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iG-27 전선폭격기
오로지 지상 공격을 위해 탄생한 MiG-23의 동생
  • 남도현
  • 입력 : 2021.03.30 08:39
    2014년 레힐린 라츠에서 개최된 에어쇼에서 이륙 중인 MiG-27. 냉전 시기 소련의 주력 전선폭격기 중 하나였다. < (cc) Rob Schleiffert at Wikipedia.org >
    2014년 레힐린 라츠에서 개최된 에어쇼에서 이륙 중인 MiG-27. 냉전 시기 소련의 주력 전선폭격기 중 하나였다. < (cc) Rob Schleiffert at Wikipedia.org >


    개발의 역사

    소련, 그리고 이를 대부분 승계한 러시아는 제2차 대전 후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서 전투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급속히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주력기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도입하거나 카피한 것들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 외 전투기를 만드는 나라들은 미국의 동맹이거나 우호국들이다.

    1960년대 소련의 주력이던 Su-7 전폭기. 폭장 능력이 2톤에 최대 항속 거리가 1,600km 정도여서 미국의 동급 작전기에 비해 성능이 현격히 떨어졌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1960년대 소련의 주력이던 Su-7 전폭기. 폭장 능력이 2톤에 최대 항속 거리가 1,600km 정도여서 미국의 동급 작전기에 비해 성능이 현격히 떨어졌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그러나 소련이 미국과 벌인 경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제1세대 전투기 시대가 개막했을 때만 해도 수준이 비슷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전투기 제작에 투입되는 기술적 격차가 커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제3세대 전투기 이후부터는 동급 전투기를 내놓는데 10년 이상 뒤지는 중이다. 스텔스로 대변되는 제5세대 전투기는 F-22와 Su-57의 실전 배치 기준으로 보면 20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전투기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전선폭격기(서방의 폭격기 또는 공격기, 이하 전폭기) 부문이었다. 지상군 지원이 목적인 전폭기는 처음부터 다목적기로 또는 폭격기 전용으로 개발되기도 하지만 군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2선급 전투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통적으로 소련제 전투기는 지상관제를 받아 근거리에서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운항 및 항전장비가 없거나 적은 대신 기체가 작아 기동력이 뛰어난 편이다.

    MiG-27의 기반이 되었던 MiG-23B < Public Domain >
    MiG-27의 기반이 되었던 MiG-23B < Public Domain >

    하지만 전폭기로 운용할 경우에는 폭장 능력이 적고 원거리 작전이 어려웠다. 때문에 1970년대 이전에 소련이 전폭기로 운용한 MiG-17, MiG-21, Su-7 등은 미국제 전폭기와 비교하면 성능이 뒤졌다. 한때는 수적 열세를 양으로 메웠지만 갈수록 효과가 떨어졌기에 보다 성능이 향상된 전폭기가 필요했다. 이때 배치를 목전에 둔 소련 최초의 제3세대 전투기인 MiG-23이 좋은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이전 전투기들과 외형부터 차이가 날 만큼 일단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보다 많은 장비, 무장의 장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특히 가변익기여서 저고도에서 저속으로 폭격을 할 때 최적의 상태로 비행할 수 있는 이점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MiG-23을 지상 공격에만 특화된 전폭기로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라이벌인 F-4처럼 공대공 전투 능력에 더해서 지상 타격 능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퇴역 후 전시 중인 소련 공군 소속의 MiG-27 < Public Domain >
    퇴역 후 전시 중인 소련 공군 소속의 MiG-27 < Public Domain >

    사실 모든 정책 담당자들은 다목적기를 원하지만 충분한 기술력 없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여담으로 F-4의 운용 결과에 실망해 순수 제공기인 F-15가 탄생했을 만큼 다목적기로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결국 검토 끝에 공격 전용기로 개발 방향이 정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해서 냉전이 종식될 무렵까지 소련의 주력으로 활약한 전폭기가 MiG-27이다.

