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F6D 미사일러 함대 방어 전투기
원거리 함대전을 위해 탄생한 최초의 함대방어 전투기
  • 윤상용
  • 입력 : 2020.11.03 08:50
    F6D 미사일러 콘셉트. (출처: Douglas Aircraft)
    F6D 미사일러 콘셉트. (출처: Douglas Aircraft)


    개발의 역사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로켓 기술이 처음 등장한 후,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사일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하자 전 세계 주요 군의 수뇌부는 향후 미래전 양상이 미사일전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특히 정밀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제트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가 주류가 되기 시작하면서 곧 근거리에서 항공기들이 기총으로 싸우는 시대는 끝날 것으로 보았으며, 레이더와 화력 통제 체계로 사거리 밖에서 모든 승부가 나는 ‘미사일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해군 역시 그중 하나로, 냉전이 개막함에 따라 향후 소련의 전투기들이 미 해군 함대를 공격할 경우 이를 방어할 함대 방공 목적의 전투기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항시 함대 주변에서 배회하는 함대 방어 전투기 개념이었다. 하지만 F-4 팬텀(Phantom) II처럼 고성능 전투기에게 방공 임무를 부여한다면 배회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교대로 전투기를 띄워 놓기 위해서는 결국 대규모의 방공 함재기를 탑재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배회 비행시간이 극단적으로 긴 전투기의 도입이 필요했으며, 동시에 최대한 탐지 거리가 긴 레이더를 탑재해야만 대응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구의 만곡(彎曲) 현상 때문에 레이더 탐지 한계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직선으로 쏘는 전파가 탐지할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이더 전파를 23m 상공에서 쏜다고 하면 19km까지 밖에 탐지가 안 되므로 최대 160km 이상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1.6km 이상 고도에서 전파를 조사(照射) 해야 했다. 따라서 항공기에 수색 레이더를 탑재해 최대한 높게 띄운 후 적을 탐지하는 방식이 가장 적합했다.

    해군이 구상한 함대 방어 목적의 전투기는 공대공 미사일을 다량 운용 가능하고, 장기간 배회가 가능하여 함대 주변에 대해 최대한 오래 정찰할 수 있으며, 함대로 향하는 위협을 항모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원거리에서 즉각적으로 차단하고 격퇴할 능력을 갖출 것을 기대했다. 해군이 가장 우려한 함대 위협 요소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함미사일로, 대함미사일은 통상 마하 2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아무리 일찍 탐지하더라도 대응 시간이 짧을 가능성이 높았다. 함정이 160km 정도의 레이더로 마하 2(2,300km/h)로 접근하는 미사일을 탐지한다면, 통상 대응이 가능한 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은 4분 미만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 4분의 시간 동안 방어 항공기는 이륙, 고도 상승, 위치 정렬, 미사일 발사의 동작을 소화해야 했으므로 실제 대응 가능한 기회는 그보다도 짧을 것이 자명했다. 이렇듯 미 해군은 고속으로 항공기나 미사일 위협이 접근해 올 경우 함대 보호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방어 전투기 요구도를 수립했다.

    F6-D에 장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벤딕스사의 AAM-N-10 '이글(Eagle)' 공대공 미사일. (출처: US Navy)
    F6-D에 장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벤딕스사의 AAM-N-10 '이글(Eagle)' 공대공 미사일. (출처: US Navy)

    미 해군은 새로운 개념의 함대 방공 전투기 운용 개념을 수립하면서 고성능 장거리 레이더를 장착한 항공기가 다량의 미사일을 장착하고 대기하다가 원거리에서 위협이 포착되면 장착한 미사일로 하나씩 상대하는 ‘미사일 캐리어(Missile Carrier)’, 줄여서 ‘미사일러(Missileer)’ 개념을 세웠다. 물론 이들 항공기는 장착 무장이나 탑재 장비를 기준으로 볼 때 뛰어난 기동성이나 근접전 능력, 혹은 비행 속도를 기대할 순 없었지만 광범위한 탐지 범위와 배회 비행 능력, 그리고 넉넉한 탑재 중량을 갖추고 함대 영공을 방어시킬 계획이었다.

    일반적인 전투기의 전투 방식과 다른 이 방공 전투기의 개념은 항공기 자체의 설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일단 조종사는 시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로만 적을 탐지해 싸워야 했으므로 일단 일정 고도에 올라가면 앞을 보는 것보다 계기를 보고 있는 것이 중요했고, 360도 시계(視界)는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반면 레이더를 비롯한 탐지체계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으므로 조종사가 비행과 레이더 탐지를 통한 전투까지 모두 소화할 수 없었으므로 레이더만 조작할 레이더 요격 장교(RIO: Radar Intercept Officer)가 별도로 탑승하게 됐다.

