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버캐니어 공격기
영국의 자부심이었던 날렵한 핵주먹
  • 남도현
  • 입력 : 2020.04.20 08:48
    1988년 시범 비행 중인 영국 공군 소속 버캐니어 S.2B. 소련 함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해군 함재기로 탄생했고 이후 공군의 주력 공격기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88년 시범 비행 중인 영국 공군 소속 버캐니어 S.2B. 소련 함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해군 함재기로 탄생했고 이후 공군의 주력 공격기로도 사용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소련은 제2차 대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전후 세계 질서를 선도하는 슈퍼파워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를 흔히 냉전이라고 한다.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조차 경쟁의 장이 될 정도였지만 그중에서도 총탄에서 핵무기에 이르는 무기 분야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세계인들이 공멸의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을 정도로 치열했다.

    2000년까지 활약한 스베드로프급 순양함. 소련은 총 30척을 획득해 함대의 주력으로 삼고자 했으나 14척만 완공되어 실전에서 활약했다. 이들의 존재는 버캐니어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 출처 : Public Domain >
    2000년까지 활약한 스베드로프급 순양함. 소련은 총 30척을 획득해 함대의 주력으로 삼고자 했으나 14척만 완공되어 실전에서 활약했다. 이들의 존재는 버캐니어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 출처 : Public Domain >

    러일전쟁, 제1, 2차 대전 당시에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던 소련 해군은 이 시기에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다. 사실 소련은 거대한 국토에 비해 영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제정 러시아 이래로 전통의 해군 강국들에 비하면 해군력이 열세였다. 하지만 전후 초강대국에 오른 넘치는 자신감을 발판으로 전력을 대폭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이는 서방을 자극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요구되었다.

    미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으나 전 세계를 작전권으로 하다 보니 북해, 발트해만 놓고 보자면 소련 해군을 앞선다고 장담할 형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련을 견제하는 임무는 나토 동맹국들이 나누어 맡았는데, 특히 한때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던 영국의 역할과 책임이 컸다. 당시 소련은 총 30척 획득을 목표로 스베드로프(Sverdlov)급 순양함을 대량 건조 중이었으나 국력이 쇠락 중이던 영국은 건함 경쟁을 할 수 없었다.

    1959년 6월 블랙번 NA.39(기체번호 XK489) 시제기가 빅토리어스 항모에서 이륙하고 있다. <출처: Imperial War Museum>
    1959년 6월 블랙번 NA.39(기체번호 XK489) 시제기가 빅토리어스 항모에서 이륙하고 있다. <출처: Imperial War Museum>

    이에 영국은 항공모함이 없어 원양에서 작전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소련 해군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영국은 제2차 대전 당시에 비스마르크 격침, 타란토 공습처럼 항공모함을 적절히 운용했던 경험이 있었다. 연구 결과 일격에 치명상을 줄 정도로 강력한 무장을 갖추고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함재기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최대 5톤 정도의 무장을 하고 항속 거리 3,000킬로미터, 작전 반경 700킬로미터를 비행할 수 있어야 했다.

    더해서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게끔 저고도에서 550노트의 속도로 침투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했다. 별다른 방해물이 없는 바다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런 모든 요구를 수용하려면 기체의 크기가 커져야 했다. 당시 영국 해군이 운용 중인 항공모함의 크기를 고려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같은 시기에 같은 고민을 겪던 미국은 슈퍼캐리어 도입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영국은 그럴 수 없었다.

    1962년 판보로 에어쇼에 전시된 버캐니어 S.1 < 출처 : (cc) TSRL at Wikipedia.org >
    1962년 판보로 에어쇼에 전시된 버캐니어 S.1 < 출처 : (cc) TSRL at Wikipedia.org >

