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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톡 영상] 김정은 핵미사일 꼼짝마! 초소형 정찰위성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북 상공 지나는 정찰위성, 촬영시간은 3~4분 불과
초소형 위성 수십개로 대형 정찰위성 5기 보완해야
입력 : 2020.08.09 14:02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적성국가의 군사적 이상징후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형 위성이 아닌 100kg 이하급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서 준(準)실시간 개념으로 감시 정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3일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창설 50주년 기념 합동시연 및 전시행사에서 초소형 정찰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DD는 광자·양자무기, 레이저 무기, 스텔스 무인기, 신형 미사일 등과 함께 미래 첨단무기의 ‘대표작품’으로 초소형 SAR(영상 레이더) 정찰위성을 소개한 것이다.

보통 위성은 원통 모양의 본체와 날개 모양의 태양전지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초소형 SAR 위성체는 가로 3m, 세로 70㎝ 크기의 직사각형 형태다. 앞면에는 레이더를 달고 뒷면에 태양전지판이 장착된 구조다. ADD는 이 위성체의 무게를 66㎏ 이하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반 정찰위성 무게는 500㎏~1t 이상이었다. 해상도는 1m급으로 주·야간, 악천후에 상관없이 510㎞ 상공에서 지상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이다.

군 당국은 초소형 정찰위성 외에 이미 1조2200여억원의 예산으로 대형 정찰위성 5기를 오는 2022~2024년 도입하는 425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한 ‘간판 사업’이다. 425위성은 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위성 1기로 구성돼 주야간 전천후 북한 감시가 가능하다. 미제 장거리 고고도 전략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4기도 최근 도입해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가동해 지상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이 3000㎞에 달하고 32~40시간 연속 작전을 펼칠 수 있어 사실상 24시간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이밖에 금강·백두 정찰기, RF-16 전술정찰기, 무인기 등 다양한 대북 감시정찰 수단을 운용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DMZ(비무장지대) 북쪽 150여㎞ 지역까지 장시간 정밀감시가 가능한 U-2 정찰기를 거의 매일 오산기지에서 발진시켜 대북 감시를 하고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초소형 SAR(영상 레이다) 위성. 100kg 미만의 무게에 해상도 1m급으로 개발중이다.


◇U-2정찰기, 글로벌호크 무인기 10㎞가량 사각지대 생길 수도

그럼에도 군 당국이 초소형 정찰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U-2나 글로벌호크 같은 정찰기와 무인기들은 지구 곡면과 카메라 특성에 따른 사각(死角)지대가 생기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U-2 정찰기나 글로벌 호크 무인기는 최대 20㎞ 고도에서 북한 지역을 향해 사진을 찍는다. 100㎞ 떨어진 곳에 200m 높이의 산이 있을 경우 산 뒤쪽으로 1㎞가량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산 높이가 2000m로 높아지면 사각지대는 10㎞로 넓어진다. 북한에는 개마고원 지역을 비롯해 높은 산들이 많다. 한반도에 높이 2300m 이상인 고산은 총 10개인데 모두 북한에 있다.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가 이들 높은 산 뒤쪽에서 움직이면 U-2 정찰기나 글로벌호크 등은 탐지를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도 이런 한계를 알고 한·미 정찰기의 비행고도에 따른 사각지대 범위를 알려주는 교범까지 만들어 군에 배포한 것으로 귀순자 등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정찰위성은 그런 제한 없이 전천후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지상 300~1000㎞ 고도에서 하루에 몇 차례씩 북한 상공을 지나며 감시한다. 하지만 정찰위성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북한 상공을 한번 통과할 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공개된 정보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 정찰위성 등이 북 상공을 한번 통과할 때 실제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3~4분에 불과하다. 하루에 5차례 북한 상공을 통과할 경우에도 실제 누적 촬영(감시)시간은 15~20분에 불과하다. 정찰위성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북한 지역의 폭도 10~50㎞ 정도다. 여러 차례 북한 상공을 지나가야 넓은 지역의 사진을 찍어 감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의 역점사업인 425사업으로 5기의 대형 정찰위성이 배치돼도 정찰 주기는 2시간 가량인 것으로 공개돼 있다. 2시간에 한 번 북 상공을 지나며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다. 2시간이면 북한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가 시속 20~30㎞의 비교적 느린 속력으로 이동할 경우에도 40~60㎞ 가량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감시하는 데 사각시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소형위성의 세계적 강소기업인 쎄트렉아이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30cm급 해상도의 전자광학 정찰위성 스페이스아이-T.


◇대형 위성 1기 가격으로 30여기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 가능

이에 따라 북한을 24시간 공백 없이 감시하려면 대형 정찰위성보다 값이 매우 싸 훨씬 많은 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소형 또는 초소형 정찰위성이 필요한 것이다. 초소형 위성은 보통 무게에 따라 미니(100~500㎏), 마이크로(10~100㎏), 나노(1~10㎏), 피코(1㎏) 위성으로 나뉜다. 얼핏 보면 나노·피코 위성이 가볍고 싸기 때문에 좋을 것 같지만 작을수록 해상도와 수명 등 성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중 마이크로 위성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1기당 50여억원 가량인데 1m 안팎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수명도 3년 이상이다. 425사업 대형위성은 1기당 평균 가격이 2400여억원에 달한다.

