재 중량은 7,400kg로 다소 작은 편에 속하지만 경량형 전투기임을 고려한다면 같은 등급대의 전투기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다. 또한 “체크메이트” 개발에는 이전 Su-35S와 Su-57에 사용된 첨단 기술과 부품을 다수 재활용할 예정이므로 대당 단가 역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로스텍이 목표로 삼은 가격은 약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기술과 부품의 재활용으로 단가를 크게 낮추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가격은 고객국 요청에 따른 무장이나 항전 설치, 개조가 가해지지 않은 순수 기체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작사는 시간당 기체 운용비부터 어지간한 유사 등급의 전투기보다 현저하게 낮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Su-75 렌더링 이미지. (출처: Rostec)
제조사인 로스텍(Rostec)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체크메이트”가 지향한 개발 철학은 빠르고, 은밀성이 높으며, 고고도 비행이 가능하고, 가벼운 다목적 전투기이다. 엔진은 Su-35로 검증된 AL-41F 엔진을 단발로 장착했으며, 전통적으로 기체 역학 설계는 러시아 쪽이 우수했기 때문에 기동성 측면에서는 동급 기체 중에서 준수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AL-41F 엔진은 약 32,000파운드 추력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F-35의 F135 엔진은 4만 파운드 추력을 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엔진 출력이 다소 낮을 가능성도 있으나, “체크메이트”는 기체 자체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양산 기체가 완성돼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 JSF 사업에서 탈락한 보잉 X-32A 시제기의 모습. 엔진 흡입구의 모습이나 수직미익 등 여러 면에서 "체크메이트"와 유사성을 보인다. (출처: Ben Straser/US Air Force)
“체크메이트”의 외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엔진 공기흡입구로, 동체 아래에 마름모꼴 형태로 흡입구가 설치된 설계는 미국 합동공격기 사업(Joint Strike Fighter Competition)에서 최종 탈락한 보잉(Boeing)의 X-32 설계와 유사하다. 두 기체의 엔진흡입구는 엔진으로 산소 공급을 최대화하되 흡기구 내 엔진 컴프레서 블레이드(Compressor blade)의 바깥 노출을 줄여 레이더 피탐지면적(RCS: Radar Cross-Section)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수직 미익을 최대한 눕히면서 수평 미익을 없앤 대신 수직 미익이 통째로 움직이면서 방향타 역할을 대체하게 한 점도 두 기체의 공통점이다.
체크메이트의 내부무장창 위치와 크기를 짐작케 하는 렌더링 이미지 <출처 : @betelyuz / Paralay Forum>
MAKS에 출품된 기체는 R-73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NATO 코드명 AA-11 아쳐), R-77 능동형 레이더 유도식 BVR(Beyond-Visual-Range) 공대공 미사일(NATO 코드명 AA-12 에더) 및 KH-59MK 대함 미사일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으나 내부 무장창이 설치되어 있어 이 안에 약 5발의 공대공 미사일이 수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얄팍한 형태의 측면 무장창이 있어 각각 한 발 정도의 미사일이 더 수납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에 출품됐던 “체크메이트”에는 스톰브레이커(Stormbreaker) SDB(Small Diameter Bomb)-II에 대응하는 GROM-E1과 GROM-E2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밖에 기본 무장으로는 30mm 기관포가 설치될 것으로 소개됐으나, 이것이 기본 장착인지, 혹은 고객 요구에 따른 추가 장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R-77 능동형 레이더 유도식 미사일. (출처: Allocer/Wikimedia Commons)
조종석에는 한 장의 대형 MFD(Multi-function Display)와 소형 MFD 여러 장이 붙어 있어 단 한 장의 대형 패널만 붙어있는 F-35와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전통적인 전방상향시현장치(HUD)도 설치되어 있으므로 F-35 같은 헬멧 고정식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은 설치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MAKS 2021 행사의 준비도중에 최초로 유튜브에 공개되었던 '체크메이트'의 측면사진 <출처: The Aviationist>
레이더는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가 장착된다고 공개했으며, 강력한 전자전 공격으로 방해와 간섭이 심할 때도 6개의 표적을 동시 추적할 수 있다고 UAC 측이 밝혔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AESA 레이더가 장착될지에 대해서는 언급되거나 공개된 바가 없다.
Su-75 공개 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현재 Su-75는 1인승으로 설계되어 있으나, 제조사는 고객국이 조종훈련 용도로 2인승을 필요로 할 경우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항모 탑재용 항모 형상도 개발을 고려 중이다.


