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챌린저 1 전차
이란 때문에 탄생한 영국의 3세대 전차
  • 남도현
  • 입력 : 2020.08.12 08:23
    챌린저 1은 영국 최초의 3세대 전차였으나 엉뚱하게도 시작은 이란과 관련이 많다. < 출처 : (cc) Simon Q at Wikimedia.org >
    챌린저 1은 영국 최초의 3세대 전차였으나 엉뚱하게도 시작은 이란과 관련이 많다. < 출처 : (cc) Simon Q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영국은 16세기에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이후 무려 400여 년간 바다의 패권을 장악했던 전통의 해군 강국이다. 제2차 대전 종전 이후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현재도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해군의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졌을 뿐이지 영국 육군도 대단한 전통의 강군이다. 전략적인 이유로 유럽의 경쟁국들에 비해 규모가 작았지만 한때 전 세계에 산재한 식민지를 무난히 관리했을 정도였다.

    전간기에 영국이 개발한 빅커스 6톤 경전차는 소련 전차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영국은 초창기 전차 분야를 선도했다. < 출처 : (cc) Balcer~commonswiki at Wikimedia.org >
    전간기에 영국이 개발한 빅커스 6톤 경전차는 소련 전차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영국은 초창기 전차 분야를 선도했다. < 출처 : (cc) Balcer~commonswiki at Wikimedia.org >

    그런 역사와 전통답게 지상군 무기 분야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전차를 들 수 있다. 제1차 대전 당시에 영국은 최초의 현대식 전차이자 장갑차, 자주포의 시조이기도 한 Mk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도 전차를 개발해 전선에 투입했지만 현재 전차라는 단어가 영국이 개발 당시에 부여한 암호인 'Tank'로 통용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국의 업적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영국은 제1차 대전 후에도 계속 전차 분야를 선도했다. 전간기에 제작된 독일, 소련, 이탈리아, 폴란드 전차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정도다. 당연히 제2차 대전 당시 수많은 전차를 만들어 사용했다. 비록 기갑전에서 독일 전차에게 밀렸고 미국이 참전한 이후부터 많은 미국제 전차를 사용하기도 했으나 영국산 전차의 활약은 전쟁 내내 꾸준했다. 종전 이후에도 영국은 전차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챌린저 1의 기반이 되었던 치프틴 전차 < 출처 : (cc) Peter Trimming at Wikimedia.org >
    챌린저 1의 기반이 되었던 치프틴 전차 < 출처 : (cc) Peter Trimming at Wikimedia.org >

    1946년 배치된 1세대 전차인 센추리온(Centurion)은 4,400여 대 이상 생산되어 19개국에서 사용되었고 한국전쟁, 중동전쟁, 베트남전쟁을 비롯한 많은 전쟁, 분쟁에서 활약했다. 이를 뒤이어 1966년 등장한 2세대 전차 치프틴(Chieftain)도 2,200여 대 이상 만들어져 8개국에서 주력전차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전차 분야를 선도한 영국이지만 치프틴을 대체하고 1980년대 이후 활약할 3세대 전차 개발에 나섰을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1950년대 이후 점점 쇠퇴하던 영국 경제가 1976년에 이르러서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혁신적인 초밤(Chobham) 복합장갑, 로열 오디넌스(Royal Ordnance)의 다양한 전차포처럼 독보적인 기술들을 많이 보유했음에도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단독 개발이 어렵자 1976년 서독과 함께 MBT-80 프로젝트(독일명 KPz 80)을 시작했으나 이해 충돌로 1980년 계획이 취소되었다.

    쉬리 2를 바탕으로 영국군을 위해 만들어진 ATR1 시제전차. 현재 개인 소장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tanknutdave.com>
    쉬리 2를 바탕으로 영국군을 위해 만들어진 ATR1 시제전차. 현재 개인 소장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tanknutdave.com>

    아직은 냉전시대였기에 NATO 내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영국군 전차 전력의 대체 지연은 커다란 문제였다. 바로 그때 개발 완료 단계였던 빅커스(Vickers)의 쉬리 2(Shir 2) 전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700여 대의 치프틴을 운용한 이란이 1980년대 이후에 사용할 후속 전차 개발을 빅커스에 의뢰했었는데, 이것이 바로 쉬리 2다. 치프틴을 기반으로 했고 개발이 완료되면 400대가 순차적으로 납품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발이 얼추 완료되었던 1979년에 이란 혁명이 벌어지면서 갑자기 판로가 막혔다. 미국과 이란이 적대 관계가 되자 미국의 동맹인 영국이 이란에 고급 무기를 넘겨 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영국 정부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빅커스를 돕고 언제 프로젝트가 재개될지도 알 수 없던 신예 전차의 배치 전까지의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쉬리 2를 영국군 사양에 맞게 개량해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퇴역 이후 2009년 탱크페스트 행사에 등장한 챌린저 1 < 출처 : (cc) Vauxford at Wikimedia.org >
    퇴역 이후 2009년 탱크페스트 행사에 등장한 챌린저 1 < 출처 : (cc) Vauxford at Wikimedia.org >

    그렇게 해서 1983년에 실전 배치되면서 영국의 제3세대 전차 시대를 개막하고 2001년까지 주력으로 활약한 전차가 FV4030/4 챌린저 1(Challenger 1)이다. 결과적으로 챌린저 1은 이란 때문에 탄생한 전차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원래 이름은 챌린저였으나 1994년 실전에 배치된 후속 전차가 챌린저 2라고 명명되면서 이와 구분하기 위해 챌린저 1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특징

