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A-5 비질란테 핵 폭격기
오로지 핵 공격용으로 탄생한 미 해군의 초음속 핵폭격기
  • 윤상용
  • 입력 : 2020.08.04 08:32
    RA-5C 비질란테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RA-5C 비질란테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길고도 처절했던 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으로 끝을 맺음에 따라 전 세계는 본격적인 핵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 이와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항공 기술이 급속도로 축적됨에 따라 1950년대부터 비약적인 항공기의 발전과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냉전이 본격화되고 소련이 1949년 부로 핵 보유에 성공하게 되자 향후 벌어질 제3차 세계대전은 반드시 핵 보유국을 주축으로 한 ‘초 강대국’ 간의 핵 전쟁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에 미국은 선제공격으로 적국에 핵 폭격을 실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미군 당국은 폭격기를 활용한 공대지 투발 방식을 확보한 미 공군, 지대지 미사일을 활용한 투발 방식을 갖춘 미 육군에 이어 미 해군에게도 독자적인 핵 공격 방식을 확보하게 하여 핵 전력의 3대 축을 완성하고자 했다. 이에 미 해군은 항모에 탑재가 가능한 아음속 핵 폭격기 개발을 추진하여 노스 아메리칸 항공(North American Aviation, 現 보잉 BDS)이 개발한 AJ-2 “새비지(Savage)”와 더글러스(Douglas) 항공의 A-3 “스카이워리어(Skywarrior)” 폭격기를 도입했으나, 50년대 항공기의 발전 양상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아음속 폭격기는 순식간에 경쟁 기종에 뒤처져버려 적지 종심을 돌파하여 핵을 투발하는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게 되었다.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운용하는 핵투발용 초음속 폭격기로 개발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운용하는 핵투발용 초음속 폭격기로 개발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앞서 ‘새비지’ 폭격기를 납품했던 노스 아메리칸 항공은 핵 투발용 플랫폼으로 쓸 수 있는 초음속 폭격기를 개발해 해군에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1953년 11월부터 회사 자체 예산을 활용하여 프랭크 컴튼(Frank G. Compton) 수석 엔지니어의 지휘 하에 항모 탑재가 가능한 핵 투발용 폭격기 개발에 돌입했다. 노스 아메리칸은 이 사업을 사내 프로젝트 명칭으로 ‘노스 아메리칸 범용 공격 무기(North American General Purpose Attack Weapon, NAGPAW)’라 명명했으며, 기본 조건으로는 항모 이·착함이 가능하고, 항속 거리가 길며, 전천후 폭격이 가능하고, 초음속 비행 중 핵 투발을 할 수 있는 폭격기로 방향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면서 NA-233으로 프로젝트 명을 간소화 한 노스 아메리칸은 해군과 기본 개발 방향을 논의하면서 쌍발 엔진에 최신형 항전 장비를 탑재하고, 마하 2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독특한 ‘선형 폭탄창 (Linear Bomb bay)’을 채택해 폭탄이 기체 미익 쪽에서 투하되도록 하여 핵 폭격 후 기체가 최대한 핵폭발에 말려들지 않고 폭격 지점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미 해군은 1955년 노스 아메리칸의 설계를 채택하였으며 첫 시제기는 1958년 출고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은 1955년 노스 아메리칸의 설계를 채택하였으며 첫 시제기는 1958년 출고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은 1955년에 노스 아메리칸에서 제안한 설계를 채택하기로 했으며, 1956년 8월 29일 자로 두 대의 시제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 출고된 시제기는 1958년 8월 31일, 노스 아메리칸의 본사가 위치한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Columbus, OH)에서 시험 비행 조종사인 딕 웬젤(Dick Wenzel)이 조종하여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완성된 첫 시제기에는 YA3J-1 “비질란테(Vigilante: ‘자경단’이라는 의미)”라는 명칭과 별칭이 부여됐다. 곧이어 출고된 시제기 2번기는 1958년 11월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며, 두 대 모두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었으나 1959년 6월 3일, 시제기 2번기가 유압 및 전기 계통 시스템 문제로 추락해 소실됐지만 조종사는 추락 전에 사출하여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 해군 항모 새라토가(USS Saratoga, CVA-60)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미 해군 항모 새라토가(USS Saratoga, CVA-60)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A3-J1 비질란테 양산기는 1960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엔진 역시 시제기에 장착된 J79 엔진을 개량한 J79-GE-8 엔진을 설치했다. 이는 당시에 개발 중이던 F4H-1(혹은 F-4B) 팬텀(Phantom) II 전투기에 장착된 엔진이었으므로 유지 관리와 정비 소요를 단일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비질란테의 함재기 이착함 시험은 1960년 7월부터 시작됐으며, 양산 및 실전 배치 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미 해군은 일부러 비질란테를 이용하여 당대의 최고 속도 기록과 최고 고도 비행 기록을 돌파했다. 1960년 12월 13일에는 미 해군 시험 비행 조종사인 리로이 히스(LeRoy Heath) 중령과 래리 먼로(Larry Monroe) 대위가 마하 2.1을 돌파한 후 고도 27,750m까지 올라가며 기록을 수립했다.