    그런데 당시 소련은 지상군 지원용으로 기존 Su-7을 개량한 Su-17과 원거리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Su-24의 개발도 진행하던 중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MiG-27은 Su-17과 경쟁 관계가 되었다. 양 기종은 동일한 조준 및 항법 장비를 갖추었기에 폭격의 정밀도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Su-17은 폭장 능력이 조금 더 많은 데다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조종이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상 목표 폭격을 위한 각종 센서와 장비가 탑재된 MiG-27K의 기수 < 출처 : (cc) George Chernilevsky at Wikipedia.org >
    지상 목표 폭격을 위한 각종 센서와 장비가 탑재된 MiG-27K의 기수 < 출처 : (cc) George Chernilevsky at Wikipedia.org >

    반면 MiG-27은 비행 능력에서 우수했다. 결과적으로 양자의 장점과 단점이 확실했기에 모두 제식화가 이루어지면서 MiG-27은 Su-17과 Su-24의 중간자적 역할을 담당했다. 개발 초점은 크게 정밀 타격 능력을 부여하고 중무장 상태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기수에 탑재된 거대한 사피르 레이더를 제거하고 대신 지상 목표 공격을 위한 소콜 23S 조준시스템, 폰 레이저 거리계 등이 장착되었다.

    처음에는 MiG-23B라는 제식명이 부여되었고 1971년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에 24기의 선행 양산형이 제작되어 각종 실험에 들어간 결과 기체 강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MiG-23B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기형 B-23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었다. 개량을 거쳐 가변 면적 방식의 UVD-23 공기 흡입 시스템이 제거되고 섀시와 충격 흡수 장치가 보강된 기종이 MiG-23BM이다.

    철군 전인 1993년 독일 핀스테르발트 기지에서 택싱 중인 주독 러시아군 소속의 MiG-27K < 출처 : (cc) Rob Schleiffert at Wikipedia.org >
    철군 전인 1993년 독일 핀스테르발트 기지에서 택싱 중인 주독 러시아군 소속의 MiG-27K < 출처 : (cc) Rob Schleiffert at Wikipedia.org >

    한때 터보팬 엔진으로 환장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MiG-23BN에 장착한 R-29B-300 터보제트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MiG-23BM은 양산 전에 제식명이 MiG-27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소련 내에서 MiG-23과 전혀 다른 별개의 기종으로 구분한 것이다. 일단 임무도 상이했을 만큼 그 정도로 세부적인 차이가 컸다. 다만 나토에서는 MiG-23의 파생 기종으로 보아 Flogger-D로 명명했다.


    특징

    일단 MiG-27의 기반이 MiG-23이다 보니 외형적으로는 물론 비행 능력도 크게 차이가 없다. 레이더가 제거되고 공격용 장비가 탑재되면서 기수가 원뿔형에서 오리주둥이처럼 납작하게 바뀐 점이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식별 포인트다. MiG-23 후기형은 도살 핀(Dorsal fin)이 제거되었지만 MiG-27은 방향 안정성 유지를 위해 계속 장착하고 있다. 전폭기여서 최고 속도는 줄었지만 작전 반경은 늘어났다.

    MiG-27의 삼면도. 외형상으로 기반이 된 MiG-23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 출처 : (cc) Kaboldy at Wikipedia.org >
    MiG-27의 삼면도. 외형상으로 기반이 된 MiG-23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 출처 : (cc) Kaboldy at Wikipedia.org >

    하드포인트는 MiG-23과 동일한 5개이나 일부 위치가 다르고 폭장량이 4.5톤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고정 무장으로 강력한 GSh-6-30 30mm 기관포를 장착해서 지상 공격 능력도 향상시켰다. PrNK-23 항법시스템과 이와 연동된 항전장비인 Orbita-20의 성능이 서방제 동급 장비 못지않게 양호한 수준으로 알려진다. 자위용으로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할 수는 있으나 레이더를 제거했기에 교전 능력은 제한적이다.

