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Su-24 전선폭격기
50년 가까이 활약 중인 옛 소련의 F-111
  • 남도현
  • 입력 : 2021.03.09 08:38
    탄생한 지 50년 가까이 되어 순차적으로 퇴역 중이기는 하나 Su-24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선폭격기다. < (cc) Alexander Mishin at Wikimedia.org >
    탄생한 지 50년 가까이 되어 순차적으로 퇴역 중이기는 하나 Su-24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선폭격기다. < (cc) Alexander Mish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나토 코드로 펜서(Fencer)라고 불리는 Su-24는 1970년대부터 배치된 전천후 전술작전기다. 소련(러시아) 무기체계에서는 전선폭격기로 구분되는데 이는 서방의 전폭기, 공격기와 같은 개념이다. 오래된 기종이어서 러시아에서는 Su-34로 대체 중이나 여러 사정으로 말미암아 중요한 역할을 여전히 담당하고 있으며 그 외 다수의 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여타 작전기들과 비교하면 유명세가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성능이 나쁘다면 일선에 배치된 지 40년이 넘도록 활약하기 어렵다.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시기에 개발된 경쟁작들이 현재 대부분 퇴역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만큼 Su-24가 잘 만들어진 전선폭격기임에는 틀림없다. 탄생은 미국에 대한 질투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은 전투기 분야에서 그럭저럭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전선폭격기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Su-24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F-111. 지금은 전량 퇴역한 미국의 전술 폭격기다. < Public Domain >
    Su-24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F-111. 지금은 전량 퇴역한 미국의 전술 폭격기다. < Public Domain >

    미국의 F-4, A-6 같은 경우는 8톤 정도의 폭탄을 달 수 있었으나 당시 소련의 대항마인 Su-7, Su-17은 폭장량이 절반에 불과했고 작전 반경도 짧았다. 사실 양국의 항공 전력 운용 사상이 다르기에 이는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이 아니다. 폭격기로 폭격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기나 대공미사일로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냉전은 상대가 가지고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나도 같은 무기를 가져야 했던 시기였다.

    소련은 1960년대 중반에 미국이 5,000km 이상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최대 14톤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F-111의 개발에 착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초조했으나 같은 수준의 신예기를 획득하려고 서둘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련의 기술력을 감안해 8톤의 폭장을 하고 2,000km 정도 비행이 가능한 전선폭격기라면 일단 대항마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Su-24 이전에 전선폭격기 임무를 담당한 Su-17. 기체가 작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기 어려웠다. < (cc) Anthony Noble at Wikimedia.org >
    Su-24 이전에 전선폭격기 임무를 담당한 Su-17. 기체가 작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기 어려웠다. < (cc) Anthony Noble at Wikimedia.org >

    이런 기준에 따라 수호이(Sukhoi) 설계국이 개발에 착수했다. 소련이 신예기를 개발할 때 흔히 사용해 온 전작을 개량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제외되었다. 요구 조건을 달성하려면 일단 기체가 커야 했기 때문이었다. 기존 Su-7, Su-17은 기체가 작아 아무리 개량하더라도 비행 거리와 무장을 늘리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더불어 지상관제를 받기 어려운 먼 거리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항전 장비를 보강하기도 어려웠다.

    그다음으로 신경 쓴 부분이 생존 능력이었다. 폭탄을 투사하려면 적기의 요격과 지상 방공망의 저지를 뚫고 목표까지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거리 목표를 타격하는 작전이면 작전 반경이 작은 당시 소련 전투기들의 도움을 받기 힘들었다. 이에 수호기는 전선폭격기 단독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저공으로 비행하며 방공망을 회피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델타형 고정익 주익의 T6-1 프로토타입. 수호이는 기간을 단축하고자 여러 형태의 시제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 (cc) Mike1979 Russia at Wikimedia.org >
    델타형 고정익 주익의 T6-1 프로토타입. 수호이는 기간을 단축하고자 여러 형태의 시제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 (cc) Mike1979 Russia at Wikimedia.org >