    특징

    A-5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운용하기 위해 설계한 핵 투발용 폭격기로, 잠수함 발사식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 해군의 주요 핵 투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폭격기였다.

    A3J-2 비질란테 폭격기 형상의 무장 일람. 최초 비질란테는 핵 투발용 폭격기로 개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계획이 변경되었으므로 대부분 정찰기로 운용됐다. (출처: Public Domain)
    A3J-2 비질란테 폭격기 형상의 무장 일람. 최초 비질란테는 핵 투발용 폭격기로 개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계획이 변경되었으므로 대부분 정찰기로 운용됐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과 노스 아메리칸 항공이 계약을 체결하던 시점에 A-5는 미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항공기였으며, 동시에 가장 설계가 복잡한 민감한 항공기이기도 했다. A-5는 고익(高翼)에 후퇴익(後退翼)을 채택했으며, 저속에서 양력을 높이기 위해 경계층 제어 시스템(Boundary-layer control system/혹은 blown flap)을 설치했다. A-5의 주익에는 플랩 설치 공간을 위해 에일러론(aileron)을 없앤 대신 롤링(rolling)을 위해 전면 구동식 미익이 스포일러(spoiler)와 연동하여 각도 변화를 줄 수 있게 설계했다. 기체 강도를 높이고 중량을 낮추기 위해 주요 구조물은 티타늄을 사용하고, 주익 외피는 알루미늄-리튬 합금을 사용한 점도 당대 항공기 중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비질란테는 동체가 큰 편에 속하는 항공기였으므로 공간 면적을 줄이기 위해 주익과 미익, 기수 부분을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동체가 큰 편에 속하는 항공기였으므로 공간 면적을 줄이기 위해 주익과 미익, 기수 부분을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처: Public Domain)

    최초 설계 검토 단계에서는 수직 미익을 두 개 세우는 안을 고려했지만 당시까지 함재기에서는 미익을 두 개 설치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해군 측에서 원하지 않아 결국 최종 설계에서는 한 개만 채택했다. 이는 항모 수납 시 수직 미익이 하나면 한쪽으로 눕혀버려 높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이때까지 미익이 두 개인 항공기를 해군에서 운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납 방식이 연구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마찬가지로 항모에 수납할 때 공간 면적을 줄일 수 있도록 A-5의 주익과 수직 미익, 기수 부분의 레이돔(radome)은 모두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질란테 폭격기가 인디펜던스 항모(USS Independence, CV-62) 갑판 위에 주기 중인 모습.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 폭격기가 인디펜던스 항모(USS Independence, CV-62) 갑판 위에 주기 중인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엔진으로는 제네럴 일렉트릭(GE)사의 J79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했으며, 쌍발로 설계했으므로 총 두 발의 엔진이 장착되어 각각 10,900 파운드(혹은 48kN)의 출력을 냈고 애프터버너 가동 시에는 17,000 파운드(76kN)의 출력을 뿜었다. 개발 당시에는 당초 노스 아메리칸 엔지니어들이 여기에 제트 연료와 과산화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외장 로켓 엔진을 하나 추가로 장착하는 것을 고려했는데, 이는 표적 지역에 핵 투발을 한 뒤 핵폭발에 말려들지 않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탈출할 수 있게끔 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불안정한 유독성 방사능 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항공기 외장 엔진에 채워 넣기 위해 평소에 항모에 싣고 다녀야 하는 것을 해군 측에서 부담스럽게 느꼈으므로 채택되지 않았다.

