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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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2A3 콘덴사토르-2P 자주포

2B1 자주박격포와 함께 전술핵 운용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단명한 자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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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1950년대 후반에 개발한 406mm 자주포 2A3 콘덴사토르-2P <출처 : oruzhie.info>


개발의 역사

195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핵 경쟁의 초기 단계로 전쟁이 발발하면 상대편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핵을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개발했다. 미국과 소련 모두 처음에는 폭격기에서 운용하는 대형 핵폭탄을 개발했다. 하지만,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는 전선에 가까이 가기에는 폭격기의 생존성이 떨어졌다.

1953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축하 퍼레이드에 등장한 M65 <출처 : topwar.ru>

미 육군은 1950년대 초반에 M65라는 280mm 구경의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야포를 개발했다. M65는 1953년 5월 25일 네바다 시험장에서 처음이지 마지막 핵포탄 발사 시험을 했다. 1953년까지 20문이 생산되어 대부분이 서독에 배치되었고, 나머지가 우리나라에 배치되었다.

소련 육군은 1954년부터 견인 트랙터에 실려 운반되지만, 지상에 고정되어 운용되는 M65와 달리 궤도식 차량에 실린 자주화 포병 장비로 대응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일련의 연구가 진행되었고, 1955년 11월 18일 소련 내각은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자주화 포병 무기 개발에 대한 훈령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 중인 2B1(앞)과 2A3(뒤) <출처 : topwar.ru>

훈령에 따라 406mm 구경의 자주포와 420mm 구경의 자주박격포 개발이 함께 시작되었다. 406mm 구경 자주포는 1960년에 미사일 포병총국(GRAU)으로 이름이 바뀐 포병총국(GAU)에서 색인 번호 2A3에 콘덴사토르-2(Конденсатор, 영어 Condenser)-2P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소련군 기갑 차량을 관리하던 기갑기계화총국(GABTU)의 색인 번호는 오비옉트(Объект, 영어 Object) 271로 지정되었다.

420mm 자주박격포는 GAU 색인 번호 2B1(2Б1)에 볼가강의 가장 큰 지류에서 따온 오카(Ока, 영어 Ok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GABTU 색인 번호는 오비옉트 273이었다. 2A3와 2B1은 다른 포병체계였지만, 탑재 차량은 오비옉트 272로 불리던 T-10M 중(重)전차의 엔진을 사용하는 등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두 무기체계의 장전 메커니즘과 발사 반동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설계에서 차이를 보였다.

2A3용 엔진의 출처가 된 T-10M 중전차 <출처 (cc) ChrisO at Wikimedia.org>

2A3 자주포는 25km 이상 떨어진 군과 산업 표적의 파괴가 주목적으로 재래식 포탄과 전술핵 포탄도 운용이 가능할 것이 목표로 정해졌다. 406mm 화포 체계는 СМ-54(영어 SM-54)로 명명되었다. SM-54의 포신은 레닌그라드(Leningrad , 현 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에 위치한 제34 중앙실험설계국(TsKB-34)에서 이반 I. 이바노프(1899~1967)의 지도 아래 개발되었다.

장전 장치와 폐쇄기 등 하부 설계는 고르키(현 니즈니노보고로드, Nizhny Novgorod)에 위치한 바실리 G. 그라빈(1900~1980)이 이끄는 그라빈(Grabin) 설계국이 개발했다. 오비옉트 271로 명명된 차체는 T-10 중전차를 개발한 레닌그라드의 코틴(Kotlin) 설계국에서 개발을 담당했다.

위부터 소련의 2A3, 2B1 그리고 미국의 M65 외형 비교도 <출처 : globalsecurity.org>

관련 연구가 앞서 진행되었고 차량의 기반도 이미 있는 상태라 자주포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1955년 SM-54의 설계와 생산 문서가 완성되었고 곧 생산에 들어갔다. 1956년, 첫 SM-54 화포 체계와 오비옉트 271 차체가 레닌그라드의 키로프 공장에서 결합되면서 첫 2A3 콘덴사토르-2P 자주포 시제품이 완성되었다. 시제품은 총 4대가 만들어졌다.

1956년 3월 16일에는 카자흐스탄 동쪽에 위치한 세미팔라틴스크(Semipalatinsk) 시험장에서 2A3 자주포와 2B1 자주박격포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구경으로 개발되던 RDS-41 전술핵 포탄의 기폭 실험이 실시되었다.

