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1903 스프링필드 소총
20세기 이후 미군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 등장한 소총
  • 남도현
  • 입력 : 2021.03.22 08:40
    M1903 스프링필드는 만일 1930년대에 M1 개런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20세기 중반까지도 미군의 주력으로 활약했을 수 있었던 뛰어난 성능의 볼트액션 소총이다. < Public Domain >
    M1903 스프링필드는 만일 1930년대에 M1 개런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20세기 중반까지도 미군의 주력으로 활약했을 수 있었던 뛰어난 성능의 볼트액션 소총이다.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현재 미국의 군사력은 최강이다. 옛 소련의 대부분을 승계한 러시아조차 재래식 군비에서는 경쟁을 포기했을 정도다. 소련이 모든 부분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 제풀에 꺾여 체제마저 몰락했다는 뼈저린 경험 때문에 핵전력, 비대칭전력 확충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군사력 확장에 혈안이나 객관적으로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

    1918년 착검한 M1903으로 교전 중인 미 해병대원. 제1차 대전 당시에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뒤지지 않았던 몇 안 되던 미국제 무기 중 하나였다. < Public Domain >
    1918년 착검한 M1903으로 교전 중인 미 해병대원. 제1차 대전 당시에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뒤지지 않았던 몇 안 되던 미국제 무기 중 하나였다. < Public Domain >

    하지만 미국이 이런 위상을 갖춘 때는 제2차 대전에 본격 참전한 1942년 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전략적으로 우선순위인 해군 이외 전력은 경쟁국이나 여타 열강과 비교하면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래서 1917년 제1차 대전 참전 당시에 M1903 스프링필드 소총(이하 M1903) 정도를 제외하고 가지고 갔던 무기들 대다수가 성능이 떨어져 영국, 프랑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당시 M1903은 미국의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그 탄생은 상당한 굴욕과 관련이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계 경찰 역할을 담당하는 지금과 달리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고립주의를 고수한 데다 육상으로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군사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았기에 자신의 군사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19세기 말에 경제적으로 세계 1위 국가에 오르면서 자만심이 커졌다.

    산 후안 고지를 점령한 직후의 미 제1의용기병대. 사진 가운데가 훗날 대통령에 오른 시오도어 루스벨트다. 이처럼 승리했지만 소총의 성능 차이로 말미암아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 Public Domain >
    산 후안 고지를 점령한 직후의 미 제1의용기병대. 사진 가운데가 훗날 대통령에 오른 시오도어 루스벨트다. 이처럼 승리했지만 소총의 성능 차이로 말미암아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 Public Domain >

    그러던 1898년, 미국은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카리브해 일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던 스페인과 전쟁을 벌였다. 이른바 미서전쟁인데 여기서 승리를 거두고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괌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하며 제국주의 침탈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비록 전쟁은 이겼지만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 특히 7월 1일, 쿠바의 산 후안 고지에서 벌어진 전투 결과는 상당히 심각했다.

    521명의 스페인군이 지키는 고지를 8,412명의 미군이 공격해서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을 동원했음에도 미군은 전사자 144명을 포함해서 스페인군의 2.3배에 이르는 1,240명의 인명 피해를 보았다. 한마디로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었다. 이런 황당한 결과가 나온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소총의 성능 차이 때문이었다. 스페인군은 스페인 식 마우저라 불린 마우저 93모델 소총(이하 마우저)을 사용하고 있었다.

    M1903의 기반이 된 독일 마우저의 Gew98.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이던 Kar98k의 원형이기도 한 걸작 볼트액션소총이다. < (cc) Armémuseum at Wikimedia.org >
    M1903의 기반이 된 독일 마우저의 Gew98.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이던 Kar98k의 원형이기도 한 걸작 볼트액션소총이다. < (cc) Armémuseum at Wikimedia.org >

    반면 미군은 전장식보다 좋은 정도인 트랩도어식 M1892 스프링필드 소총(이하 M1892)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5발의 총탄을 장전해 놓고 연사할 수 있는 마우저와 손으로 한 발씩 장전하고 사격을 반복하는 M1892의 차이는 마치 반자동소총과 자동소총의 차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군은 5발을 연사할 수 있는 크라그 요르겐센 소총도 보유했지만 물량이 적었고 성능도 마우저에 떨어졌다.

