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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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M3 기관단총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기 위해 탄생한 기관단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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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대전 중 대량 공급을 위해 탄생한 M3 기관단총. 흔히 특유의 모습에 빗대 그리스건으로 많이 불렸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무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 하지만 공급은 단지 의지만 있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전쟁에 전격적으로 참전한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계의 공장 노릇을 담당했을 만큼 대단한 생산 능력을 보유했음에도 병력과 부대의 확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때 무기를 공급해 주기가 어려웠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의 대표적인 기관단총은 톰슨(좌)과 M3 그리스건(우)이다. < 출처 : GunsAmerica >
가장 기초적인 무기인 총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기존 제식 총기의 생산을 독려했으나 획기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성능이 기존 것보다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용에 크게 문제가 없고 빨리 그리고 많이 생산할 수 있어서 채택한 총기까지 등장했다. 겉모양에서부터 단순함이 느껴지는 M3 기관단총(이하 M3)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제2차 대전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건은 .45구경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살상력은 상당히 높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에는 톰슨 기관단총(이하 톰슨)이 있었다. 민수용으로 대단한 호평을 받고 해군과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 군용으로 공급되었으나 정작 업체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가장 수요가 많은 육군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소량만 생산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때까지 벌어진 전황을 분석한 결과 기관단총이 필수적인 무기임은 부인할 수 없었다. 결국 당장 대안이 없던 육군은 그제야 톰슨을 채택했다.
M3 그리스건은 그 형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가의 빠른 양산을 위해 개발되었다. < 출처 : GunsAmerica >
하지만 톰슨은 절삭 가공 방식으로 제작되어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가 어려웠다. 또한 아무리 전시라도 비싼 조달가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육군은 독일의 MP40, 영국의 스텐(Sten)을 벤치마킹해서 좀 더 가볍고 빨리 그리고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단총의 개발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스태핌 공법과 프레스 공법으로 제작하고 .45 ACP 또는 .30 카빈탄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개시했다.
M3로 생포된 독일군을 감시하는 모습. 미군은 주로 2선급 부대나 임무를 수행할 때 사용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당연히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승자는 자동차 회사인 GM(제너럴 모터스)였다. GM이 트럭이나 전차 같은 방산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이기는 했지만 사실 총기는 낯선 분야였다. 다만 각종 부품을 프레스로 제작해 왔기에 생산 능력은 충분했다. GM의 엔지니어인 하이드(George Hyde)는 샘프슨(Frederick Sampson)의 도움을 받아 M3을 개발했다.
전시에 장성이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M3가 일선급 무기로 사용되는 데 문제점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여담으로 M3은 자동차 윤활유인 그리스(Grease) 주입기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리스건(Grease Gun)으로 많이 불렸는데, GM이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인연이라 할 수 있다. M3은 대량 생산이 쉽고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성능으로 보자면 톰슨에 뒤졌고 연사력도 당대에 등장한 기관단총으로는 느린 편이었지만 육군 병기국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980년대 M3로 무장한 미군 전차병처럼 고성능 소총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되는 병과에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어차피 기관단총은 근거리에서 난사만 하는 부수적인 무장 수단이어서 정확도, 사거리, 저지력 등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개발 의도답게 M3은 기본만 갖춘 기관단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에게 M3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툭하면 고장이 벌어져 애를 먹였고 내구성도 나빠 파손이 쉽게 되었다. 구조가 간단해서 수리는 편리했지만 교전 중 고장이나 파손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JFK 특수전센터에서 화기주특기의 훈련생들이 구형/노획장비 관숙훈련 중에 M3 그리스건을 사격하고 있다. < 출처 : 미 육군 >
그래서 생산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65만여 정만 제작되었다. 동시대에 활약한 MP40, 스텐, PPSh-41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량이고 대체를 염두에 두었던 톰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의도와 달리 M3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으나 문제점을 개선한 후기 양산형은 특수부대용 등으로 애용되었다. 가벼운 무게와 소음이 적은 데다 정확도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M3로 무장한 필리핀 해군 특수부대원이 미 해상보안대원과 합동 훈련을 벌이는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기관단총은 기본적으로 정확도가 나쁘지만 M3은 연사력이 떨어진 대신 역설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편이었다. 물론 소총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고 앞서 언급처럼 다른 기관단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의미다. M3은 신속히 많은 무기를 공급해야만 했던 제2차 대전이라는 환경 때문에 탄생했지만 성공작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상적인 모습과 다양한 활약상 때문에 한 시대를 상징하는 무기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특징