    1952년 군수성이 제시한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주요 항공방산업체인 페어리, 암스트롱, 블랙번(Blackburn)이 응하며 신예기 사업이 개시되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블랙번이 제출한 B.103이 채택되었다. 2기의 엔진을 장착해 고도나 속도에 상관없이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고속 비행에 적합하도록 미국에서 F-102 개발 당시 터득한 면적 법칙을 적용해 동체를 설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B.103은 '버캐니어(Buccaneer)'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엔진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의 여러 어려움 때문에 1958년에 이르러서야 초도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각종 시험을 거쳐 1962년부터 해군을 시작으로 실전 배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40퍼센트 정도 추력이 향상된 롤스로이스 스페이(Rolls-Royce Spey) 엔진이 장착된 후기형 버캐니어 S.2에 와서야 원하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해군 함재기로 설계되어 주기와 수납의 편의를 위해 주익을 접을 수 있다. < 출처 : (cc) Paul Lucas at Wikipedia.org >
    해군 함재기로 설계되어 주기와 수납의 편의를 위해 주익을 접을 수 있다. < 출처 : (cc) Paul Lucas at Wikipedia.org >

    이와 별도로 1957년에 공군이 캔버라(Canberra) 폭격기 대체 사업을 시작하자 블랙번은 B.103을 기반으로 성능을 개량한 B.108을 제안했다. 하지만 핵폭탄 운용 능력이 떨어지고 마하 1.2 이상의 고속 비행이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경쟁자인 TSR-2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당시 영국은 제공전투기의 독자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F-4 팬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을 정도였으니 공군이 별도의 폭격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륙 중인 영국 공군의 버캐니어 S.2B < 출처 : (cc) Pedro Aragão at Wikipedia.org >
    이륙 중인 영국 공군의 버캐니어 S.2B < 출처 : (cc) Pedro Aragão at Wikipedia.org >

    결국 1965년 노동당 정부가 예산 초과를 이유로 사업을 취소시키고 해군이 한창 운용하며 성능이 검증된 버캐니어를 후속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69년부터 공군형의 배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난 1960년에 블랙번은 영국의 항공 산업 합리화 조치에 따라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에 합병된 상태여서 양산은 호커 시들리가 했다. 그럼에도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블랙번 버캐니어로 많이 통용되었다.


    특징

    함재기였기에 이착함 시에 안정성이 대단히 중요했다. 고심 끝에 블랙번은 날개 표면의 기류를 조절하여 양력을 증가시키는 경계층제어(Boundary Layer Control) 기술을 개발했다. 플랩과 슬랫을 최대 각도로 작동시키면 동종 크기의 기체보다 2배에 가까운 양력을 발생시킬 수 있어 단거리 이륙이 가능했고 비행 속도도 향상되었다. 기체 후방에 대형 에어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착함 시의 안정성도 높였다.

    기체 후방에 에어 브레이크가 펼쳐진 모습. 비행 중에는 테일콘 같은 모습으로 접혀 있다. < 출처 : (cc) MilborneOne at Wikipedia.org >
    기체 후방에 에어 브레이크가 펼쳐진 모습. 비행 중에는 테일콘 같은 모습으로 접혀 있다. < 출처 : (cc) MilborneOne at Wikipedia.org >

    폭탄을 기체 내부에 수납하고 면적 법칙을 적용해 기체를 호리병 모양으로 설계했지만 음속 돌파에는 실패했다. 유사시를 대비해 빠르게 비행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5톤이 넘는 폭장과 장거리 비행 능력이 요구되다 보니 아무래도 속도는 다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생존성과 폭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저고도 비행 능력이 중시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미국의 A-6 공격기도 같은 트렌드를 따랐다.

    개방된 웨폰베이 내부에 4발의 재래식 폭탄식 장착된 모습. < 출처 : (cc) Col André Kritzinger at Wikipedia.org >
    개방된 웨폰베이 내부에 4발의 재래식 폭탄식 장착된 모습. < 출처 : (cc) Col André Kritzinger at Wikipedia.org >

    함재기여서 주익이나 후방 에어브레이크를 접히는 방식도 적용했으나 군의 요구 사항을 달성하려면 기체의 크기를 줄이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오히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A-6보다 컸을 정도였는데, 더구나 영국의 항공모함이 작다 보니 그만큼 운용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때문에 폭장을 최대로 할 경우에 해군형은 최소한의 연료만 주입하고 이함 한 후에 공중 급유를 받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개방된 웨폰베이 내부에 4발의 재래식 폭탄식 장착된 모습. < 출처 : (cc) Col André Kritzinger at Wikipedia.org >


    운용 현황

    버캐니어는 총 211기가 생산되어 1994년까지 활약했다. 영국 해군은 총 6개 항공대(FAA)를 편성해서 빅토리우스(Victorious)를 비롯한 3척의 항공모함에 전개했다. 함재기로 제공기를 F-4K, 공격기를 버캐니어로 운용한 1970년대 영국의 항공모함은 소련 함대의 진출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1979년 아크 로열(R09)이 퇴역하자 해군이 보유한 총 82기 중 상태가 좋은 62기가 업그레이드를 거쳐 공군에 이관되었다.

