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PD 경기관총
준수했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경기관총
  • 남도현
  • 입력 : 2020.09.04 08:15
    RPD는 최초로 M43탄을 사용한 총기다. 성능은 준수한 수준이었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면서 전성기가 짧았다. < 출처 : (cc) Atirador at Wikimedia.org >
    RPD는 최초로 M43탄을 사용한 총기다. 성능은 준수한 수준이었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면서 전성기가 짧았다. < 출처 : (cc) Atirador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러시아제국 시절인 19세기 말에 개발되어 1891년부터 군용으로 도입된 7.62x54mmR탄은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뛰어나서 21세기인 지금도 많은 저격소총, 기관총 등에 사용 중인 뛰어난 탄환이다. 그런데 사거리와 파괴력이 좋다는 것은 한편으로 연사력이 좋은 총을 만드는 데 제약이 되는 요소다. 사격 시 발생하는 반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않고는 정확성이나 안전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7.62×39mm M43탄. RPD를 시작으로 SKS, AK, RPK 등에 사용되면서 총기의 역사를 바꾸었다. < 출처 : (cc) W3bj3d1 at Wikimedia.org >
    다양한 종류의 7.62×39mm M43탄. RPD를 시작으로 SKS, AK, RPK 등에 사용되면서 총기의 역사를 바꾸었다. < 출처 : (cc) W3bj3d1 at Wikimedia.org >

    1943년 7월 15일, 소련 군수기술위원회는 소부대의 대부분 교전이 300m 이내에서 벌어지므로 사거리를 줄여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새로운 제식 탄환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제2차 대전 말기인 1944년에 등장한 새로운 제식탄이 7.62×39mm M43탄(이하 M43)이다. 길이를 축소한 단소탄(短小彈)으로 화약이 줄어든 만큼 사거리는 감소했지만 유효 사거리 내라면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후 M43은 SKS 반자동소총, AK 자동소총, RPK 경기관총 등에 사용되면서 총기의 역사를 바꾼 기념비적 탄환에 등극하지만 개발 당시만 해도 아무도 이런 M43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새로운 탄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 중인 총을 개조하기도 하지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총도 새로운 규격에 따라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그래서 M43의 개발과 동시에 이를 사용하는 총기의 개발도 시작되었다.

    RPD의 아버지인 바실리 덱탸료프. 제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이던 DP 경기관총을 비롯한 여러 총기를 만든 인물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RPD의 아버지인 바실리 덱탸료프. 제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이던 DP 경기관총을 비롯한 여러 총기를 만든 인물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군부가 제일 먼저 눈을 돌린 부분은 경기관총이었다. 당시 소부대 화력지원용으로 사용하던 PD 경기관총은 화력이 독일의 MG42 다목적기관총에 비해 열세였다. PM M1910 중기관총은 강력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이동하며 전투를 벌이기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1943년 소련군은 PD의 휴대성과 PM M1910의 화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M43을 사용하는 새로운 기관총의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당국의 명령을 받은 세 명의 엔지니어가 제출한 개발안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끝에 바실리 덱탸료프(Vasily Degtyaryov)의 프로토타입이 채택되었고 일사천리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해서 불과 1년 만인 1944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경기관총이 개발자의 이름을 딴 RPD(Ruchnoy Pulemyot Degtyaryova)다. M43 덕분에 반동 제어가 용이해서 DP보다 연사력이 향상되었고 무게도 3kg 정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 모델 1943. 경쟁에서 이겨 1944년부터 제작이 되었으나 제2차 대전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프로토타입 모델 1943. 경쟁에서 이겨 1944년부터 제작이 되었으나 제2차 대전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뒤에 등장하는 AK 때문에 묻히는 경향이 많지만 이처럼 RPD는 M43을 처음 사용한 총기다. 그런데 정작 RPD가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는 모두가 독일의 패전을 확실시하던 시점이어서 그다지 의미 있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곧바로 제2차 대전이 막을 내리자 양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냉전으로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1948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재개되었고 1953년부터 점진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RPD는 비슷한 시기에 제식화된 SKS와 함께 제2차 대전 후 새롭게 정립된 소련군 소부대의 표준 무장이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AK(AK-47)는 소련 군부를 기분 좋은 고민에 빠뜨렸다. 성능 차이가 현격해서 도입에 나선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SKS를 전격적으로 퇴출시키고 AK를 새로운 제식 소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RPD의 입지도 크게 흔들었다.

    프로토타입 모델 1943. 경쟁에서 이겨 1944년부터 제작이 되었으나 제2차 대전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경기관총의 목적이 소부대의 화력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소총인 AK보다 그다지 장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속 사격 능력 정도가 좋았지만 AK는 탄창 교환이 손쉬워서 지속 사격 능력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차라리 전체가 AK로 무장하는 것이 소부대 운용 측면에서 보자면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엄밀히 말해 RPD가 나쁜 것이 아니라 AK가 너무 좋아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관총이라면 AK보다 강력해야 했다. 더불어 AK와 비교되다 보니 그전에는 크게 인지하지 못하던 정비 요소가 많은 복잡한 구조나 번거로운 탄띠 교환 방식이 심각한 단점으로 부각되었다. 결국 경기관총 고유의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련군은 RPD 대체 사업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RPK가 1961년부터 보급을 시작하자 RPD는 본격 배치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소련군에서 퇴출되었다.