    A-5A, A-5B, RA-5C의 실루엣 비교도. (출처: CC BY-SA 4.0 / Wikipedia.org)
    A-5A, A-5B, RA-5C의 실루엣 비교도. (출처: CC BY-SA 4.0 / Wikipedia.org)

    비질란테에는 총 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며, 좌석은 통상적인 병렬형 탠덤(tandem) 방식으로 배치됐다. 전방석에는 조종사가 탑승하고 후방석에는 폭격 및 항법사(Bombardier-navigator, BN)가 탑승하여 임무를 수행하며, 사출 좌석으로는 노스 아메리칸사가 제작한 HS-1A 사출 좌석을 장착했다. 사출 시스템은 전방석의 조종사가 사출을 실시할 경우 전후방석이 모두 사출되도록 했으나, 후방석의 경우는 필요시 단독으로 사출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A-5는 이후 정찰기 형상으로 활용되면서 후방석을 정찰/공격 항법사(Reconnaissance/Attack navigator, RAN) 좌석으로 재지정했다. 랜딩기어는 통상적인 삼각 형태의 랜딩기어가 설치되어 각각 전방 동체와 후방 동체에 설치됐으며, 바퀴는 모두 앞쪽으로 수납되게 설계했으나 전방 랜딩기어만 90도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하게 제작했다.

    A-5A 형상의 계기판. NASA에 임대됐던 858기의 조종석에서 촬영한 것이다. (출처: Public Domain)
    A-5A 형상의 계기판. NASA에 임대됐던 858기의 조종석에서 촬영한 것이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당시로써 최첨단 기술인 티타늄 골조나 알루미늄-리튬 합금 외피, 가변식 엔진 흡입구, 신축성 아크릴을 사용한 캐노피 전면 방풍 유리, 수납이 가능한 공중 급유 파이프 등을 채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멀티모드(multi-mode) 레이더를 채택하고, 레이더 컴퓨터는 조종석의 PPDI (Pilot’s Projected Display Indicator)와 연동시켜 초기 형태의 전방상향시현기(HUD: Head-up Displays) 역할을 수행했다. 기수 하단에 설치한 카메라는 주로 주간 표적획득용으로 활용되었으며, 영상은 조종사의 PPDI와 후방석의 레이더 디스플레이 창에 시현될 수 있었다. 비질란테는 또한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가 장착된 초창기 항공기 중 하나였으며, 나바호(Navaho) 대륙간 탄도미사일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응용한 레이더 장착식 관성 항법체계(REINS: Radar-Equipped Inertial Navigation System), 그리고 이들 시스템 모두를 통제하는 다용도 디지털 분석기(VERDAN: Versatile Digital Analyzer) 등이 채택된 선구적인 기술의 집합체였다. 특히 다용도 디지털 분석기는 반도체를 활용한 초창기 컴퓨터였는데, 이는 기존의 효율성이 떨어지던 항법장비를 효과적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조종사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약자에 맞춰 “매우 효과적인 바보 멍청이 항법 장비의 대체품(Very Effective Replacement for a Dumb-Ass Navigator)”이라 불리기도 했다.

