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F-86 전투기
한반도 하늘의 수호자가 되다
  • 남도현
  • 입력 : 2020.06.18 08:12
    초계비행 중인 F-86. 소련의 MiG-15와 더불어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 출처 : GE Aviation >
    초계비행 중인 F-86. 소련의 MiG-15와 더불어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 출처 : GE Aviation >


    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Me 262는 전투기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었다. 관련 학자들이 모여서 학문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자료에서 Me 262이후부터 초음속 시대 이전에 등장한 제트전투기들을 흔히 제1세대 전투기라고 한다. 그 이전에도 수많은 전투기들이 거대한 전쟁에서 활약했음에도 Me 262 이전에 있었던 전투기들을 엉뚱하게도 선사 시대의 역사처럼 구분해 버린 것이다.

    F-86는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투기다. < 출처 : Public Domain >
    F-86는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투기다. < 출처 : Public Domain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공중전에서 승리하려면 조종사의 능력 못지않게 전투기의 성능이 좋아야 한다. 1950년대까지는 상대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기관총을 쏘며 싸웠기에 좋은 위치를 잡아야 이길 수 있었다. 때문에 기동력, 선회력, 상승력 등이 좋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였다. 따라서 피스톤 엔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트전투기의 등장은 의의가 컸다.

    미국의 F-86 세이버(Sabre)는 그러했던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작이다. 사실 유명세에 비해 전성기가 그다지 길지 않았으나 실전 데뷔가 너무 극적이었고 MiG-15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했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무기는 아무리 자타가 뛰어나다고 주장해도 실전을 겪지 않고 유명세를 얻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볼 때 F-86은 시대를 잘 타고난 전투기였다.

    미 해군의 FJ-1. 노스아메리칸이 F-51D를 기반으로 제작한 NA-140이 원형으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후 F-86의 모태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미 해군의 FJ-1. 노스아메리칸이 F-51D를 기반으로 제작한 NA-140이 원형으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후 F-86의 모태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노스아메리칸(North American Aviation)은 제트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제2차 대전 말인 1944년에 제트함재기인 NA-134를 미 해군에,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동체의 길이를 늘인 개량형인 NA-140을 육군항공대(공군)에 제안했다. 이들은 자사의 히트작인 F-51D의 캐노피, 주익, 미익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한마디로 성능이 입증된 기존 기체에 제트엔진을 이식한 것이었다. 이는 흔한 초창기 제트전투기 개발 방식이었다.

    그러나 노스아메리칸의 기대와 달리 군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해군용 NA-134는 FJ-1이라는 이름으로 제식화되었지만 실험기를 포함해 불과 33대만 납품되었을 뿐이고 곧바로 F9F로 대체된 후 1953년 퇴역했다. 육군항공대도 NA-140의 속도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노스아메리칸은 제트엔진의 능력을 최적화하려면 그에 걸맞게 기체의 구조도 바뀌어야 함을 깨닫고 새롭게 전면 재설계에 들어갔다.

    테스트 비행 중인 XP-86. 기존에 존재하던 해당 비행 분야의 모든 기록을 손쉽게 깨는 기염을 토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테스트 비행 중인 XP-86. 기존에 존재하던 해당 비행 분야의 모든 기록을 손쉽게 깨는 기염을 토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들이 주목했던 것은 고속 비행에 적합한 후퇴익 구조였다. 날개를 뒤로 젖히면 빨리 날 수 있지만 저속 비행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이를 해결해야 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독일이었다. 노스아메리칸은 패전한 독일에서 습득한 Me P.1101을 집중 분석해서 주익과 미익 모두 35도의 후퇴각을 갖도록 설계하고 주익 앞쪽에 앞전 플랩을 설치하여 저속에서의 안정성을 높였다.

    공군이 육군항공대에서 독립해서 별도의 군으로 탄생한 직후인 1947년 10월 1일, 실험기인 XP-86이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공군은 당시 한창 배치 중이던 P-80을 신뢰하고 있었으나 이후 실험에서 XP-86이 예상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자 군말 없이 새로운 주력 전투기로 선정했다. 제식 부호 개편에 따라 바뀐 F-86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개시되었고 1949년부터 미국 본토에 배치가 시작되었다.