    이때 소련이 벤치마킹한 것은 F-111이었다. 적성국의 고급 정보와 기술을 빼내기 위해 간첩들이 극렬히 활동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연히 F-111과 관련한 많은 정보도 소련으로 흘러 들어갔고 신예기 개발에 이용되었다. 수호이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정익의 T6-1 시제기와 F-111을 참조한 가변익 T6-2 시제기를 함께 제작해서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를 거듭한 수호이는 고도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비행이 가능한 가변익을 채택하기로 결정하고 동시에 지상 기지의 관제 없이 단독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폭격시스템, 항법시스템, 레이더 등의 개발도 병행했다. 덕분에 신예기는 소련에서 개발된 작전기로는 처음으로 통합 무장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전선폭격기는 1975년부터 Su-24라는 제식 부호를 부여받고 실전 배치가 시작되었다.


    특징

    Su-24의 외형적 특징은 16도에서 69도까지 후퇴각이 변하는 주익과 병렬형 좌석 때문에 기수가 넓다는 점이다. 소련은 우연히 유사한 형태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F-111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다만 파일런 각도가 주익의 변화에 연동되도록 한 것처럼 소련도 해당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었다. 최고 속도는 마하 2.35를 예정했으나 군부가 굳이 고속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마하 1.6으로 대폭 낮추었다.

    고고도에서 고속 비행을 할 경우 사진처럼 주익을 완전히 뒤로 젖힌다. 하지만 군부의 요청으로 최고 속도는 마하 2에 미치지 못한다. < (cc) Alex Beltyukov at Wikimedia.org >
    고고도에서 고속 비행을 할 경우 사진처럼 주익을 완전히 뒤로 젖힌다. 하지만 군부의 요청으로 최고 속도는 마하 2에 미치지 못한다. < (cc) Alex Beltyukov at Wikimedia.org >

    그러나 연료 소모량이 많은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데다 내부 연료 탑재량도 적어서 F-111과 비슷한 크기임에도 폭장량, 비행 성능이 떨어진다. 보조 연료 탱크를 동체와 주익이 연결되는 고정 부위에 위치한 무장 파일론에 장착해서 비행 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으나 그만큼 무장 탑재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거리 작전의 경우 급유기의 지원을 받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Su-24는 내부 연료탑재량이 적은 편이어서 장거리 작전시 공중급유는 필수적이었다. < Public Domain >
    Su-24는 내부 연료탑재량이 적은 편이어서 장거리 작전시 공중급유는 필수적이었다. < Public Domain >

    Su-24의 장점은 이전 전작들의 2배에 이르는 최대 8,000kg의 폭장량이다. 비록 F-111의 6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나 현재 Su-24를 순차적으로 대체 중인 Su-34의 폭장량이 6,500kg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기수에 장비된 GSh-6-23 23mm 기관포는 제공권이 장악된 지역에서 지상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지만 전투기와 조우했을 경우 사용하는 최후의 자위 수단에 불과하다.

    최대 8톤의 폭장 능력은 소련의 이전 전선폭격기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비슷한 크기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F-111의 6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 (cc) Mil.ru at Wikimedia.org >
    최대 8톤의 폭장 능력은 소련의 이전 전선폭격기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비슷한 크기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F-111의 6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 (cc) Mil.ru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Su-24는 생산과 동시에 소련의 주력 전선폭격기가 되었다. 1993년까지 약 1,400여기 이상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는데, 대부분이 소련 시절에 생산되었다. 2020년 현재 러시아 공군과 해군은 약 180기를 운용 중이나 노후화가 심각해 점진적으로 Su-34로 대체 중이다.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은 소량을 운용 중이고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는 전량 퇴역했다.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 Su-24. 순차적으로 교체가 예정된 Su-34의 공급이 순조롭지 못해 약 180여기가 여전히 활동 중이다. < (cc) Mil.ru at Wikimedia.org >
    이륙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 Su-24. 순차적으로 교체가 예정된 Su-34의 공급이 순조롭지 못해 약 180여기가 여전히 활동 중이다. < (cc) Mil.ru at Wikimedia.org >

    최초의 실전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던 당시인 1984년에 있었다. 여러 친소 국가에도 공급되어 레바논 내전, 걸프전 같은 여러 국지전에서 활약했고 알제리, 리비아, 시리아, 이란, 수단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전력으로 취급받고 있다. 소련 해체 후 가장 중요한 사용자인 러시아군은 1995년 제1차 체첸 전쟁, 1999년 제2차 체첸 전쟁,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에 투입했다.

