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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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F-16 VISTA 시험기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팰컨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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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올려다 본 NF-16D의 모습. VISTA는 단 한 대만 완성됐으며, 미 시험비행학교에서 운용 중이다. (출처: Alex R. Lloyd/US Air Force)


개발의 역사

1980년대 말, F-16 시리즈를 제작한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는 엔진 제조 전문 업체인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와 함께 F-16에 추력편향(推力偏向: Thrust Vectoring) 엔진을 장착해 운동성을 높인 차세대 F-16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일명 F-16 MATV 사업으로, MATV는 '다축(多軸)성 추력편향(Multi-Axis Thrust Vectoring)'의 약자로, 항공기 엔진의 추진구가 비행 중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여 항공기의 움직임을 3차원 축선 상에서 다양화하려는 시도였다. 사실 제네럴 다이내믹스가 이 추력편향 엔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F-16이 실속(失速) 하여 스톨(stall) 상황에 빠지면 추력편향 엔진으로 스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추력편향 엔진이 장착되면 고(高)기동 운동성을 갖게 되어 피치(pitch: 위아래 움직임)와 요잉(yawing: 좌우 움직임) 통제력이 받음각 이상으로 넓어지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개발 계획을 수립한 제네럴 다이내믹스와 제네럴 일렉트릭은 개발 계획안을 미 공군에 제안했으나, 이미 추력편향 엔진을 탑재한 F-22 랩터(Raptor)를 도입하고 있던 미 공군은 MATV 프로그램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양사는 회사 사비(社費)를 들여 개발을 추진했으며, 다른 F-16 보유국을 대상으로 관심을 타진하던 중 이스라엘 방위군(IDF: Israeli Defense Forces) 산하 이스라엘 공군(IAF: Israeli Air Force)이 관심을 보이자 이들과 함께 공동 협업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다. MATV 사업의 기본 플랫폼은 이스라엘 공군이 제공한 F-16D 블록 30(Block 30)형으로 결정됐다.

F-16 6-DOF VISTA의 시뮬레이션 모델 <출처: Calspan>
MATV 사업이 난항을 겪던 사이, 1988년에 제네럴 다이내믹스가 미 공군으로부터 '가변성 안정 기내 탑재 시뮬레이터 테스트 항공기' 사업, 통칭 VISTA(Variable stability In-flight Simulator Test Aircraft)를 수주했다. 이 사업을 위해 제네럴 다이내믹스는 칼스팬(Calspan)사와 하도 계약을 했다. 제네럴 다이내믹스는 기체에 추력편향 통제를 위해 사이드 스틱 외에 센터 스틱(center stick)을 설치했으며, 칼스팬은 가변성 안정 비행을 위해 필요한 컴퓨터를 통합했다. 라이트 연구소는 시뮬레이터 장비가 장착된 기체를 1988년에 도입했으며, 1992년까지 VISTA 사업이 진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VISTA 사업은 기체 탑재 시뮬레이터 사업이었지, 추력편향 엔진과 관련이 없었다.
VISTA의 예전 도색 모습. (출처: US Air Force)
미 공군은 F-16D를 VISTA 사업용으로 지정하면서 NF-16D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이때부터 NF-16D를 비행 간 시뮬레이터(In-flight Simulator)로 개조하면서 조종석 내 조종간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조종사의 입력이 비행 통제 면에 제대로 입력되는지를 감시할 관련 컴퓨터들이 장착됐다. 또한 후방석이 제거되고 비행 특성 접근을 위한 컴퓨터 등이 장착됐다. 가변형 안정시스템(VSS: Variable Stability System)은 수평 미익의 대칭 및 비대칭 움직임 및 플래퍼론(flaperon)의 대칭/비대칭 움직임 및 러더(rudder), 스로틀(throttle)을 통제하도록 설계했다. VSS가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비행 면은 리딩 에지(leading edge) 플랩과 스피드 브레이크(Speed break) 뿐이었다. 그밖에 VISTA에는 무거운 중량을 견딜 수 있는 대형 랜딩기어가 설치되고, 다른 항공기 움직임을 묘사할 수 있는 표면 움직임을 구현할 대형 유압 펌프와 라인도 설치됐다.
측면에서 내려다 본 NF-16D VISTA의 모습. (출처: Cynthia Griggs/US Air Force)

VISTA 사업의 목적은 근접전에서 추력편향 엔진을 활용한 전술적 활용 가능성을 시연하고, 비행 중 추력편향을 위한 통합통제능력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VISTA 사업은 NF-16D가 최대 86도까지 안정적으로 받음각을 유지할 수 있고, 일시적으로는 받음각을 180도까지도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시적이지만 NF-16D는 뒤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런 초고받음각까지 사용하는 급격한 기동은 항공기를 극단적으로 취약하게 만듦에 따라 실전에서 활용하려면 "최후의 최후" 수단으로나 가능했다.