    A-5 시리즈의 선형 폭탄창. 초음속 비행 중에 핵탄두를 투하한 후 실속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체 후방에서 폭탄이 투하되도록 설계했다. (출처: CC BY-SA 3.0/Wikipedia.org)
    A-5 시리즈의 선형 폭탄창. 초음속 비행 중에 핵탄두를 투하한 후 실속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체 후방에서 폭탄이 투하되도록 설계했다. (출처: CC BY-SA 3.0/Wikipedia.org)

    비질란테는 노스 아메리칸 항공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채택한 특별한 폭탄창을 채택했는데, 일명 ‘선형 폭탄창’으로 명명된 이 폭탄창은 엔진과 동체 사이에 뚫려 있어 항공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있어도 폭격을 실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방식으로 폭탄이 투하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이 효율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한다. 기체가 직선으로 비행하는 동안 뒤로 폭탄 투하가 가능해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조종사가 투하 지점을 정확하게 찍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적인 수납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핵 투발을 위한 시스템이었으므로 명중률이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를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핵 폭격기에는 적합할 수도 있는 투발 방식이었다. 하지만 비질란테의 정찰기 형상인 RA-5C에서는 선형 폭탄창을 없애고 해당 공간에 보조 연료 탱크를 수납했다.


    운용 현황

    최초 AJ3-1으로 지정된 ‘비질란테’는 1961년 6월 A-3 스카이워리어와 교대하면서 플로리다 주 샌포드(Sanford, FL) 해군 기지에 배치되어 제3 중(重)공격대대에서 핵 공격 자산 역할을 인수했다. 최초 AJ3-1으로 지정됐던 기체 번호가 A-5로 재지정된 이유는 1962년 9월,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1916~2009) 장관이 삼군 항공기 부호 재지정 계획을 실시하면서 모든 항공기의 식별 부호를 통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J-31은 공격기를 뜻하는 “A (Attacker)”가 붙어 A-5A로, A3J-2는 A-5B로 지정됐으며 이후 정찰기 형상으로 개발한 A3J-3P는 모두 정찰기를 의미하는 “R(Reconnaissance)”이 추가되어 RA-5C로 명칭이 변경됐다.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이착함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항공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이착함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항공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다양하게 도입한 기체였지만, 안타깝게도 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장비들은 아직 초창기 수준인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져 오류나 오작동이 잦았다.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비 요원들의 기술이 향상되어 나아졌지만, 전반적으로 A-5 시리즈는 실전 배치 기간 내내 유지 정비 소요가 굉장히 크게 발생한 항공기였다. 특히 반도체를 활용한 초창기 컴퓨터를 탑재한 VERDAN 컴퓨터는 실전 배치 초기에 평균 고장 간격이 15분으로 기록됐을 정도로 문제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안정되어 기체 퇴역 전에는 240시간까지 늘어났다. 초창기 항모 운용 때에는 A-5가 갑판에 착함할 때 접지 후 한 번 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때 기수 부분 타이어 조각이 깨지면서 엔진으로 들어가는 현상도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수 랜딩기어 자체도 약한 편에 속해 작은 사고가 빈번했으므로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이·착함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항공기로 조종사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비질란테는 랜딩기어 문제로 착함시 사고를 빈번히 일으켰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랜딩기어 문제로 착함시 사고를 빈번히 일으켰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면서 1964년 8월부터 전장에 투입됐으며, 주로 위험한 폭격 후 중고도 사후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RA-5C는 기동성이 높고 빠른 항공기로 정평이 났음에도 전쟁 기간 중 총 14대가 베트남 군 방공포에 격추됐고, 3대는 지대공 미사일(SAM)에 희생됐으며, 1대는 1972년 12월 라인배커(Linebacker) II 작전 중 북 베트남군 MiG-21에 격추 당했다. 그 밖에도 미 해군 제77 기동 함대에 소속된 RA-5C가 운용 실수로 아홉 대가 소실됨에 따라 이들 기체의 소진 분을 채워 넣기 위해 1968년~1970년에 잠시 다시 생산라인이 가동되어 36대의 RA-5C가 추가로 양산됐다.