    애초 이란이 빅커스에게 요구한 쉬리 2는 문제점을 손 본 개량 형 치프틴이었다.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방어력, 화력 같은 치프틴의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래서 쉬리 2는 2.5세대 전차로 구분될 수 있다. 챌린저 1은 여기에 더해 영국 전차 중 최초로 초밤 복합장갑처럼 신기술을 대거 도입해 방어력을 초창기 3세대 전차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파견되는 평화유지군 소속 챌린저 1 < 출처 : Public Domain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파견되는 평화유지군 소속 챌린저 1 < 출처 : Public Domain >

    제3세대 전차 개발 당시 가장 중요했던 목표는 1973년에 있었던 제4차 중동전쟁의 전훈에 따라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영국 육군이 MBT-80을 포기하고 챌린저 1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방어력이었다. 그런데 획기적인 신소재를 썼어도 어지간한 외부의 공격을 감당할 정도로 방어력을 늘리다 보니 무게가 무려 62톤에 이르렀고 추가 장갑을 장착하면 70톤까지 증가했다.

    챌린저 1 전차의 내부 구성도 < 출처 : Public Domain >
    챌린저 1 전차의 내부 구성도 < 출처 : Public Domain >

    그래서 1,200마력 엔진은 치프틴에 사용된 750마력 엔진보다 월등히 강력했지만 챌린저 1의 덩치를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500마력 엔진을 장착한 비슷한 무게의 M1, 레오파르트 2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졌고 NATO 훈련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다만 영국군은 제2차 대전 당시에 순항전차가 곤욕을 치렀던 경험으로 인해 화력, 방어력을 중시하면서 기동력 부족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챌린저 1의 주포인 로열 오디넌스 55구경장 120mm L11A5 강선포 < 출처 : Public Domain >
    챌린저 1의 주포인 로열 오디넌스 55구경장 120mm L11A5 강선포 < 출처 : Public Domain >

    치프틴도 사용한 로열 오디넌스의 120mm 강선포는 유효사거리 내에서 당시 존재한 모든 전차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전차포다. 초기형은 열영상장비, 사통장치 등이 장착되지 않거나 성능이 부족해서 위력에 비해 명중률이 낮았지만 이후 개량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했다. 그런데 라인메탈의 120mm 활강포가 서방 제3세대 전차포의 표준처럼 많이 사용되면서 현재 영국만 사용 중이고 그만큼 호환성이 떨어진다.


    운용 현황

    챌린저 1 전차

    챌린저 1은 총 420대가 생산되어 전량 영국군이 운용했다. 1991년 걸프전에 총 157대가 투입되어 300대가 넘는 이라크 전차를 격파하는 동안 단 한 대도 손실되지 않는 뛰어난 전과를 올렸다. 특히 4.7km 밖에 있는 T-55를 한 발로 잡은 전과는 공식적인 최장거리 격파 사례다. 이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코소보에 파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동률이 상당히 나빠서 일선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걸프전 당시 이동 중인 챌린저 1전차. 많은 전과를 올렸으나 가동률이 나빠서 일선에서는 찬사와 혹평을 함께 받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걸프전 당시 이동 중인 챌린저 1전차. 많은 전과를 올렸으나 가동률이 나빠서 일선에서는 찬사와 혹평을 함께 받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이런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챌린저 2가 개발된 후 2001년까지 순차적으로 교체되었다. 영국에서 퇴역한 챌린저 1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392대가 요르단으로 수출되었다. 현지에서 스위스제 120mm 활강포, 레이시온의 사통장치 등을 장착해 성능을 개량했는데, 이를 알 후세인(Al-Hussein) 전차로 명명했다. 하지만 개량을 했어도 40년 가까이 된 전차다 보니 이제는 순차적으로 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변형 및 파생형

    Mk 1: 초도양산형

    < 출처 : (cc) tripadvisor >
    < 출처 : (cc) tripadvisor >

    Mk 2: TOGS 장착 2차 양산형
     
    Mk 3: 3차 양산형
     
    Mk 4: 최종 양산형

    < 출처 : Public Domain >
    < 출처 : Public Domain >

    챌린저 C/C: 지휘용
     
    챌린저 ARRV: 구난용

    챌린저 ARRV < 출처 : (cc) Primeportal >
    챌린저 ARRV < 출처 : (cc) Primeportal >

    챌린저 도저: 도저 블레이드 장착 지뢰지대 개척용
     
    챌린저 TT: 훈련용

    챌린저 조종수 훈련용 전차 < 출처 : Public Domain >
    챌린저 조종수 훈련용 전차 < 출처 : Public Domain >

    알 후세인: 요르단 개량형

    알 후세인 < 출처 : (cc) MFreedom's Falcon at Wikimedia.org >
    알 후세인 < 출처 : (cc) MFreedom's Falcon at Wikimedia.org >



    제원

    생산업체: 왕립조병창(Royal Ordnance Factory)
    중량: 62톤
    전장: 11.5m
    전폭: 3.51m
    전고: 2.95m
    장갑: 초밤(Chobham) 복합장갑
    무장: 120mm L11A5 강선포×1
             7.62mm L8A2 기관총×2
    엔진: 롤스로이스 CV12 디젤엔진 1200마력(895kW)
    추력 대비 중량: 14.4kW/톤
    서스펜션: 하이드로뉴메틱(Hydropneumatic)
    항속 거리: 450km
    최고 속도: 56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챌린저 1 전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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