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42 자주대공포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뭔가 아쉬웠던 대공포
  • 남도현
  • 입력 : 2020.12.17 08:35
    M42 자주대공포. 단포신처럼 보이나 40mm 기관포를 쌍열로 붙인 구조로 저고도 방공, 보병 화력 지원 임무 등을 수행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42 자주대공포. 단포신처럼 보이나 40mm 기관포를 쌍열로 붙인 구조로 저고도 방공, 보병 화력 지원 임무 등을 수행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전차는 제2차 대전을 거치면서 무기로서의 가치가 확고하게 입증되었다. 특히 집단화된 기갑부대를 돌파의 핵심으로 삼아 전쟁 초기에 대단한 전과를 연이어 올린 독일군의 역할이 컸다. 단지 가능성이 보인 무기에 불과했던 전차가 그렇게 거대한 실전을 겪으면서 지상전의 왕자가 되었고 동시에 기갑부대의 운용 기법도 함께 발전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터득한 것 중 하나가 전차 단독 작전은 위험하다는 사실이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에 폭격을 받고 격파된 티거 전차. 이처럼 전차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항공기다. 때문에 기갑부대에 속해 적기를 담당할 무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에 폭격을 받고 격파된 티거 전차. 이처럼 전차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항공기다. 때문에 기갑부대에 속해 적기를 담당할 무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중요한 무기라는 것은 당연히 상대의 우선 공격 목표가 되었다는 의미와 같다. 따라서 전차를 격파하는 기법도 동시에 발달했다. 처음에는 칼에는 칼이라는 생각에 따라 전차로 전차를 잡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의 순항전차, 독일의 3호 전차처럼 기갑전용 전차들이 탄생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고 전차들이 엉켜 싸우는 기갑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실전을 겪으면서 대전차포가 의외로 좋은 요격 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독일의 88 Flak 같은 경우는 적들에게는 죽음의 사신처럼 여겨졌을 정도였다. 때문에 대전차포를 잡아내기 위해서 전차와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치는 기계화 보병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처럼 대전차 수단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 기갑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발달했다. 자주대공포도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무기다.

    M3 하프트랙에 M2 중기관총 2문을 결합한 M14 자주대공포. 대인 공격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 출처 :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M3 하프트랙에 M2 중기관총 2문을 결합한 M14 자주대공포. 대인 공격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 출처 :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전차에게 적 전차나 대전차포보다 더 위험한 상대는 사실 항공기였다. 독일의 Ju 87, 소련의 IL-10, 미국의 P-47, 영국의 타이푼 등이 대표적인 전차 사냥꾼이었는데, 이들에게 노출된 전차는 그 순간 최후를 맞이한 것과 다름없었을 정도였다. 아군 전투기가 이들을 막아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당장 공격을 가해 오는 적기는 대공포로 잡아야 했다. 그런데 기존 대공포는 이동해서 방열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때문에 전차와 함께 이동하며 즉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기계화된 대공포가 필요했다. 전시라서 일단 기존 장비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시작했는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프트랙에 기관포나 중기관총을 결합해서 만든 M13, M14, M15, M16 다목적자주포(Gun Motor Carriage)를 대공포용으로도 사용했다. 그러나 하프트랙은 사격 시 발생하는 충격 흡수에 문제가 많아 보다 강력한 대구경포를 탑재하기 어려웠다.

    M19 다목적자주포. 확장성이 부족하고 기반이 되는 M24 전차의 단종 등으로 인해 총 285대 생산에 그쳤다. < 출처 : Public Domain >
    M19 다목적자주포. 확장성이 부족하고 기반이 되는 M24 전차의 단종 등으로 인해 총 285대 생산에 그쳤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한 방으로도 요격이 가능하려면 구경 30mm 이상은 되어야 했다. 이에 2선으로 물러난 전차 차대를 이용하는 대안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M5 전차 차체를 이용하고자 했으나 안전성이 나빠 M24 전차 차체에 40mm 기관포 2문을 결합한 M19 다목적자주포를 개발해 1944년부터 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탄약 탑재량이 336발에 불과하고 화력통제시스템 개선이 어려운 문제점 등이 드러나면서 제2차 대전에서는 사용되지 못했다.

    M19의 최초 실전은 6·25전쟁에서 이루어졌으나 제공권을 유엔군이 장악했기에 주로 화력지원용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인해전술을 앞세워 돌격하는 중공군을 저지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M24 전차가 단종되고 성능 향상도 어려워 총 285대를 끝으로 생산이 종료되었다. 그렇다고 자주대공포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새롭게 개발된 M41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1951년부터 후속작 제작이 시작되었다.

    해리 트루먼의 참석 하에 공개된 T41 경전차 프로토타입. 이를 기반으로 M41 전차와 M42 자주대공포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해리 트루먼의 참석 하에 공개된 T41 경전차 프로토타입. 이를 기반으로 M41 전차와 M42 자주대공포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41 전차의 프로토타입인 T41이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제작에 나선 것이니 엄밀히 말해 M41 전차와 동시에 개발이 시작된 셈이었다. 포탑의 밸런스 잡는 것을 빼면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것이 없기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존 시스템을 사용한 T141, 성능을 개선한 T141E1 그리고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화력통제시스템을 장착한 T53의 제작이 동시에 완료되어 곧바로 평가가 실시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대공화기는 레이더와 컴퓨터가 연동된 화력통제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1950년대의 기술력으로는 실현이 어려웠다. 또한 적기가 공격에 나서려면 저고도로 진입해야 하는 데다 40mm 기관포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레이더가 광학식보다 그다지 장점이 없고 오히려 가격만 비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1952년 T141이 경쟁에서 이겨 M42라는 제식명으로 양산이 개시되었다.

