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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대전차 유도미사일은 1950년대 초반부터 배치된 1세대 수동시선유도(MCLOS, Manual Command to Line Of Sight)에서 1960년대 들어 2세대로 불리는 반자동시선유도(SACLOS, 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세대 대전차유도 미사일로는 프랑스의 SS-10와 엔탁(ENTAC), 스위스의 코브라(COBRA), 소련의 3M6 시멜(Shmel, 나토 분류명  AT-1 스내퍼 Snapper)과 9M14 말륫카((Malyutka, 나토 분류명 AT-3 새거 Sagger)가 있다.

SACLOS 방식의 대전차 유도미사일은 1960년대 들어 서구권 국가들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BGM-71 토우(TOW)를, 프랑스와 서독은 밀란(MILAN)을 개발하여 1970년대 초반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MCLOS는 사수가 목표와 미사일을 모두 바라보면서 미사일을 유도하는 만큼, 훈련 정도에 따라 명중률이 크게 달라졌다. 또한,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사수의 생존성 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에 비해 SACLOS 방식은 날아가는 미사일의 후미에서 적외선이나 전파를 방출하고, 목표를 조준하고 있는 발사대의 조준기가 그 신호를 포착하여 목표와의 오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사수가 목표를 계속 조준하고 있어야 하지만, 미사일을 직접 조종하지 않기 때문에 명중률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유선 유도 방식의 경우 중간에 케이블이 나무나 돌에 걸리거나 하여 끊어질 경우 유도가 불가능해지며, 목표가 강력한 적외선을 내뿜을 경우 조준 장비가 목표를 조준할 수 없다는 문제는 남아 있었다.

1962년 12월 9M14 말륫카 개발을 완료하면서 보병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소련은 그 해에 SALCOS 방식의 대전차 유도미사일 연구를 시작했다. 소련 군부는 보병 휴대용과 함께 장갑차에 탑재하여 대전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미사일을 원했다. 두 가지 미사일은 사거리가 다르게 요구되었다.

1966년 5월 18일 소련 내각위원회 훈령 No.119에 따라 군사 및 산업위원회에서 개발 결정이 내려졌다. 툴라의 KBP 기계설계국이 개발을 주도하며, 모스크바주 클리몹스에 있는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TsNIITochMash)는 미사일 조종 장치를 담당하게 되었다. 군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기 위해 같은 발사대를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용과 중거리용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1967년부터 1968년까지 공장 시험이 계속해서 실패하면서 개발이 지연되었다. 1969년 1월 마지막 공장 시험이 진행되었지만 실패했고, 4월과 5월에서야 시험이 마무리되었다. 군에 도입을 결정하는 국가시험은 1970년 3월에 끝났다.

1970년 9월 내각위원회의 배치 결정이 내려졌고, 미사일포병총국(GRAU)에서 사거리 2km의 단거리 보병용 미사일은 9M111, 전체 시스템은 9K111이라는 색인 번호를 부여받았다. 이름은 영어로 악기 바순(Basson)을 뜻하는 파곳(Фагот, Fagot)으로 불렸다.

함께 개발될 예정이던 사거리 4km의 중거리용은 1974년부터 배치를 시작했다. 미사일 9M1113, 전체 시스템 9K111-1이라는 GRAU 색인 번호를 부여받았다. 전체 시스템 색인 번호는 9K111과 발사기 등을 공유할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이름은 영어로 콘테스트(Contest)를 뜻하는 콘쿠르스(Конкурс, Konkurs)로 불렸다.

나토는 1975년 러시아어로 파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전차 유도미사일이 바르샤바 조약군에 도입되었다는 유고슬라비아 군사 정기 간행물을 통해서 9K111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나토는 AT-4라는 분류 기호를 붙이고 스피곳(Spigo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토는 9M111과 직경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9M113을 구분하지 못했고, 나중에야 AT-5 스팬드랠(Spandrel)로 명명했다.

9K111은 9K11을 대체하면서 소련군과 바르샤바 조약군 그리고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장에서 로켓 모터부와 탄두를 결합해야 했던 9K11과 달리 9K111 파곳은 미사일이 들어 있는 발사관을 조립된 발사대에 꽂는 것으로 발사 준비가 끝나기 때문에 운용 편의성도 높았다.

9K111은 보병 휴대용으로 운용될 경우, 발사대와 조준기를 운반하는 사수와 미사일 최대 2발씩을 운반하는 보조 요원의 3인 체계로 움직인다. 차량 운용도 가능한데, BMP-1, BMD-1, BTR-D 등 다양한 장갑차량은 물론이고, UAZ-469 전술차량을 사용했다.
 
