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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군총장 내정 하루만에 임명 유보
인사 공식발표 후 이례적 연기… 또 청와대 인사팀 부실검증 논란

입력 : 2021.06.30 02:25

정부가 29일 열린 국무회의에 전날 예고했던 박인호(공사 35기)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임명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30일로 예정됐던 박 내정자의 공군총장 취임식도 취소됐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군 수뇌부 인사가 사실상 하루 만에 유보된 것으로,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박 내정자에 대해 추가로 검증할 사안이 불거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경질된 데 이어 또다시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오늘 예정됐던 공군참모총장 내정자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는 향후 국무회의 일정과 임명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번 국무회의 때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날인 28일 박 총장 내정자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6월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는 군 인사는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국무회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박 내정자가 공군사관학교장 시절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한 처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공사 교장 재임 시절 공사 교수 2명이 현역 소령 교수를 '감금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한 처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라며 박 내정자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내정자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군사관학교장으로 재임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오후 박 신임 총장 내정이 발표된 뒤 그의 공사 교장 시절 최근 크게 문제가 불거진 성추행 사건과 유사한 성범죄 사건 등에 대한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투서가 청와대 등에 접수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해 청와대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내정자는 언론 통화에서 "현재 공사에서 당시 사건들 관련 자료들을 모두 취합해 청와대로 보내고 있다"며 "해당 사건들에 대한 조치는 과할 정도로 엄정하게 했고 정리가 잘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갑작스러운 공군총장 임명 유보 소식을 접한 국방부와 공군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30일 박 내정자 취임식 준비를 하던 공군은 준비를 중단한 채 경위 파악에 부산했다. 군 소식통은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이성용 전 총장이 사실상 경질된 데 이어 신임 총장 내정자 임명도 갑자기 유보돼 공군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군 일각에선 정부의 성급한 내정 발표로 박 내정자 리더십이 총장 취임도 하기 전에 손상을 입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까지 박 내정자 내정을 철회할 만한 '흠결'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내정자 인사가 철회되지 않더라도 국무회의 심의를 늦춘 것 자체만으로도 청와대의 부실 검증 논란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자기 밀수 의혹'을 받았던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경우 등 청와대의 검증 문제는 끊이질 않고 있다.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서 빚을 내 하는 투자)', 개발지 인근 맹지 투자 등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 27일 사실상 경질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부실한 인사 검증이 문제였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경우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도 그로부터 한 달 뒤 아무 문제 없이 임명됐다.

부실 인사 검증이 계속되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인사가 '만사'라는데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에 의해 그동안 진행됐던 인사는 '망사'투성이"라며 "김외숙 인사수석을 즉각 경질하고, 부실 검증 시스템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권에서조차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외숙 인사수석이 총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백혜련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사수석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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