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Q-170 센티넬 다목적 무인항공기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칸다하르의 야수’
  • 윤상용
  • 입력 : 2020.05.12 08:49
    RQ-170 콘셉트 아트. (출처: FOX 52/Wikimedia Commons)
    RQ-170 콘셉트 아트. (출처: FOX 52/Wikimedia Commons)


    개발의 역사

    1990년대 초, 냉전의 종식과 함께 1990년~1991년 사막의 방패/사막의 폭풍 작전을 끝으로 사실상 국가 간 전쟁은 눈에 띄게 숫자가 줄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국지적인 분쟁과 비정규군이나 반군을 상대로 한 저강도 분쟁은 반대로 증가세에 들어섰다. 특히 소말리아 내전이나 아이티 내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은 향후 전쟁의 주된 흐름이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를 보여준 예고편이었으며, 이 시기부터 빈도가 늘어난 반미 테러 단체의 테러 행위 또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전장 환경을 예고하고 있었다.

    한편 미국은 냉전의 승리와 함께 대규모 군비 감축에 돌입한 상황이었는데, 이때 이스라엘이 1차 레바논 전쟁(1982)을 기점으로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의 활용폭을 넓히는 것을 목격하면서 인명 손실의 가능성이 없고 개발비나 생산 비용이 유인기에 비해 현저히 낮은 무인항공기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향후 전쟁은 적이 준비한 환경 안에서 싸우게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제공권이 완벽하게 장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싸울 경우에 대비한 정찰 및 공격 자산의 개발이 필요했다. 이를 예측한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사는 적에게 요격당할 가능성이 있는 중고도에서 비행하며 적지 영공 내에서 장시간 정찰비행이 가능한 항공기 제작에 돌입했다. 록히드-마틴은 이 기체에 스텔스(stealth) 기술을 적용하여 방공망이 빽빽한 곳에도 침투가 가능하고, 전자전 능력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을 집약시켜 사전 준비 없이 적지에 투입된 아군을 지원할 수 있는 항공기일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드라이든 연구센터에서 비행 중인 RQ-3 다크스타(DarkStar). (출처: Public Domain)
    미 항공우주국(NASA) 드라이든 연구센터에서 비행 중인 RQ-3 다크스타(DarkStar). (출처: Public Domain)

    이렇게 탄생한 첫 기체는 RQ-3 다크스타(DarkStar)로, 록히드는 처음부터 RQ-3를 완전 자동 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해 오퍼레이터가 목표점만 찍으면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 이륙하여 목표점까지 비행하고, 목표 위치에서는 지정한 센서를 작동시키며, 수집한 정보를 우군에게 전송하고, 임무가 끝나면 혼자서 출발 원점으로 돌아오게끔 설계했다. 물론 중간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인간이 개입하여 비행경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선 통신이나 위성 전파를 사용하여 무인기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RQ-3가 기존 무인기들과 달랐던 부분은 제트엔진을 장착했다는 사실로, 다크스타에는 윌리엄스(Williams)-롤스로이스(Rolls-Royce)제 FJ44-1A 터보팬(turbofan) 엔진을 장착해 순항 속도로만 464km/h로 비행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렇게 등장한 다크스타는 1996년 3월 29일, 안타깝게도 초도 비행 중에 추락했지만, 다시 성능을 개선한 후속 기종인 RQ-3A가 1998년 6월 29일에 비행에 성공하여 총 5회의 비행을 소화했다. 문제는 정작 고객인 미 공군이 RQ-3A의 비용 대비 성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므로 록히드-마틴은 공식적으로 1999년 1월 28일에 사업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항공 전문 잡지인 에이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지는 RQ-3의 파생형으로 추정되는 일부 기체가 2003년 4월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i Freedom/OIF) 초기 공세 단계에서 전개됐던 것으로 추정했다.

