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0 08:24

글자크기

[무기백과]

샤르 B1 전차

프랑스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준 중전차

0 0
프랑스 마른에 전시된 샤르 B1 bis 전차. 전간기에 개발된 프랑스의 보병지원용 중전차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프랑스군은 19세기 초에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이후부터 전쟁사에 인상적인 전과를 남기지 못했다. 식민지 침략 전쟁에서 영국군에게 많이 밀렸고 보불전쟁에서 패하며 자신들의 안방인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이 탄생하는 모습을 이를 갈며 지켜봐야 했다. 20세기 초에 발발한 제1차 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승리했지만 엄밀히 말해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엄청나게 고전했다.

당시 전황을 고려할 때 영국과 미국의 도움이 없었고 독일이 양면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프랑스가 패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전선의 7할 정도만 간신히 담당했을 뿐이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싸움이 자국 땅에서만 벌어졌다. 이것도 그나마 20년 후에 벌어진 제2차 대전보다는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군은 전력상으로 밀리지 않았음에도 독일군의 침공을 받고 불과 6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프랑스 최초의 전차인 슈나이더 CA1. 영국의 Mk 전차보다 데뷔가 조금 늦었을 뿐이다. < 출처 : (cc) Ieee5392 at Wikimedia.org >

때문에 프랑스제 무기를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1차 대전 당시에 온갖 악평을 받은 쇼샤 기관총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프랑스제 무기의 질은 준수한 편이었다.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무기사에는 최초의 전차를 영국이 먼저 만들었다고 소개하지만 데뷔가 약간 빨랐을 뿐이지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 전차를 선보였다. 최초로 회전식 포탑을 채택한 르노 FT처럼 니름대로 전차의 역사를 선도했다.

참패한 1940년 독불전쟁 당시에도 프랑스제 전차들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샤르(Char) B1 중전차의 분투는 전설로 회자될 정도다. 샤르 B1은 전차 간 대결에서 당시 독일의 모든 전차들을 압도했다. 제2차 대전 초기에 활약한 독일 전차의 성능이 떨어져서 벌어진 현상이기는 했으나 샤르 B1이 1920년대에 개발된 구형 전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독일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샤르 B1의 탄생에 기술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FMC에서 제출한 프로토타입. < 출처 : Public Domain >

샤르 B1의 개발이 제1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개 대규모 전쟁이 끝나면 필연적으로 군축이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지난 전쟁에서 상상 이상으로 어려움을 경험한 프랑스 육군은 향후 전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전선 돌파를 책임질 경전차와 별개로 CA1, 생샤몽을 후속해서 보병을 지원하는 중전차 개발을 시작했다.

당연히 지난 전쟁의 경험이 반영되었다. 군은 새로운 중전차는 적 진지 공격에 적합한 47mm 또는 75mm 주포를 장착하고 무게는 15톤 정도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개발 업체들에게 공표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20세기 중반에 MBT(주력전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게나 기능에 따라 별도의 전차가 존재했던 이유는 다 이러한 이유와 한계 때문이었다.

르노와 슈나이더가 협력해서 개발한 SRA 프로토타입의 정면. 다포탑 구조를 갖추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결국 20톤급으로 무게가 상향되었고 1926년 4개 사에서 내놓은 4종의 프로토타입이 평가에 들어갔다. 검토를 끝낸 육군은 프랑스 방산 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서 체결된 협정에 따라 신형 전차는 FCM의 기술 협력을 받아 르노가 개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끝에 1929년 시제 차량이 완성되었고 4년에 걸친 테스트를 거쳐 1934년부터 샤르 B1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시작되었다.

샤르(Char)가 프랑스에서 전차라는 단어로도 쓰이고 B가 전투를 의미하므로 전투용 전차라는 단순한 이름이다. 개발 당시에는 그냥 샤르 B로 명명되었었다. 그러다가 1930년에 105mm 곡사포의 탑재까지 염두에 두고 당대 기준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70톤 무게에 승무원이 13명 탑승하는 초거대 전차의 개발에 착수하면서 이를 샤르 B2로 명명하자 구분을 위해 샤르 B1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특징

샤르 B1의 개발은 1920년대에 시작되었으나 양산이 독일의 1호 전차와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이후에 탄생해서 제2차 대전 초기에 독일 기갑부대의 주력을 담당한 3호, 4호 전차 초기형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처음부터 보병 지원을 위한 중전차로 개발되면서 1940년 기준으로는 방어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일반적인 리벳으로 장갑이 접합되어 있어서 피폭 시 승무원들의 피해가 컸다.

