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파나르 165/175
1930년대 프랑스 식민지 작전을 위해 만들어진 장갑차
  • 최현호
  • 입력 : 2020.04.16 08:09
    파나르의 첫 군용 무장 자동차가 된 AMD 165/175 <출처 : panhardclub.nl>
    파나르의 첫 군용 무장 자동차가 된 AMD 165/175 <출처 : panhardclub.nl>


    개발의 역사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면서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은 다양한 무기가 사용되었고 발전하게 되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 외에도 다양한 무장을 탑재하면서 쓰임새를 넓혀갔다. 특히, 자동차에 장갑과 무장을 탑재한 장갑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장갑차량의 시대를 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승전국들은 다시 식민지 경영에 집중했다. 프랑스군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넓은 식민지에서 사용할 장갑 자동차가 필요했다. 이들 지역은 광활한 벌판으로 되어 있어 상당한 야지 주행 능력이 요구되었다.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된 제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롤스로이스 1920 Mk1 장갑 자동차 <출처 (cc) Hohum at wikimedia.org>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된 제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롤스로이스 1920 Mk1 장갑 자동차 <출처 (cc) Hohum at wikimedia.org>

    이런 프랑스군의 요구에 몇몇 업체가 제안을 제출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1887년 프랑스의 르네 파나르(René Panhard)와 에밀 르바소(Émile Levassor)가 설립한 파나르 르바소(Panhard et Levassort, 이하 파나르, 현재 아르쿠스 Arquus)도 있었다.
     
    파나르 공동 설립자인 에밀 르바소는 초창기 자동차 산업과 모터스포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파나르는 1891년 현대의 일반적인 자동차들처럼 엔진을 전방에 두고 수랭식 라디에이터를 장착하고, 크랭크 샤프트를 도입한 차량을 개발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직접 장갑차량을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부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파나르의 AM20 <출처 : arquus-defense.com>
    파나르의 AM20 <출처 : arquus-defense.com>

    파나르는 20CV 트럭 섀시를 기반으로 No.1 타입 138 기병용 장갑 자동차를 개발했고, AM(Auto-Mitrailleuse)20이라고 명명했다. AM20은 7.5mm 두께의 철판을 리벳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졌고, 차량 위쪽에 기관총이 달린 회전식 포탑이 달려 있었다. 차량은 4기통 20마력의 수랭식 휘발유 엔진으로 움직였다.
     
    1929년 파나르의 AM20은 미국제 트럭을 개조한 화이트-라플리(White-Laffly)의 AMD 50과 함께 프랑스 기갑 기병부(Armored Cavalry Bureau)의 시험을 받았지만, 모두 탈락했다. 군은 예비 부품과 정비 시설이 부족한 식민지에서 운용할 차량을 요구했다.

    파나르 165/175의 기반이 된 16CV X46 <출처 : coachbuild.com>
    파나르 165/175의 기반이 된 16CV X46 <출처 : coachbuild.com>

    파나르는 AM20의 기술을 활용하여 16CV X46의 섀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차량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차량은 장갑을 개선했고, 엔진도 출력이 향상된 4기통 86마력으로 교체했다.
     
    프랑스 기병부는 평가 후 AMD(Auto-Mitrailleuse de Découverte) 165 TOE(Théâtres d’Opérations Extérieurs)로 명명하고 채택했다. AMD 165가 양산된 후, 1920년부터 1927년까지 모로코의 리프족이 스페인에 대항하여 벌인 리프(Rif) 전쟁과 여러 전투의 경험을 기반으로 서스펜션과 무장 등을 강화한 AMD 175로 일부 차량이 개량되었다.

    시가행진 중인 파나르 165/175 <출처 : chars-francais.net>
    시가행진 중인 파나르 165/175 <출처 : chars-francais.net>

    AMD 165/175 TOE는 일반적으로 개발사의 이름을 따 파나르 165/175로 불리고 있다. 파나르 165/175는 1933년부터 프랑스군이 사용했고, 일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사용되었다. 이 차량을 시작으로 파나르는 냉전기 후반까지 프랑스 육군에 다양한 장갑차량을 공급했다.
     
    하지만, 파나르는 1960년대 후반 민수 시장에서 철수했고, 군수 시장에서도 르노 등 다른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2004년 푸조 시트로엥(PSA Peugeot Citroën)에 합병되었고, 2012년에는 다시 르노 트럭 디펜스(Renault Trucks Defense)에 매각되었다. 르노 트럭 디펜스는 2018년 5월 아르쿠스(Arquus)로 사명을 변경했다.


    특징

    파나르 165/175는 기본적으로 1920년대 개발된 민수용 차량의 섀시에 장갑을 붙인 장갑 자동차다. 차량에는 운전수, 운전 보조, 지휘관, 사수가 탑승한다.

