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리-엔필드 소총
영국의 자부심으로 남은 걸작 소총
  • 남도현
  • 입력 : 2021.02.04 08:42
    스웨덴 군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SMLE Mk I. 흔히 리-엔필드라면 총신이 단축된 SMLE를 의미한다. < 출처 : Public Domain >
    스웨덴 군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SMLE Mk I. 흔히 리-엔필드라면 총신이 단축된 SMLE를 의미한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영국은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식민지들이 독립하고 국력이 쇠퇴한 이후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군사 강국이다. 상당수의 무기를 만들어 왔는데, 그중에는 육해공 각 분야별로 무기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최초의 전차인 Mk 시리즈, 거함거포 시대를 개막한 전함 드레드노트, 영국본토항공전의 영웅인 스피트파이어 전투기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이 군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총기 분야는 의외로 약한 면모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제2차 대전 당시에 개발된 스텐 기관단총이나 현재 제식 소총인 SA80만 하더라도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서야 그럭저럭 사용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 탄생 후 상당 기간 동안은 총에게 가해질 수 있는 온갖 악평을 모두 받았을 정도로 영국이 자체 개발한 총기들은 의외로 문제가 많았다.

    제2차 대전 후 영국군의 주력 소총이던 L1A1 SLR은 벨기에의 FN FAL을 면허 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영국은 총기 분야에서 외국산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후 영국군의 주력 소총이던 L1A1 SLR은 벨기에의 FN FAL을 면허 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영국은 총기 분야에서 외국산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래서인지 모르나 20세기 이후 사용한 총기들 중에서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서 제작한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L1A1 SLR 자동소총, 브렌 기관총, 빅커스 기관총, 루이스 기관총 등이 그렇다. 이중 L1A1 SLR과 브렌은 약소국인 벨기에의 FN FAL과 체코슬로바키아의 ZB26을 면허 생산한 것들이다. 빅커스, 루이스는 미국에서 채택을 거부하자 개발자가 유럽으로 건너와 판매한 기술을 획득해서 제작했다.

    결과가 좋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영국군은 총기를 도입할 때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좋으면 군말 없이 선택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양차 대전 당시에 영국군과 영연방군이 표준 제식 화기로 사용했던 리-엔필드(Lee-Enfield) 소총도 그러했던 사례다. 워낙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영국제 소총의 자부심처럼 여겨지지만 외국에서 퇴짜 맞은 기술이 바탕이 되었다.

    영국 소총의 자부심인 리-엔필드 개발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던 제임스 P. 리. < 출처 : Public Domain >
    영국 소총의 자부심인 리-엔필드 개발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던 제임스 P. 리. < 출처 : Public Domain >

    리-엔필드라는 총기명에서 보듯이 제임스 P. 리(James P. Lee)는 이 총의 탄생과 관련이 많은 인물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5살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간 후 다시 미국으로 이주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총을 만들었던 타고난 엔지니어로 남북전쟁 당시에는 북군에 총을 납품하기도 했다. 그는 1880년대에 최고의 명성을 구가한 마우저 M1871 소총을 참조해 새로운 볼트액션 소총 개발에 나섰다.

    골자는 자신이 발명한 복열 탄창을 채택해 지속 사격 능력을 늘리고 노리쇠 작동을 좀 더 단순화해서 신속한 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리는 리어로킹 볼트(Rear-locking Bolt) 급탄 방식을 적용한 소총을 개발해서 미 육군에 채택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실망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기술 판매에 나섰다. 그러자 마침 마티니-헨리(Martini-Henry) 소총 대체를 고려하던 영국 육군이 관심을 보였다.

    리-엔필드의 노리쇠는 연사에 상당히 적합한 구조로 설계되었다. < 출처 : (cc) Commander Zulu at Wikimedia.org >
    리-엔필드의 노리쇠는 연사에 상당히 적합한 구조로 설계되었다. < 출처 : (cc) Commander Zulu at Wikimedia.org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기와 관련해서 영국은 외국 기술 수용에 적극적이었지만 미국은 희한할 정도로 좋은 기술들을 배척했다. 스스로 총기 강국이라고 자부하며 더 좋은 총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나 사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 결과 제1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 상당히 애를 먹고 영국, 프랑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는데, 그중에는 오래전에 제안을 받았으나 채택을 거부했던 총기들도 있었다.