    RQ-3의 기술을 사장시키기 싫었던 록히드-마틴은 다크스타 사업 취소 후에도 이 기술을 활용하여 전투 및 비전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무인항공기 기술실증기 한 대를 1999년에 제작했으며, 2001년에 초도 비행을 성공시킨 뒤 X-44로 명명했다. X-44로 쌓인 기술 데이터는 캘리포니아 주 팜데일에 위치한 록히드-마틴 고등개발사업부(Advanced Development Programs Division), 통칭 “스컹크 웍스(Skunk Works)”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록히드는 순전히 사비(社費)를 들여 18개월 만에 P-175 폴캣(PoleCat) UAV를 완성했다. 록히드-마틴은 이 기체를 2006년 영국 판보로 에어쇼(Farnborough Airshow)에 출품하면서 최초로 공개했으나 단 하나뿐인 P-175 시제기는 2006년 12월 18일, 지상 통제시설(GCS)의 잘못된 명령 신호로 인해 항공기의 자동 이중 안전 비행 종료 모드가 작동하는 바람에 추락하여 소실됐다.

    P-175 폴캣(Polecat) (출처: Secretprojects.co.uk)
    P-175 폴캣(Polecat) (출처: Secretprojects.co.uk)

    이후 록히드-마틴은 바로 이듬해인 2007년에 비공개 형태로 RQ-170 “센티넬(Sentinel)” 무인항공기를 미 공군에 실전 배치해 비밀리에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RQ-170의 외관이 앞서 개발되었던 록히드-마틴의 ‘다크스타’나 ‘폴캣’과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동일한 개발 선상에 있는 무인항공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록히드-마틴은 세 기체 모두 무미익(無尾翼/tailless) 설계를 채택해 레이더 피탐지 면적(RCS: Radar Crossing Section)을 최소화했으며, 날개와 동체가 일체화된 전익기(全翼機) 형태로 설계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현재까지도 센티넬의 정확한 운용 방식이나 제원은 전부 공개되지 않았으며 그저 외관 설계와 일부 알려진 탑재 장비, 그리고 운용 지역을 토대로 하여 RQ-170이 전략 정보 수집용 항공기가 아니고 전술 및 작전 간 운용을 염두에 둔 정찰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체는 미 공군에 의해 운용되고는 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이 실질적인 운용 주체이며, 향후에도 계속 군용이 아닌 비밀 작전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2011년 5월 이란 영공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뒤에 발표한 간단한 성명을 끝으로 미군 당국은 센티넬에 대한 어떠한 공식 발표나 자료 공개를 한 바가 없다.

    P-175 폴캣(Polecat) (출처: Secretprojects.co.uk)

    * 참고로 최근에는 무인항공기를 지칭할 때 써온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는 용어가 이런 유형의 항공기 성격을 오해하게 한다고 하여 사용을 배제하는 추세이다. 자칫하면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비행한다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등장한 용어는 RPAS로, 이는 원격 조종식 항공기 체계(Remotely Piloted Aircraft Systems)라는 의미를 담는다.


    특징

    현재 공개되어 있는 RQ-170의 자료의 상당 부분은 추정치에 가까운데, 예를 들자면 날개 길이의 경우도 에이비에이션 위크지가 처음 20m 정도로 예상한 것이고, 엔진 역시 외양 설계로 미루어 단발 엔진을 채택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RQ-170의 최대 이륙 중량도 추정으로 밖에는 알 수가 없는데, 최대 이륙 중량 3,900kg 정도의 RQ-3 다크스타가 RQ-170보다 작은 편이었으므로 이보다는 클 것으로 추측된다. 스텔스 성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RCS 수준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그재그로 설계한 랜딩기어 도어나 날카롭게 설계한 리딩 에지(leading edge), 납작하게 설계하여 열 탐지를 최소화시킨 엔진 추진구 등을 볼 때 높은 수준의 스텔스성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에이비에이션 위크지는 RQ-170의 외관 도장이 옅은 회색으로 도장된 것으로 미루어 실용 상승 한도가 대략 15,000m 이하의 중고도 정도일 것으로 보았다. 통상 그보다 더 높은 고고도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인 경우 아래에서 잘 안 보이게 할 의도로 더 짙은 색상을 칠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측을 바탕으로 엔진은 실용 상승 한도와 동체 설계 등을 종합하여 GE사의 TF34 엔진 정도가 탑재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육군 항공기 식별 매뉴얼(TC 3-01.80 항공기 시각 식별)에 실린 RQ-170의 이미지. (출처: HQ, US Department of the Army)
    미 육군 항공기 식별 매뉴얼(TC 3-01.80 항공기 시각 식별)에 실린 RQ-170의 이미지. (출처: HQ, US Department of the Army)