M3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산에 용이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45ACP, 슬링, 정비용품 등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채용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레스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원래 총기를 만들던 제작사가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나 곳곳에서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용접처럼 일부 공정을 수작업으로 했는데 일거에 많은 미숙련공이 투입되면서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다.

프레스로 찍어내었지만 용접으로 마무리를 했기에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고는 했다. < 출처 : (cc) Curiosandrelics at Wikimedia.org >
장전이 불편하다는 소리를 듣고 M3A1부터는 크랭크를 없앴으나 정작 손가락을 볼트에 넣어서 장전하는 식으로 변경되어 툭하면 병사들이 부상을 입고는 했다. 더불어 탄피배출구에 연동되도록 간략하게 한 안전장치도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대용량의 30발들이 막대형 탄창을 채택했으나 툭하면 잼이 발생하고는 했고 외부 충격에 쉽게 파손되었다. 다만 악명 높은 초기형 스텐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M3의 구조도. 신속한 양산을 위해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유효 사거리가 100m에 불과했고 저지력도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이는 M3 고유의 특징이 아니라 기관단총이라는 무기라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분당 450발의 연사력은 교전을 벌이는 데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당시에 사용된 기관단총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그래서 일선에서 병사가 기관단총을 선택할 수 있다면 톰슨을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운용 현황
6.25전쟁 당시 M3로 교전 중인 미 해병대원 < 출처 : Public Domain >
M3는 GM을 비롯한 다수 생산처에서 총 655,363정이 제작되었다. 제2차 대전이라는 시대상과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수량으로 보기 힘들다. 종전과 더불어 즉각 생산이 종료되었고 많은 나라에 대량 공여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M3은 결코 미군이 만족한 기관단총은 아니다. 제2차 대전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으나 전술적 무기여서 인상적인 전과를 남기거나 한 사례는 없다.
그리스건은 우리 군에도 공여되어 70년대까지 사용되다가 K1A 기관단총 도입으로 도태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후에 벌어진 수많은 전쟁, 분쟁에서 사용되었는데 6.25전쟁 당시에는 공산군이 톰슨으로 무장한 경우가 있어서 심야 전투에서 사격 음으로 피아를 구분하기 위해 아군은 주로 M3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가벼운 무게와 적은 소음 그리고 상대적으로 좋은 정확도 때문에 미군 특수부대는 1970년대까지 애용했다. 같은 이유로 체격이 작았던 아시아 국가에서 상당히 중요한 무기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베트남 전에서도 LRRP나 그린베레 등이 그리스건을 사용했는데, 특히 소음기관단총으로 활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T-20: 프로토타입
 
M3: 초기 양산형

M3 기관단총 < 출처 : (cc) Curiosandrelics at Wikimedia.org >
M3A1: 코킹 레버 등을 생략한 후기 양산형
M3A1 기관단총 < 출처 : Public Domain >
T-29: .30 카빈 탄을 사용하는 프로토타입
 
P.A.M 1, 2: 아르헨티나 면허생산형
P.A.M 기관단총 < 출처 : (cc) Gelpgim22 at Wikimedia.org >
36式, 37式: 중국 복제품
36식(아래)과 37식(위) 기관단총 < 출처 : (cc) Gary Todd at Wikimedia.org >


제원(M3A1)

제작사: 제너럴 모터스 외
구경: 11.43mm
탄약: .45ACP(11.43×23mm)
급탄: 30발 막대탄창
전장: 740mm
총열: 203.2mm
중량: 3.61kg
작동: 블로우백, 오픈볼트
발사 속도: 분당 450발
유효 사거리: 90m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