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P40 기관단총
그 시대 독일군을 상징하다
  • 남도현
  • 입력 : 2020.12.31 08:00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을 상징하는 대표적 무기 중 하나였던 MP40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을 상징하는 대표적 무기 중 하나였던 MP40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벌어진 지옥의 참호전은 모든 군사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고민을 안겨주었다. 전쟁 발발 전까지 존재한 전술이나 무기로는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없었기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방법이 강구되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대표적 무기가 전차다. 20년 후 벌어진 제2차 대전에서는 명실공히 지상전의 왕자로 등극하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는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초의 기관단총 중 하나인 MP18은 만족스러운 성능은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최초의 기관단총 중 하나인 MP18은 만족스러운 성능은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일단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무기였기에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몰랐고 기술력이 부족해서 성능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어떤 새로운 무기가 탄생하자마자, 그것도 전시 상황에서 급하게 만들어졌을 경우에 곧바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란 기적에 가깝다. 기관단총도 전차처럼 참호전을 경험하며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 탄생했으나 정작 이후에 더 많은 명성을 얻은 무기들 중 하나다.

    최초의 기관단총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나 실전에서 활약했던 전과를 기준으로 보자면 단연코 독일의 MP18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일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툭하면 고장이 발생했을 만큼 신뢰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은 기관단총이 향후 가능성이 풍부한 무기라고 판단했다.

    1930년 개발된 EMP 기관단총. 약 10,000정 정도 제작되어 경찰용 등으로 사용되었고 멕시코, 중국, 볼리비아 등에도 수출되었다. < 출처 : (cc) Adrian Grycuk at Wikimedia.org >
    1930년 개발된 EMP 기관단총. 약 10,000정 정도 제작되어 경찰용 등으로 사용되었고 멕시코, 중국, 볼리비아 등에도 수출되었다. < 출처 : (cc) Adrian Grycuk at Wikimedia.org >

    제1차 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의 군비에 제한을 가할 때 MP18을 경찰용으로 소량만 사용하도록 허락했을 만큼 승전국들도 기관단총의 위력을 충분히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갱단이 사용하며 유명세를 얻은 톰슨(Thomson) 기관단총처럼 승전국들은 정작 개발 및 보유를 등한시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방어가 최선이라는 사고가 머리 깊숙이 자리 잡은 결과였다.

    반면 독일은 공격을 통해 참호전을 타개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전략이 이후 전격전(Blitzkrieg)으로 정의되는 기동전이다. 대략 공군의 엄호를 받는 집단화된 기갑부대가 전선을 신속히 돌파해 적의 종심을 타격함으로써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일단 공군과 기갑부대가 필요하지만 보병도 그에 걸맞게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했다.

    MP40의 개발자인 하인리히 폴머. 그런데 엉뚱하게도 연합군은 MP40을 슈마이서라고 불렀다. < 출처 : (cc) guns.fandom >
    MP40의 개발자인 하인리히 폴머. 그런데 엉뚱하게도 연합군은 MP40을 슈마이서라고 불렀다. < 출처 : (cc) guns.fandom >

    지난 전쟁에서 볼트액션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이 무기력했다는 교훈으로 인해 독일은 앞으로 소부대 화력 지원을 기관총이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목적에 따라 탄생한 MG34는 이전에 사용하던 MG08에 비해 월등히 가벼웠다. 하지만 여타 병사들과 함께 돌격하기는 여전히 제약이 많았기에 기관단총을 보조화기로 채택했고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한 직후부터 도입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rma사에서 이미 개발을 마친 EMP36 기관단총 <출처 : Prague Military Museum>
    Erma사에서 이미 개발을 마친 EMP36 기관단총 <출처 : Prague Military Museum>

    이미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준비를 해왔기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기존에 경찰용으로 EMP 기관단총을 만든 경험이 있던 Erma사는 엔지니어 폴머(Heinrich Vollmer)의 주도로 불과 1년 만에 철제 리시버와 접이식 개머리판을 채택한 MP36의 개발을 마쳤다. 이를 테스트한 육군 병기국(Heereswaffenamt)이 구조가 복잡해서 유지 보수가 불편하고 조달가가 비싸다는 의견을 내자 폴머는 곧바로 개량에 착수했다.

    접이식 개머리판을 편 MP40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접이식 개머리판을 편 MP40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렇게 해서 제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에 탄생한 개량형이 MP38이다. 이듬해 폴란드 침공전을 통해 실전에 데뷔했는데, 탄 걸림이 잦고 오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더해서 많은 부품이 절삭 가공 방식으로 제작되어 공급량도 부족했다. 실전을 통해 확인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프레스 가공 방식으로 부품을 제작해 생산성을 높인 개량형이 MP40이다.

    MP40은 동시대 기관단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높은 신뢰성으로 일선에서 신뢰받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MP40은 동시대 기관단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높은 신뢰성으로 일선에서 신뢰받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MP40은 동시대에 사용된 여타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경우 월등히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난한 성능과 높은 신뢰성 때문에 일선에서의 평판이 좋았다. MP40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입장이던 소련군이나 연합군에서도 높게 평가했다. 덕분에 선전 매체나 이후 제2차 대전을 그린 영화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며 이른바 '독일군 기관단총'이라 불리는 그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특징

    독일에서 기관단총의 제식 부호인 MP는 기관권총이라는 뜻인 Maschinenpistole의 약자다. 하지만 권총과 기관단총이 용도부터 다른 무기이므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이렇게 괴리가 나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반동을 잡기 위해 권총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사력 확보에 성공했으나 사거리, 정확도, 위력 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MP40뿐만 아니라 기관단총이라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특징이다.

