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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키는 그들을… 나라는 지켜주지 않았다
코로나 퍼진 청해부대 함정
해외 파병 중 코로나 확진자 6명이 발생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 300여명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 결과가 17일 오전 나올 것이라고 군 당국이 16일 밝혔다. 사진은 청해부대원들이 올해 설 명절에 "코로나19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함께 극복합시다!"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합참 제공


해외 파병 중 코로나 확진자 6명이 발생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 300여명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 결과가 17일 오전 나올 것이라고 군 당국이 16일 밝혔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고열, 근육통, 폐렴 등 코로나 증상을 호소하는 승조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함정은 밀폐돼 있는 데다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확진자 수는 크게 늘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부대원 상당수 확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6일 현재 확진자 6명 외에 80여명의 유증상자 가운데 5명이 고열,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심해져 현지 병원에 입원 조치됐다. 이에 따라 현지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총 7명으로 늘었다. 앞서 최초 폐렴 증상을 호소한 승조원과 그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됐다 확진된 통역장교가 지난 14일 입원했다. 입원 환자 7명 중 2명은 폐렴 증세를 보여 집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조원 PCR 전수조사를 집단 의심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가 지나서야 실시한 것과 관련, 군 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바다 위'라는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을 지나치게 간과했다는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에선 지난 2일 처음 감기 증상 환자가 발생했고, 10일에는 장병 41명이 집단적으로 감기 증세를 호소했다. 하지만 군은 이들에게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 검사만 실시했고, 지난 13일 샘플 6명 검사에서 전원 확진 판정이 나온 뒤 15일에야 전원 PCR 검사를 받게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문무대왕함에는 PCR 검사 능력이 없어 인접 국가의 협조를 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당국은 청해 부대원 전원을 공군 다목적 공중 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다음 주중 조기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동중 중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전문 의료장비를 갖춘 민간 항공기를 함께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작전 중인 함정에서 감염병으로 전원 귀국 조치를 내린 것은 우리 군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항구 입항, 공중 급유 수송기 영공 통과, 교대 인력 선발 등에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해 청해 부대원 귀국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백신 해외반출 불가능? 함정은 우리 영토라 보낼 수 있었다

‘바다 위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인 해군 함정이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는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 4월 84명이 탑승한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8명이 쏟아졌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긴급회의를 열고 “함정·잠수함은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 인원이 밀집해 근무하는 특성이 있다”며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와 취약점 보완을 지시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해외 파병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군의 다짐은 공염불이 됐다. 특히 이번 사태는 ‘백신 접종 방치’부터 사후 안일한 대처까지 군 당국의 방역 불감증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사각지대' 청해부대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해외 파병 부대 장병 1300여명 가운데 72.6%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제공 업체 규정상 우리나라에 제공된 백신은 국내에서만 쓸 수 있고 해외 반출은 제한된다. 이 때문에 군 장병 백신 접종이 시작된 3월 후 파병된 레바논 동명부대는 국내에서 백신을 맞고 출국했고, 이미 출국한 남수단 한빛부대 등은 파견국에서 백신을 제공받아 접종했다.

이런 시스템에서 청해부대는 사각지대였다. 청해부대는 백신 접종 개시 전인 2월 초 출항한 데다, 육지에 주둔하는 다른 파병 부대와 달리 바다에 떠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백신을 제공받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해부대 300여명은 백신을 전혀 맞지 못했다.

하지만 함정은 국제법상 우리 영토로 간주되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국내에 들여온 백신을 문무대왕함으로 수송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군 당국이 이를 간과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적에 국방부는 “백신 접종 부작용이 생겼을 때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배 위에서는 대처가 제한되고, 또 함정 내에서는 백신 보관이 어려워 현지 접종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청해부대원들이 파병 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데다 약 반년간의 임무 수행 기간 중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을 낮게 보고 당국이 방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각종 식자재와 군수 물자를 배에 실을 때 현지인과 접촉하는 필수 요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백신 접종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파병 지역인 아프리카·중동 현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데도 해외 파병지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것이다.

◇최초 증상자에게 감기약만

코로나 의심 증세가 나온 뒤 현장의 후속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이달 1일 작전 지역 인접 국가에 기항했고, 출항 다음 날인 2일 부대원 가운데 감기 증상자 1명이 처음 보고됐다. 군은 항구에서 식자재 등 물자를 적재하는 과정에서 현지인과 접촉해 최초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증상자에 대해서는 감기약만 처방하고 간이 검사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지 않았다. 격리도 하지 않았다. 군은 “당시 배는 이미 출항해 있었고,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초기 대응 미숙으로 1주일여 만인 10일에 감기 증상 호소자가 40명대로 급증했다. 코로나 확진자 6명도 이 40여명 중에서 나왔다. 전 부대원 PCR 검사는 최초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부터 보름이 지난 15일에야 이뤄졌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함정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방역 준칙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군의 대응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해부대에 보낸 백신이 ‘0개’라는 사실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백신이 남으면 북한에 제공할 수도 있다며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던 정권 아니냐”고 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얼빠진 국방부, 넋 놓은 합참 때문에 무고한 장병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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