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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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반드카논 1 자주포

48초 만에 14발을 발사할 수 있었던 스웨덴 155mm 자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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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군사역사 박물관에 전시된 반드카논 1C 자주포 <출처 (cc) Johan Elisson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스웨덴은 외교적으로 중립국 정책을 표명하고 있고, 강력한 국방력과 함께 독자적인 무기 개발로도 유명하다. 스웨덴의 이런 모습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은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점령하면서 북유럽까지 진출했다.

스웨덴군이 1943년부터 운용한 스트리스방 M/42 중형전차 <출처 (cc) Jorchr at wikimedia.org>

스웨덴은 중립 정책을 표방하고, 미약했지만 방위 태세를 강화하면서 독일의 점령을 피했다. 당시, 스웨덴은 란스베르크(Landsverk) L-60과 L-120, 스트리스방(Stridsvagn) M/31 경전차, 스트리스방 m/42 중형전차 등을 생산하여 운용하고 있었지만, 독일군에 비해서 숫자와 성능 면에서 열세였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강압에 못 이겨 일부 물자와 병력을 수송하는 데 자국 철도를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등 완전한 중립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 결정은 내부적으로 큰 반발에 부딪혔고, 독일이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차차 군사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스웨덴군 군비 증강의 한 축을 담당한 영국제 센츄리온 전차 <출처 : ftr.wot-news.com>

전쟁이 끝난 후, 냉전이 시작되자 스웨덴은 서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참여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 참여하지 않는 등 더욱 엄격한 중립 정책을 표방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교훈으로 중무장을 결정했고, 이는 자체적인 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련의 침공에 대비하여 서방과의 접촉은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전후 스웨덴의 군비 강화는 자국산 무기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스웨덴군 군비를 담당하던 KAFT(Kungliga Arméförvaltningens Tygavdelning, 영어 The Royal Army Administration's Fabric Department)는 전차 전력 확보를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영국의 센츄리온 Mk.3 도입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영국은 영국군 수요 충족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5~15년 동안은 스웨덴에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센츄리온 전차 도입으로 개발이 취소된 KRV 전차 모형 <출처 : ointres.se>

KAFT는 1951년부터 KRV(Kranvagn)이라는 이름의 자체 개발을 시작했고,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 AMX-13 경전차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영국이 갑작스레 센츄리온 전차 판매를 제안했고, 1953년 계약이 체결되면서 KRV 개발과 프랑스와의 협상도 무산되었다. 스웨덴이 도입한 센츄리온 Mk.3는 Stridsvagn 81, 줄여 Strv 81로 명명되었고, 이후 센츄리온 Mk.10 전차도 도입되어 Strv 101로 운용되기에 이른다.

KRV를 개발한 AB 란스베르크(Landsverk)는 차체를 사용하여 Akv(Artillerikanonvagn) 151이라는 자주포를 개발하려 했다. AB 란스베르크는 기존에 생산했던 KRV 전차용 차체 2대를 시제품 개발에 사용했다. AB 보포스(Bofors)는 155mm 포와 포탑 그리고 클립식 장전 장치를 개발했다.

KRV 전차 차체를 이용하여 개발된 Akv 151 자주포 시제 <출처 : arsenalen.se>

1960년에 KRV 차체를 이용한 새로운 자주포 시제품이 개발되었다. 신형 자주포는 반드카논(Bandkanon) 1으로 재명명되었다. 줄여서 Bkan으로 표시되는 반드카논은 영어로 궤도형 차량에 탑재된 포를 뜻한다.

하지만, 스웨덴 국방부는 개발 중이던 S-전차로 알려진 Strv 103 전차와의 공통성을 유지하길 원했다. S-전차는 유기압 현수장치를 사용했고, 디젤 엔진과 가스 터빈 엔진의 듀얼 엔진 시스템을 채택했기에 반드카논 1도 이를 따랐다.

반드카논 1 다큐멘터리 <출처: 유튜브>

스웨덴 육군은 신형 자주포에 분당 15발이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발사 속도를 요구했다. 냉전 시기 스웨덴 육군은 소련의 BM-21 그라드(Grad) 같은 다연장 로켓을 보유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인해 무기 플랫폼을 많이 늘릴 수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많은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높은 발사 속도를 위해서는 빠른 장전이 필요했는데, 여러 발을 한꺼번에 장전용 케이스에 넣고 기계로 장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포탄도 서방권의 155mm 자주포가 포탄과 장약이 분리된 것과 달리 포탄에 결합된 금속제 케이스에 장약을 넣은 일체형 포탄을 사용했다. 이 결과 45초 만에 14발을 발사하는 빠른 발사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다.