    탑재된 항전장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일단 비공식적으로 촬영된 RQ-170의 형상을 놓고 제인스 디펜스(Jane’s Defense)와 에이비에이션 위크지의 편집장을 역임한 항공전문가인 빌 스위트먼(Bill Sweetman, 1956~)은 이 기체에 전자광학(EO/IR) 센서와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가 배면 페어링(fairing) 안에 탑재됐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주익 하부에 설치된 페어링 안에 데이터링크가 들어있을 것으로 보았으며, 배면 페어링은 모듈 방식으로 교체가 가능해 임무에 따라 정찰 및 전자전 수행에 맞는 장비를 교환할 수 있게 설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이 기체에 최첨단 기술이나 민감한 기술이 적용된 항전장비가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았는데, 우선 임무 지역은 적지 종심인 반면 실용 상승 한도는 낮은 것으로 보이고, 엔진 역시 단발 엔진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하나뿐인 엔진 고장 시 적지에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소실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에 고급 장비를 넣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센티넬의 3D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Truthdowser / English Wikipedia)
    센티넬의 3D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Truthdowser / English Wikipedia)

    하지만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지는 한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하여 2011년 12월 7일 기사를 통해 RQ-170에 통신 감청 장비를 비롯, 고성능 비디오 카메라나 소량의 방사능 동위원소 및 화학물질을 포착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장비가 들어있을 것으로 “거의 확신”하며, 그런 이유로 핵 탐지를 위해 이란이나 북한 인근에서 RQ-170이 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용도 또한 정찰이나 정보 수집 용도로 한정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제식 명칭이 “MQ”가 아닌 “RQ”인 것으로 보아 무장을 장착하지 않은 순수 정찰 용도인 것으로 추측한 것이다. 센티넬은 전익(全翼) 설계를 채택해 외양 자체도 노스롭(Northrop)의 B-2 스피릿(Spirit)과 유사한 형태이며, 동체 상부의 공기 흡입구에는 그릴을 장착하여 열 방출이나 신호를 최소화했다. 기체의 재질 또한 정확하게 공개된 바는 없으나, 추측에는 RCS를 최소화하고 전체적인 중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량의 복합재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 현황

    앞서 말한 바와 같이 RQ-170은 미 공군이 운용하고 있으나, 정확한 용도나 임무, 제원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가 없고 단지 언론 등을 통해 일부 공개된 사실이 전부이다. 최초로 외부에서 RQ-170이 포착된 것은 2007년 말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국제공항 주변이었으며, 해당 기체는 네바다주 토노파(Tonopah) 시험비행공항에 주둔 중인 제30 정찰비행대대 소속에 배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까지 RQ-170의 존재는 비밀이었으므로 일반에 포착된 바가 없어 에이비에이션 위크의 빌 스위트먼이 ‘칸다하르의 야수(The beast of Kandahar)’라고 별칭을 붙인 것이 그대로 널리 알려져 굳었다. 사실 2007년의 탈레반 반군은 변변한 레이더나 방공체계를 운용하지 못했으므로 스텔스 기술까지 적용된 무인기가 이곳에서 포착된 것을 두고 틸(Teal) 그룹의 UAV 분석가 필 피네건(Phil Finnegan)은 ‘인근 파키스탄이나 이란’에 대한 정보 수집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했었다.