소련 군부는 자신들도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고, 1957년 11월 7일 붉은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2A3 자주포와 2B1 자주박격포를 참여시켰다. 두 차량 모두 길이가 20m가 넘고 중량도 60톤이 넘어 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미소 핵경쟁을 다룬 러시아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2A3 자주포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실물 대신 군사 퍼레이드 사진과 영상만을 본 상태에서 이들 자주화 포병 장비들이 과시를 통한 억제력을 얻기 위해 만든 것으로 평가했다. 정확한 실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포의 구경을 310mm로 잘못 평가했고, 이 결과 내부적으로 SU-31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60년 4월, 소련군 최고사령부 예비대(RVGK) 산하 제2 포병연대가 노동절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기 위해 장비를 인수했고, 그해 7월부터 정식으로 RVGK 제2 포병연대에 배속되었다. 이후 몇 차례 운용 시험이 진행되었으나 많은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고 있었다. 2A3 자주포는 1961년 7월 제2 포병연대가 해산되면서 2B1 자주박격포와 함께 퇴역했고, 탄도미사일과 같은 새로운 무기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특징
위에서 바라본 2A3 콘덴사토르-2P 자주포 <출처 : oruzhie.info>
2A3 콘덴사토르-2P 자주포는 406mm, 정확하게는 406.4mm 구경의 전술핵과 재래식 포탄을 운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차량은 8개의 주행륜과 4개의 지지륜으로 구성된 무한궤도를 채택한 2B1 자주박격포 차량과 많은 공통성을 지녔다.
2A3와 2B1의 외형적 구분점 중 하나인 포신 위의 실린더 <출처 : bastion-karpenko.ru>
자주화 포병 장비는 일반적으로 이동 시 고정된 포신이 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2A3 자주포와 2B1 자주박격포는 반대로 포신 반대 방향에 있는 승무원용 캐빈이 앞이 된다. 즉, 사격 위치를 잡을 때 차량은 후진으로 접근해야 한다.
8개의 주행륜과 4개의 지지롤러 사이에 내부에 5개의 충격흡수기가 달린 모습 <출처 : oruzhie.info>

엔진은 포신이 향하는 방향에 위치한 관계로 구동륜도 그 방향에 위치하며, 조종용 캐빈 쪽에 유도륜이 위치한다. 유도륜은 포 발사 위치에서 낮아져 접지 면적을 넓혔다.

서스펜션은 토션 빔 방식을 채택했고, 포탄 발사 충격을 받아내기 위해 지지롤러와 주행륜을 연결한 유압식 충격흡수기가 5개 달렸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다른 차량을 통해 2A3의 주행 방향을 알 수 있다. <출처 : oruzhie.info>

차량은 이동 중에는 조종수 1명만 차량 맨 후방에 있는 캐빈에 탑승한다. 거의 같은 차체를 사용하는 2B1 자주박격포처럼 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7명이 필요한데, 나머지 6명은 별도의 장갑차량이나 트럭을 사용하여 움직인다. 차량에는 외부와 교신을 위한 R-113 무전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엔진은 194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T-10 중(重)전차에 탑재된 750마력의 V12-6B 수랭식 디젤엔진을 사용하였다. 차체는 포신 포함 길이 20m, 폭 3.8m, 높이 5.75m이며 중량은 약 64톤이었다. 최고 속도는 65km/h, 내부 연료로 200km 정도 움직일 수 있었다.

좌측의 캐빈과 우측 크레인 사이 공간을 통해 포탄이 장전된다. <출처 : oruzhie.info>


RDS-41 전술핵 포탄 <출처 : vniief.ru>

SM-54로 명명된 406.4mm 강선포는 2B1 자주박격포의 2B2 포신보다 짧지만, 길이가 약 16m, 무게 약 20톤에 달했다. 포를 움직이기 위해서 특별히 고안된 G-74 유압식 모터를 사용했고, 이를 사용하여 좁은 각도지만 좌우로 회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각과 편각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장전은 조종석 캐빈 측면 즉, 중앙을 통해 캐빈 반대편에 위치한 유압식 크레인으로 포탄과 장약을 장전대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탄약 무게로 인해 1발 장전에 5분가량 소요되었다. 사용할 수 있는 핵포탄은 KB-11 설계국이 개발한 14킬로톤 위력의 RDS-41이다. 탄 중량은 570kg이며, 최대 25km까지 발사가 가능했다.

거의 같은 차체를 사용하고, 거대한 포신을 가졌기 때문에 2A3 자주포와 2B1 자주박격포를 혼동하기도 한다. 가장 큰 구분점은 둘을 같이 놓고 보았을 때 확연히 다른 포신의 크기다. 다음으로 2A3 자주포는 포신 위에 반동을 처리하기 위한 실린더가 있어 외형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운용 현황

2A3 자주포는 2B1 자주박격포와 마찬가지로 단 4대만 생산되었고, 1960년대 초반까지 짧게 운용되었다.

군사 퍼레이드에서 촬영된 2A3 자주포 <출처 : zen.yandex.ru>

1960년 4월, 소련 최고사령부 예비대(RVGK) 산하 제2 포병연대가 군사 퍼레이드 연습을 위해 차량을 처음 인수했고, 그해 7월부터 정식 운용에 들어갔다. 연대에 배속된 후 몇 차례 운용 시험이 진행되었지만, 발사 충격에 의한 차체 손상 등의 문제가 여전했다. 1961년 7월 제2 포병연대가 해산되면서 2B1 자주박격포와 함께 퇴역하게 되었다.

남아 있는 1대는 모스크바 중앙 무기 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변형 및 파생형

2A3 콘덴사토르-2P: 1955년 11월 18일 소련 내각 훈령에 따라 개발된 406mm 구경 자주포

퇴역 후 모스크바 박물관에 전시된 2A3 콘덴사토르-2P 자주포 <출처 : bastion-karpenko.ru>


제원

구분: 자주포
개발: 제34 중앙설계국(CKB-34) (현 알마즈 안테이 Almaz-Antey 산하)
높이: 5.7m
폭: 3.08m
길이: 20m(포신 포함)
중량: 64,000kg
조작요원: 7명
엔진: V12-6B 수랭식 디젤엔진(750마력)
최고 속도: 30km/h
주행 거리: 200km
무장: 406.4mm SM-54
사거리 : 최대 25.6km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