    한마디로 미국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앞으로 대외 팽창을 지속하려면 보다 좋은 소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에 스프링필드 조병창(Springfield Armory)은 1900년부터 새로운 소총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말이 개발이지 자신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마우저의 최신형인 Gew98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었다. 미국은 전통의 총기 강국이지만 사실 지금도 외국에서 개발된 총을 군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M1903과 클립에 삽입된 .30-06 스프링필드탄. 소총과 탄환 모두 베낀 것이어서 소송을 받고 원작자에게 배상을 해야 했다. < (cc) Curiosandrelics at Wikimedia.org >
    M1903과 클립에 삽입된 .30-06 스프링필드탄. 소총과 탄환 모두 베낀 것이어서 소송을 받고 원작자에게 배상을 해야 했다. < (cc) Curiosandrelics at Wikimedia.org >

    이 무렵 미군의 제식 소총탄도 그동안 사용하던 .30-03탄에서 흔히 스프링필드 탄이라 불리는 .30-06탄으로 바뀌었다. 위력이 증가한 만큼 총열의 길이를 줄일 수 있었고 덕분에 휴대성이 좋아졌다. 그런데 이 또한 독일 DWM이 개발한 슈피처 탄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결국 총, 총탄 모두 원작자들이 고소했고 소송에서 패한 스프링필드는 마우저에 20만 달러, DWM에 30만 달러의 저작권료로 지불해야만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개발이 완료된, 엄밀히 말해 미국판 Gew98은 M1903 스프링필드로 명명되어 1907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 1차적으로 8만 정이 공급되어 기존 소총들을 순차적으로 대체해 나갔다. 제1차 대전 참전 이전 미 육군 병력이 22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선 전투 병력은 모두 M1903을 지급받았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미군은 적어도 소총 부분에서만큼은 경쟁국에 뒤지지 않았다.

    제1차 대전 말기인 1918년 5월, 망원조준경 장착 M1903으로 무장한 미군 저격수. < Public Domain >
    제1차 대전 말기인 1918년 5월, 망원조준경 장착 M1903으로 무장한 미군 저격수. < Public Domain >



    특징

    개발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M1903은 미국의 총기 제작 기술이 뛰어난 데다 최고의 볼트액션소총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한 Gew98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기에 기본적인 성능은 좋았다. 스코프를 장착하여 저격용 소총으로 애용되었을 만큼 정확도, 사거리, 저지력이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노련한 사수라면 분당 15발 정도를 발사할 수 있지만 노리쇠가 뻑뻑해서 연사성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프링필드 M1903 소총의 노리쇠는 다소 뻑뻑한 편이어서 연사성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The Firing Line Forum>
    스프링필드 M1903 소총의 노리쇠는 다소 뻑뻑한 편이어서 연사성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Gew98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연발을 고의로 막는 탄창 차단기처럼 크라그 요르겐센을 면허 생산하면서 터득한 일부 기술들도 제작에 사용되었다. 탄 낭비를 막는 것을 우선시하는 구시대의 교리를 신봉하면서 채택한 것이었으나 제1차 대전을 경험하며 불필요한 장치임이 확인되었고 총류탄 발사나 별도 규격의 탄창을 사용할 때처럼 극히 제한된 임무에만 사용되었다.

    스프링필드 M1903 소총의 약실과 격발부 도해 < Springfield Armory NHS >
    스프링필드 M1903 소총의 약실과 격발부 도해 < Springfield Armory NHS >

    제1차 대전 참전 초기에 툭하면 폭발 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나왔다. 조사 결과 리시버를 제작할 때 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재료의 강도가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개발 후 10년 동안 8만 정만 만들어졌지만 참전 후 불과 1년 동안 70만 정이 추가 생산되었을 만큼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이후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이중 열처리를 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했다.


