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Tu-16 폭격기
소련 폭격기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으나 짧았던 전성기
  • 남도현
  • 입력 : 2020.11.02 08:42
    Tu-16은 소련 최초의 제트 전략폭격기로, 이후 등장하는 Tu-22, Tu-22M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Tu-16 폭격기가 미 해군 F-4 팬텀II에 의해 식별요격되는 모습이다.< 출처 : Public Domain >
    Tu-16은 소련 최초의 제트 전략폭격기로, 이후 등장하는 Tu-22, Tu-22M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Tu-16 폭격기가 미 해군 F-4 팬텀II에 의해 식별요격되는 모습이다.<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소련이 공여나 면허 생산을 원했으나 단칼에 거부당했을 만큼 미국의 B-29는 당대 최고의 폭격기였다. 그런데 일본을 폭격하다가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귀환하지 못한 총 4기의 B-29가 극동의 연해주에 비상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림의 떡처럼 여기던 보물을 얼떨결에 입수한 소련은 B-29의 성능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생각보다 해당 분야에서 미국과 소련의 기술력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B-29를 데드카피해서 개발한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 Tu-4. 이때 터득한 기술들이 Tu-16 개발에 이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B-29를 데드카피해서 개발한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 Tu-4. 이때 터득한 기술들이 Tu-16 개발에 이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자신들도 Pe-8, TB-3처럼 좋은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런 상태에서 곧바로 냉전이 시작되자 조급했던 소련은 B-29의 나사 하나까지 그대로 베껴 1949년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인 Tu-4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양은 같으나 성능이 B-29에 미치지 못한 데다 미국은 이미 최초의 대륙 간 횡단 폭격기인 B-36을 배치 중이었고 이를 뒤이을 후속기들도 개발하고 있었다

    1950년대 초반은 핵폭탄을 목표까지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이 폭격기밖에 없던 시절이어서 이 분야에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대단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커다란 국토를 가진 나라라 호위기가 동행해서 폭격기를 보호할 수 없었다. 그보다 적의 방공망에 막혀 목표까지 비행하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당시 전투기가 방공망의 핵심이었기에 해결책으로 폭격기가 전투기보다 빠르거나 적어도 비슷한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Tu-16의 심장으로 채택된 미쿨린(Mikulin) AM-3 터보제트엔진. < 출처 : (cc) Andrew Butko at wikimedia.org >
    Tu-16의 심장으로 채택된 미쿨린(Mikulin) AM-3 터보제트엔진. < 출처 : (cc) Andrew Butko at wikimedia.org >

    당시는 제트기가 본격적으로 하늘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소련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영국의 도움으로 획득한 롤스로이스 넨 엔진을 복제하면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덕분에 MiG-15는 제1세대 전투기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대륙 간 횡단이 가능한 후속 폭격기를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제트기로 개발하면 폭격기 전력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도 제트폭격기를 한창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시간적으로 소련이 그다지 뒤진 것도 아니었다. 1950년 시작된 소련군의 신예 폭격기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투폴레프 설계국의 모델 88이 일류신 설계국에서 제출한 모델 46을 누르고 승자가 되었다. 88에 장착한 AM-3 터보제트엔진이나 46이 채택한 AL-5 터보제트엔진의 성능은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기체 설계에서 판가름이 났다.

    비행중 포착된 Tu-16. 전방관측창, 방어용 기관포탑처럼 B-29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출처 : 미 국방부 >
    비행중 포착된 Tu-16. 전방관측창, 방어용 기관포탑처럼 B-29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출처 : 미 국방부 >

    88은 폭격기임에도 MiG-15처럼 전투기에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날렵한 후퇴익을 채택했다. 저속 비행 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전통적 형태의 직선형 주익을 채택한 46보다 속도, 항속 거리, 폭장량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는 1951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미국 최초의 전략 제트폭격기인 B-47의 개발 및 채택을 위한 경쟁 과정과 상당히 유사했다.