    F-86 세이버는 한국전쟁에 투입되어 한반도 상공의 수호자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F-86 세이버는 한국전쟁에 투입되어 한반도 상공의 수호자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F-86의 실전 데뷔는 상당히 늦어졌을 수도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미군은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했기에 굳이 F-86을 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공산군이 MiG-15를 선보이자 상황이 바뀌었다. F-80, F-84 등으로 상대하기 버겁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F-86이 서둘러 등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반도 상공의 수호자가 되면서 F-86은 강렬한 인상을 전쟁사에 남기게 되었다.


    특징

    인상적인 전방 인테이크. 미국 전투기 중에서 F-84, F-100도 이런 구조를 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인상적인 전방 인테이크. 미국 전투기 중에서 F-84, F-100도 이런 구조를 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제1세대 전투기의 상당수가 기체 전면에 에어인테이크를 갖춘 구조인데 F-86도 마찬가지다. 이는 외형상으로 고속 비행에 적합하지 않게 보일지 모르나 흡기구, 엔진, 노즐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어서 상당히 효율적인 구조다.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수에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장비가 탑재되어서 그런 것이다. 주익은 고속 비행에 적합하도록 35도 뒤로 젖혀졌고 수평 미익과 수직 미익도 후퇴익 구조다.

    에어쇼에서 합동 비행 중인 F-86과 MiG-15. 한국전쟁에서 남긴 강렬한 인상 때문에 항공전사 최고의 라이벌 중 하나로 거론된다. < 출처 : (cc) Tim Felce at Wikimedia.org >
    에어쇼에서 합동 비행 중인 F-86과 MiG-15. 한국전쟁에서 남긴 강렬한 인상 때문에 항공전사 최고의 라이벌 중 하나로 거론된다. < 출처 : (cc) Tim Felce at Wikimedia.org >

    F-86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라이벌인 MiG-15와 비교되는데, 초기형의 성능은 조금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진의 추력은 비슷하지만 기체가 크고 무거워서 기동력이 뒤졌다. 이런 열세를 미국은 경험 많은 조종사들의 능력으로 극복했으나 비밀리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련군이 조종한 MiG-15와의 교전에서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후기형인 F-86F에 이르러 MiG-15bis와 대등한 성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로켓보조이륙을 실시중인 F-86F 세이버.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출처: 미 공군>
    로켓보조이륙을 실시중인 F-86F 세이버.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출처: 미 공군>

    고정 무장으로 인테이크 주변에 12.7mm M3 기관총 6문을 탑재했다. 레이더조준기가 장착된 화기관제시스템와 연동되어 있어서 사격 정확도가 높다. 주익 밑에 보조연료탱크, 폭탄, 로켓,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할 수도 있으나 한국전쟁 당시에는 기관총으로 공대공 전투를 치렀다. 일격 필살로 폭격기를 요격하는 것이 목적인 MiG-15에 비해 화력이 뒤진 반면 연사력이 뛰어나 공중전에서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로켓보조이륙을 실시중인 F-86F 세이버.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출처: 미 공군>


    운용 현황

    1952년 수원비행장(K-13)에 배치 중인 제51전투요격비행단 소속의 F-86 < 출처 : Public Domain >
    1952년 수원비행장(K-13)에 배치 중인 제51전투요격비행단 소속의 F-86 < 출처 : Public Domain >

    F-86은 1949년부터 1961년까지 총 9,860기가 제작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에서도 면허 생산되었고 25개국 이상에서 사용했는데, 한국 공군이 최초로 운용한 제트전투기이기도 하다. 최초 배치 당시에는 미국만이 운용하던 고급스러운 전투기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더 좋은 후속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에도 대량 공여되었다.