    운용 현황

    1917년 M1903으로 무장한 주방위군 병사 < Public Domain >
    1917년 M1903으로 무장한 주방위군 병사 < Public Domain >

    M1903은 미국 최초의 대규모 해외 원정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참전 1년 만에 전쟁이 끝나자 생산은 곧바로 중단되었다. 이때까지 80만 정이 전선에 공급되면서 재고 물량이 많았고 성능도 좋아 향후에도 미군의 주력 소총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컸다. 제2차 대전 발발 당시에 독일, 영국, 소련, 프랑스의 주력 소총이 제1차 당시부터 사용되었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무리가 아닌 전망이었다.

    1943년 이탈리아 전선에서 미 육군 저격병이 자신의 M1903 저격총을 점검하고 있다. < US Army >
    1943년 이탈리아 전선에서 미 육군 저격병이 자신의 M1903 저격총을 점검하고 있다. < US Army >

    그러나 1930년대 제식화된 반자동소총인 M1 개런드가 미군의 새로운 제식 소총이 되면서 주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미국이 제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M1 개런드의 공급 물량이 부족하자 2선 급 부대용으로 M1903이 지급되었고 추가 생산까지 이루어졌는데 오히려 이때부터 1949년까지 생산된 물량이 이전 생산량보다 많았다.

    인천상륙 당시에 M1903으로 무장한 한국 해병대원. 미국 이외 20여 나라에서 사용되었다. < Public Domain >
    인천상륙 당시에 M1903으로 무장한 한국 해병대원. 미국 이외 20여 나라에서 사용되었다. < Public Domain >

    예전부터 저격용으로 좋다는 평판을 들었기에 M1903A4처럼 별도의 저격용 모델이 제작되었다. 그래서 6.25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일선에서 보조 소총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도 군함에 탑재되어 기뢰 제거용이나 의장대 소총 등으로 활약하고 있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마디로 20세기 미군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고르게 사용된 대표적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조한 M1903으로 홋줄 투척 준비 중인 미 해안경비대원. 이처럼 지금도 일부 용도로 사용 중이다. < Public Domain >
    개조한 M1903으로 홋줄 투척 준비 중인 미 해안경비대원. 이처럼 지금도 일부 용도로 사용 중이다.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M1903: .30-03 스프링필드탄 사용 초기형.
     
    M1903(1905): 모델 1905 총검 장착형.
     
    M1903(1906): .30-06 스프링필드탄 사용 개량형.

    M1903(1906) < Public Domain >
    M1903(1906) < Public Domain >

    M1903 NRA(1915–1917): 전미총기협회 판매형.

    M1903 NRA 소총 < Public Domain >
    M1903 NRA 소총 < Public Domain >

    M1903 Air Service(1918): 25발 탄창을 장착한 항공대 백업용.

    M1903 항공대 소총 < Public Domain >
    M1903 항공대 소총 < Public Domain >

    M1903 Mark I(1918–1920): 피더슨 장치(Pedersen device)를 장착한 반자동형.

    M1903 Mark I < Public Domain >
    M1903 Mark I < Public Domain >

    M1903 NM(1921–1940): 사격 선수용.

    M1903 NM < Public Domain >
    M1903 NM < Public Domain >

    M1903 Bushmaster 카빈(1940년대): 총열을 460mm 줄인 카빈형.
     
    M1903A1(1929–1939): C형 개머리판으로 변경된 1929년 이후 양산형.

    M1903A1 < (cc) Drake00 at Wikimedia.org >
    M1903A1 < (cc) Drake00 at Wikimedia.org >

    M1903A2(1930s–1940s): 1930~40년대 양산형.
     
    M1903A3(1942–1944): 프레스 공법으로 생산된 1942년 이후 양산형.

    M1903A3 < Public Domain >
    M1903A3 < Public Domain >

    M1903A4(1942): M1903A3 기반 저격용 버전.

    M1903A4 < Public Domain >
    M1903A4 < Public Domain >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1903 스프링필드 소총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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