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0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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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4호 돌격전차

정체가 모호했으나 너무나 강력했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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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전차 차체를 이용해 개발된 4호 돌격전차. < (cc) User:Fat yankey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이 만들었던 기갑장비 중에서 'Sturmpanzer'는 글자 그대로 따지면 '돌격전차'지만 상당히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이런 명칭을 최초로 붙인 Sturmpanzer I과 후속해서 개발된 Sturmpanzer II, 그릴레(Grille)는 유휴 경전차 차체에 15cm sIG 33 보병포(이하 sIG 33)를 단순히 결합하고 오픈 탑 구조의 전투실을 만든 급조 자주포다. 따라서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용도를 기준으로 '자주보병포'로 해석한다.

반면 4호 전차 차체에 같은 구경의 15cm StuH 43 곡사포를 올린 'Sturmpanzer IV'는 '4호 돌격전차'로 구분한다. 중장갑을 두른 것은 물론 전투실 상부까지도 밀폐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보병 지원을 위한 돌격포는 물론 경우에 따라 기갑전까지 수행하는 전차 역할도 담당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전차 임무는 무리였지만 이들이 투입된 전쟁 중반기 이후에 독일은 상황을 일일이 따져가며 전투를 벌일 여력이 없었다.

국군도 운용했던 M110 자주포는 방어력이 없다시피 하다. 이처럼 전투실 밀폐 여부는 제2차 대전 당시 사용된 독일군 기갑장비를 구분하는 중요한 식별 포인트 중 하나다. < (cc) Jakub Skowron at Wikimedia.org >

오늘날처럼 고도의 대포병전 기술이 없던 시절에 개발된 자주포들은 방어력이 빈약한 편이다. 한때 국군도 운용했던 M110 자주포는 최소한의 장갑조차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배후에서 화력 지원을 하므로 그렇게 제작된 것이다. 따라서 전차, 돌격포, 구축전차, 자주포 등등으로 나뉘어 유독 복잡한 독일군 장비 체계에서 전투실의 밀폐 여부는 그나마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식별 포인트다.

4호 돌격전차는 주포로만 보자면 자주곡사포라고 할 수 있지만 근접전까지 목적으로 하는 차체의 구조와 임무 때문에 별개로 구분한다. 이처럼 괴상한 4호 돌격전차가 탄생한 이유는 순전히 스탈린그라드 전투 때문이었다. 예상과 달리 전투가 시가전으로 변모하자 소련군이 은폐한 구조물을 쉽게 격파할 수 있는 수단이 요구되었다. 전통적으로 이런 경우는 대대적인 포격이나 폭격으로 초토화한 후 보병이 점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폐허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소련군 저격병들. 그래서 독일은 은폐가 가능한 구조물을 쉽게 제거할 수단이 필요했다. < (cc) RIA Novosti >

그러려면 일단 아군이 외곽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런데 독일은 그동안 애써 점령한 것들이 아까워서 도심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피아가 가까이 섞여 있기에 일일이 골라서 격파해야 했다. 기존에 운용하던 1호 자주보병포는 방어력이 빈약해 투입이 곤란했다. 3호 돌격포나 전차는 화력이 부족했다. 이에 3호 돌격포 차체에 sIG 33을 탑재한 33B 돌격보병포(이하 33B)를 급하게 제작해 전선에 투입했다.

하지만 장갑이 빈약해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에 1942년 10월 히틀러가 보다 방어력을 강화한 후계작 개발을 지시했다. 처음에는 33B의 장갑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했으나 3호 돌격포의 차체가 작아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4호 전차 차체를 이용하기로 결정되었다. 마침 같은 방식으로 대전차전용 4호 구축전차(Jagdpanzer IV)를 연구하고 있었기에 개발은 곧바로 개시되었다.

4호 구축전차는 기갑전을 위해 전면 장갑이 강화되고 기관총이 장착되었다. 이런 개념과 구조는 4호 돌격전차의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 (cc) Banznerfahrer at Wikimedia.org >

1943년 2월, 전면 장갑이 100mm에 이르는 등 방어력이 대폭 강화되고 라인메탈과 체코슬로바키아의 스코다가 공동 개발한 11.4 구경장 15cm StuH 43 곡사포(후기형은 12 구경장)를 탑재한 목업이 공개되자 히틀러는 동부전선 중앙의 쿠르스크 돌출부 제거를 위한 치타델 작전(Operation Citadel)에 이를 투입하기로 결심하고 양산을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4호 돌격전차라는 제식명을 부여받고 4월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흔히 브룸베어(Brummbär)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으나 이는 연합군이 구분을 위해 붙인 타칭이고 독일군 내에서는 그냥 돌격전차 혹은 약자인 슈투파(Stupa)로 불렸다. 동종 목적의 장비들 중에서 가장 많은 306대가 종전 직전까지 꾸준히 제작되었다는 점만으로도 독일군의 만족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름처럼 정체도 모호했고 이런저런 모든 임무를 수행했지만 화력과 방어력만큼은 믿음을 준 괴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룸베어(곰)로 많이 알려졌으나 이는 연합군이 장비 구분을 위해 부여한 이름이다 보니 독일군은 알지 못했다. < (cc) Darkone at Wikimedia.org >


