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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북핵이 최대 위협” 北은 새 SLBM 공개
美에선… 사이버공격 제치고 올해 처음 북핵을 1순위 위협 꼽아
北에선… 야간 열병식 열고 탄두 키운 SLBM으로 핵무력 과시

미국의 초당적 싱크탱크 외교협회(CFR)가 14일(현지 시각) 올해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목했다. CFR은 지금까지 북핵을 미국 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이란·남중국해 문제 등 10여개 안보 이슈와 같은 ‘1등급 위협’으로 평가해오다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1등 위협’으로 콕 집었다. 그만큼 미 조야가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저녁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형’을 공개했다.

‘김일성 털모자’ 쓴 김정은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손을 들고 웃고 있다. 김정은이 쓴 러시아식 털모자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즐겨 쓰던 것이다.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전술 미사일 등을 대거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CFR은 ’2021년 예방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시리아 정정 불안, 중국·대만 갈등 등 8개 이슈를 북핵과 함께 위협 1등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미국에 미치는 파급력’과 ‘발생할 개연성’ 항목에서 모두 ‘높음’ 평가를 받은 건 북핵뿐이었다. 단일 이슈가 두 항목에서 동시에 ‘높음’ 평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에 대한 위협과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했다. CFR은 “북핵이 따른 위험이 2019·2020년 최고 위협으로 꼽힌 대미(對美) 사이버 공격 위협을 능가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키신저, 브레진스키 등을 배출한 CFR은 미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바이든 행정부도 CFR 보고서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북극성-5형’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나온 ‘북극성-4형’보다 탄두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가 연장됐거나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량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당시 ‘괴물 ICBM’ 소리를 들은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번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의 대미 전략핵 개발의 축이 ICBM에서 SLBM으로 이동 중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났다”고 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핵잠을 확보하면 기습적인 미 본토 타격 능력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SLBM을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 하는 이유다.

SLBM 빼곤 모두 南 타격용… 뾰족해진 KN-23엔 전술핵 탑재

북한이 14일 열병식에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전술미사일(KN-23) 개량형 등 남한을 겨냥한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KN-23 개량형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술핵 개발’ 지시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 중 ‘북극성-5형’ SLBM을 제외하곤 모두 남한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술핵은 미국을 목표로 삼는 전략핵과 달리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핵무기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KN-23 개량형은 기존 KN-23에 비해 탄두가 커지고 모양이 뾰족해졌다.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의 바퀴 축도 4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이동식 발사 차량의 조종석도 지금까지 공개된 것과 다른 형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KN-23 개량형은 미사일 격납고 부분이 더 길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전술핵을 탑재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술핵무기는 수 킬로톤(㏏·1㏏은 TNT 폭약 1000t 위력)에서 수십 킬로톤의 위력을 갖고 있어 수백 킬로톤 이상의 위력을 가진 전략핵무기보다 위력이 작다.

남한 전역 사정권 ‘북한판 이스칸데르’ -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전술 미사일(KN-23)은 기존 모델에 비해 탄두가 커지고 모양이 뾰족해졌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KN-23의 탄두 중량은 500~600㎏, 직경은 92㎝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17년 6차 핵실험 직전 등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핵탄두는 직경 60~70㎝, 무게 500㎏ 안팎으로 추정돼 KN-23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을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KN-23은 사거리 600㎞ 이상으로 남한 전역과 일부 주일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넣고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8일 노동당 8차 대회 보고를 통해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 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고…”라고 했다. 북한이 그동안 전술핵무기 개발 성공을 암시한 적은 있지만, 김정은 육성(肉聲)으로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대미(對美)용’이라고 선전해왔던 핵무기를 남한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사격통제실 갖춘 지대지 순항미사일 - 지대지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차량 옆면에 사격통제실 출입구로 보이는 구조물이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언론은 지난 9일 ‘첨단 전술핵무기’라며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전술미사일(KN-23),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언급했다. 이 중 지대지(地對地)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도 등장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정확도가 높고 비행고도가 낮아 요격이 어렵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우리 ‘현무3’(최대 사거리 1000㎞)와 비슷한 것으로 보여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이번 열병식에선 4·5·6연장(聯裝)의 다양한 발사대에 탑재한 600㎜급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전술지대지미사일, 전자전(電子戰) 부대 등이 등장했다. 신형 RPG-7 대전차 로켓, 신형 소총 및 방탄복 등 전투 장구류로 무장한 부대도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장착 KN-23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수십 발을 섞어서 쏠 경우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KN-23 전술핵미사일 1발과 비(非)핵탄두 장착 미사일 및 초대형 방사포 10여발을 함께 쏠 경우 어떤 게 핵탄두인지 식별해 요격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이에 따라 북 신형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의 이동식 발사대를 조기에 탐지하고 타격할 수 있는 첨단 감시정찰 및 타격수단, 날아오는 다수의 미사일·방사포를 떨어뜨릴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 돔’ 등 요격 수단의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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