    항공모함 이글에 착함 중인 제800해군비행대대 소속 버캐니어. < 출처 : (cc) greenacre8 at Wikipedia.org >
    항공모함 이글에 착함 중인 제800해군비행대대 소속 버캐니어. < 출처 : (cc) greenacre8 at Wikipedia.org >

    애초 영국 공군에게 버캐니어는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차선책이었고 이후 해군 잔존기까지 물려받아 총 6개 항공대를 운용했으나 일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83년 레바논 내전, 1991년 발발한 걸프전 등에서 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걸프전에서는 신예기라 할 수 있었던 토네이도 공격기를 목표까지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만큼 버캐니어의 신뢰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전방에서 바라본 버캐니어. 성능으로는 미국의 A-6와 맞먹는 최고 수준의 함상 공격기였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pedia.org >
    전방에서 바라본 버캐니어. 성능으로는 미국의 A-6와 맞먹는 최고 수준의 함상 공격기였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pedia.org >

    1965년 영국은 지리적 요충지인 시몬스 타운 해군 기지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인종차별 문제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던 남아프리카에 16기의 버캐니어 S.50을 판매했다. 이후 성능에 만족한 남아프리카는 추가로 20기를 더 도입하려 했으나 이후 집권한 윌슨 정부가 공급을 거부했다. 남아프리카에 공급된 버캐니어들은 영국보다 빠른 1971년에 실전에 투입되었고 이후에도 수시로 활약을 펼쳤다.

    전방에서 바라본 버캐니어. 성능으로는 미국의 A-6와 맞먹는 최고 수준의 함상 공격기였다.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p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블랙번 NA.39 : 실험용 프로토타입. 14기.

    블랙번 NA.39 < 출처 : Public Domain >
    블랙번 NA.39 < 출처 : Public Domain >

    버캐니어 S.1 : 하빌랜드 가이론 주니어 101 터보제트 엔진 장착 초기 양산형. 50기.

    버캐니어 S.1 < 출처 : Public Domain >
    버캐니어 S.1 < 출처 : Public Domain >

    버캐니어 S.2 : 롤스로이스 스페이 터보팬 엔진 장착. 82기.

    버캐니어 S.2 < 출처 : (cc) Isaac Newton at Wikipedia.org >
    버캐니어 S.2 < 출처 : (cc) Isaac Newton at Wikipedia.org >

    버캐니어 S.2A : 공군형으로 개조된 S.2

    버캐니어 S.2A < 출처 : (cc) Brian.Burnell at Wikipedia.org >
    버캐니어 S.2A < 출처 : (cc) Brian.Burnell at Wikipedia.org >

    버캐니어 S.2B : 레이더, 대함미사일 개량형. 49기.

    버캐니어 S.2B < 출처 : Public Domain >
    버캐니어 S.2B < 출처 : Public Domain >

    버캐니어 S.2C : S.2A 개량형
     
    버캐니어 S.2D : S.2B 개량형
     
    버캐니어 S.50 : 남아프리카 공급형. 16기.

    버캐니어 S.50 < 출처 : (cc) Col André Kritzinger at Wikipedia.org >
    버캐니어 S.50 < 출처 : (cc) Col André Kritzinger at Wikipedia.org >


    제원(버캐니어 S.2)

    형식 : 쌍발 터보팬 함상 공격기
    전폭 : 13.4m
    전장 : 19.33m
    전고 : 4.95m
    주익 면적 : 47.8㎡
    최대 이륙 중량 : 28,123kg
    엔진 : 롤스로이스 스페이 Mk.101 터보팬(11,000파운드) × 2
    최고 속도 : 1,020km/h
    실용 상승 한도 : 12,000m
    최대 항속 거리 : 3,700km
    무장 : 동체 내부와 주익 하드포인트에 최대 5,400kg 폭장
              4 × 마르타 로켓 포드
              2 × AIM-9 공대공미사일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버캐니어 공격기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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