스웨덴은 핵무기 개발능력을 확보했었지만 반핵 여론으로 개발을 포기했다. 사진은 스톡홀름이 왕립기술원에 설치된 R1 원자로이다. <출처: Tekniska museet Stockholm>

스웨덴 육군은 반드카논 1 자주포를 핵 투발 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핵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그러다가 1954년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한 핵 개발을 공개했다.

스웨덴은 1955년 무렵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추었지만, 1960년대 들어 스웨덴 정치인들 사이에 반핵 운동이 퍼지면서 핵 보유 여론이 줄어들었다. 1968년 핵 비확산조약(NPT)에 가입했고, 1972년 공식적으로 핵 개발 계획을 폐기했다.

S-전차 구동계를 이용한 양산형 반드카논 1 <출처 : forum.warthunder.com>
1965년 개발이 완료된 후, 시제품을 평가한 스웨덴 육군은 성능에 만족했고 7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26대만 구입하게 되었다. 첫 반드카논 1은 1967년에 인수되었다. 반드카논 1은 나중에 반드카논 1A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1980년대 초반부터 엔진 등을 교체하고, 항법 장치 등을 장착하는 개량을 거쳤다. 개량된 차량은 반드카논 1C로 명명되었다. 반드카논 1C는 2003년까지 스웨덴 육군에서 운용되었다.
1966년 반드카논 1 공개 당시 뉴스 영상 <출처 : 유튜브>

특징
반드카논 1의 정면도 <출처 : forum.warthunder.com>
반드카논 1은 차체 위에 포탑을 얹는 자주포의 일반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몇 가지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반드카논 1은 지휘관, 조종수, 사수, 탄약수, 무전수의 5명으로 움직인다.
반드카논 1의 후면도 <출처 : forum.warthunder.com>
차체는 S-전차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S-전차는 개발 당시 중량이 약 37톤에 불과했지만, 반드카논 1은 더 큰 포와 포탑 등을 장비하고 있었기에 중량이 53톤에 이르렀다. 무거운 중량을 지탱하기 위해 주행륜을 6개로 늘렸다. 이 외에 일반적으로 궤도형 차량들이 장착하고 있는 유도륜이 없고, 1개의 구동륜과 6개의 주행륜만 있다.
반드카논 1의 우측면도 <출처 : forum.warthunder.com>
차체의 앞쪽 중앙에 엔진이 두 개 위치하고, 그 뒤로 조종수석이 위치한다. 조종석 해치 앞에는 1개의 잠망경이 있어 내부에서 외부를 볼 수 있었다. 차체 장갑은 10~20mm 두께로 만들어져 포탄 파편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반드카논 1의 좌측면도 <출처 : forum.warthunder.com>
엔진은 240마력의 롤스로이스 K60 6기통 디젤 엔진과 300마력의 보잉 GT502/10MA 가스 터빈을 함께 장착하는 독특한 구성을 가졌다. 개량형인 반드캐논 1C에서는 디젤 엔진이 290마력의 디트로이트 디젤(Detroit Diesel)의 6V53T로 교체되었다.
두 개의 엔진이 차체 앞쪽에 장착되는 반드카논 1 <출처 : forum.warthunder.com>
최고 속도는 도로에서 28km/h, 야지에서 9km/h에 불과했고, 주행 거리는 230km였다. 서스펜션은 유기압 현수장치를 장착하였다. 차체는 길이 6.55m, 포신 포함 시 11m, 폭 3.37m, 높이는 포탑 위까지 3.25m다.
포탑 앞쪽에 있는 출입구 중 오른쪽 문이 열려 있는 모습 <출처 (cc) Agria at wikimedia.org>
차체 후방에 위치한 포탑은 포를 중심으로 내부가 좌우로 나뉜 형태다. 양쪽 모두 출입문은 앞쪽에 있다. 포탑 왼쪽에는 지휘관, 사수 그리고 무전수가, 오른쪽에는 대공기관총 사수를 겸하는 탄약수가 탑승한다. 포탑 위쪽에는 전방과 약 45도와 90도 각도를 볼 수 있는 잠망경이 있고, 그 위에 해치가 있다. 포탑 왼쪽의 해치 뒤에는 추가적인 잠망경이 달려 있다.
반드카논 1의 시제품인 Akv 151의 탄약 바스켓에 포탄 14발 들이 클립을 장전하는 모습 <출처 : forum.warthunder.com>
포는 155mm 50구경장이며, 기계식 장전장치를 사용한다. 최대 사거리는 25.6km이며, 14발을 발사하는 데 48초면 충분하다. 포는 고각 -3° ~ +40°으로 움직이며, 포탑은 좌우 각 15°로 움직일 수 있다. 포신 위에는 위장막 설치를 위한 지지대가 설치되기도 한다.
반드카논 1 자주포용 144발 들이 탄약 클립 <출처 : forum.warthunder.com>
포 장전은 후방에 있는 탄약 바스켓을 통해 이루어진다. 탄약 바스켓에는 2발씩 7열로 총 14발이 탑재되며, 포탑 위에 있는 크레인을 사용하여 바스켓에 탑재된다. 크레인을 사용하여 14발을 2분 안에 탑재할 수 있다. 장전용 크레인은 반드카논 1C로 개량될 때 제거되었다.
발사 후 배출되는 포탄피 <출처 : range-control.tumblr.com>
일반적인 155mm 곡사포용 포탄과 장약이 분리된 것과 달리 포탄에 결합된 금속제 케이스에 장약을 넣은 일체형 포탄을 사용했다. 이런 형태로 인해 장약을 이용한 사거리 조절이 불가능했다. 부무장으로는 7.62mm MAG 기관총 1문을 장착한다.
반드카논 1C의 탄약 바스켓 내부 <출처: 유튜브>
1980년대 개량을 거친 반드카논 1C은 항법, 위치, 방향 결정을 위한 POS-2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전 크레인이 제거된 개량형 반드카논 1C <출처 (cc) Jorchr at wikimedia.org>

