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이 지연될 경우 한·미가 합의한 조건을 수정·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군 최고 수뇌가 전작권 조건 변경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현 정권과 군 수뇌부가 조건까지 바꿔가며 정부 임기(2022년)내 전작권 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관련 질문에 “한·미 양측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조건)을 가지고 진행해오고 있다”며 “그런 조건들로 우리가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요원해지거나 너무 지연될 경우 그런 부분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을 ①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전환키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대폭 증대하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능력 확보에는 시간이 걸려 2022년까지 조건 3개를 모두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원 의장은 “조건별로 얼마나 충족됐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질의에 “작년에 조건 ①을 평가해, (한국군이) 핵심 군사 능력 대부분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며 “조건 ②도 많은 부분 (충족)했다고 평가하는데 이것은 최종적으로 한·미 간에 일치된 의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연합훈련 축소로 올해 사실상 이뤄지지 못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에 대해선 “내년에 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고 있고, 한·미 간 잘 협의가 이뤄질 거로 생각한다”며 “(FOC 검증은) 내년 전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열고 전작권 전환 추진 사항과 주한미군 현안, 한반도 전략안보환경 평가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두 장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전화 통화를 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 강화와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