9K111에 탑재되는 9M111 미사일은 이후 사거리와 장갑 관통 능력이 향상된 9K111-2(나토 분류명 AT-4B 스피곳 B)와 9M111M(나토 분류명 AT-4C 스피곳 C)라는 개량형이 만들어지면서 현재도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9K111은 세계 약 40개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분쟁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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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9K111 파곳은 미사일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발사관에 안에 내장된 튜브 발사식 휴대용 대전차 유도미사일이다. 유도 방식은 2세대로 불리는 반자동시선유도(SALCOS) 방식을 사용한다.

9K111 시스템을 이루는 9M111 미사일은 길이 863mm, 직경 120mm, 날개 길이 369mm, 중량 13kg, 성형작약을 사용하는 대전차고폭탄두(HEAT)의 중량은 2.5kg이다. 미사일이 담긴 발사관은 유리섬유로 만들어졌고, 길이 1,098mm, 직경 150mm, 미사일 포함 중량은 13.43kg이다.

미사일은 앞쪽에 4개의 플라스틱으로 된 구동 가능한 조종면이 달려 있다. 이 조종면은 미사일 후미의 케이블을 통해 조종 장치에서 보내오는 신호에 따라 내부의 전자 장치의 도움을 받아 미사일의 진행 방향을 조절한다.

그 뒤로 성형작약을 사용하는 HEAT 탄두가 위치하며, 그 뒤로 추진용 고체로켓 연료부가 위치한다. 그 뒤로 발사 후 펼쳐지는 4개의 대형 조종면이 위치한다. 미사일 뒤에는 발사관에서 빠져나올 때 사용하는 가스 발생기와 킥 모터가 위치한다.

미사일은 처음 개발된 9M111에 이어 1975년 사거리가 2,500m로 연장되고 관통 능력이 RHA 460mm로 향상된 9M111-2 파곳(나토 분류명 AT-4B 스피곳B)이 개발되었다. 이후 9M111M 파곳 M 또는 팍토리아(Faktoria)로도 불리는 개량형이 만들어졌다. 나토 분류명은 AT-4C 파곳C이며, 사거리는 9M111-2와 동일하지만, 관통력은 탠덤 탄두를 채용하여 RHA 600mm로 향상되었다.

미사일 발사관은 발사 전에는 마개로 막혀 있다. 사수가 발사 스위치를 누르면, 맨 뒤에 있는 가스 발생기가 작동하여 마개가 열리고, 킥 모터가 미사일을 밀어낸다. 미사일은 80m/s의 속도로 발사관을 빠져나오고, 추진 모터가 점화되어 186m/s의 속도로 가속한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부터 미사일 후미에서 2개의 유도 케이블이 풀려나와 발사관 내부를 통해 조준 장치의 신호를 받게 된다. 발사된 미사일은 회전하면서 비행 방향을 유지한다.

9K1111을 이루는 9P135 발사 시스템은 크게 9P56 발사대, 9S451 유도부, 그리고 9P155 발사기로 구성된다. 9P56 발사대는 삼각대와 발사대 몸체, 좌우 및 상하 각도 조절기, 발사관 지지 레일, 유도부 장착대로 구성된다. 발사대는 좌우로는 360°, 상하로는 +- 20°가량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사수가 땅에 엎드려 있는 자세로 있기 때문에 좌우 회전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

9P56 발사대 왼쪽에 장착되는 9S451 유도부(guidance unit)는 9Sh119 조준경과 9S474 미사일 추적장치로 구성된다. 9Sh119 조준경은 사수 쪽 접안부가 하나지만, 목표로 향한 렌즈는 상하의 2개다. 아랫부분이 사수가 표적을 보는 광학부고, 위쪽은 미사일 후미의 적외선 발광을 감지하여 케이블로 연결된 9S474 미사일 추적 장치로 정보를 보내 미사일이 목표로 제대로 유도되도록 한다. 9Sh119 조준경은 10배율 광학 조준경을 가지고 있으며, 시야각은 5도로 매우 좁다.

방아쇠(trigger)를 갖춘 9P155 발사기는 9S474 미사일 추적 장치 왼쪽에 장착된다.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면, 전기 신호가 발생되고, 이 신호가 발사관 내부의 배터리, 미사일 내부 배터리, 그리고 미사일 유도부의 자이로스코프를 가동 시킨다.

전체 9P135 발사 시스템과 미사일 발사관을 합치면 중량은 22.5kg이다. 2개의 회전식 조준 장치의 조작 속도로 인해 목표가 60km/h 이하로 움직일 때만 조준이 가능하다. 숙련도에 따라 1개 발사대에서 1분에 최대 3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9P135는 개발 당시에는 9M111 미사일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개량형인 9P135M부터는 9M113 미사일 발사관도 장착이 가능해졌다.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야간전이 불가능했지만, 중량 13kg의 1PN65 열상 조준기를 사용할 경우 2,500m까지 목표 탐지가 가능했고, 성능이 향상된 1PN86이나 1PN86-1의 경우 3,600m까지 목표 탐지가 가능하다.