    1967년 베트남 전쟁 간 촬영된 제12 정찰공격대대 소속 RA-5C 비질란테 정찰기. 해당 기체는 미 해군 항모 컨스털레이션(USS Constallation, CVA-64)함에 배속되어 있던 미 제14 항모공격비행단(CVW-14) 소속 기체였다. (출처: Public Domain)
    1967년 베트남 전쟁 간 촬영된 제12 정찰공격대대 소속 RA-5C 비질란테 정찰기. 해당 기체는 미 해군 항모 컨스털레이션(USS Constallation, CVA-64)함에 배속되어 있던 미 제14 항모공격비행단(CVW-14) 소속 기체였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성능으로 검증이 되고 활용폭도 광범위했지만 워낙 운용 조건이 까다롭고 정비 소요가 많은 항공기였으며, 덩치도 큰 항공기였기 때문에 공간 차지 문제로 항모에서 운용하기에 부담스러운 기체였다. 특히 이전 함재기에 비해 크기가 커진 F-14 톰캣(Tomcat)이나 S-3 바이킹(Viking) 등이 도입됨에 따라 항모 내의 항공기 수납 공간 부족 현상이 발생해 해군 쪽에서 단계적으로 비질란테의 도태를 실시하게 됐고, 베트남 전쟁이 종전함에 따라 1974년부터 순차적으로 비질란테 비행대대를 해체해 레인저(USS Ranger, CV-4) 항모에 소속되어 있던 마지막 비행대대가 1979년에 해체됐다. RA-5C의 도태 후에는 주로 전투기들이 항모 수납 정찰기 임무를 인수하기 시작해 주로 F-8 크루세이더(Crusader)에 기반한 RF-8G나 F-4 팬텀에 기반한 RF-4B 등이 임무를 받았다.

    정찰기 형상으로 미 해군 항모 인디펜던스함(USS Independence, CVA-62)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1월에 촬영됐다. (출처: US National Archives)
    정찰기 형상으로 미 해군 항모 인디펜던스함(USS Independence, CVA-62)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1월에 촬영됐다. (출처: US National Archives)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A-5는 실제 핵 투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보기도 전에 정찰기 사양으로 개조되거나 임무가 변경되었는데, 이는 A-5가 도입된 시점에 미 해군이 핵 전략을 변경하면서 폭격기에 의존하는 핵 투발 대신 잠수함 발사식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이용하는 핵 공격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결국 A-5는 1963년 부로 획득이 중단됐으며, 기 도입된 대부분의 기체는 모두 정찰기 사양으로 개조됐다. 처음부터 정찰기 사양으로 개발한 첫 RA-5C 초도 기체는 1963년 7월부터 배치가 시작됐으며, 기존 비질란테를 주력 기체로 운용하고 있던 제3 중 공격대대 또한 제3 중 공격정찰대대로 변경됐다. 한편 운용 기간 중 A-5를 운용한 군은 미 해군뿐이었지만, 1962년 말 한 대의 A-5A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임대되어 초음속 수송 기술(SST) 연구용으로 활용되었다. 해당 기체는 1962년 말까지 총 21 소티를 소화한 후 다시 미 해군에 반환됐다.

    미 해군의 F-4 팬텀 II와 나란히 비행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하와이주 오아후 섬의 레드 체커테일즈(Red Chekertails)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두 기체 모두 베트남 전개 전 사전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의 F-4 팬텀 II와 나란히 비행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하와이주 오아후 섬의 레드 체커테일즈(Red Chekertails)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두 기체 모두 베트남 전개 전 사전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출처: Public Domain)

    사실 미 해군이 A-5를 핵 폭격기로 쓰지 않고 정찰기로 전부 돌린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우선 정치적인 이유는 미 해군이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을 비슷한 시기에 실전 배치하면서 이를 해군의 주력 전략 핵 공격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질란테 개발에는 약 2억 달러(현재 가치 약 17억 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대당 가격도 약 1천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8,600만 달러)까지 치솟았는데, 해군 쪽에서는 차라리 기존부터 보유한 A-6 인트루더(Intruder) 같은 항공기 쪽의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사실 처음부터 비질란테가 일반 폭격기로 적합한 항공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핵 투발용으로 설치한 선형 폭탄창이 문제였는데, 일찍이 실전에서 운용해본 적도 없는 개념일 뿐 아니라 투발 방식도 복잡했고, 무엇보다 폭격 시 순간적으로 기체가 후방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해 정확하게 폭격하기도 어려웠다.