    이후 각종 실험에서 88이 당국의 요구 조건을 모두 달성하자 1954년 Tu-16라는 정식 제식 부호를 부여받고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다. 객관적으로 비행 성능이나 폭장량이 B-47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은 Tu-16은 직접 미국 타격이 가능한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이자 최초의 제트폭격기이기도 하다. 이듬해 7월 벌어진 군사 퍼레이드에서 54기로 이루어진 대편대로 공중 분열을 벌였을 만큼 Tu-16에 대한 소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Tu-16은 ICBM의 시대가 열리자 더 이상 핵심적인 핵억지자산이 되지 못했다. < 출처 : 미 국방부 >
    Tu-16은 ICBM의 시대가 열리자 더 이상 핵심적인 핵억지자산이 되지 못했다. < 출처 : 미 국방부 >

    하지만 Tu-16의 전성기는 그다지 길지 못했다. 1960년대가 되자 전략핵폭탄은 ICBM 같은 장거리미사일에 탑재해서 운용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제한적 용도의 전술핵폭탄은 전투기로도 충분히 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략폭격기는 미국과 러시아만이 운용하고 있는 무기지만 단지 전략핵 투발 수단의 다양화를 위해서일뿐이지 피격 위험이 커서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이 고려되는 무기는 아니다.


    특징

    Tu-16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목적으로 탄생한 B-47과 비교되고는 하는데 전작인 Tu-4가 전형적인 B-29의 데드카피여서 폄하 받는 것과 달리 두 기종은 외형에서부터 상당히 차이가 많다. 엔진을 포드 형태로 주익 하부에 설치한 B-47과 달리 Tu-16은 엔진이 동체와 주익 사이에 위치한다. 나셀이 마치 파고들어간 것처럼 동체 측면을 오목하게 설계한 덕분에 이후 약간의 개조를 거쳐 대함미사일 같은 무장을 주익에 쉽게 장착할 수 있었다.

    후방에서 바라본 Tu-16. 동체의 오목한 부위와 주익 사이에 엔진이 장착되었다. < 출처: 미 국방부 >
    후방에서 바라본 Tu-16. 동체의 오목한 부위와 주익 사이에 엔진이 장착되었다. < 출처: 미 국방부 >

    주익은 종횡비가 높고 구조가 단단해서 후퇴익임에도 비행으로 인한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기체의 강한 내구성이 요구되는 엔진 노즐과 접촉하는 부위, 조종석, 후방포탑 등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지고 여타 부위는 기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 마그네슘 합금, 유리 섬유 등을 사용했다. Tu-16에 탑재한 원격 자이로컴퍼스 방식의 운항, 항법 장치 등은 당대 최고 수준이어서 조종이 편리했다.

    주익에 장착된 KSR-5 대함미사일 < 출처: 미 국방부 >
    주익에 장착된 KSR-5 대함미사일 < 출처: 미 국방부 >

    여압 장치를 장착해 승조원들의 근무 여건이 좋았다. 이는 전적으로 B-29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친화적인 구조로 말미암아 Tu-16은 소련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기 항로에 취항한 제트여객기인 Tu-104의 베이스가 되었다. 아무래도 군용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경제성은 좋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당대 최고 수준이어서 최초 취항 당시에 서방측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운용 현황

    Tu-16은 1953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63년까지 총 1,509기가 제작되었다. 등장 당시에는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기 시작한 Tu-95와 더불어 소련군의 귀중한 전략 자산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1950년대 말부터 각종 장거리 미사일이 도입되면서 효용성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때문에 전술폭격기로 임무가 바뀌었고 정찰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의 플랫폼으로도 변신했다. 특히 소련 해군은 해상초계기로 애용했다.

