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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아시아.유럽 외교.국방장관들의 북핵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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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2 07:00

이상희 전 국방장관(왼쪽)과 윤병세 전 외교장관(오른쪽). 이들은 최근 아시아,유럽 전직 외교안보 고위관료들이 작성한 북핵 해법 연구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조선일보 DB

안녕하세요 최근 한·미·일 3국과 유럽의 전직 외교안보 최고위급 관리들이 북핵 해법 등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정책제안 연구보고서를 보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북 비핵화 협상 중단이 지속되면서 북한의 핵능력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제안은 충분히 경청하고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전직 외교·국방장관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핵확산 방지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안전보장’이란 제목이 붙어 있는데요, 지난 2월12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이 국내 정부기관과 연구소, 국회, 언론 등에 공개했습니다.
◇ 아시아, 유럽 전직 외교안보 수장들의 북핵 해법 첫 공개 제안
이들 전직 고위 관리들은 지난해 1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CCGA) 주관으로 결성한 ‘미국의 동맹국들과 핵무기 확산 문제에 관한 특별연구회(TF)’에 참여해 1년간 연구와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특별연구회는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과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말콤 리피킨드 전 영국 외무·국방장관이 공동의장을 맡고, 우리나라의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장관, 노부야스 아베 전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볼프강 이싱어 전 독일 외교담당 국무장관 등 1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외교안보국방 최고위급 전직 고위관료들이 미 정부에 공개 제안서를 낸 건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나토 5개국에 배치돼 있는 미 전술핵무기(B61 핵폭탄) 실태와 나토 핵공유 체계 특징. 독일, 이탈리아, 터키 등 5개국에 150~200발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조선일보 DB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내용은 나토 핵기획그룹과 유사한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의 창설인데요, 핵기획그룹(NPG)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조율 기구로,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과 핵전략을 논의할 목적으로 1967년 설립됐지요.
NPG는 유사시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은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5개국에 배치된 미 전술핵 사용과 관련한 협의도 관장하는데요, 이들 5개국 기지에는 150~200발의 B61 전술핵폭탄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나토와 비슷한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하자”
이들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기획그룹과 같은 아시아 핵기획그룹을 창설해야 한다”며 “호주·일본·한국을 미국의 핵기획 과정에 포함시키고 이들 동맹국들에게 미국 핵전력에 관한 구체적 정책들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1967년 이래 나토 핵기획그룹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핵보장을 안심시키는 데 결정적 요인인 동시에 핵 연습과 기획의 수행을 위한 중추기관이었음이 입증됐다”며 “미국이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면 이와 유사한 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네바다주 토노파 사막 시험장에서 F-35A 스텔스전투기에 장착된 최신형 전술핵폭탄 B61-12가 투하되고 있다. 미국과 핵공유 협정이 이뤄질 경우 우리 공군의 F-35도 B61-12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게 된다. /미 샌디아국립연구소

한·미·일·호주 핵기획그룹은 북한의 핵위협이라는 공동 위협을 토대로 ‘쿼드(Quad) 플러스’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아시다시피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든 미·일·인도·호주 4개국 동맹 협의체입니다.
이 같은 제안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핵위협에 맞선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핵기획그룹은 이상희 전 국방장관(한국국가전략연구원 명예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한국, 유사시 미국의 핵무기 운용계획 전혀 몰라
이번 보고서 실무작업에 참여한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970년 NPT(핵비확산) 체제 이후 50여년간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자체 핵개발 능력이 있지만 자제하고 미 핵우산 아래에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 등에 의한 핵위협이 오히려 증대됐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의 추가조치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소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제공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무기 운용 기획부터 준비, 실행에 이르는 3단계 모두 공유가 돼있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즉 유사시 북한의 핵도발에 대해 미국이 핵보복을 하더라도 언제, 어떤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나토는 미 핵운용 3단계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핵투하 훈련의 경우도 미국와 나토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나토는 지난해 10월 2주간의 핵위협 연습을 실시했는데요, 매년 비슷한 시기 실시되는 정례 훈련입니다.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나토 사무총장이 네덜란드 전술핵 저장기지를 방문하는 모습이 공개됐다고 합니다.
◇ 공군 F-35 스텔스기, 괌 가서 미 전술핵 장착.투하 훈련 할 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 나토처럼 전술핵무기를 우리 땅에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나토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훈련 방식을 바꾸면 우리도 나토처럼 핵공유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우리 전투기가 괌이나 하와이 등에 날아가 모의 핵탄두 장착 및 투하훈련을 하는 방식입니다.
올해말까지 40대가 도입되는 공군의 F-35A 스텔스기나 현 주력기인 F-15K가 그런 훈련을 할 수 있는 전투기입니다. 두 기종 모두 미국의 최신형 전술핵폭탄인 B61-12를 투하할 수 있지요.
미 B61 전술핵폭탄 분해도. B61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로, 이중 최신형이 B61-12다./조선일보 DB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은 일본, 한국과의 강력한 3국 안보협력의 재구축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며 “3국 안보협력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고 아시아 전체에서 다자간 안보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차관보급 간부들이 참가하고 있는 동맹 워게임과 연습에 장·차관 등 최고위급 관료들이 참가할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제가 이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북한의 비밀 핵시설(우라늄 농축시설)은 가동돼 핵무기고(핵무기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더 늦기전에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아시아 유럽 전직 고위관료들의 충언을 경청해 하루빨리 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