    MiG-27의 삼면도. 외형상으로 기반이 된 MiG-23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 출처 : (cc) Kaboldy at Wikipedia.org >


    운용 현황

    MiG-27은 1972년부터 1994년까지 MiG-23B, MiG-23BN을 포함해 총 1,412기가 제작되어 소련 이외에 11개국에서 운용했다. 인도는 현지에서 면허 생산한 MiG-27ML 150기를 포함해 총 210기를 운용한 주요 사용국이다. 2020년 현재는 소련에서 분리된 카자흐스탄이 12기를 운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량 도태되었다. 러시아에서 MiG-27이 수행했던 임무는 MiG-29, Su-30 등이 나누어 담당하고 했다.

    인도 공군의 MiG-27ML. 소련 다음으로 해당 기종을 많이 운용한 나라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인도 공군의 MiG-27ML. 소련 다음으로 해당 기종을 많이 운용한 나라다. < 출처 : Public Domain >

    생산량이나 운용국의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전 기록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점령 당시인 1987~89년에 실전 투입했으나 구체적인 전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에 반군 거점 타격에 동원되었다. 일부 기체를 상실했는데 주기 중 반군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비전투 손실이다. 이를 제외하면 실전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리랑카 공군 소속 MiG-27M. 내전 당시에 실전 투입이 이루어졌다. < 출처 : (cc) Chamal Pathirana at Wikipedia.org >
    스리랑카 공군 소속 MiG-27M. 내전 당시에 실전 투입이 이루어졌다. < 출처 : (cc) Chamal Pathirana at Wikip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MiG-23B: MiG-23S 기반 지상 공격기형
     
    MiG-23BN: R29B-300 엔진을 장착한 MiG-23B 개량형

    MiG-23BN < 출처 : (cc) 2004 Skytamer >
    MiG-23BN < 출처 : (cc) 2004 Skytamer >

    MiG-27(MiG-23BM): MiG-23BN 개량형. MiG-27로 재명명.

    MiG-27. 원래는 MiG-23BM으로 불렸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iG-27. 원래는 MiG-23BM으로 불렸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iG-27M: ECM 성능 강화, PrNK-23K 항법시스템 등을 탑재한 개량형.

    인도 공군의 MiG-27M < 출처 : Indian Air Force >
    인도 공군의 MiG-27M < 출처 : Indian Air Force >

    MiG-27D: MiG-23BM을 MIG-27M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개수형

    MiG-27D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D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ML: MiG-27M 인도수출형

    MiG-27ML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ML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H: MiG-27ML에 프랑스제 항전장비를 결합한 인도 자체 개수형

    MiG-27H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H < 출처 : Public Domain >

    MiG-27K: 레이저 표적지시기, TV 유도 무기 운용 능력 등을 추가한 최종 양산형.

    MiG-27K < 출처 : (cc) Rob Schleiffert from Holland / CCSA 2.0 >
    MiG-27K < 출처 : (cc) Rob Schleiffert from Holland / CCSA 2.0 >



    제원(MiG-27K)

    형식: 단발 터보제트 폭격기
    전폭: 7.78m~13.97m
    전장: 17.08m
    전고: 5m
    주익 면적: 34.16㎡~37.35㎡
    최대 이륙 중량: 20,300kg
    엔진: 투만스키 R-29-B-300 터보제트(17,600파운드)×1
    최고 속도: 1,885km/h(마하 1.7)
    실용 상승 한도: 14,000m
    최대 항속 거리: 2,500km
    무장: 1×30mm GSh-6-30 기관포
            R-60M 공대공미사일
            Kh-23M, Kh-25ML, Kh-29L/ML/T/D 공대지미사일
            Kh-27PS 대레이더미사일
            S-5 S-8 S-24 S-25 로켓
            KAB-500KR, KAB-500L 유도폭탄
            7개 하드포인트에 4톤 폭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iG-27 전선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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