한편 별개로 진행되던 MATV 사업에서는 1991년, 미 공군의 라이트 연구소(Wright Laboratory)가 MATV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최초 사업 참여를 거부했던 미 공군도 다시 사업으로 들어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스라엘 공군은 미 공군이 관심을 가지면서 사업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자 1992년에 사업 탈퇴를 선언하고 나갔다.

미 공군 시험비행학교에서 운용 중인 NF-16D의 모습. (출처: Alex R. Lloyd/US Air Force)
하지만 같은 해인 1992년에는 사업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제네럴 다이내믹스가 항공기 사업부를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에 15억 3천만 달러로 매각한 것이다. 당시 제네럴 다이내믹스는 냉전이 종식되기 시작하면서 국방부 예산이 계속 삭감 추세였으므로 사업부를 정리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반면, 록히드-마틴은 순식간에 F-16과 F-22 사업을 모두 거머쥐면서 당시 최대 규모의 항공기 제작사였던 맥도넬-더글러스(McDonnell-Douglas/1997년 보잉에 합병)와 비슷한 규모까지 따라잡게 됐다. 이에 따라 MATV 사업의 주체는 제네럴 다이내믹스 대신 록히드-마틴이 맡게 되었으며, 미 공군 전술사령부(TAC: Tactical Air Command)는 이스라엘 대신 F-16D(기체 번호 #86-0048) 한 대를 록히드-마틴 포트워스 공장에 대여했다.
F-16 VISTA 비행 장면 (출처: 유튜브 채널)
VISTA 사업이 1992년에 공식적으로 종료한 뒤 1993년부터 시작된 MATV 사업은 사업 목적이 달랐으므로 NF-16D에 개조가 가해졌다. 우선 가변성 안정 컴퓨터와 조종석 중앙의 센터스틱이 제거됐으며, 본격적인 시험 비행은 1993년 7월부터 시작됐다. NF-16D는 7월 초부터 포트워스(Fort Worth)에서 6차례 기능 비행을 실시했으며, 그 후에는 에드워즈(Edwards) 기지로 이동했다. 이후에는 이곳에서 다양한 시험 비행을 실시하다가 7월 30일부터 추력편향 엔진을 활용한 시험 비행이 실시됐다. 다축(多軸) 추력편향 사업은 6,000m 상공에서 고(高) 받음각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이후에는 다시 가변성 안정 컴퓨터를 다시 탑재시킨 후 1994년 3월부로 MATV 사업을 종료했다. NF-16D는 1995년 1월에 다시 포트워스로 이동했다가 라이트-페터슨(Wright-Patterson) 공군기지로 이전해 미 공군에 인계됐다. MATV 사업은 총 비행시간 130시간, 95회의 임무로 최종 종료했다.
2019년 1월 30일, 힐(Hill) 공군기지에서 이륙 중인 NF-16D VISTA. (출처: Cynthia Griggs/ US Air Force)
최초에는 다축 추력편향 노즐을 장착한 프랫 앤 위트니(Pratt & Whitney)사의 F100-PW-229 엔진을 NF-16D에 장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PW 엔진의 노즐-엔진 조합은 프랫 앤 위트니가 설계를 맡았으며, 2중 중첩형 액츄에이터 시스템이 장착되어 안정성을 더했다. 이 시스템은 액추에이터를 최대 20도까지 꺾을 경우 항공기가 360도까지 추력편향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며, 이 시스템은 F100 엔진이 장착된 F-16이면 어디에든 장착이 가능했다. 미 공군은 당초 1997년부터 엔진-동체를 결합한 후 6개월간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며, 칼스팬(Calspan)사가 1998년까지 개조를 완료해 실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랫 앤 위트니 측이 사업을 중도에 취소해버려 개발이 좌초하고 말았다. 당시 개조 작업 중이던 항공기에는 일반 F100-PW-229 엔진을 다시 탑재했으며, 항공기도 1997년 6월에 항공기 운용사인 칼스팬으로 반환됐다.


