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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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MiG-23 전투기

동구권 제3세대 전투기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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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23은 소련의 야심작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배치된 시기가 제4세대 전투기 등장 시점과 겹치면서 그다지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소련(러시아) 전투기 역사에서 MiG-15의 위상은 대단하다. 소련은 제2차 대전 당시에 Yak-9처럼 준수한 전투기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으나 전투기 분야의 변방으로 취급되었을 만큼 독일, 미국, 영국 등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 격차가 컸었다. 제트전투기의 개발에 나섰을 때는 대부분 국가들이 거의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기에 소련의 시작이 뒤진 것이 아니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MiG-21은 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한 제트전투기다. 하지만 기체가 작아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웠다. < 출처 : (cc) Mircea87 at Wikipedia.org >

하지만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MiG-15는 당시까지 존재하던 모든 전투기를 압도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소련은 미국에 맞서는 뛰어난 전투기를 만들어 내는 나라가 되었다. 패전국 독일에서 각종 노하우를 노획했고 영국으로부터 고성능 제트엔진 관련 기술을 습득한 덕분이었다. 따라서 소련은 자부심과 별개로 MiG-15가 마치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것 같은 존재라는 자격지심도 있었다.

그래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미국이 후속기를 내놓을 때마다 이에 맞서는 대항마를 즉시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냉전시대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었으나 이런 위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전투기도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성공한 전작을 기반으로 후속작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MiG-17, MiG-19, MiG-21을 연이어 선보일 수 있었다.

1981년 시드라만 상공에서 MiG-23이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F-4의 요격을 받고 있다. < Public Domain >

때문에 이들은 외형만으로도 일관된 설계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기체가 작지만 속도, 선회력 같은 비행 성능이 준수해서 근접전 능력이 좋다. 하지만 레이더와 공대공미사일을 기반으로 하는 BVR(가시권 밖) 교전이 대세가 되는 제3세대 전투기 시대가 개막되자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상 기지로부터 관제 받아 단거리 내에서 제한적 전투만 가능한 방식으로 장차전을 치르기는 무리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소련은 1964년부터 MiG-23으로 예정된 신예기 개발에 착수했다. 제3세대 전투기의 대명사인 F-4를 참조해서 신예기는 기존에 소련 전투기가 좋은 평가를 받은 근접선회전은 물론 새롭게 중요성이 부각된 BVR 교전, 지상 목표물 타격도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를 목표로 했다. 여전히 속도를 중시하던 시대여서 최고 속도가 마하 2를 넘어야 했고 파괴당한 활주로에서도 운용이 가능할 만큼 이착륙 거리도 짧아야 했다.

STOL을 위해 MiG-21에 리프트 엔진을 장착한 MiG-23PD 실험기 < 출처 : (cc) aviastar.org >

이를 위해 고성능 레이더, 항전장비, 미사일 등이 함께 개발되어야 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체 구조와 고성능 엔진이 필요했다. 일단 STOL(단거리 이착륙)에 대한 요구가 큰 군의 요구를 반영해서 MiG 설계국은 전작인 MiG-21에 리프트 엔진을 장착한 MiG-23PD 실험기를 제작했다. 하지만 이착륙 거리를 줄인 것 정도를 제외하고 여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단지 실험으로만 끝났다.

소련 전투기는 작은 동체 덕분에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했지만 이는 한편으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운 족쇄였다. 사피르(Sapfir)-23D 레이더처럼 새로운 장비들을 탑재하려면 일단 기체의 크기를 키워야 했다. 더구나 소련은 전자 분야의 기술력이 뒤져 장비의 크기와 무게가 미국제보다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또한 기체가 커져야 그만큼 더 많은 무장을 장착하고 더 멀리 비행하며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제한적이지만 소련 최초로 룩다운 슛다운 기능을 갖춘 사피르-23D 레이더.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때문에 단지 MiG-21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개발 사상을 담아 전면적으로 재설계가 이루어지면서 MiG-23은 기존 소련 전투기와 전혀 다른 형태가 되었다. 물론 모양이 바뀌었다고 성능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MiG-23은 분명히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개발된 MiG-23은 1970년부터 소련군을 시작으로 본격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동구권 제3세대 전투기 시대를 개막했다.

소련은 MiG-23이 탄생하는 데 가장 많이 영향을 준 F-4보다 성능이 좋다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F-4는 이미 10년 전부터 배치된 전투기였고 미국은 이를 후속할 4세대 전투기인 F-15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때문에 MiG-23은 소련 전투기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성공했어도 상대적으로 애매한 데뷔 시점 때문에 전작들과 달리 최고의 위치를 점하지는 못했던 전투기로 평가된다.


특징

외형적으로 MiG-23의 가장 큰 특징은 소련 전투기 특유의 기다란 파이프 형태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레이더, 항전장비 등이 기수에 탑재되면서 인테이크가 서방 전투기처럼 측면으로 옮겨져 기체가 보다 세련되어졌다. 때문에 일관된 모양을 유지해온 전작들과 차이가 크게 난다. 초기형은 불안정한 방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직 미익과 동체 사이에 도살 핀(Dorsal fin)을 설치했다.