    파나르 165/175

    섀시는 파나르의 민수용 16CV X46의 것이며, 차체 앞쪽에 장착되는 엔진은 수랭식 86마력의 4기통 휘발유 엔진을 사용했다. 변속기는 전진 4단, 후진 1단의 수동 변속기를 사용했다. 연료 용량은 170리터다. 엔진실은 장갑으로 감싸고, 앞 부분에 공기 순환을 위한 폭이 좁은 수평판을 여러 개 붙였다. 엔진 정비는 측면을 열어서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파나르 165/175


    파나르 165/175


    파나르 165/175 전후좌우 상부 도면 <출처 : chars-francais.net>
    파나르 165/175 전후좌우 상부 도면 <출처 : chars-francais.net>

    차체 중앙 양쪽에 출입구가 있고, 차체 양 측면에는 여유 부품과 공구를 넣을 수 있도록 박스를 달았다. 운전석은 차체 중앙 왼편에 위치하며, 그 우측에 운전 보조원이 탑승했다. 운전 보조원은 차체 뒤쪽의 후방석에서 차량을 운전할 수도 있었는데, 긴급하게 후진할 때 이용했다.

    차량 측면에 공구와 부품용 박스를 달고 있다. <출처 : chars-francais.net>
    차량 측면에 공구와 부품용 박스를 달고 있다. <출처 : chars-francais.net>

    차체 중앙 상부에는 수동으로 320도 회전 가능한 포탑이 장착되었다. 포탑은 지붕에 좌우측으로 열 수 있는 해치가 있어 지휘관과 사수가 비상시 탈출이 가능했다. 차량에는 ER26 무전기를 장착하기도 했지만, 차량이 정지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었다.

    포탑에 소형 포와 기관총을 장착한다. <출처 : chars-francais.net>
    포탑에 소형 포와 기관총을 장착한다. <출처 : chars-francais.net>

    포탑에 달리는 무장은 오른 편에 L/21 SA 18 37mm 포, 왼편에 MAC mle 1931 7.5mm 기관총이다. 37mm 포탄은 194발, 7.5mm 기관총탄은 2,400발을 탑재했다. 포의 부앙각은 -16 ~ +20도다.

    주무장인 SA 18 37mm 포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주무장인 SA 18 37mm 포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SA 18 37mm 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사용된 차량용 소형 포로서, 최대 분당 15발, 포구 속도 최대 388m/s다. 주로 건물이나 경차량을 200m 이내에서 파괴할 수 있었다.

    부무장인 MAC mle 1931 7.5mm 기관총 <출처 (cc) PpPachy at wikimedia.org>
    부무장인 MAC mle 1931 7.5mm 기관총 <출처 (cc) PpPachy at wikimedia.org>

    장갑은 차체 전면 9mm, 측면 7mm, 후방 6mm, 포탑 전후 측면 9mm, 상부 5mm로 소화기탄을 방어할 수 있는 정도였다.

    포탑 위의 문을 통해 지휘관과 사수가 몸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 <출처 : chars-francais.net>
    포탑 위의 문을 통해 지휘관과 사수가 몸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 <출처 : chars-francais.net>

    차체는 길이 5.43m, 폭 2.1m, 높이 2.76m,, 전투 중량 6,750kg이다. 최고 속력은 65km/h이며 주행 거리는 600km다.

    무전기용 안테나가 달린 파나르 165/175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무전기용 안테나가 달린 파나르 165/175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차량은 4륜이지만, 엔진 구동력은 전륜에만 전달된다. 벨리 피카드(Veil-Picard)가 제작한 타이어는 방탄이 되며, 전륜은 8X36인치, 후륜은 10X40인치로 다르다. 차량 서스펜션은 리프 스프링(leaf spring)식이다.


    운용 현황

    파나르 165/175는 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식민지에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33년부터 파나르 165 60대가 생산되었고, 이 가운데 30대가 175로 개량되었다.

    북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운용한 위장 무늬가 칠해진 파나르 165/175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북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운용한 위장 무늬가 칠해진 파나르 165/175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파생형으로 파나르 165/175에서 회전식 포탑을 제거하고 차체 후방을 개조하여 6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도록 병력수송용으로 만든 파나르 179가 약 30대가 만들어졌다.

    장갑이 있긴 했지만 포탄 방어는 불가능했다. <출처 : chars-francais.net>
    장갑이 있긴 했지만 포탄 방어는 불가능했다. <출처 : chars-francais.net>

    파나르 175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로코, 시리아 등지에서 추축국을 상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파나르 165/175 부대 <출처 : chars-francais.net>
    파나르 165/175 부대 <출처 : chars-francais.net>



    변형 및 파생형

    * 파나르 165 – 16CV X46 민수용 차량 섀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장갑 자동차

    파나르 165/175 <출처 : chars-francais.net>
    파나르 165/175 <출처 : chars-francais.net>

    * 파나르 175 – 파나르 165의 개량형

    * 파나르 179 – 파나르 175 기반 병력수송형. 6명의 보병 탑승 가능

    파나르 179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파나르 179 <출처 : tanks-encyclopedia.com>



    제원(파나르 165 기준)

    구분 : 장갑 자동차
    제작사 : 파나르 르바소(Panhard et Levassort, 현재 아르쿠스 Arquus)
    길이 : 5.43m
    폭 : 2.1m
    높이 : 2.76m
    전투 중량 : 6,750kg
    최고 속도 : 65km/h
    주행 거리 : 600km
    엔진 : 86마력 4기통 수랭식 휘발유 엔진
    변속기 : 전진 4단, 후진 1단 수동변속기
    탑승 인원 : 4명(운전수, 운전 보조, 지휘관, 사수)
    무장 : SA 18 37mm 포(194발) /  MAC mle 1931 7.5mm 기관총(2,400발)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파나르 165/175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

    Top