    사진 속의 RA-5C는 제7 정찰공격대대(RVAH-7) 소속 기체로, 미 해군 항모 레인저(USS Ranger, CV-61)함에 배속되어 있던 기체다. 이 사진의 정확한 촬영 일자는 확인되지 않으나, RVAH-7에 소속되어 있던 RA-5C 최종 기체가 1979년 10월에 퇴역했기 때문에 이 사진 자체가 RA-5C의 마지막 비행 장면일 가능성도 있다. 해당 기체는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미 해군 중서부 지원단에 전시 중이다. (출처: Public Domain)
    사진 속의 RA-5C는 제7 정찰공격대대(RVAH-7) 소속 기체로, 미 해군 항모 레인저(USS Ranger, CV-61)함에 배속되어 있던 기체다. 이 사진의 정확한 촬영 일자는 확인되지 않으나, RVAH-7에 소속되어 있던 RA-5C 최종 기체가 1979년 10월에 퇴역했기 때문에 이 사진 자체가 RA-5C의 마지막 비행 장면일 가능성도 있다. 해당 기체는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미 해군 중서부 지원단에 전시 중이다. (출처: Public Domain)

    현재 다수의 기체가 여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데, 가장 일반인이 접하기 쉬운 곳은 플로리다 주 샌포드에 위치한 올랜도 샌포드 국제공항(Orlando Sanford International Airport)에 전시된 156632번기로, 원래 미 해군 항공체계사령부(NAVAIR) 보유 기체였으나 현재 대여 형태로 올랜도 공항에 전시 중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미드웨이 박물관(USS Midway Museum)에도 156641번기가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전역의 주요 기지나 박물관 시설에 약 10대의 RA-5C 형상 기체가 전시 중에 있다.


    파생형

    XA3J-1: 시제기 형상으로, NA-247이라는 기체 번호가 붙었으며 총 두 대가 제작됐다. 초도기는 RA-5C로 개조되었으며, 2번기는 1959년 시험 비행 중 추락했다.
     
    A3J-1: 58대 양산이 계획됐으나 6대가 중도에 취소되어 52대만 완성됐다. 완성 기체는 1962년 A-5A로 재지정됐으며, 그중 42대는 이후 RA-5C로 개조됐다.

    첫 양산기 형상인 A3J-1 비질란테 858기의 모습. 해당 기체는 NASA에 임대되어 초음속 수송기술(SST)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됐으며, 연구 종료와 함께 해당 기체는 1963년 12월 20일 자로 해군에 반환됐다. (출처: Public Domain)
    첫 양산기 형상인 A3J-1 비질란테 858기의 모습. 해당 기체는 NASA에 임대되어 초음속 수송기술(SST)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됐으며, 연구 종료와 함께 해당 기체는 1963년 12월 20일 자로 해군에 반환됐다. (출처: Public Domain)

    A3J-2: 총 18대가 제작되어 완성 후 A-5B로 명명됐으며, 개발 중 계획이 변경되어 5대는 XA3J-3P(YA-5C) 형상으로 완성됐다. 이후 전량 모두 RA-5C로 개조됐다.

    A3J-2 비질란테. 추후에 A-5B로 분류명이 바뀌었다가 RA-5C로 개수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A3J-2 비질란테. 추후에 A-5B로 분류명이 바뀌었다가 RA-5C로 개수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XA3J-P: A3J-2 주문 기체 중 5대에서 정찰 시스템을 뺀 형상. 조종사 기종 숙달용으로 활용됐으나 이후 모두 RA-5C로 개조됐다.
     
    A3J-3P: 20대가 완성됐으며 모두 RA-5C로 개조됐다.