전간기에 등장한 다포탑 구조는 실패작으로 취급받지만 샤르 B1은 M3 리와 더불어 그나마 쓸만한 다포탑 전차라는 평가를 받는다. < 출처 : Public Domain >

무엇보다 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전간기에 많은 다포탑 전차가 개발되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이 나서 양산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반면 샤르 B1은 성공작이었다. 차체에 마치 돌격포의 주포처럼 장착된 75mm 포는 사거리 내에서 1940년에 존재하던 모든 독일군 전차를 격파할 수 있었다. 포탑에 장비된 47m 포는 효용성에 대해 말이 많이 나왔지만 보병 지원에 그럭저럭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아무리 중전차로 개발이 되었어도 샤르 B1은 포장도로에서도 최고 속도가 시속 30km에 미치지 못할 만큼 움직임이 둔했다. 무장과 장갑이 강화된 반면 엔진의 출력이 낮았기에 기동력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구동 계통도 복잡해서 고장이 자주 발생했고 야전에서 수리도 어려운 편이었다. 비록 성능이 떨어져 통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샤르 B1은 최초로 무전기를 장착한 전차였다.

샤르 B1의 시제작. 해당 안테나는 개량되어 제거되었지만 프랑스 전차 최초로 무전기를 탑재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샤르 B1은 1937년까지 34대, 개량형인 샤르 B1 bis가 1940년까지 369대가 생산되었다. 장기간의 개발이나 본격 양산이 이루어진 1930년대의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적은 수량이다. 이는 비단 샤르 B1뿐만 아니라 전쟁 발발 당시에 함께 프랑스군의 주력 노릇을 담당한 솜뮤아 S35 기병전차도 마찬가지였다. 성능과 별개로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프랑스의 기갑전력은 상당히 부실한 편이었다.

벨기에에서 고장으로 유기된 샤르 B1 bis. 1940년 기준으로 방어력과 화력에서 독일 전차들을 압도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렇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마지노선을 건설하느라 여타 전력을 확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염전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군비 증강을 소홀히 했다. 그래서 프랑스는 외형적 규모와 달리 기갑전력, 항공전력에 문제가 많았던 상태에서 독일의 침공을 받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어려운 와중이었지만 샤르 B1은 애초 기갑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지 않았음에도 독일 기갑부대를 상대로 좋은 전과를 올렸다.
스톤느 전투 유적지에 전시된 샤르 B1 bis. 독불전쟁 당시 프랑스군이 선전한 장소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40년 5월 15일부터 3일간 벌어진 스톤느(Stonne) 전투는 마을 주인이 17번이나 바뀔 정도로 격렬했다. 이때 제45전차대대 소속 샤르 B1 bis 한 대가 독일 제10기갑사단 소속 4호 전차 2대, 3호 전차 11대, PaK 36 대전차포 2문을 격파하며 독일군 정예부대를 하루 동안 잡아 놓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1940년 독불전쟁 진행 과정 중에서 보기 드물게 프랑스군이 선전한 사례다.
샤르 B1은 성능이 낮은 편이어서 독일 점령후 노획무기로도 재활용되는 사례가 적은 편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러나 엄밀히 말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맞상대한 독일 전차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단지 상대적으로 강했던 것이지 제2차 대전 전체를 통틀어 본다면 샤르 B1은 그저 그런 전차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쟁 내내 물자 부족에 시달렸던 독일은 노획 무기 활용에 적극적이었지만 샤르 B1은 주행력이 떨어져 재활용이 적었던 편에 속했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어려웠을 때 그나마 자존심을 세워준 전차임에는 틀림없다.


변형 및 파생형

샤르 B1: 초기 양산형

샤르 B1 < 출처 : Public Domain >
샤르 B1 bis: 화력, 방어력을 향상한 개량형
샤르 B1 bis < 출처 : (cc) User:Fat yankey at Wikipedia.org >
샤르 B1 ter: 주포의 사격 각도, 기동력을 향상한 개량형 프로토타입


제원(샤르 B1 bis)

생산 업체: 르노 외
중량: 28톤
전장: 6.37m
전폭: 2.46m
전고: 2.79m
장갑: 60mm
무장: 75mm ABS SA 35 곡사포 ×1
        47mm SA 35 포 ×1
        7.5mm 기관총 × 2
엔진: 르노 인라인 6기통 수랭식 가솔린 엔진(272마력)
추력 대비 중량: 9.7마력/톤
서스펜션: 버티컬코일, 판스프링
항속 거리: 200km
최고 속도: 28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