    괌(Guam)의 앤더슨 공군 기지에서 촬영된 RQ-170. 일자는 불명. (출처: US Air Force/Joseph Trevithick)
    괌(Guam)의 앤더슨 공군 기지에서 촬영된 RQ-170. 일자는 불명. (출처: US Air Force/Joseph Trevithick)

    RQ-170이 그다음으로 포착된 곳은 대한민국으로, 당시 이를 보도한 중앙일보는 2009년 12월 19일 기사를 통해 RQ-170이 오산 기지에서 “수개월째” 시험 비행을 실시해왔고, 이듬해부터 주한미군에 배치되어 U-2 정찰기와 교체할 예정이며, 미군이 RQ-170을 오산에 배치시키려고 한 이유는 북핵 문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RQ-170은 파키스탄에 은닉한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제거한 넵튠 스피어(Neptune Spear) 작전 간에도 미 해군 특수전개발단, 통칭 씰 팀 6(SEAL Team 6)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최소 한 대 이상의 센티넬이 작전 지역 상공에 전개되어 버락 오바마(Barrack Obama) 대통령과 각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작전 진행 영상을 중계했고, 또한 파키스탄 군의 무선 교신을 감청하여 혹시 모를 파키스탄 군의 개입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카메라에 목격된 RQ-170 무인기의 이동장면 (출처: Public Domain)
    민간 카메라에 목격된 RQ-170 무인기의 이동장면 (출처: Public Domain)

    아마도 RQ-170의 존재가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라크에서 발생했던 추락 사고 때문일 것이다. 2011년 12월 5일, 이란 북부의 카슈마르(Kashmar)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RQ-170 한 대가 추락하여 이란군에게 나포되었는데, 서방 언론은 해당 기체가 ‘격추’당했다고 최초 보도한 반면 이란 측은 이것이 이란 사이버전 부대가 센티넬을 해킹하여 안전하게 '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RQ-170은 이란 영공 안쪽으로 진입하여 이란-아프간 국경에서 225km 남방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미 정부는 12월 4일에 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해당 기체가 중앙정보국(CIA)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이고, 이것이 아프간-이란 국경에서 비행 중 통신이 끊겨 기체가 소실되었다고 인정했다. 추락한 기체를 나포한 이란 측이 다음날 공개한 영상에서는 RQ-170의 좌측 날개 부위를 제외하고는 기체가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으므로 미측 전문가들은 우선 엔진 고장이나 항법장비 이상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사이버/전자전 공격으로 추락했거나 지휘통신체계상의 오류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체가 추락해 파손됐지만 온전한 상태로 손에 넣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이란 측이 재조립한 후 도색을 다시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란 파스(Fars) 통신에서 공개한 RQ-170. (출처: Fars News Agency)
    이란 파스(Fars) 통신에서 공개한 RQ-170. (출처: Fars News Agency)

    이후 중도 성향의 일간지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는 이란 측 엔지니어를 인용하여 이란 사이버 부대가 “위성 및 지상에서 센티넬로 향하는 신호를 모두 재밍(jamming) 한 뒤 가짜 GPS 위치를 GPS 수신기에 보내는 GPS 스푸핑(spooping) 공격을 가하여 RQ-170이 칸다하르 모(母) 기지에 귀환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이란에 착륙시켰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한편 플라이트 글로벌(Flight Global)지의 스티븐 트림블(Stephen Trimble)은 러시아제 1L222 아브토바자(Avtobaza) 레이더 재밍 및 디셉션 시스템으로 RQ-170의 항법체계를 교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미 공군 예비역 중장인 데이비드 뎁튤라(David Deptula) 전 미 공군본부 정참부장은 노바(Nova)지와 인터뷰에서 “항공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착륙해서는 안 되는 곳에 착륙했던 것 같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항공 엔지니어들은 반론을 제기했는데, 우선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 심지어 BGM-109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의 경우만 해도 GPS가 기본 항법장비가 아니며, 기초적인 비행 경로 명령은 관성항법장비(INS: Inertial Navigation System)를 활용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관성항법이 GPS보다 구형 항법체계에 가까우나, 일단 GPS가 신호 재밍이나 스푸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항법장비로 활용하는 대신 보조 장치로만 쓴다는 것이다.