    F-86 세이버는 1950년 12월 한국전쟁에 최초로 투입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F-86 세이버는 1950년 12월 한국전쟁에 최초로 투입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50년 12월 17일 한국전쟁에 처음 투입되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11월 1일 등장한 MiG-15에 놀라 긴급하게 데뷔한 것이다. 한때는 격추 교환비가 10 대 1 정도로 F-86이 우세했다고 알려졌지만 전투 중 타격을 입고 전장을 이탈한 MiG-15를 격추로 판정한 경우가 많아 벌어진 결과였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공개되거나 발굴된 여러 자료에 의하면 대략 2 대 1 정도 우세를 보인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대만 공군에 공급된 F-86F는 AIM-9B 공대공미사일로 최초의 격추를 기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대만 공군에 공급된 F-86F는 AIM-9B 공대공미사일로 최초의 격추를 기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58년 있었던 대만해협 위기 당시에 대만 공군에 공급된 F-86F가 사상 최초로 공대공미사일을 이용하여 중국군의 MiG-17을 격추시키면서 공중전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이후 1965년,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과 여러 전장에서 활약했으나 이때는 미국, 소련 등은 제2, 3세대 전투기를 주력으로 사용하던 시기여서 그다지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F-86은 짧고 굵게 명성을 얻은 전투기라 할 수 있다.

    F-86은 한국 공군이 운용한 최초의 제트전투기다. 철원에 전시 중인 퇴역 F-86F < 출처 : (cc) Jjw at Wikimedia.org >
    F-86은 한국 공군이 운용한 최초의 제트전투기다. 철원에 전시 중인 퇴역 F-86F < 출처 : (cc) Jjw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XF-86 : NA-140 프로토타입

    XF-86 < 출처 : Public Domain >
    XF-86 < 출처 : Public Domain >

    YF-86A : GElectric J47 터보 제트 엔진 장착 실험기

    F-86A : 초도 양산형

    F-86A < 출처 : (cc) North American Aviation >
    F-86A < 출처 : (cc) North American Aviation >

    RF-86A : F-86A 기반 정찰기
     
    F-86B : 동체가 개량된 양산형
     
    F-86C : 양산이 취소된 개량형. YF-93으로 재명명.

    F-86C < 출처 : Public Domain >
    F-86C < 출처 : Public Domain >

    YF-86D : YF-95A로 명명되었던 전천후 요격기 프로토타입
     
    F-86D/K/L : 전천후 작전용 레이더를 장착한 요격기

    F-86D < 출처 : Public Domain >
    F-86D < 출처 : Public Domain >

    F-86E : 비행 제어 시스템 개량형
     
    F-86E(M) : 영국 공군 제식명
     
    F-86F : 엔진, 주익 등 개량형

    F-86F < 출처 : Public Domain >
    F-86F < 출처 : Public Domain >

    F-86F-2 : 20mm M39 기관포를 장착한 실험기
     
    RF-86F : F-86F 기반 정찰기

    RF-86F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RF-86F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TF-86F : F-86F 기반 훈련기

    TF-86F < 출처 : Public Domain >
    TF-86F < 출처 : Public Domain >

    YF-86H : 엔진, 주익 등 개량형 실험기
     
    F-86H : 저고도 폭격 작전용

    F-86H < 출처 : Public Domain >
    F-86H < 출처 : Public Domain >

    FJ-2/FJ-3 퓨리(Fury) : 해군 함재기형

    VF-51 소속의 FJ-3 퓨리 < 출처 : Public Domain >
    VF-51 소속의 FJ-3 퓨리 < 출처 : Public Domain >

    CAC Sabre : 오스트레일리아 면허생산형

    CAC Sabre < 출처 : (cc) FBidgee at Wikimedia.org >
    CAC Sabre < 출처 : (cc) FBidgee at Wikimedia.org >

    Canadair Sabre : 캐나다 면허생산형

    Canadair Sabre < 출처 : Public Domain >
    Canadair Sabre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F-86F)

    형식 :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전폭 : 11.28m
    전장 : 11.30m
    전고 : 4.29m
    주익 면적 : 29.12㎡
    최대 이륙 중량 : 6,106kg
    엔진 : 제너럴일렉트릭 J47-GE 27 터보제트(5,910파운드) × 1
    최고 속도 : 마하 0.9(1,106km/h)
    실용 상승 한도 : 15,100m
    최대 항속 거리 : 2,454km
    무장 : 12.7mm M3 기관총 × 6
             4개 하드포인트에 2,400kg 폭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F-86 전투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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