    피격 당해 불타며 추락 중인 시리아 파견 러시아군 소속의 Su-24. < Public Domain >
    피격 당해 불타며 추락 중인 시리아 파견 러시아군 소속의 Su-24. < Public Domain >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에서는 친러 민병대가 발사한 MANPADS에 우크라이나의 Su-24가 격추되기도 했다. 교전 당사자들이 옛 소련 시절에 한 울타리에 있던 나라나 지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5년에는 시리아에 파병된 러시아의 Su-24가 영공 침공을 명분으로 터키 공군의 F-16이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 당하는 장면이 생생한 동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2016년 4월 12일 미 해군 구축함 도날드 쿡(USS Donald Cook) 인근으로 저공 위협비행 중인 Su-24 < US Navy >
    2016년 4월 12일 미 해군 구축함 도날드 쿡(USS Donald Cook) 인근으로 저공 위협비행 중인 Su-24 < US Navy >



    변형 및 파생형

    S6: Su-7과 Su-17을 기반으로 한 개념 연구용 프로토타입.
     
    T6-1: 고정 델타익 프로토타입.

    T6-1 고정익 시제기 < Public Domain >
    T6-1 고정익 시제기 < Public Domain >

    T6-2I: 가변익 프로토타입.

    T6-2I 고정익 시제기 < Public Domain >
    T6-2I 고정익 시제기 < Public Domain >

    Su-24: 1971년~1983년 사이에 생산된 초기 양산형.
     
    Su-24M: 1981년~1993년 사이에 생산된 개량형. 공중 급유 장치, 관성항법장치, 디지털 컴퓨터 등이 장착되었으며, 탑재중량이 늘어나는 등 개선되었다.

    비행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Su-24M < (cc) Alexander Mishin at Wikimedia.org >
    비행 중인 러시아 공군 소속의 Su-24M < (cc) Alexander Mishin at Wikimedia.org >

    Su-24M2: 2000년부터 시작된 Su-24M 현대화 개량형. 신형 항법장치와 무장관제시스템, 신형 HUD 등이 장착됨에 따라 정밀타격무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Su-24M2 < (cc) Toshi Aoki at Wikimedia.org >
    Su-24M2 < (cc) Toshi Aoki at Wikimedia.org >

    Su-24MK: Su-24M 다운그레이드 수출형.

    Su-24MK < (cc) Khalil Mahmoud at pinterest >
    Su-24MK < (cc) Khalil Mahmoud at pinterest >

    Su-24MR: Su-24M 기반 정찰기.

    Su-24MR < (cc) Dmitry A. Mottl at Wikimedia.org >
    Su-24MR < (cc) Dmitry A. Mottl at Wikimedia.org >

    Su-24MP: Su-24M 기반 ELINT기.

    Su-24MP 전자전 항공기 < Rob Schleiffert / Flickr>
    Su-24MP 전자전 항공기 < Rob Schleiffert / Flickr>



    제원(Su-24MK)

    형식: 쌍발 터보제트 전선폭격기
    전폭: 10.37m~17.64m
    전장: 22.53m
    전고: 6.19m
    주익 면적: 55.2㎡
    최대 이륙 중량: 43,755kg
    엔진: 률카 AL-21F-3A 터보제트(24,700파운드)×2
    최고 속도: 마하 1.6(1,654km/h)
    실용 상승 한도: 11,000m
    최대 항속 거리: 2,775km
    무장 : GSh-6-23 23mm 기관포×1
             S-5, S-8, S-13, S-24, S-25 로켓
             R-60MK, R-73E 공대공미사일
             Kh-23M, Kh-25ML, Kh-29L/T/D, Kh-59ME 공대지미사일
             Kh-31A 대함미사일
             Kh-25MP, Kh-27PS, Kh-28, Kh-31P, Kh-58E 대레이더미사일
             KAB-500, KAB-1500 유도폭탄
             ODAB-500PM 폭탄
             RBK-250, RBK-500 클러스터폭탄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Su-24 전선폭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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