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e 163 전투기
정작 독일군도 무서워한 요격기
  • 남도현
  • 입력 : 2020.06.04 08:08
    스코틀랜드 항공박물관에 전시 중인 Me 163 B-1a. 제2차 대전 당시 가장 빨랐던 유인 비행체였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스코틀랜드 항공박물관에 전시 중인 Me 163 B-1a. 제2차 대전 당시 가장 빨랐던 유인 비행체였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개발의 역사

    방패 같은 방어 수단도 포함되나 무기는 타인이나 목적물에 위해를 가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취급 중 부주의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사용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위력이 클수록 위험도 함께 증가하므로 항상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가미카제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무기는 최대한 사용자의 안전을 담보하도록 개발되는 것이 원칙이다.

    Me 163 코메트는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져 조종사도 탑승을 꺼릴 정도의 항공기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Me 163 코메트는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져 조종사도 탑승을 꺼릴 정도의 항공기였다. < 출처 : Public Domain >

    사용 중 실수나 오작동 등으로 내가 입는 피해가 적이 당하는 피해에 못지않다면 무기로 사용하기 곤란하다. 그런데 정작 아군도 사용하기 꺼려 하는 무기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이 나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당연한 상식마저 통용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독일의 로켓전투기인 Me 163 코메트(Komet)는 이런 사례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Me 163는 제2차 대전 당시에 활약한 모든 유인 비행체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았다는 사실과 인상적인 모습으로 말미암아 유명세를 치렀으나 정작 전과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했다. 1944년 7월 28일 실전에 데뷔했지만 만일 전쟁이 독일에 유리한 상황이었다면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독일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절망적인 시기라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서둘러 투입되었던 것이다.

    착륙 직후의 Me 163. 하지만 이렇게 생환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로 상당히 안정성이 나빴다. < 출처 : Public Domain >
    착륙 직후의 Me 163. 하지만 이렇게 생환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로 상당히 안정성이 나빴다. < 출처 : Public Domain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대 최고인 시속 1,000km가 넘는 속도를 발휘하는 비행체가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시작은 제1차 대전의 승전국들이 가한 제약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패전 후 군비에 제약이 많던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서 특별히 규정하지 않았던 로켓을 무기화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물론 이때부터 Me 163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아니나 그렇게 하나하나 축적된 기술이 기반이 되었다.

    1938년, RLM(독일 항공성)은 헬무트 발터가 개발한 HWK-R1 로켓엔진에 주목하고 이를 동력으로 하는 비행체 개발을 하인켈을 비롯한 몇몇 제작사에 의뢰했다. 이에 DFS(독일 글라이더연구소)의 엔지니어인 알렉산더 리피쉬는 고속 비행에 적합한 기체 구조를 실험하기 위해 오래전에 자신이 개발했던 DFS 39 글라이더에 발터 엔진을 결합한 DFS 194 실험기를 제작해서 제출했다.

    글라이더에 발터 로켓엔진을 결합한 DFS 194 실험기 < 출처 : Public Domain >
    글라이더에 발터 로켓엔진을 결합한 DFS 194 실험기 < 출처 : Public Domain >

    여러 후보작들이 벌인 경쟁에서 RLM은 DFS 194를 선정하고 양산기 제작이 가능한 메셔슈미트에게 리피쉬와 그의 개발팀을 영입해서 연구를 계속하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Me 163로 이름이 바뀌었고 성능이 개량된 HWK-R2-203 엔진을 장착한 실험기가 1941년 10월 실험에서 1940년대 최고라 할 수 있는 시속 1,011km의 속도로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RLM은 실용화를 더욱 채근했다.

    RLM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독일 본토의 방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대공포의 성능이 미흡했던 당시에는 요격기를 출격시켜 적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었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면 작전 위치까지 신속히 치고 올라가야 했는데 이때 급상승 능력이 뛰어난 로켓전투기가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독일이 전 유럽을 제패한 전성기여서 그다지 급하지 않았다.

    발트해 인근 페네문데 시험장에서 저고도 비행 중인 Me 163A 시제기 < 출처: Public Domain >
    발트해 인근 페네문데 시험장에서 저고도 비행 중인 Me 163A 시제기 < 출처: Public Domain >

    그러나 1943년이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연합군의 본토 폭격이 개시되면서 독일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 요격 수단 확보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정작 리피쉬와 새롭게 프로젝트에 관여한 빌리 메셔슈미트 사이에 의견 충돌이 수시로 벌어져 후속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그해 5월 리피쉬가 팀을 이끌고 퇴사하자 이후부터는 메셔슈미트 단독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러한 우여곡절 끝에 1943년 10월에 보다 강력한 HWK-109-509 엔진과 공대공 전투용 무장을 탑재한 Me 163B가 개발을 완료했다. 이듬해 2월에는 Me 163을 전담 운용할 전투항공단인 JG 400이 창설되어 라이프치히 인근의 브란디스를 근거지로 활약에 들어갔다. 사실 속도 이외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실전 투입은 무리였지만 전세가 점차 불리하게 돌아가자 배치가 강행되었던 것이다.

    Me 163은 속도가 빠른 것 말고는 장점이 없었지만 불리한 전황에 따라 곧바로 실전배치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Me 163은 속도가 빠른 것 말고는 장점이 없었지만 불리한 전황에 따라 곧바로 실전배치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특징

    Me 163은 둔중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고도 10,000m 상공까지 초당 60m의 무서운 속도로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는 뛰어난 상승력과 평균 시속 900km의 속도를 발휘했다. 이는 당대 유인기로 최고 수준이었으나 애초 기체가 급선회가 어려운 글라이더 기반이어서 공대공전투를 벌일 수 없었고 연료 소진 후 활공 비행에 들어가 속도가 떨어지면 연합군 전투기의 손쉬운 표적으로 전락했다.