    MP40은 연발 사격만 가능하다. 이런 인상적인 구조 때문에 제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품이기도 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MP40은 연발 사격만 가능하다. 이런 인상적인 구조 때문에 제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품이기도 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여타 기관단총과 비교하여 MP40의 특징 중 하나가 오로지 연사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설계를 단순화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최대 발사 속도가 분당 500발 정도여서 빠른 편이 아니었기에 사수의 의지로 사격 속도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손잡이와 총열덮개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베이클라이트를 사용했음에도 중량이 4kg 가까이 나가 작아 보이는 외형과 달리 가벼운 편은 아니다.

    MP40으로 무장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대원. 탄창을 잡고 있는 잘못된 파지법으로 보아 연출된 선전 사진임을 알 수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P40으로 무장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대원. 탄창을 잡고 있는 잘못된 파지법으로 보아 연출된 선전 사진임을 알 수 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다루기 편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탄창의 내구성이 나쁜 편이고 병사들이 탄창을 마치 보조 손잡이처럼 잡고 쏘는 잘못된 파지법으로 인해 급탄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1차 대전 당시에 연합군은 MP18을 개발자 슈마이서(Hugo Schmeisser)를 빗대어 슈마이서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후 독일제 기관단총을 이르는 대명사처럼 여겨지면서 폴머가 개발한 MP40도 엉뚱하게 슈마이서로 불렸다.


    운용 현황

    MP40은 1945년까지 약 110만 정 정도 제작되었다. 적은 수량은 아니나 경쟁작인 영국의 STEN이 약 400만 정, 소련의 PPSh-41이 약 600만 정 정도 제작되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많은 수량으로 보기는 어렵다. 제2차 대전 내내 독일의 무기 생산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했지만 MP40은 독일군의 초기 정책 때문에 성능과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제작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된다.

    1943년 MP40으로 무장하고 이동 준비에 나선 벨기에 주둔 독일군 병사. < 출처 : Public Domain >
    1943년 MP40으로 무장하고 이동 준비에 나선 벨기에 주둔 독일군 병사.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 당시부터 보조화기로 정해 놓았기에 처음부터 공급 대상이 부사관이나 공수부대처럼 일부에 한정되었다. 또한 전쟁 초기에 연전연승하다 보니 일선에서도 이런 운용 방식에 대해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42년을 기점으로 동부전선이 정체되고 근접전이 수시로 벌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PPSh-41을 대량 사용한 소련군과 비교해 화력 투사 능력이 열세를 보이자 뒤늦게 사병들에게도 MP40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노획된 북베트남군 총기 중에 섞여 있는 MP40 < 출처 : Public Domain >
    베트남 전쟁 당시 노획된 북베트남군 총기 중에 섞여 있는 MP40 < 출처 : Public Domain >

    동맹국에도 일부 공급되었으나 전쟁 후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독일군이 쓰기에도 물량이 부족한 편이었다. 때문에 소련군, 연합군으로부터 노획한 기관총도 많이 사용했다. 전후 노획되거나 체코에서 생산된 물량이 여러 나라로 흘러 들어갔고 일부는 새로운 기관단총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고전 무기여서 현재 민수용으로 인기가 많고 극히 일부는 무장 조직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변형 및 파생형

    MP38: 절삭 가공 방식으로 만들어진 최초 모델

    < 출처 : (cc) Jihemde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Jihemde at Wikimedia.org >

    MP38/40: 기존 MP38을 MP40/I 수준으로 안전 기능을 추가한 개량형
     
    MP40: 프레스 가공 방식으로 만들어진 초기형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MP40/I: 탄창 하우징 측면에 볼트 안전장치를 추가한 양산형

    MP40/I < 출처 : (cc) Franco Atirador at Wikimedia.org >
    MP40/I < 출처 : (cc) Franco Atirador at Wikimedia.org >

    MP40-II: 대용량 탄창을 사용하는 PPSh-41에 대항하기 위해 탄창 2개를 병렬로 삽입하고 전환 사용할 수 있는 실험형

    MP40-II < 출처 : Forgotten Weapons >
    MP40-II < 출처 : Forgotten Weapons >

    MP40/II: 전쟁 말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리코일 유닛을 폐지한 간소형
     
    MP41: 목재 개머리판을 장착한 파생형

    MP41 < 출처 : Public Domain >
    MP41 < 출처 : Public Domain >

    Z-45: MP40을 기반으로 제2차 대전 후 스페인에서 개발한 기관단총

    Z-45 < 출처 : (cc) Txo at Wikimedia.org >
    Z-45 < 출처 : (cc) Txo at Wikimedia.org >

    M56: MP40을 기반으로 제2차 대전 후 유고슬라비아에서 개발한 기관단총

    M56 < 출처 : (cc) M11rtinb at Wikimedia.org >
    M56 < 출처 : (cc) M11rtinb at Wikimedia.org >



    제원

    제작사: Erma 외
    구경: 9mm
    탄약: 9×19mm 패러벨럼탄
    급탄: 32발 들이 탄창
    전장: 833mm
    총열: 251mm
    중량: 3.97kg
    유효 사거리: 200m
    작동 방식: 블로우백, 오픈볼트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P40 기관단총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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