    Tu-16은 소련 최초의 제트 전략폭격기로 개발되었으나 이후 해상초계기 등으로 임무를 변경해 20세기 말까지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Tu-16은 소련 최초의 제트 전략폭격기로 개발되었으나 이후 해상초계기 등으로 임무를 변경해 20세기 말까지 활약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략폭격기로 개발되었지만 해외에도 공급이 이루어졌다. 중소 관계가 파탄 나기 전에 중국에서 H-6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되었고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라크 같은 국가에도 수출되었다. 이는 제2차 대전 후 개발한 폭격기를 해외에 제공하지 않았던 미국과 대비가 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재래식 폭탄만 투하하는 중폭격기는 어지간한 나라에서 운용하기에는 상당히 제약이 많고 비효율적인 무기다.

    이집트 공군의 Tu-16. 이외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에서도 운용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집트 공군의 Tu-16. 이외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에서도 운용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는 1993년까지 운용했고 소련에 속했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조지아에서는 1995년에 전량 퇴역했다. 흥미롭게도 중국의 H-6는 아직도 현역에서 활약 중인데 일부는 전략폭격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개량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를 대체할 후속기가 아직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덕분에 중국은 미국, 러시아 외에 현재 유일하게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국가다.


    변형 및 파생형

    모델 88: 프로토타입
     
    Tu-16: 초기 양산형

    토글리아티 기술 박물관에 전시 중인 Tu-16. < 출처 : (cc) ShinePhantom at wikimedia.org >
    토글리아티 기술 박물관에 전시 중인 Tu-16. < 출처 : (cc) ShinePhantom at wikimedia.org >

    Tu-16A: Tu-16 개량형
     
    Tu-16Z: 공중급유기
     
    Tu-16G(Tu-104G): 아에로플로트 승무원 훈련 및 우편수송기
     
    Tu-16N: Tu-22/Tu-22M 폭격기 전용 공중급유기
     
    Tu-16T: 해상초계기

    Tu-16T < 출처 : Public Domain >
    Tu-16T < 출처 : Public Domain >

    Tu-16S: 수색구조기
     
    Tu-16Ye: 개량형 ELINT 장비를 갖춘 정찰기
     
    Tu-16KS: AS-1, KS-1 등 대함미사일 운용형
     
    Tu-16K-10: AS-2, K-10S 등 대함미사일 운용형

    Tu-16K-10 < 출처 : Public Domain >
    Tu-16K-10 < 출처 : Public Domain >

    Tu-16RM-1: ELINT 장비를 갖춘 해상초계기
     
    Tu-16R: ELINT 장비를 갖춘 정찰기

    Tu-16R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Tu-16R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Tu-16RM-2: Tu-16R 해군형
     
    Tu-16K: AS-5, AS-6 등 대함미사일 운용형

    Tu-16K <출처: Public Domain>
    Tu-16K <출처: Public Domain>

    Tu-16KRM: 훈련용 표적 운용기
     
    Tu-16KSR: Tu-16KS 개량형
     
    Tu-16 Elka: 전자전기
     
    Tu-16P Buket: ECM 호위기
     
    Tu-16P: Tu-16Ye 개량형
     
    Tu-104: Tu-16 기반 민항기

    Tu-104 < 출처 : (cc) Lars Söderström at wikimedia.org >
    Tu-104 < 출처 : (cc) Lars Söderström at wikimedia.org >

    H-6: 중국 면허 생산형

    H-6 폭격기 < 출처 : (cc) Li Pang at wikimedia.org >
    H-6 폭격기 < 출처 : (cc) Li Pang at wikimedia.org >



    제원

    전폭: 33.00m
    전장: 34.80m
    전고: 10.36m
    주익 면적: 165㎡
    최대 이륙 중량: 79,000kg
    엔진: 미쿨린 AM-3 M-500 터보제트(21,000 파운드)×2
    최고 속도: 1,050km/h
    실용 상승 한도: 12,800m
    전투 행동반경: 3,150km
    무장: 23mm AM-23 기관포 × 6
            웨폰베이에 9,000kg 폭장
            주익 하드포인트에 대함미사일 장착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Tu-16 폭격기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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