ADD가 이번에 공개한 초소형 SAR 위성도 마이크로 위성에 해당한다. 1기당 양산가격은 70억~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425 위성 1기 가격으로 30여기의 초소형 SAR 위성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초소형 SAR 위성은 지난해 ADD의 미래기술도전 사업 과제로 선정돼 2023년까지 200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SAR 영상 레이더 탑재체는 한화시스템이, 위성 본체는 쎄트렉아이가 맡고 있다.

초소형 SAR 위성의 가격이 이렇게 싸진 데엔 우주공간의 극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엄청나게 비싼 ‘우주급(級) 부품’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일반 상용 또는 군용 부품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초소형 위성의 SAR 레이더는 지난 7일 시제품 출고식이 열렸던 KF-X(한국형전투기) AESA(위상배열) 레이더의 송수신 모듈이 그대로 활용된다고 한다. KF-X AESA 레이더 송수신 모듈(1000여개)의 5분의 1가량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이 KF-X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초소형 위성용 SAR 레이더 개발 시간 및 비용이 크게 절감된 것이다. 위성 본체를 개발 중인 쎄트렉아이는 두바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전자광학 또는 SAR 중소형 정찰위성을 수출해 세계적인 소형위성 강소기업으로 인정받은 업체다. 현재 중동지역에 수출할 해상도 30㎝급의 광학 중소형급 위성을 제작 중이다.

스페이스X가 전세계 인터넷 활용이 가능토록 쏘아올리고 있는 스타링크 초소형 위성. 햇빛반사 차단 차양막이 설치돼 있으며, 2020년대 중반까지 무려 1만2000여기가 발사될 예정이다.


◇1만2000기의 초소형 위성 쏘아올리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

ADD는 초소형 SAR 위성 32기를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북한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425위성에 비해 4분의 1 정도로 사각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수십~수백개 이상 다수의 값싼 초소형 위성을 배치하는 군집위성이 우주분야의 판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지적한다. 앨런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우주인터넷 서비스용 군집위성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타링크는 550~1100km 고도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다. 스페이스X는 2020년대 중반까지 무려 1만2000기의 초소형 위성을 쏘아올려 지구 전역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7일에도 팰컨9 로켓에 57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어 발사했다. 지금까지 우주 공간에 올려진 스타링크 위성은 595기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 초소형 정찰위성 도입에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우선 이번에 ADD가 공개한 초소형 정찰위성은 일종의 첨단기술개발 시범 사업으로 2023년까지 개발이 끝나면 양산과 실전배치 전에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30여기 실전배치엔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돼 적정 예산 확보도 숙제다.

위성개발 분야의 한 전문가는 “대형 위성과 초소형 위성은 성능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초소형 위성이 지상에서는 정상 작동되더라도 우주 공간에 올라가면 카메라 성능 등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25 위성과 초소형 위성이 SAR 위성 중심으로 구성된 데 대해서도 전자광학 위성 분야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광학 위성은 해상도 10~30㎝급 이하로 정밀하게 볼 수 있지만 구름이 끼어 있을 때나 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반면 SAR 위성은 구름이나 악천후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해상도는 전자광학 위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다목적 실용 광학위성인 아리랑3호. 정찰위성 성격을 겸하고 있으며 해상도는 70cm급으로 알려져 있다.


◇초소형 SAR 위성과 광학 위성 상호보완 필요

군 당국에선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초소형위성 군집시스템 개발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8년간 총 2133억원을 투입, 100kg 미만의 초소형위성 11기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위성에는 3년간 쓸 수 있는 부품이 들어가며 해상도가 1m 이하인 전자광학 카메라도 탑재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으로 민간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군사용으로도 초소형 SAR 군집위성을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광학 위성인 해상도 70㎝급 아리랑 3호와 55㎝급 아리랑 3A호, 1m급 SAR 위성 3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정보기관이 주도해 정찰용 등 다목적 위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1.7t 무게의 50㎝급 SAR 위성과 1.6t 무게의 30㎝급 광학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들 계획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면 우리나라는 정찰위성 분야에서도 준강대국 수준으로 발돋움하며 북한을 지금보다 훨씬 촘촘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상 민간 고체로켓 제한이 철폐된 것도 이들 위성발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이들 초소형~대형 정찰위성이 쏟아낼 방대한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할 전망이다. 정찰위성은 보통 가로·세로 각 10㎞씩 끊어서 촬영하는데 너무 넓어 각 지역별로 확대하지 않으면 목표물을 식별하기 어렵다. 가로 300m, 세로 200m 정도 크기의 지역으로 세분화해야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10㎞씩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1650장의 확대 사진이 나온다.

◇AI 등 활용, 방대한 정찰위성 사진들 판독할 차세대 시스템 도입 필요

정찰위성이 하루에 10㎞ 단위로 찍은 사진을 500~1000장 만들어낸다면 세부 확대사진은 8만2000~16만5000장에 달하게 된다. 세부 사진 한장당 1분씩만 들여다봐도 사진 판독에 1375~2750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영상 전문판독관 100명이 달라붙어도 13~27시간이 나 걸리는 규모다. 현실적으로 관심이 높은 지역만 판독관들이 제대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향후 수십개의 초소형 정찰위성들까지 사진을 쏟아낸다면 사진 전문판독관이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크게 벗어나는 정보들이 쏟아지게 된다. 군의 한 소식통은 “앞으로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정찰위성 사진들을 신속하게 판독하는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초소형~대형 정찰위성 시스템의 의미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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