헝가리 공군의 MiG-23. 커다란 도살 핀을 장착한 중기 양산형이다. < Public Domain >
고도, 속도에 상관없이 최적의 비행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채택한 가변익 주익은 후퇴각이 유압에 의해 15도에서 72도까지 움직인다. 덕분에 소련 전투기 특유의 선회력이나 고고도 상승 능력이 좋았다. 관련 기술은 같은 시기에 개발 중이던 Su-24 공격기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만큼 정비 요소가 많았고 미국의 F-14와 달리 수동으로 조정해야 했으므로 임무 중 조종사의 피로도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MiG-23 주익의 가변익 조절 장치의 모습. 수동식이지만 고도와 속도에 기체 형태를 최적화하여 비행할 수 있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iG-23은 사거리 35km에 마하 3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R-24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어 원거리 교전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 지상 공격 능력도 좋아서 이에 특화된 MiG-23B와 그 파생형은 이후 공격기인 MiG-27로 발전했다. MiG-21에 장착된 R-25 엔진보다 추력이 2배 강력한 R-29 엔진 덕분에 마하 2.35의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미국의 F-105와 더불어 단발기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MiG-23M과 장착무장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MiG-23은 1967년부터 1985년까지 총 5,047기가 생산되어 소련 이외에 30여 개국에서 사용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는 개발할 때부터 철저히 염두에 두었던 F-4와 비슷한 수량이다. 정치적, 군사적 판단이 우선이었던 냉전 시기였지만 상업적으로도 대성공했다. 바르샤바 조약국에는 소련과 동일한 기종을 공급한 반면 중동, 아프리카의 국가들에는 서방으로의 유출을 우려하여 다운그레이드 형을 수출했다.

소련의 일원이었던 키르기스스탄 톡목에 전시 중인 MiG-23 < 출처 : (cc) Peretz Partensky at Wikipedia.org >
그런데 공교롭게도 MiG-23이 참여한 대부분의 실전을 다운그레이드 형이 벌이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시리아에 공급된 MiG-23이 이스라엘군과 벌인 교전은 최악이었는데, 특히 1982년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학살과 다름없는 참패를 당했다. 이는 MiG-23의 성능에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지만 사실 상대방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익을 완전히 편 상태에서 저속 비행 중인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앞서 언급처럼 시리아군의 MiG-23은 다운그레이드 형이었지만 마주한 상대는 F-15, F-16 같은 제4세대 전투기들이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위치와 조기 경보 덕분에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상태였다. 수적으로는 비슷했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이후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 등을 보면 대략 능력이 비슷한 국가 간의 교전에서 MiG-23은 나름대로 무난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목격된 시리아 공군의 MiG-23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이런 결과에 놀란 소련이 서둘러 Su-27과 MiG-29를 선보이면서 MiG-23은 주력기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했다. 애당초 MiG-23은 최고의 주력 전투기를 목표로 탄생했지만 데뷔 시기가 어중간하다 보니 마치 보조 전투기 같은 모습으로만 지내다 그렇게 사라져갔다. 현재 MiG-23은 러시아에서 완전히 퇴역하였고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200여 기가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변형 및 파생형

MiG-23PD : MiG-21 기반 STOL 실험기

MiG-23PD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 : 프로토타입
MiG-23 프로토타입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S : MiG-21 항전장비 탑재 초기 양산형
MiG-23S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U : MiG-23S 기반 복좌훈련기
MiG-23U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UB : MiG-23U 기반 투만스키 R-29 터보제트엔진 장착형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iG-23M : R-29B-300 엔진을 장착한 중기 양산형
MiG-23M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MS : 바르샤바 조약 이외 국가용 다운그레이드 수출형
MiG-23MS < 출처 : (cc) Bukvoed at Wikipedia.org >
MiG-23MF : 바르샤바 조약국 수출형
헝가리 공군의 MiG-23MF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P : 사피르-23 레이더를 장착한 소련 방공군용
MiG-23P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ML : 도살 핀이 축소된 후기 1차 양산형
MiG-23ML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MLA : 전자전 성능을 개량한 후기 2차 양산형
체코 공군의 MiG-23MLA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MLD : 사피르-23MLA 레이더를 탑재한 후기 3차 양산형
MiG-23MLD < 출처 : Public Domain >
MiG-23B : MiG-23MS 기반 지상 공격기형
 
MiG-23BM : 소련군 공급형. MiG-27로 재명명.
MiG-23BM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iG-23R : 정찰기 제안형
 
MiG-23MLGD : MiG-23MLD 개량 제안형
 
MiG-23K : MiG-23ML 기반 함상전투기 제안형
항모에서 시험비행중인 MiG-29K < 출처 : @Capt_Navy / twitter >
MiG-23MD : 사피르-23MLA-2 레이더 장착 제안형


제원(MiG-23MLD)

형식 :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 7.779m~13.965m
전장 : 16.7m
전고 : 4.82m
주익 면적 : 34.16㎡~37.35㎡
최대 이륙 중량 : 17,800kg
엔진 : 카차투로프 R-35-300 터보제트(18,800파운드) × 1
최고 속도 : 2,499km/h(마하 2.35)
실용 상승 한도 : 18,300m
최대 항속 거리 : 2,820km
무장 : 1 × 23mm GSh-23L 기관포
         R-60/ R-23/ R-27R/ R-73/ R-77 공대공미사일
         Kh-23 공대지미사일
         6개 하드포인트에 3톤 폭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