발사에서 명중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사수가 광학 조준경으로 목표를 조준하고 발사기를 작동하면
미사일로 전기 신호가 전달되어 자이로가 작동한다.

2) 가스 발생기가 작동하며 발사관 앞의 마개가 열리고,
킥 모터가 작동한다.

3) 미사일이 발사관을 떠난 후 본체 후미의 안정판이 펼쳐지며,
미사일 뒤에서 케이블이 풀려나간다.

4) 미사일의 추진 모터가 점화하여 가속한다.

5) 9Sh119 조준기가 미사일 후미의 적외선을 감지하고,
9S474 추적 장치가 목표로 유도하는 신호를 미사일로 보낸다.

6) 조종 장치에서 케이블을 통해 전달된 신호는
미사일 앞 조종용 전자 장비를 거쳐
앞쪽의 4개의 가동 핀을 움직여 목표까지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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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9K111 파곳은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군 그리고 중국, 북한,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들이 도입했다. 이들 외에도 소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핀란드와 비동맹 국가였던 인도, 중동의 이란과 이라크, 쿠웨이트 등도 도입했다.

소련 해체 후에도 러시아와 기타 옛 소련 소속이었던 많은 국가들이 운용하고 있다. 바르샤바 조약국에 속했던 동독은 통일 후 퇴역시켰고, 이 물량은 그리스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폴란드, 슬로베니아에서는 퇴역했다. 2021년 기준으로 운용하는 국가는 30여 국가 정도로 알려졌다.

9K111은 비국가급 무장단체들도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대표적이다. 헤즈볼라는 북한이 9K111을 자체 개량한 불새-2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레바논 전쟁,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980년부터 1989년까지 벌어진 이란-이라크전쟁, 1991년부터 벌어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에서 사용되었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여러 지역과 옛 소련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에서도 사용되었다.

9K1111과 그 직계 개량형 외에 현재까지 알려진 외국의 개량 및 변형은 북한의 불새-2와 불새-3가 유일하다. 북한은 1988년부터 소련에서 9K111을 공급받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자체 개량한 불새-2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제 9K111과 불새-2의 차이점은 9Sh119 조준경을 들 수 있다. 불새-2의 조준경은 단안식 접안부와 상부의 하단은 동일하지만, 상부의 상단이 2개의 소형 렌즈 형태로 바뀌었다. 그 외에 어떤 점이 다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불새-2는 이집트, 시리아, 이란과 미얀마에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도 운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북한은 2016년 2월, TV를 통해 신형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불새-2와 유사했지만, 유도 방식이 레이저 빔 라이딩으로 변경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 방송은 사거리가 길어지고, 정확도가 높으며, 경량화되었다고 밝히면서 전차를 파괴하는 모습이 담긴 선전 영상을 방송했다. 신형 대전차 유도미사일은 불새-3로 불리지만, 북한의 공식 명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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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소련

9K111: 1970년부터 배치된 소련의 첫 2세대 대전차 유도미사일의 전체 시스템 GRAU 색인 번호.
9M111 파곳(Fagot): 9K111용 미사일. 나토 분류명 AT-4 스피곳(Spigot).
9M111-2 파곳: 1975년부터 배치된 사거리 연장된 개량형, 나토 분류명 AT-4B 스피곳B.
9M111M 팍토리아(Faktoria): 탠덤 탄두를 갖춘 개량형. 나토 분류명 AT-4C 스피곳C.

9K111-1: 9K111과 동시에 개발된 동일한 발사대를 사용하는 중거리 대전차 유도미사일.
9M113 콘쿠르스(Konkurs): 9K111-1용 미사일, 나토 분류명 AT-5 스팬드렐(Spandrel).

북한

불새-2: 2000년대 초반부터 배치된 북한 개량형. 조준경의 상부 렌즈부가 변경됨.

불새-3: 2016년 2월 북한 방송에 등장한 개량형의 임시 명칭. 레이저 빔 라이딩 방식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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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9M111 미사일 기준)

구분: 보병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개발: KBP 기계설계국(전체 시스템 /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미사일 조종 장치)
전체 중량: 22.5kg(미사일 발사관 + 9P315 발사시스템)
발사관: 길이 1,098mm / 직경 150mm / 중량 13.43kg (미사일 포함)
미사일: 길이 863mm / 직경 120mm / 날개 길이 369mm / 중량 13kg
탄두: 대전차고폭탄두(HEAT) 2.5kg
관통력: 균질압연강판(RHA) 400mm(직각) / 200mm(60°로 충돌 시)
유도 방식: 유선 반자동시선유도(SALCOS)
사거리: 70 ~ 2,000m
비행 속도: 186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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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