    폭격기 호위에 나선 P-47 전투기 건카메라에 찍힌 Me 163 < 출처 : Public Domain >
    폭격기 호위에 나선 P-47 전투기 건카메라에 찍힌 Me 163 < 출처 : Public Domain >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B-17도 충분히 격추시킬 수 있는 30mm의 MK 108기관포를 양측 주익에 장착하고 60발의 탄환을 적재했다. 때문에 Me 163은 폭격기까지 최대한 빨리 다가간 후 1~2차례 집중 공격 후 승패와 상관없이 곧바로 귀환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연료의 소모량이 커서 발사된 곳에서 40km 내외에서만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양산형인 Me 163B에 장착된 HWK-109-509 로켓엔진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양산형인 Me 163B에 장착된 HWK-109-509 로켓엔진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무엇보다 Me 163의 가장 큰 단점은 독일 조종사들이 탑승을 꺼려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연료로 사용하는 C-스토프와 산화제인 T-스토프는 인체에 닿으면 피부를 괴사시킬 정도로 독하고 너무 불안정해서 폭발 사고가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들을 보관하려면 별도의 시설을 갖춰야 했고 연료 주입이나 이착륙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비행장이 넓어야 했다.

    기체 하부에 장착된 분리식 강착 장치와 동체 착륙에 사용하는 썰매판 < 출처: (cc) Skipweasel at Wikimedia.org >
    기체 하부에 장착된 분리식 강착 장치와 동체 착륙에 사용하는 썰매판 < 출처: (cc) Skipweasel at Wikimedia.org >

    거기에다 이륙할 때 강착 장치를 분리하고 착륙할 때는 동체 하부에 달린 썰매판을 이용하는 구조여서 이착륙이 위험했다. 때문에 여타 전투기처럼 이동 전개가 불가능해서 한정된 곳에서만 운용되었다. 연합군은 Me 163이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난 속도에 놀랐지만 이런 약점을 파악한 후부터는 단지 우회 비행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위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기체 하부에 장착된 분리식 강착 장치와 동체 착륙에 사용하는 썰매판 < 출처: (cc) Skipweasel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Me 163은 패전하기 전까지 약 370여 기가 제작되어 브란디스에 전개한 JG400을 시작으로 실전 배치되었다. 원래 독일은 연합국 폭격기기 지나가는 주요 길목들에 배치할 예정이었지만 생산 수량도 적었던 데다 연료를 비롯한 소모품의 공급량이 부족해서 계획대로 배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조종사가 절대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B-17 요격을 고속으로 튀어 오른 Me 163의 극적인 모습. 하지만 상당히 비효율적인 무기였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B-17 요격을 고속으로 튀어 오른 Me 163의 극적인 모습. 하지만 상당히 비효율적인 무기였다. < 출처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1944년 7월 28일에 있었던 최초 출격에서 2대의 B-17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때 미군은 호위에 나선 P-51전투기보다 시속 300km나 빠르게 비행하는 Me 163을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최초 등장 당시에 너무 놀란 연합군 폭격기 조종사들이 라이프치히 일대로 출격을 거부하였을 만큼 엄청난 공포를 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Me 163의 유일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기수에 그려진 JG 400 부대 마크. 패전이 임박한 전쟁 말기의 혼란기임에도 포탄을 탄 뮌히하우젠 남작을 상징으로 삼았을 만큼 여유를 찾고자 했다.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기수에 그려진 JG 400 부대 마크. 패전이 임박한 전쟁 말기의 혼란기임에도 포탄을 탄 뮌히하우젠 남작을 상징으로 삼았을 만큼 여유를 찾고자 했다. <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Me 163은 이듬해 종전 전까지 활약했으나 단지 9기의 연합군 폭격기를 격추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작전 도중 14기가 손실됐는데 대부분이 비전투 손실이었다. 만일 Me 163 제작에 투입된 물자를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보자 좋은 효과를 올렸을 수도 있다. Me 163은 유명세에 비해 독일군도 타기 꺼려 했을 정도로 모순적인 무기였다. 이처럼 전쟁이라는 환경은 비효율적인 모습을 쉽게 연출한다.


    변형 및 파생형

    Me 163A : HWK-R2-203 엔진을 탑재한 실험기

    < 출처: Public Domain >
    < 출처: Public Domain >

    Me 163B-0 : HWK-109-509A2 엔진 장착
     
    Me 163B-1a : HWK-109-509A 엔진 장착

    < 출처: Public Domain >
    < 출처: Public Domain >

    Me 163S : B-1a 기반 복좌 연습기

    Me 163S의 비행장면 < 출처: Public Domain >
    Me 163S의 비행장면 < 출처: Public Domain >

    J8M : 일본 면허생산형

    < 출처: Public Domain >
    < 출처: Public Domain >



    제원(Me 163B-1a)

    형식 : 단발 로켓요격기
    전폭 : 5.7m
    전장 : 9.3m
    전고 : 2.5m
    주익 면적 : 19.6㎡
    최대 이륙 중량 : 4,309kg
    엔진 : HWK 109-509A-2 로켓엔진(3,307파운드) × 1
    최고 속도 : 900km/h
    실용 상승 한도 : 15,500m
    무장 : 30mm MK 108 기관포 × 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e 163 전투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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