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미사일 족쇄’ 42년만에 완전해제 의견 접근
文대통령·바이든 정상회담, 사거리 800㎞ 제한 풀릴 듯
입력 : 2021.05.22 03:10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새벽(현지 시각 21일 오후)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와 관련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42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완전 해제되면 우리나라는 중국·러시아까지 사정권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하지만, 해당 국가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文대통령·해리스 부통령 ‘발코니 대화’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 발코니에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미국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코로나 백신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 등을 논의했다. /뉴시스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부였던 1979년 미국에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합의된 것으로 미국의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미사일 탄두 중량 500㎏·사거리 180㎞로 제한했다. 그동안 4차례 개정을 통해 사거리를 800㎞까지 연장하고 탄두 중량 제한을 풀었는데 이번에는 사거리 해제가 논의된 것이다. 이번 지침 개정은 우리 요구로 논의된 것이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하는 공동 성명에는 4·27 판문점 선언 등 기존 남북 합의를 존중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남북 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에서 판문점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대화 거부와 대북 제재로 남북 대화 재개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는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밝혔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빅딜’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최근 코로나 위기로 한미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반도체, 배터리 산업이다. 양국이 오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이는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러시아까지 사정권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우리나라는 42년 만에 ‘족쇄’를 풀고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대 사거리 800㎞ 제한’이 없어지게 돼 사거리 2000~3000㎞의 중거리 미사일은 물론 이론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사거리 5500㎞ 이상)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루스벨트 동상 앞에 선 文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관을 방문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공황 위기에서 통합을 이룬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대선 때 롤모델로 제시했다”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거리 2000~3000㎞면 일본 전역은 물론 웬만한 중국 내륙의 전략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명분과 실리를 각각 챙긴 ‘윈-윈(Win-Win)’ 카드인 셈이다.

1979년 한·미 간에 합의된 미사일 지침 해제는 역대 정부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침 해제 추진 배경에 대해 “(1979년) 당시 우리가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통제하에 미사일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족쇄가 됐다”며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을 타격할 탄도미사일 개발이 급해 미국 기술 지원을 받다 보니 평양까지만 사정권에 넣는 ‘사거리 180㎞ 제한’에 묶이게 됐다는 것이다. 미사일 지침은 양국 간 조약이나 협정은 아니지만 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크게 제한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부각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월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인 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도록 지침이 1차 개정됐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제한 없이 개발이 허용돼 사거리 1000㎞ 이상인 현무-3가 개발, 배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에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리는 2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해안 지역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800㎞로 제한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3차 개정이 이뤄졌다. 3차 개정에 따라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가진 괴물 미사일 ‘현무-4’가 개발됐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단 1발로 금수산태양궁전이나 류경호텔, 축구장 200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철폐됐다. 이를 통해 강력한 고체연료 로켓(우주발사체) 개발로 독자 정찰위성 및 GPS 위성 등을 띄우고 민간 우주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해제되면 한국군은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0㎞ 미사일을 빠른 시일 내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식적으로 사거리 2000~30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이미 이 정도의 사거리를 갖는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무-4의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당장 사거리 2000㎞급 미사일 개발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1000여㎞면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고, 2000㎞면 중국 내륙의 ICBM 기지 등 전략목표물들을 타격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이번에 미사일 지침 완전 해제에 동의한다면 동맹국의 능력을 강화해 연동해 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미국도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