    해리 트루먼의 참석 하에 공개된 T41 경전차 프로토타입. 이를 기반으로 M41 전차와 M42 자주대공포가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M42는 새로운 자주대공포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미 1940년대 말부터 제트기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었기에 설령 시간이 걸려도 T141E1이나 T53을 채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옳았다. 그러나 일단 배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마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추후 개량을 염두에 두기는 했어도 엄밀히 말해 M42는 등장과 동시에 구시대의 유작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특징

    M42는 M41 전차 차체에 360도 회전이 가능한 오픈 탑 구조의 포탑을 장착한 형태다. 분당 120발 사격이 가능한 40mm 기관포는 명성이 자자한 스웨덴의 보포스(Borfors) 제품을 면허 생산한 것으로 목표에 따라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사격할 수 있다. 포탑에 쌍열로 장착되어 있고 가장 효과적인 요격 범위는 고도 3,000~5,000m 사이다. 1930년대부터 애용되며 성능이 검증된 기관포여서 사실 특이 사항은 없다.

    보포스 40mm 기관포를 면허 생산한 M1 기관포. M42에는 이를 쌍열로 묶은 M2A1 기관포를 장착했다. < 출처 : (cc) RobDuch at Wikimedia.org >
    보포스 40mm 기관포를 면허 생산한 M1 기관포. M42에는 이를 쌍열로 묶은 M2A1 기관포를 장착했다. < 출처 : (cc) RobDuch at Wikimedia.org >

    앞서 언급처럼 M42는 레이더가 장착되지 않아 목표물 탐색 및 추적은 대원들의 오감에 의지한다. 사격통제장치도 일부 자동화 장치를 부착했지만 수동식이다. 포반장이 목표를 지정하면 M38 계산사이트로 속도, 비행 방향, 고도 등을 측정한 후 M24C 반사경으로 조준해서 사격을 가한다. 만일 해당 장치가 고장이 나면 수동으로 전환해 사격을 계속할 수 있다. 때문에 4~6명으로 구성된 대원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레이더도 없고 수동식이어서 사격을 하려면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해야 한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레이더도 없고 수동식이어서 사격을 하려면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해야 한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개발 목적은 기갑부대용 자주대공포였으나 센서 및 사격통제장치가 수동식이어서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다만 전작들처럼 적 보병, 경장갑차량, 벙커 등의 공격에 투입되어 많은 전과를 올리면서 먼지청소기(Duster)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고가 높은 편인 데다 승조원들의 보호 장치가 없다시피 해서 미군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최대한 지상전 투입을 삼갔다.


    운용 현황

    M42는 1952년부터 1960년까지 총 3,700여문이 생산되었고 1953년부터 유럽 주둔 기갑사단을 시작으로 배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트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배치 직후부터 적기 요격 능력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왔다. 결국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MIM-23 호크(Hawk)가 배치되면서 1963년부터 일선에서 물러나 본토의 주방위군으로 이관되거나 파나마 운하 같은 후방에서 운용되었다.

    서독군(독일연방군) 소속 M42. 1970년대 게파르트(Flakpanzer Gepard)가 배치되기 전까지 저고도 방공용으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서독군(독일연방군) 소속 M42. 1970년대 게파르트(Flakpanzer Gepard)가 배치되기 전까지 저고도 방공용으로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서 호크의 저고도 방어 능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M42이 현역으로 재소환되어 기지 방공용 등으로 투입되었다. 대공포여서 탐조등과 함께 작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야간에 북베트남군이나 베트콩의 주요 타격 목표가 되어 많은 인명 피해를 입기도 했다. 제공권을 미군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시피 해서 종종 지상전에 동원되어 좋은 전과를 올렸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지원사령부 경비에 투입된 M42. < 출처 : (cc) Sciacchitano at Wikimedia.org >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지원사령부 경비에 투입된 M42. < 출처 : (cc) Sciacchitano at Wikimedia.org >

    베트남에서 철군 후 다시 주방위군에 넘겨졌다가 순차적으로 퇴역이 이루어져 1988년에 미국에서는 완전히 도태되었다. 냉전 시기에 서독, 일본 등을 비롯한 10여 개국에 공급되었는데 현재는 모두 퇴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M42는 차체도 준수하고 장착된 포의 성능도 좋았지만 부가 장치가 이런 능력을 뒷받침하지 못해 탄생 직후부터 아쉬운 소리를 들었고 주인공으로 활약도 제대로 못 해본 무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형 및 파생형

    M42: 초기 양산형
     
    M42A1: 500마력 AOSI-895-5 엔진 장착형

    < 출처 : (cc) theshipsgunner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theshipsgunner at Wikimedia.org >

    64식: M42 차체에 M18 구축전차 포탑을 결합한 대만 경전차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 출처 :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AMX-13/M41E1 Ráfaga: AMX-13 전차 차제에 M42A1 포탑을 결합한 베네수엘라 자주대공포
     
    GE Beetle: M42 차체를 개조한 핵물질 취급용 차량


    제원

    생산업체: GM 전차사업부
    중량: 24.8톤
    전장: 5.82m
    전폭: 3.23m
    전고: 2.85m
    장갑: 9~25mm
    무장: M2A1 40mm 기관포×2
             M1919A4 7.62mm 기관총×1 또는 M60 7.62mm 기관총×1
    엔진: 6기통 가솔린 엔진 500마력(375kW)
    추력 대비 중량: 22.2마력/톤
    서스펜션: 토션바
    항속 거리: 160km
    최고 속도: 72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42 자주대공포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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