    W2F-1 호크아이 프로토타입의 1960년 초도비행 모습 <출처: 그루만>
    W2F-1 호크아이 프로토타입의 1960년 초도비행 모습 <출처: 그루만>

    미 해군은 1957년에 벤딕스(Bendix)사의 AAM-N-10 이글(Eagle) 장거리 공대공 유도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미사일러’ 항공기 개발 사업 공고를 냈다. 케네디 행정부는 5,770만 달러를 사업비로 할당했으며, 장거리 수색 레이더인 AN/APQ-81 개발 사업은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1996년 노스롭-그루만에 흡수)가 수주했다. 마찬가지로 항공기에 직접 가해지는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기 위해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 도입을 추진했으며, 이 사업은 그루먼(Grumman)사가 사업을 수주해 AN/Aps-125 조기 경보 레이더를 탑재한 W2F 호크아이(Hawkeye) 조기경계경보기 개발이 별도로 진행됐다. 호크아이가 탐지한 표적 정보는 ‘미사일러’에게 그대로 전송되어 위협을 요격하게끔 기본 개념을 잡았다.

    ‘미사일러’ 항공기 사업은 1960년 7월 21일 자로 더글러스(Douglas: 1967년 맥도넬 합병으로 맥도넬-더글러스가 됐다가 1997년 보잉에 합병) 항공이 제출한 설계가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現 보잉) 항공과 맥도넬 항공이 제안한 설계안을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이는 더글러스의 설계안이 연료 효율성을 높인 신형 터보 팬(turbo fan) 엔진을 채택해 장기 체공 면에서 우수했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메인 엔진은 미국의 프랫앤위트니(Pratt & Whitney)사의 TF-30 엔진이 채택됐으며, 기체에는 F6D라는 제식 번호가 부여되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미사일러의 후보기종으로 보잉이 제안했던 모델 835 <출처 : 보잉>
    미사일러의 후보기종으로 보잉이 제안했던 모델 835 <출처 : 보잉>

    하지만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하자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우선 해군 내에서 이 장거리 요격기 개념 자체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미사일러’ 개념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미사일러가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표적 추적과 유도 때문에 발사한 미사일이 명중할 때까지 자체 방어를 전혀 못하고 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또한 미사일을 다 사용하고 나면 재무장을 위해 신속히 회항하여 항모에 착함해야 하는데, 항공기 속도도 느린 데다 근접전 능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적의 공세 세력에 포함된 호위 전투기의 쉬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반대 의견의 핵심이었다.

    결국 미사일러 사업은 미 국방부에서 해군 예산 삭감을 추진하자 ‘미사일러’ 사업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1961년 12월 자로 사업이 취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미 해군은 장거리 요격기 개념 전체를 포기할 의사는 없었으므로 공군이 진행 중이던 XF-108 레이피어(Rapier) 사업에 참여할 방법을 알아보지만, XF-108마저 공군에서 유사 시기에 취소해버려 계속 장거리 요격 개념을 추진할 원동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XF-108 레이피어 전투기. 이 또한 F6-D와 유사 개념으로 출발했으나 취소되고 말았다. (출처: US Air Force)
    XF-108 레이피어 전투기. 이 또한 F6-D와 유사 개념으로 출발했으나 취소되고 말았다. (출처: US Air Force)



    특징

    F6-D 미사일러 항공기의 콘셉트 디자인. (출처: Public Domain)
    F6-D 미사일러 항공기의 콘셉트 디자인. (출처: Public Domain)

    F6D-1 미사일러 전투기는 충분한 탑재 공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총중량이 23,000kg에 달했으며, 이를 위해 10,200 파운드(45kN) 급 TF30-P-2 엔진 두 기가 장착됐다. TF30-P-2 엔진은 아음속 엔진이라 속도는 낮아도 엔진 효율성은 높았는데, 이는 최대 6시간 가까이 체공해야 하는 함대 방공 전투기의 특성과 더 잘 맞았다. F6D-1은 음속 돌파를 하지 않는 아음속 항공기였으므로 직선익을 채택했으며, 엔진은 날개 뿌리 쪽에 포드 형태로 씌워 넣는 방식으로 장착했다. 전반적으로는 더글러스가 앞서 제작했던 F3D 스카이나이트(Skynight)와 유사한 형태다.

    F6-D 설계의 바탕이 된 EF-10B 스카이나이트(Skynight). (출처: US Navy)
    F6-D 설계의 바탕이 된 EF-10B 스카이나이트(Skynight). (출처: US Navy)

    미사일러에 탑재된 AAM-N-10 이글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부스터로 점화해 마하 3.5까지 도달하며, 글라이드 모드로 비행을 하다가 장거리 유지 모터가 점화되어 표적 명중 전까지 최대 마하 4.5까지 도달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AAM-N-10 이글은 최대 사거리 260km를 자랑했으며, 마지막 종말 단계에 들어서면 미사일 내에 자체적으로 탑재된 레이더인 AN/DPN-53 레이더가 작동하여 마지막 능동 레이더 호밍을 실시한다. 이 ‘이글’ 미사일은 AN/APQ-81 레이더와 연동되어 표적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F-14 톰캣에 장착된 AN/AWG-9 장거리 해상 레이더. 최초 미사일러에 장착하기 위해 개발한 AN/APQ-81의 기술을 응용했다. (출처: © BrokenSphere / Wikimedia Commons)
    F-14 톰캣에 장착된 AN/AWG-9 장거리 해상 레이더. 최초 미사일러에 장착하기 위해 개발한 AN/APQ-81의 기술을 응용했다. (출처: © BrokenSphere / Wikimedia Commons)