    1888년, 리는 영국의 총기 기술자인 윌리엄 E. 메트포드(William E. Metford)가 설계한 총신에 자신이 만든 급탄 시스템을 결합한 리-메트포드(Lee-Metford) 소총을 만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해 마우저가 무연화약탄을 사용하는 Gew88을 개발하면서 순식간에 리-메트포드는 구시대의 소총이 되어 버렸다. 이에 부랴부랴 무연화약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했지만 총신이 급속히 마모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리-엔필드의 기반이 되었던 리-메트포드 소총. < 출처 : Public Domain >
    리-엔필드의 기반이 되었던 리-메트포드 소총. < 출처 : Public Domain >

    이에 엔필드 조병창(Enfield Armory)의 주관으로 다시 한번 대대적인 개량이 시작되어 1895년 마침내 문제점을 개선한 매거진 리-엔필드(Magazine Lee-Enfield)가 탄생했다. 줄여서 보통 MLE라고 하는데, 1907년까지 생산되어 1926년까지 일선에서 사용되었다. 경쟁 소총과 비교하면 장탄량과 연사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너무 길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단점을 개량하여 리가 사망한 지 3년 후인 1907년부터 생산된 모델이 쇼트 매거진 리-엔필드(Short Magazine Lee-Enfield)로, 줄여서 SMLE라 한다. 이처럼 리-엔필드는 시작부터 탄생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종류도 많지만 ‘리-엔필드’라 부를 때는 대개 SMLE를 의미한다. 이 모델은 이후 영국군과 영연방군에 대량 보급되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당당히 주력 소총으로 활약했다.

    리-엔필드의 기반이 되었던 리-메트포드 소총. < 출처 : Public Domain >


    특징

    리-엔필드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연사 속도다. 일반적으로 볼트액션 소총의 연사력은 사수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리-엔필드는 조작이 간편한 덕분에 자타가 공인할 만큼 연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개발 당시에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Gew88보다 월등했다. 충분히 훈련받은 사수면 1분에 30발을 사격할 수 있는데, 이는 여타 볼트액션 소총의 2배 정도 수준이다.

    엘 알라메인 전투 당시 리-엔필드로 무장하고 돌격하는 영국군. 연사력이 뛰어나서 소부대 간 교전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엘 알라메인 전투 당시 리-엔필드로 무장하고 돌격하는 영국군. 연사력이 뛰어나서 소부대 간 교전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500미터 유효 사거리나 .303 브리티시탄의 파괴력도 훌륭해서 저격용으로도 능히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볼트액션 소총 고유의 장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고 연사력이 향상된 걸작이다. 더불어 기존 소총 대부분이 5발 정도를 삽탄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탄창을 사용할 경우 2배 수준인 10발의 총탄을 적재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장점이었다. 단발 장전은 물론 클립, 탄창도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았다.

    클립을 통해 장전하는 모습. 탄창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범용성이 뛰어난다. < 출처 : (cc) Quarzexe at Wikimedia.org >
    클립을 통해 장전하는 모습. 탄창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범용성이 뛰어난다. < 출처 : (cc) Quarzexe at Wikimedia.org >

    따라서 볼트액션 소총으로만 무장한 동일 수준의 부대 간에 교전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화력의 우위를 쉽게 점할 수 있었다. 이는 제1차 대전 초기에 전선이 고착화되기 전에 영국군이 소수임에도 전투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탄생 당시에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나라의 소총답게 사막, 습지, 혹한 등에서도 무난히 작동했지만 내구성은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 편이다.


    운용 현황

    리-엔필드는 1895년 생산이 시작되어 현재까지 약 1,700여만 정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04년부터 생산된 SMLE는 현재까지도 민간에서 파생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나 제2차 대전을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양산은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기본 성능이 좋아 여러 나라에서 특수 목적용이나 치안용 등으로 꾸준히 사용 중이고 민간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1940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SMLE 무장한 영연방군 소속 인도 병사 < 출처 : Public Domain >
    1940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SMLE 무장한 영연방군 소속 인도 병사 < 출처 : Public Domain >

    최초의 실전은 1899년에 발발한 보어전쟁이었고 이후 영국과 영연방국이 개입한 여러 분쟁에서 사용되면서 꾸준히 문제점을 개선해 왔다. 그럼에도 제1차 대전에서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기관총이 주인공이 되어버린 참호전에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비단 리-엔필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사용된 모든 볼트액션 소총이 가지고 있던 공통의 고민이었다.