운용 현황
반드카논 1 자주포는 스웨덴만 26대를 운용했다. <출처 : reddit.com>
반드카논 1 자주포는 스웨덴에서만 26대가 운용되었다. 스웨덴 육군 1개 포병연대가 반드카논 1을 장비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디젤 엔진을 교체하고 항법 시스템을 추가하는 작업을 벌여 반드카논 1C로 개량되었다. 반드카논 1은 2003년 모두 퇴역했다.
연사 중인 반드카논 1C <출처: 유튜브>


변형 및 파생형

Akv(Artillerikanonvagn) 151: AB 란스베르크가 KRV 전차 차체를 사용하여 개발한 155mm 자주포 시제

반드카논 1 자주포 개발에 앞서 만들어진 Akv 151 자주포 <출처 : globalsecurity.org>
반드카논(Bandkanon) 1: Akv 151 자주포의 차체를 S-전차 차체 기반으로 바꾼 양산형, 반드카논 1A로 개칭.
장전 크레인으로 식별이 가능한 반드카논 1A 자주포 <출처 : ointres.se>
반드카논 1C: 1980년대 디젤 엔진과 항법장치를 개량한 모델
장전 크레인이 없어진 반드카논 1C 자주포 <출처 : topwar.ru>


제원

구분: 155mm 자주포
개발사: 차체 - AB 란스베르크, 포 및 포탑 - AB 보포스
구경: 155mm 50 구경장
운영 요원: 5명(지휘관, 조종수, 사수, 탄약수, 무전수)
길이: 6.65m(차체만) / 11m(포신 포함)
폭: 3.37m
높이: 3.25m
엔진: 1A형 - 롤스로이스 K60 디젤 엔진(240마력) + 보잉 GT502/10MA 가스 터빈(300마력)
         1C형 - 디트로이트 디젤 6V53T 디젤 엔진(290마력) + 보잉 GT502/10MA 가스 터빈
최고 속도: 28km/h(도로) / 9km(야지)
주행 거리: 230km
포탄: 14발
최대 사거리: 25.6km
부무장: 7.62mm MAG 기관총 1문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