특징

4호 돌격전차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발 당시에 많은 영향을 준 4호 구축전차처럼 상부까지 장갑을 둘렀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치 전고가 높아지고 대구경 포가 장착된 4호 구축전차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4호 돌격전차가 먼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바로 이 때문에 같은 구경의 주포를 사용하지만 오픈 탑인 1호, 2호, 38(t) 자주보병포들과 달리 33B 돌격보병포와 비슷한 용도의 무기로 취급된다.

기관총 탑재가 생략되고 11.4 구경장 주포를 탑재한 초기형 4호 돌격전차. < (cc) Mark Pellegrini at Wikimedia.org >
스코다가 생산하던 기존 15cm 구경 곡사포를 기반으로 제작된 15cm StuH 43 주포는 오로지 4호 돌격전차용으로만 사용되었으나 기존 sIG 33용 포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단포신이어서 사거리는 짧았지만 어차피 4호 돌격전차가 근거리에서 작전을 펼치는 보병포, 돌격포, 전차 용도였으므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같은 구경의 포를 탑재한 전작들에 비해 방어력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로드 휠과 궤도의 모습. 무게가 늘어났음에도 자료상으로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33B보다 주행력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알려진다. < (cc) Bojo at Wikipedia.org >
33B와 비교했을 때 4호 돌격전차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대폭 향상된 주행력이다. 기반인 4호 전차는 3호 전차와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더구나 4호 돌격전차는 33B보다 차체도 크고 장갑이 늘어나면서 무게가 7톤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최고 속도는 시속 10km 정도 빨라졌다. 작전 반경도 두 배 정도 늘어났다. 구동 계통의 차이 때문인지 자료에 오류가 있는 것인지 몰라도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운용 현황

4호 돌격전차는 1943년부터 종전 직전인 1945년 3월까지 총 306문이 크게 네 차례에 걸쳐 생산되었다. 15cm 주포를 탑재한 기갑차량으로는 38(t) 자주보병포 다음으로 많은 수량이나 돌격포로 볼 경우에는 보통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가장 유사했던 33B 돌격보병포나 티거돌격전차(Sturmtiger)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동종 장비들의 대표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4년 3월 이탈리아 안지오에서 작전 중인 제216돌격전차대대 소속 4호 돌격전차. < Public Domain >
4개의 독립 돌격전차대대에 몰아서 운용했는데 통상적으로 14문으로 구성된 중대 3개와 지휘 차량을 합쳐 대대 당 45문을 보유했다. 자주포가 6문으로 1개 포대를 구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돌격전차대대는 포병이 아닌 기갑 편제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운용하는 부대는 적었지만 4호 돌격전차는 그야말로 제2차 대전 후반기의 모든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4년 8월 6일 서부전선에서 격파된 4호 돌격포를 검사하는 영국군. < Public Domain >
최초로 편성된 제216대대는 역사적인 쿠르스크 전투 참전을 시작으로 1943년까지는 동부전선에서 활약했고 재편을 거쳐 1944년부터는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되었다. 제217대대는 서부전선에서 연합군과 맞서다 1945년 4월 루르(Ruhr)에서 최후를 맞았다. 제218대대는 두 개 제대로 나뉘어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에서 종전 직전까지 활약했다. 제219대대는 본토에서 훈련 부대로 있다가 부다페스트 방어전 등에 투입되어 소모되었다.
4호 돌격전차 "브룸베어"의 희귀한 실전영상 <출처: 유튜브 PANZER Insight 채널>


변형 및 파생형

Sturmpanzer IV: 4호 돌격전차

4호 돌격전차 < (cc) Banznerfahrer at Wikimedia.org >
Panzer IV Ausf G: 4호 전차 G형. 이후 모델들을 기반으로 4호 돌격전차가 제작되었다.
4호 전차 G형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Jagdpanzer IV: 4호 구축전차. 비슷한 시기에 연구가 이루어져 4호 돌격전차 개발에 영향을 주었다.
4호 구축전차 < (cc) Huhu at Wikimedia.org >


제원

생산업체: Alkett
도입 연도: 1943년
생산 대수: 306문
중량: 28.2톤
전장: 5.93m
전폭: 2.88m
전고: 2.52m
무장: 1×15cm StuH 43 L/12
        1×7.92mm MG34
엔진: 마이바흐 HL120 TRM 수랭식 12기통 가솔린 엔진 296마력(221kW)
추력 대비 중량: 10.64마력/톤
항속 거리: 210km
최고 속도: 40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