    RPD를 소총처럼 휴대하고 경계 중인 모습. 경기관총 중에서도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 출처 : (cc) hdptcar at Wikimedia.org >
    RPD를 소총처럼 휴대하고 경계 중인 모습. 경기관총 중에서도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 출처 : (cc) hdptcar at Wikimedia.org >

    이처럼 RPD는 탄생한 나라에서는 제대로 활약도 못하고 찬밥 신세가 되었지만 많은 물량이 제3세계 국가들에 대량 공여되고 또한 면허 제작되면서 해외에서 좋은 기관총이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당연히 실전에서 활약의 대부분도 이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특히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한마디로 주인이 아닌 손님들에 의해 명성을 얻은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징

    드럼탄창이 아니라 드럼 모양 컨테이너에 100발 들이 탄띠를 수납하는 구조여서 탄 보충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 출처 : (cc) MKFI at Wikimedia.org >
    드럼탄창이 아니라 드럼 모양 컨테이너에 100발 들이 탄띠를 수납하는 구조여서 탄 보충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 출처 : (cc) MKFI at Wikimedia.org >

    RPD는 외형상으로는 차이가 많아 보이나 가스작동식, 플래퍼 잠금식, 양각대처럼 기술적으로는 덱탸료프의 전작인 DP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처럼 이미 검증된 기술들을 적용했기에 기계적 신뢰성이 좋았다. 특히 반동 제어가 쉬운 M43을 사용한 덕분에 아쉬움이 많았던 DP보다 연사력이 50퍼센트 정도 증가했다. 때문에 효과적인 화력 투사가 가능해졌다. 또한 무게가 가볍고 멜빵을 이용하면 휴대하기도 편했다.

    폴란드 면허 생산형 RPD < 출처 : Public Domain >
    폴란드 면허 생산형 RPD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복잡한 구조로 말미암아 정비 요소가 많은 편이었고 절삭 가공 방식으로 생산성도 좋지 않아 배치 속도가 늦어서 정작 소련군 내에서는 손에 익은 DP를 선호했다. 외형으로는 RPD는 드럼탄창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100발들이 금속 탄띠를 드럼 모양의 컨테이너에 수납하여 사용해서 사격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오염 물질과 접촉하면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RPD로 훈련 중인 이집트 해병대원. 소련에서는 퇴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RPD로 훈련 중인 이집트 해병대원. 소련에서는 퇴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소련제 총기의 공통적인 특징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무난히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약점이었다. 경험 많은 덱탸료프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RPD는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소련군 내에서 기대만큼 호평받지 못했다. 결국 AK로 말미암아 위치가 애매모호해졌고 결국 RPK이 등장하면서 소련군 제식 화기에서 내려왔다.


    운용 현황

    RPD로 무장한 소련 해군보병대원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RPD로 무장한 소련 해군보병대원의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RPD는 소련에서 1944년부터 1960년까지 만들어졌고 폴란드, 중국, 북한 등에서도 면허 혹은 복제 생산되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RPK가 좋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1953년부터 본격 배치된 소련에서는 10년도 되지 않아 퇴출되었고 이후 중국, 핀란드에서도 물러났지만 기본적으로 튼튼하게 제작된 데다 탄 보급에도 문제가 없어 50여 개국에서 여전히 사용 중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 특수부대는 노획한 RPD를 개조하여 분대지원화기로 활용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베트남전에서 미군 특수부대는 노획한 RPD를 개조하여 분대지원화기로 활용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RPD는 제2차 대전에서도 일부 사용되었으나 본격적인 활약은 베트남 전쟁부터다. 미군은 경량임에도 화력이 뛰어나고 소총과 같은 탄환을 사용하는 RPD에 감탄했다. SOG와 같은 특수부대들은 노획한 RPD를 개조하여 팀의 지원화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식 SAW(분대지원화기)의 개념 정립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최근의 예멘 내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전쟁, 분쟁 등에서 활약했으나 전술적인 무기다 보니 특별히 거론할만한 전과는 없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 노획된 RPD < 출처 : Public Domain >
    이라크 전쟁 당시에 노획된 RPD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RPD: 기본형

    RPD 기관총 < 출처 : (cc) weaponsystems.net >
    RPD 기관총 < 출처 : (cc) weaponsystems.net >

    RPDM: 개량형

    RPDM 기관총 < 출처 : Public Domain >
    RPDM 기관총 < 출처 : Public Domain >

    56식: 중국 양산형

    56식 기관총 < 출처 : (cc) militarymuseums.info >
    56식 기관총 < 출처 : (cc) militarymuseums.info >

    62식: 북한 양산형

    62식 기관총 < 출처 : (cc) topwar.ru >
    62식 기관총 < 출처 : (cc) topwar.ru >

    RPD 카빈: 미국 DS Arms에서 개량한 민수형

    DSA의 RPD 카빈 < 출처 : (cc) reading-armament.com >
    DSA의 RPD 카빈 < 출처 : (cc) reading-armament.com >



    제원

    제작사: 덱탸료프 공장
    구   경: 7.62m
    탄   약: 7.62×39mm M43
    급   탄: 컨테이너 수납 100발 탄띠
    전   장: 1,037mm
    총   열: 520mm
    중   량: 7.4kg
    유효 사거리: 1,000m
    작동 방식: 롱스트로크 가스작동식, 플래퍼 로킹, 오픈 볼트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RPD 경기관총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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