    AN/APQ-81은 펄스-도플러(Pulse-Doppler) 방식의 레이더였으며, 폭격기 크기의 물체는 최대 190km 밖에서 탐지가 가능하고 동시에 8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었다. 또한 AN/APQ-81 레이더는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표적을 계속 추적해 표적의 위치나 경로가 변경되면 미사일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글 미사일은 사거리가 무려 260km에 이를 예정이었다. (출처: Public Domain)
    이글 미사일은 사거리가 무려 260km에 이를 예정이었다. (출처: Public Domain)

    이런 이유로 이글 미사일의 사거리는 260km였지만 레이더와 연동이 되어야 했으므로 실제 사거리는 레이더 탐지 범위에 따라 190km 정도로 제한되었다. 이글은 일반적인 탄두를 장착해 공대공 미사일로 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필요에 따라서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사일러에는 주익 양쪽 하부에 각각 3개씩 하드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출격 시 6발의 ‘이글’ 미사일을 장착하여 운용할 수 있었다.

    이글 미사일의 풍동시험 장면 <출처: NASA>
    이글 미사일의 풍동시험 장면 <출처: NASA>

    배회 시간이 길어야 했으므로 미사일러에는 다량의 연료가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동체 크기를 크게 하여 연료 탱크를 채워 넣었다. 전반적으로 미사일을 이용하여 원거리에서 함대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미사일러’의 개념 자체는 시대를 한참 앞서간 선구적인 개념이었으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판단할 때는 아직 신뢰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었다.


    운용 현황

    미사일러 사업은 1959년 처음 해군 요구도가 발행 이래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생소한 개념 문제와 운용 상의 허점 문제에 따른 해군 내부의 반대로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미사일러 사업은 취소됐지만 이후 F-14 톰캣과 피닉스 미사일의 탄생에 기여했다. (출처: Public Domain)
    미사일러 사업은 취소됐지만 이후 F-14 톰캣과 피닉스 미사일의 탄생에 기여했다. (출처: Public Domain)

    미사일러 사업은 1961년 12월 자로 취소되었으며, 직접적인 취소 사유는 개념상의 취약점과 예산 문제였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시작된 기술은 이후 냉전을 주름잡은 다수의 사업에서 살아났다. 일례로 무장체계와 레이더 기술은 F-12 요격기 사업으로 넘어가 활용되었고, 장거리 공대공 레이더인 ‘팰콘’은 AAM-N-11 피닉스(Phoenix) 미사일 개발 사업에 응용되어 훗날 F-14 톰캣(Tomcat)이 통합한 AIM-54 피닉스 미사일 탄생에 기여했다.

    프랫앤위트니의 TF-30 엔진. 비록 미사일러에는 장착되지 못했지만, F-111, F-14, A-7 등에 사용됐다. (출처: Greg Goebel/Wikipedia Commons)
    프랫앤위트니의 TF-30 엔진. 비록 미사일러에는 장착되지 못했지만, F-111, F-14, A-7 등에 사용됐다. (출처: Greg Goebel/Wikipedia Commons)

    레이더 역시 AN/AWG-9 장거리 해상 레이더 개발에 응용되어 F-111B 및 함대 방어 전투기 역할을 수행한 F-14 톰캣에서 활용됐다. 미사일러에 활용됐던 TF-30 엔진 역시 F-111 및 F-14에서 모두 활용됐으며, 이 시기부터 터보팬 엔진이 군용 제트기에 가장 보편적인 엔진 형태로 자리 잡았다.

    E-2 호크아이 조기경계경보기. (출처: US Navy)
    E-2 호크아이 조기경계경보기. (출처: US Navy)

    아이러니하게도 미사일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하게 된 E-2F 호크아이 공중 조기경계경보기는 양산 단계로 넘어가 오늘날까지도 운용되고 있어 “미사일러” 사업을 통해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자산으로 기록됐다.


    파생형

    F6D 미사일러: 기본 생산 제식 명칭. 실제로 제작된 기체는 없다.

    F6-D 미사일러 콘셉트. (출처: Douglas Aircraft)
    F6-D 미사일러 콘셉트. (출처: Douglas Aircraft)

    XF6D-1: 시제기 제안 제식 번호. 실제 제작된 기체는 없다.


    제원

    제조사: 더글러스 항공
    용도: 함대 방어 전투기
    탑승 인원: 3명(조종사, 부조종사, 레이더수)
    전장: 16m
    전고: 3.07m
    날개 길이: 21m
    날개 면적: 59㎡
    총중량: 22,680kg
    최대 이륙 중량: 27,216kg
    추진체계: 10,200 파운드 급(45kN) 프랫앤위트니 TF30-P-2 터보팬 엔진 x 2
    최고 속도: 879 km/h
    추력 대비 중량: 0.41
    기본 무장: AAM-N-10 이글(Eagle) 공대공 미사일 x 6
    대당 가격: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F6D 미사일러 함대 방어 전투기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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