    이란 파스(Fars) 통신을 통해 공개된 RQ-170. (출처: Fars News Agency)
    이란 파스(Fars) 통신을 통해 공개된 RQ-170. (출처: Fars News Agency)

    미군 당국은 이란 정부가 나포한 RQ-170이 TV로 공개된 뒤 추가 조사를 실시했지만 항공기에 접근할 수가 없으므로 정확한 기체 상실 경위를 파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으나, 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익명을 전제로 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수집된 센티넬의 정보를 근거로 볼 때 격추 당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을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지가 보도했다. 미국이 2011년 12월 6일에 최종적으로 발표한 사항은 이란 영공 근처에서 상실한 RQ-170이 국제안보지원군(ISAF: 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소유가 아니라 미 CIA 소속이라는 사실이었으나, 이란이 TV로 공개한 RQ-170 자체가 가짜라는 일부의 의혹 제기나 센티넬이 격추된 것인지 나포 당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2011년 12월 12일, 미 정부는 이란 정부에 공식적으로 ‘나포한 무인기’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은 다음 날 국방장관 명의로 이를 거부했으며,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에 사과를 하진 못할지언정 무례하게 무인기를 돌려 달라고 하고 있다. 아마 지금 이란 영공을 무단 침입해 스파이 행위를 하면서 국제법을 어겼고, 이란 내정에 간섭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라고 항의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딕 체니(Dick Cheney) 전 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가 어리석었다고 비난을 하면서 “항공기를 상실한 시점에서 제일 먼저 했어야 하는 것은 곧장 사고 지점으로 전투기를 급파해 추락한 무인기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는 하늘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렇게 했어야 적이 나포한 무인기를 이용해 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점잖게 이란 정부가 받아들이지도 않을 반환 요청이나 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테헤란 방산전시회에 출품된 사에게-2 무인항공기. (출처: Fars News Agency)
    테헤란 방산전시회에 출품된 사에게-2 무인항공기. (출처: Fars News Agency)

    이 RQ-170 추락 사건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이란이 추락한 RQ-170의 역설계(逆設計: reverse engineering)에 성공했는가의 여부이다. 이란은 2012년 4월, 나포한 RQ-170의 데이터 추출에 성공했으며 센티넬의 카피판을 제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자국의 역설계 작업을 돕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접근해왔다고 밝혔는데, 미 정부 역시 이란이 자체적으로 이를 역설계 할 능력이 되지 않으므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지원할 가능성을 사건 초기부터 우려했다. 이란은 2014년 5월, RQ-170의 “레플리카” 항공기를 TV로 공개했으나 서방 쪽 전문가들은 해당 모형이 비행 가능한 무인기가 아니라 그저 지상 전시용 모형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란은 같은 해 11월에 해당 기체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관련 영상을 비롯한 ‘증거’는 같이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은 2016년 9월, 해당 기체를 “사에게(Sa’egheh)”라 명명했다고 발표하면서 이것이 정밀 유도 폭탄을 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에게’라는 무인기는 2018년 2월 이스라엘-시리아 사건 때 이스라엘 방위군(IDF: Israeli Defense Forces)이 격추했는데, 이에 대해 이스라엘 공군의 토메르 바르(Tomer Bar) 준장은 해당 무인기의 외양이 RQ-170과 매우 흡사하며, 서방측 기술을 모방하여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테헤란 방산전시회에 출품된 사에게-2 무인항공기. (출처: Fars News Agency)

    현재에도 RQ-170의 운용에 대해서는 공개된 사실이 적으나, 네바다주 크리치(Creech) 기지에 주둔 중인 미 공군 전투사령부(ACC) 예하 제432 비행단과 네바다주 토노파 시험 비행장에 주둔 중인 미 제30 정찰 비행대대에서 센티넬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기체 제식 명칭을 RQ-170으로 붙인 것은 실제 항공기의 용도를 위장하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일단 기존에 RQ나 MQ로 명칭이 붙은 무인항공기는 전부 1~11로 일관적인 제식 번호가 붙은 반면, RQ-170은 세 자릿수 번호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노스롭-그루먼의 RQ-180 등과 더불어 특수목적 무인항공기를 구분하기 위한 제식번호일 것으로 추측된다.