    A3J-3P는 양산 후 모두 RA-5C로 개수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A3J-3P는 양산 후 모두 RA-5C로 개수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A-5A: A3J-1을 재지정한 제식 번호.
     
    A-5B: A3J-2를 재지정한 제식 번호. 하지만 개발 중 모두 RA-5C로 변경됐으므로 실제 완성된 기체는 없다.
     
    YA-5C: XA3J-3P 5대를 재설계한 제식 번호. 추후 모두 RA-5C로 개조됐으므로 실제 완성된 기체는 없다.

    XA3J-3P를 정찰 사양으로 개조한 YA-5C 시제기. (출처: Public Domain)
    XA3J-3P를 정찰 사양으로 개조한 YA-5C 시제기. (출처: Public Domain)

    RA-5C: 정찰기 형상으로 총 77대 도입 계약이 체결됐다가 8대가 취소되어 총 69대만 완성됐다. 이후 다른 형상 기체 20대를 RA-5C로 재지정하고, 초창기 형상 61대를 RA-5C 사양으로 개조하면서 수량이 추가됐다.

    1966년 경에 촬영된 RA-5C 형상의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1966년 경에 촬영된 RA-5C 형상의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NR-349: 노스 아메리칸이 미 공군에 제안했던 요격기 형상. J79 엔진을 세 대 장착하고 AIM-54 피닉스(Phoenix) 미사일을 장착하고자 했다.


    제원

    제조사: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항공(1967년 락웰[Rockwell]과 합병으로 노스 아메리칸-락웰로 재편/락웰 인터내셔널로 사명 변경 후 2001년 보잉[Boeing]이 획득하여 現 보잉[Boeing] 산하 보잉통합국방체계[BDS/Boeing Integrated Defense Systems]로 변경)
    용도: 핵 투발용 폭격기 겸 정찰기
    승무원: 2명
    전장: 23.32m
    전고: 5.91m
    날개 길이: 16.16m
    날개 면적: 65.1㎡
    자체 중량: 14,870kg
    총중량: 21,605kg
    최대 이륙 중량: 28,615kg
    추진체계: 10,900파운드 급 제네럴 일렉트릭(GE) J79-GE-8 애프터버너 터보제트 엔진 x 2
    최고 속도: 마하 2(2,128km)/고도 12,000m 비행 시
    전투 범위: 1,804km(표적 도달 및 귀환까지)
    페리 비행 거리: 2,909km
    실용 상승 한도: 15,900m
    상승률: 41m/s
    날개 하중: 393kg/㎡
    추력 대비 중량: 0.72
    무장: 
         ㄴ B27, B28, B43 자유낙하 핵폭탄 x 최대 1발(내부 선형 폭탄창 수납)
         ㄴ B43, Mk.83, Mk.84 폭탄 x 2(외부 하드포인트 장착)
    항전장비(RA-5C 기준):
         ㄴ AN/ASB-12 폭격/항법 레이더(A-5, RA-5C 형상)
         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AN/APD-7 SLAR(RA-5C)
         ㄴ 샌더스(Sanders) AN/ALQ-100 E/F/G/H-밴드 레이더 재머(RA-5C)
         ㄴ 샌더스 AN/ALQ-41 X-밴드 레이더 재머(A-5, RA-5C)
         ㄴ AIL AN/ALQ-61 무전/레이더/IR ECM 수신기(RA-5C)
         ㄴ 리튼(Litton) ALR-45 “컴패스 타이(Compass Tie)” 2-18 GHz 레이더 경고 수신기(RA-5C)
         ㄴ 매그나박스(Magnabox) AN/APR-27 SAM 레이더 경고 수신기(RA-5C)
         ㄴ 아이텍(Itek) AN/APR-25 S/X/C-밴드 레이더 탐지 및 유도 세트(RA-5C)
         ㄴ 모토롤라(Motorola) AN/APR-18 전자 정찰체계(A-5, RA-5C)
         ㄴ AN/AAS-21 IR 정찰 카메라(RA-5C)
    대당 가격: 약 1천만 달러(1960년대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A-5 비질란테 핵 폭격기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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