    때문에 제1차 대전 종전 후에 영국은 반자동소총 도입을 검토했으나 대공황으로 사업이 취소되었고 리-엔필드를 개량해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제2차 대전 당시에도 주력으로 활약했다. M1 개런드 반자동소총을 채택한 미국을 제외한 당시 대부분 나라들도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후 6·25전쟁, 중인전쟁, 인도-파키스탄 분쟁,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에서 꾸준히 사용되었다.

    리-엔필드로 무장한 캐나다 누나부트 자치주 공원 경비대 < 출처 : Public Domain >
    리-엔필드로 무장한 캐나다 누나부트 자치주 공원 경비대 < 출처 : Public Domain >

    리-엔필드는 1941년 뉴질랜드에서 개발한 찰턴(Charlton) 자동소총과 1943년 개발된 특수부대용 소음(消音) 소총인 드라일(De Lisle) 카빈 등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제2차 대전 종전 후에는 7.62×51mm 나토탄을 사용할 수 있는 개량형, 저격 용도인 L59A1 등으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자동소총이 대세가 되면서 주력에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의장대용 등으로 여전히 활약 중이다.


    변형 및 파생형

    Magazine Lee–Enfield: Long Tom이라 불린 MLE

    MLE < 출처 : (cc) Auckland Museum >
    MLE < 출처 : (cc) Auckland Museum >

    Short Magazine Lee–Enfield Mk I: MLE를 단축한 초기 SMLE 양산형

    SMLE Mk 1 < 출처 : (cc) Auckland Museum >
    SMLE Mk 1 < 출처 : (cc) Auckland Museum >

    Short Magazine Lee-Enfield Mk III: 볼트 헤드 마운트 슬라이딩 등이 개선된 개량형

    SMLE Mk 3 < 출처 : Public Domain >
    SMLE Mk 3 < 출처 : Public Domain >

    Rifle No.1 Mk V: 부품 수를 줄이고 제작 공정 단순화를 시도한 실험형
     
    Rifle No.4 Mk I: 명중률을 높이기 무거운 총신을 채택한 개량형

    Rifle No.4 Mk I < 출처 : Public Domain >
    Rifle No.4 Mk I < 출처 : Public Domain >

    Rifle No.4 Mk I*: 제2차 대전 발발 후 캐나다, 미국에서 생산된 간이형

    Rifle No.4 Mk I*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Rifle No.4 Mk I*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Rifle No. 4 Mk I (T): 저격용

    Rifle No. 4 Mk I (T) < 출처 : Public Domain >
    Rifle No. 4 Mk I (T) < 출처 : Public Domain >

    Rifle No.5 Mk 1: 태평양 전역에 투입할 공수부대용 실험형 카빈

    Rifle No.5 Mk 1 < 출처 : (cc) Rama at Wikimedia.org >
    Rifle No.5 Mk 1 < 출처 : (cc) Rama at Wikimedia.org >

    찰튼 자동 소총: 리-엔필드 기반 자동소총

    찰튼 자동 소총 < 출처 : (cc) Bas at Wikimedia.org >
    찰튼 자동 소총 < 출처 : (cc) Bas at Wikimedia.org >

    드라일(De Lisle) 카빈: 리-엔필드 기반 소음 카빈총

    드라일 카빈 < (cc) Atirador at Wikimedia.org >
    드라일 카빈 < (cc) Atirador at Wikimedia.org >

    L8: 7.62mm NATO탄 사용 개량형

    L8 7.62mm 소총 < 출처 : Public Domain >
    L8 7.62mm 소총 < 출처 : Public Domain >

    L42A1: 7.62mm NATO탄 사용 저격총

    L42A1 < 출처 : (cc) Sergei Meerkat at Wikimedia.org >
    L42A1 < 출처 : (cc) Sergei Meerkat at Wikimedia.org >



    제원(SMLE No. 1 MK III)

    제작사: 엔필드 조병창 외
    구경: 7.7mm
    탄약: .303 British(7.7×56mmR)
    급탄: 5발 들이 클립, 10발 들이 탄창
    전장: 1,132mm
    총열: 640mm
    중량: 3.96g
    유효 사거리: 500m
    작동 방식: 볼트액션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리-엔필드 소총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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