특징

VISTA 사업에 투입된 F-16D는 기체 제식 번호를 NF-16D로 변경했다. NF의 "N"은 일반 F-16을 테스트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 개조를 가했으며 사실상 원상태로 복귀할 수 없는 별개의 항공기가 됐음을 의미한다. NF-16D에는 2개 축을 움직일 수 있는 조종간이 두 개 설치되어 있었다.

NF-16D의 조종간 모습. 사이드 스틱과 센터 스틱이 따로 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Calspan)
NF-16D VISTA의 설계는 초창기 사업에 참여한 이스라엘 공군의 F-16D 블록(Block) 30형에 맞춰 설계됐으며, 등 위에는 덮개가 하나 설치되어 가변 비행 안정용 장비와 시험 장비들이 탑재됐다. VISTA의 핵심은 선대칭성 벡터 추진노즐(AVEN: Axisymmetric Vectoring Exhaust Nozzle)로, 이 노즐은 GE사의 F-110-GE-100 엔진 후부에 장착되었다. AVEN의 추진 노즐은 17도까지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었으며, 노즐의 제트 추진에 의한 축압 및 횡력은 그대로 다시 제트 파이프를 통해 엔진으로 옮겨졌다.
VISTA의 후면 노즐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출처: Rebecca Amber/ US Air Force)
AVEN 추진 노즐의 장점은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DFCS),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가 장착된 F-110 엔진이 설치된 기존 F-16이면 어디에든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엔진 노즐에 장착된 3개의 액츄에이터(actuator)는 F-110-GE-129 엔진에 장착된 FADEC(Full-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을 개량한 벡터 전기통제 장치(VEC: Vector Electronic Control)로 통제됐다. AVEN 노즐과 스핀 슈트(Spin chute), 하드웨어 장비의 추가된 중량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공기의 안쪽 하드포인트에 무게를 맞추기 위한 317.5kg 밸러스트(ballast)가 설치됐다. 이는 항공기의 추력편향 시스템이 고장 나 심각한 스톨 상황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 균형을 맞춰놓은 것이었다. 또한 안전을 위한 추가 대비책으로 스핀(spin) 회복용 낙하산이 항공기 뒤쪽 끝에 장착되어 있어 수직으로 추락하는 심각한 스톨 상황 시에 자동 개방하도록 설계했다.
미 공군 시험비행학교의 F-16 VISTA (출처: 에드워즈 공군기지 유튜브 채널)
전방상향시현장치(virtual HUD)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이는 조종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음성 명령을 인식하도록 하고, HUD으로 봐야 하는 시각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 두 시스템은 이후 F-35 라이트닝(Lightening) II에 도입되었다. MATV 노즐은 이후 F-35B의 자세 제어를 위한 노즐 기술에 응용되었다.


운용 현황

VISTA 사업 자체는 성공한 사업이었으나, 정작 그 결과물이 실전 배치된 F-16에 장착된 바는 없다. 단 한 대만 제작된 VISTA 항공기는 미 공군 시험비행학교(US air Force Test Pilot School)에서 운용 중이며, 칼스팬사가 에드워드 기지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VISTA는 통상 교육생 교육 과정이나 특별 교육 프로젝트, 비행 연구 목적 등으로 여전히 운용 중이다.

NF-16D와 "체이서(chaser)" 항공기인 T-38 탤런(Talon)이 나란히 비행 중인 모습. (출처: Capt. Craig Porter/US Air Force)


파생형

NF-16D: F-16D를 VISTA 사업용으로 개조한 시험 비행용 항공기.

NF-16D <출처: Public Domain>


제원

종류: 시험용 항공기
제조사: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 칼스팬(Calspan)
승무원: 2명(조종사/보조 조종사)
전장: 14.8m
전고: 4.8m
날개 길이: 9.8m
날개 면적: 28㎡
날개 종류: NACA 64A204 루트/팁
자체 중량: 8,273kg
총중량: 12,003kg
최대이륙중량: 19.187kg
추진체계: 14,590파운드(64.9kN) 제네럴 일렉트릭(GE) F-110 애프터버너 터보팬 엔진 x 1
최고속도: 마하 2+(해수면 고도에서 마하 1.2)
페리범위: 5,200km(1,401리터 증가 탱크 장착 시)
실용상승한도: 15,000m
상승률: 250m/s
날개하중: 431kg/㎡
추력대비중량: 1.095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