    파생형

    RQ-170 센티넬 : 록히드-마틴에서 제작한 정찰, 특수 정보 수집, 표적 획득 용도의 항공기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공개된 부분이 매우 적다. 전익(全翼) 설계에 수직 미익이 없으며, 동체 전체에 걸쳐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었다. 무장은 별도로 장착하지 않았다. 일부 비행 장면만 포착되었을 뿐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다가 2011년 12월 5일 아프가니스탄-이란 국경에서 한 대가 소실되었으며, 이란 측이 기체를 수집해 역설계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20대가 양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RQ-170 센티넬 (출처: crouze.com)
    RQ-170 센티넬 (출처: crouze.com)

    샤헤드(Shahed) 171 : 이란이 최초 RQ-170을 나포하여 역설계로 제작했다고 주장하는 무인항공기. 샤헤드는 ‘불사조’라는 의미이다. 외양은 RQ-170을 그대로 복제했으며, 재질은 유리섬유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측은 무장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서방 측에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으며, 전반적인 탑재 중량이나 항속 거리를 비롯한 성능 역시 RQ-170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추측됐다. 또한 서방 전문가들은 샤헤드 171의 비행 능력도 의심했는데, 우선 RQ-170의 비행통제체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제대로 복제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물은 2015년 5월에 공개되었고, 비행 장면은 2016년 10월 이란 국영 TV를 통해 공개됐다. 약 2대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전 배치된 기체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2018년 경에 두 대 모두 폐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 2월, 이스라엘-시리아 사건 당시 이스라엘 공군에게 격추된 이란계 무인기가 이 샤헤드 171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샤헤드 171 무인기. (출처: Mehr News Agency)
    이란의 샤헤드 171 무인기. (출처: Mehr News Agency)

    사에게-1 : 이란이 RQ-170을 역설계했다고 주장하는 무인기. 사에게는 이란어로 ‘천둥’이라는 뜻이다. 최초 2016년 이란 무기 엑스포에서 공개됐으며, 사디드(Sadid)-1 정밀유도식 대전차유도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있고 터보팬 엔진이 설치됐다. 전체적인 외양은 RQ-170과 유사했으나 전면부의 공기 흡입구가 없었으며, 표적 획득 및 광학 장비는 탑재되지 않았다고 제조사(이란 샤헤드 항공산업)가 밝혔다.

    사에게-1,2에 통합한 것으로 알려진 사디드-1 미사일. (출처: Tasnim News Agency)
    사에게-1,2에 통합한 것으로 알려진 사디드-1 미사일. (출처: Tasnim News Agency)

    사에게-2 : 샤헤드(Shahed) 191이라고도 불린다. 후기 형상에 RQ-170의 공기흡입구와 동일한 위치에 공기흡입구가 생겼다. 차량에 설치한 사출용 발사기로 이륙하며, 착륙은 랜딩용 스키드로 실시한다. 두 발의 사디드-1 미사일을 내부 무장창에 장착하고 있으며 스키드는 수납식으로 작동한다. 순항 속도는 약 300km/h이며, 최대 체공 시간은 4.5시간, 항속 거리는 450km이며 탑재 중량은 50kg, 실용 상승 한도는 약 7,600m 정도로 알려졌다. 프로펠러 추진 방식의 파생형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에게-2의 측면 모습. (출처: Fars News Agency)
    사에게-2의 측면 모습. (출처: Fars News Agency)


    제원

    제조사 : 록히드-마틴
    용도 : 정찰용 무인항공기(정보 수집/정찰/표적 획득/전자전 수행)
    승무원 : 0명(지상 요원 3명)
    전장 : 4.5m
    전고 : 1.8m(추정)
    최대 폭: 26m(날개 길이는 각 14m~27.43m 추정)
    추진체계 : 4,750파운드(21.1kN) 급 개럿(Garrett) TFE731 엔진 혹은 9,065파운드(40.32kN) 급 GE TF34-GE-100A 엔진 x 1
    최대 이륙 중량 : 불명
    최고 속도 : 불명
    실용 상승 한도 : 15,000m(추정)
    무장: 불명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RQ-170 센티넬 다목적 무인항공기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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