운용 현황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은 “체크메이트” 도입 계약을 따로 체결한 바가 없으며, Su-57 도입이 우선임을 고려한다면 당분간 신 기체를 도입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이것이 국제 수출 시장에서 F-35에 도전하기 위한 “수출용” 전투기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MAKS 행사에서 UAC는 Su-57 단좌식 전투기를 우선 수출 시장에 내놓을 의사가 있으며, 가격은 2,500만~3,000만불 정도로 F-35의 1/3에 불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MAKS 2021에 공개된 "체크메이트"의 모습. <출처: 러시아 연방정부>
만약 체크메이트가 수출 시장에 뛰어든다면, 우선적으로 타깃이 될 대상 국가는 수명 주기가 도래한 러시아의 구형 기체를 보유한 국가뿐 아니라 F-35 도입을 희망했지만 미 정부의 수출허가(E/L: Export License)를 얻지 못해 도입이 좌절된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자면 F-35 도입을 희망했지만 미국의 E/L 허가 가능성이 낮아지자 F-16V로 대체 도입을 희망한 인도네시아 등이다. 실제 로스텍이 제작한 비디오에서 Su-75의 타깃으로 삼은 국가는 인도, 베트남, 아르헨티나, UAE 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알제리나 이집트도 잠정적인 구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의 특징은 러시아 기체를 운용해 본 국가거나, Su-57 등 러시아제 첨단 전투기에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중 베트남은 2017년 경 Su-57 도입 협상을 진행하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이 심화 중인 상태로, 러시아 역시 이를 노리고 인도에 "체크메이트" 수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Sarthak bikram panta/Wikimedia Commons)
사실 이 기체가 Su-75라는 제식 번호를 쓸 것이라는 추측은 MAKS 2021 행사에 내보낸 시제기 동체 측면에 75라는 숫자가 도장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UAC(United Aircraft Co.)는 MAKS 2011 행사에 내보냈던 첫 스텔스 기체에도 075라는 번호를 미익에 새기고, 동체 측면에는 52라는 번호를 새겨서 내보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파크파(PAK-FA)라고 부르던 이 기체는 정식 제식 번호로 Su-57이 붙었다. 특히 파크파는 잠시 T-50이라는 제식 번호도 썼는데, 러시아는 시제기에 번호를 붙일 때 개발 순서대로 50, 53, 54 식으로 붙이다가 정식 실전 배치에 들어갈 때 번호를 바꾼 사례가 왕왕 있었다.
위에서 바라본 체크메이트의 모습. <출처 : then24>
따라서 이번 “체크메이트”도 Su-75로 명칭이 고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MAKS에서 공개된 기체에 75라는 도장이 새겨져 있던 것은 이 기체가 단순 목업이 아니라 시제기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생형

Su-75 체크메이트: Su-75의 유인 전투기 형상. 2021년 7월 20일 MAKS 2021 행사를 통해 목업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2021년 7월 20일에 공개된 Su-75 "체크메이트"의 모습. (출처: 러시아 대통령궁 언론홍보실/Kremlin.ru)
Su-75 무인항공기(UAV) 형상: Su-75을 기반으로 한 무인항공기 형상.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인기 형상은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에 설계가 맞춰져 있다.


제원

용도: 스텔스 전투기
제조사: 수호이(Sukhoi) 설계국/러시아 통합 항공기제조 주식회사(OAK)
승무원: 1명
전장: 불명
전고: 불명
날개 길이: 불명
자체 중량: 불명
최고 속도: 마하 1.8
실용 상승 한도: 불명
항속 거리: 2,800km~3,000km
전투 범위: 1,500km
필수 이륙 활주 거리: 400m
최대 중량: 20톤
탑재 중량: 7,400kg
추진체계: 120kN급 AL-41F 엔진(애프터버너 시 180kN) x 1
추력 대비 중량: 1
대당 가격: 2,500만~3,000만 달러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