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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하다하다 상관 도청
3개월간 지휘통제실 회의 엿들어…

'앗' 쓰러진 캐디, 머리엔 총알이 박혀있었다
골프장 1.7㎞ 거리에 軍사격장, 당시 사격훈련… 생명엔 지장없어

승조원 놔두고 해군 호위함 출항… 내기에 진 부사관이 병사 폭행도

입력 : 2020.04.25 03:00

육군 대령이 지휘관의 의중을 파악하겠다며 기밀 시설인 지휘통제실을 3개월간 도청하다 적발됐다. 영관급 장교가 군사 시설 도청이라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최근 잇따르는 각종 군기 문란 사건·사고가 병사에서 장성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모 부대에 근무하는 A대령은 지난 1월부터 장성급 부대장이 참모들과 작전을 논의·판단하는 지휘통제실과 자신의 집무실 사이에 유선통신망을 연결해 회의 내용을 엿들었다. 지휘통제실은 북한군 동향을 비롯한 2·3급 군사기밀이 집중 취급되는 보안 시설로 휴대폰 반입도 금지된 군사통제구역이다.

A대령은 "지휘관이 지휘통제실에서 주재하던 회의에 참석하다가 작년 12월 말부터 역할 변경에 따라 배제되면서 지휘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유선 통신망을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대령의 불법행위는 3개월가량 이어지다 이달 초 부대 내부의 제보로 들통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는 지난 2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A대령을 보직해임했다. 군 검찰은 A대령을 군사기밀유출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육군 관계자는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鄭국방, 신임 의무장교들과 ‘덕분에 챌린지’ - 정경두(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 국방부장관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무학교에서 열린 의무사관·수의사관 신임 장교 임관식에서 각군 참모총장, 신임 장교들과 함께 코로나 의료진을 격려하는 ‘덕분에 챌린지’ 손동작을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鄭국방, 신임 의무장교들과 ‘덕분에 챌린지’ - 정경두(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 국방부장관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무학교에서 열린 의무사관·수의사관 신임 장교 임관식에서 각군 참모총장, 신임 장교들과 함께 코로나 의료진을 격려하는 ‘덕분에 챌린지’ 손동작을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현역 육군 대령이 지휘통제실을 3개월간 도청했다는 소식은 24일 전해진 '군기 문란 시리즈'의 일부에 불과하다. 경계실패·하극상·성추행 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면서 군 기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해군에선 악천후를 피해 정박했던 호위함이 승조원 1명을 태우지 않은 채 출항하는 황당한 사건이 뒤늦게 전해졌다. 출항 후에야 이 사실을 파악한 호위함은 뒤늦게 승조원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해당 승조원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1함대 소속 호위함이 임무 수행을 위해 동해로 출항했다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동해안의 한 군항으로 피항했다. 피항 때 모든 승조원은 '함내 대기'가 일반적이지만 행정 담당인 B상사는 업무차 하선했다. 하지만 이튿날 호위함은 제대로 된 인원 파악 없이 B상사를 육지에 남겨둔 채 출항했고, B상사는 같은 날 육상 기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뇌출혈로 알려졌다. 호위함 지휘부는 B상사가 복귀한 것으로 착각하고 출항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국방부 직할부대에선 '내기 탁구'에서 패한 육군 부사관이 분을 참지 못해 함께 경기를 한 병사를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유해발굴감식단 소속 C상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쯤 영내 탁구장에서 병사 3명과 내기 탁구를 하던 중, 게임에서 지자 함께 치던 다른 병사 1명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병사들을 내보낸 뒤 병사 1명의 멱살을 잡고 밀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담양의 한 골프장에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진 캐디 조모(여·26)씨의 머리 상처 부위에선 5.56㎜ 소총 실탄 탄두(彈頭)가 발견됐다. 조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쓰러질 당시 골프장에서 1.7㎞ 떨어진 군부대 사격장에서 소총 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군·경 합동조사반은 실탄 사격 과정에서 탄환이 장애물에 맞고 튀었거나, 과녁을 빗나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닌지 조사 중이다.

군 당국은 또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지난달 말 선임병 6명이 신병 D씨를 생활관 침대에 눕힌 채 집단 구타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달 경기도 한 육군 부대에서는 병사(상병)가 야전삽으로 여성 중대장(대위)을 폭행하는 하극상이 벌어졌고, 또 다른 경기도 육군 부대에서는 지난 17일 간부(대위)가 길가에서 만취 상태로 나체로 노숙하다 행인의 신고로 귀가 조치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지휘 서신을 통해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며 "규칙 위반 시 엄격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로도 군기 문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자 국방부는 몹시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현재 보도되는 사안들은 대부분 지휘 서신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휴대전화 전면 허용, 봉급 인상 등 현 정부의 과도한 '병(兵) 포퓰리즘' 정책이 군 기강 해이를 초래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2개월간 시행 중인 장병 외출 통제가 이날부터 부분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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